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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된 아들] [남성 염색체 가진 여자 선수]

뚝섬 2024. 11. 13. 06:00

[딸이 된 아들]

[남성 염색체 가진 여자 선수]

 

 

 

딸이 된 아들

 

로마 황제 엘라가발루스는 스스로 ‘비너스’라 칭하고 여신처럼 행동했다. 여자 옷을 입고 화장을 하며 남자들과 연애했다. 의사들에게 성전환까지 의뢰했다고 한다. 남성적 권위와 전통을 숭상한 로마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머니는 어쩔 수 없이 아들을 지지했지만 외조모는 끝까지 반대했다. 결국 외조모와 귀족들의 반발로 재위 4년 만에 암살되고 기록 말살형에 처해졌다.

 

▶성 정체성 혼란은 주위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다. 부모는 말할 것도 없다. 50대 지인이 딸을 둔 남성과 중매로 결혼했다. 남편 딸을 처음 만났는데 180cm 넘는 거구에 영락없는 남자였다. 놀란 아내에게 남편은 “죽을 각오로 아들을 말렸지만 결국 성전환 수술을 했다”고 고백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지내는 ‘아들 같은 딸’을 바라보는 두 사람은 “정말 죽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원조 트랜스젠더 하리수의 부모는 TV에서 “2대 독자인 내 아들을 아직 딸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트랜스젠더 유튜버 풍자는 “여자로 성전환 수술을 하겠다고 하자 아버지가 ‘날 찌르고 가라’며 6시간 동안 칼을 놓고 논쟁을 벌였다”고 했다. 이런 갈등은 소설에도 등장한다.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어머니는 게이 아들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도 “끝까지 보살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한다. 김지연의 ‘사랑하는 일’에서 아버지는 동성애 자녀에게 “집 한 채 물려줄 테니 끝까지 소문내지 말고 살라”고 부탁한다.

 

▶부모는 자식이 정상적 가족·사회 일원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자녀가 혹시나 사회적 시선에 고통 받을까 봐 걱정한다. 그런데 세상이 너무 바뀌어 성 정체성 논란이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트랜스젠더 모델 최한빛은 “울며 반대한 아버지가 수술 후 꼭 안아주셨다”고 했다. 풍자도 “10년 만에 아버지가 ‘된장찌개에 밥 했으니 집으로 오라’고 부르셨다”고 했다. 부모의 자식 사랑이 바뀔 수는 없겠지만 이들 부모의 고통을 어떻게 상상할 수 있겠나.

 

▶트럼프 시대의 실세로 등극한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내 아들이 ‘워크(woke·정치적 올바름)’에 의해 살해됐다”고 말해 화제다. 그의 아들은 2020년 성전환 수술을 한 뒤 아버지와 절연하고 이름도 바꿨다. 보통 실리콘 밸리 등 첨단 산업 종사자들은 민주당 지지가 많은 편이다. 머스크도 그랬다고 한다. 그 머스크가 공화당, 그것도 트럼프 적극 지지로 바뀐 것도 아들이 준 충격 때문이라고 한다. 세상 어떤 일이 이보다 큰 충격이 될 수 있을까 싶다.

 

-배성규 논설위원, 조선일보(2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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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염색체 가진 여자 선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는 성전환자다. 길에서 짝짓기 하는 뱀 암컷을 막대로 쳤다가 뱀의 저주를 받아 여자가 됐다. 7년을 여자로 산 뒤 이번에는 수컷 뱀을 때려서 다시 남자가 됐다. 헤르메스와 아프로디테 사이에서 태어난 헤르마프로디토스는 한 몸에 남녀 생식기를 모두 지녀 남자인지 여자인지 애매했다. 오늘날 의학에선 이를 간성(間性·intersex)이라고 한다.

 

▶성전환이나 간성 같은 성적 정체성이 종교나 성 윤리 논란만 빚는 것은 아니다. 신체 능력으로 겨루는 스포츠에서도 골치 아픈 문제로 떠올랐다. 재작년 미국에선 남자 수영 선수가 여자 대회에 나가 우승했다. 193㎝ 거구와 긴 팔로 여자 선수들을 압도했다. 여성 호르몬을 맞은 뒤 여자라고 주장했지만 생식기 제거 수술을 받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며 이후 엘리트들이 겨루는 미국 내 대회와 국제 대회 출전이 금지됐다.

 

▶현역 시절 여자 육상 800m 최강자였던 남아공의 캐스터 세메냐는 2009년 세계선수권에서 처음 우승한 뒤 얼굴에 난 수염과 근육질 몸매 때문에 ‘신체검사’를 받았다. 외부 생식기는 여자인데 자궁과 난소가 없었고 정소에서 남성호르몬이 쏟아져 나왔다. 염색체 검사도 여자(XX)가 아닌 남자(XY)였다. 세메냐의 성별을 두고 스포츠계는 반으로 갈라졌다. 올림픽을 주관하는 IOC는 세메냐를 여자로 인정한다. 반면 세계육상연맹은 남성 호르몬 수치가 기준치를 넘는다며 여성 대회 출전을 금지했다.

 

파리 올림픽 여자 복싱에 출전한 알제리와 대만 선수가 남성 염색체를 지녔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알제리 선수와 겨룬 이탈리아 여자 선수가 “너무 아프다”며 46초 만에 기권하자 이탈리아에선 “남자가 여자를 때렸다”며 분노하고 있다. 국제복싱협회(IBA)도 지난해 두 선수가 XY 염색체를 지녔다며 실격 처리한 바 있다. 반면 IOC는 염색체가 아니라 정부 발행 여권이 성별 판단 기준이라며 “IBA 조사도 자의적이어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알제리 선수는 성전환자는 아니고 XY염색체 소유자인지도 불분명하다. 그런데도 논란이 인 이유 중엔 그동안 성전환을 했거나 간성인 선수치고 남자 대회에 나가는 경우를 볼 수 없었다는 것도 있다. 남자에서 여자로 성전환 한 선수 상당수는 남자의 신체 능력을 잃지 않는데도 애매한 성 정체성을 이용해 싸우기 쉬운 여자 대회에 나간다는 비판도 있었다. 공정한 대결은 스포츠의 핵심이다. 성 소수자 부문을 따로 만드는 게 떳떳한 길일 것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4-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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