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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트럼프 취약국' 아니다] [‘트럼프 폭풍’ 앞 2년 만의.. ] ....

뚝섬 2024. 11. 18. 09:49

[한국은 '트럼프 취약국' 아니다]

[‘트럼프 폭풍’  2년 만의 한중 정상회담… 선별 협력 모색해야]

[트럼프 2기가 무서운 진짜 이유]

[일론 머스크의 神氣]

 

 

 

한국은 '트럼프 취약국' 아니다 

 

전쟁기념관의 6.25전쟁 조형물 '호국군상' 뒤로 보이는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현수막의 모습. /국방일보

 

트럼프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요구할 것이라는 잿빛 전망에 한 외교부 당국자는 “방위비 분담금이 한미 동맹의 전부인 양 묘사하는 건 잘못 짚는 것”이라고 했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한미 동맹이 흔들릴 것도 아니지만, 국제적으로 봐도 한국은 ‘트럼프 리스크’에 취약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7월 전 세계 국가 정보를 분석하는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미국의 주요 70개 교역국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얼마나 취약한지 순위를 매겼다. 트럼프가 전쟁을 선포한 무역, 안보, 이민 분야를 종합한 결과 트럼프 리스크가 가장 큰 국가는 멕시코였다. 3위 독일, 6위 중국, 7위 일본, 9위 베트남 순이었다. 한국은 10위권에 없었다.

 

“동맹국도 돈을 내야 지켜준다”는 트럼프식 동맹관으로 보면, 방위비 분담금은 한국이 아니라 독일과 일본이 더 걱정해야 할 처지다. 해외 주둔 미군 규모는 일본(5만5000여 명), 독일(3만5000여 명), 한국(2만8500여 명)이 세계 1~3위다. 그러나 트럼프가 강조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 면에서는 한국만 모범 국가다.

 

지난 4월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발표한 작년 세계 군사비 현황을 보면, 한국의 GDP 대비 국방비 지출은 2.8%다. 미국의 3.4%와 비교해 낮지 않다. 독일은 1.5%다. 영국(2.3%)과 프랑스(2.1%)도 우리보다 낮다. 유럽의 나토(NATO) 국가 대부분이 2%를 넘지 못한다. 일본은 1.2%로 최하위권이다.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2배 이상인 일본(502억달러)의 국방비는 총액으로도 한국(479억달러)과 비슷하다. 트럼프 1기 당시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부차관보가 최근 소셜미디어에 한국과 폴란드(3.8%), 인도(2.4%), 이스라엘(5.3%)을 가리켜 트럼프의 자주 국방 동맹 모델이라고 했을 정도다.

 

통상 문제도 한국은 대미 흑자 규모가 우리보다 큰 중국, 멕시코,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대만, 일본 등보다 트럼프의 우선순위에서 비켜나 있다. 한국은 작년 215억달러를 투자한 세계 최대 미국 투자국이라는 이점도 있다. 트럼프식 협상의 ‘광인(狂人) 전략’은 이미 1기 집권 때 드러난 만큼, 한국에 유리한 카드들을 협상의 지렛대로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올해만 100번 넘는 공식 양자 회담을 했다. G7(주요 7국)을 포함한 유럽 국가 대부분이 먼저 요청을 했고 우리가 먼저 만나자고 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실제 트럼프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한국의 조선업 협력부터 요청했다. 트럼프의 귀환’이 어떤 국가들에는 분명 위기겠지만, 모든 국가에 위기인 것은 아니다.

 

-박국희 기자, 조선일보(2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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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폭풍’ 앞 2년 만의 한중 정상회담… 선별 협력 모색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리마=송은석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페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 회담을 했다. 재작년 인도네시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회담한 이후 2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과 러시아 파병에 대응해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고, 시 주석은 당사자 간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문제 해결을 거듭 강조했다. 두 정상은 상호 국가 방문을 제안했고 서로 “초청에 감사하다”고만 했다.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의 만남은 작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APEC 정상회의 때의 3분 대화를 포함하면 세 번째다. 이번 두 정상 간 대화를 보면 2년 전 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의견 일치를 본 대목은 없다. 정상 간 교류를 놓고도 누가 먼저냐는 기 싸움이 앞섰다. 작년 9월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방한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던 시 주석이 먼저 윤 대통령의 방중을 요청한 것은 내년 APEC 경주 정상회의 때 방한하는 것 외엔 고려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만 두 정상은 어느 때보다 소통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특히 시 주석은 “지난 2년간 중한 관계가 전반적으로 발전의 모멘텀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사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래 한중 관계는 대만 문제를 둘러싼 공방, 전 주한 중국대사의 ‘베팅’ 발언 같은 악재들로 얼룩졌다. 하지만 중국은 올해 한중일 정상회의를 재가동하며 관계 개선에 시동을 걸었다. 최근엔 한국을 무비자 국가에 포함하는가 하면 관행보다 급을 높여 주한 중국대사를 내정하기도 했다.

 

이런 중국의 제스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며 전략적 공간을 넓히려는 의도일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미 대중국 강경파를 외교안보 라인에 기용하면서 미중 전략경쟁이 한층 가팔라질 것임을 예고했다. 우리로선 미중 사이에서 더 큰 선택의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 하지만 동맹마저 손익으로 따지는 트럼프 2기는 한국에도 이념 편향적 가치외교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북-러 간 위험한 결탁에 대응할 한중 간 협력이 절실한 때다. 접점을 찾기 위한 실용외교를 서둘러야 한다.

 

-동아일보(2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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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가 무서운 진짜 이유

 

[특파원 칼럼]

 

“그나저나 비자 받고 들어와서 취재하는 것 맞죠?” 지난달 미국 대선 경합주 취재를 위해 노스캐롤라이나주를 찾았을 때 일이다. 사전투표소에서 불법 이민 문제와 관련해 자신이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한참 설명하던 백인 남성이 뜬금없이 이렇게 물었다. 농담이라기엔 무례하고 장난이라기엔 의도가 담긴 질문이었다.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하자 “물론 B비자(관광·사업 목적) 받았겠죠” 하며 멋쩍게 웃었다. 언론인 비자는 B비자가 아닌 I비자(취재 목적)다. 하지만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그 사람에겐 B냐 I냐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미 대선 결정한 ‘평범한 백인 약자의 분노’

 

현장 취재를 하는 동안 경합주 도처에서 ‘성난 사람들’, 좀 더 정확히는 ‘성난 약자인 백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미국과 미국이 아닌 나라를 구분했고, 미국인과 미국인이 아닌 사람을 나눴다. 이들의 분노 포인트를 요약하자면 ‘진짜 약자는 난데, 민주당은 나를 뺀 엉뚱한 사람만 챙긴다’는 것이었다. 시각 장애를 가진 아내와 함께 투표를 하러 온 한 백인 남성은 “아내의 장애인 보조금은 끊어놓고서 불법 이민자들에겐 이 나라 세금을 퍼주고 있다”며 깊은 분노를 표했다. 챙이 헤져 여기저기 실밥이 튀어나온 모자를 쓴 채였다. 기자에게 비자는 받았냐고 물었던 남성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고물가로 인한 생활고를 토로하던 그의 안경다리는 스카치테이프로 고정돼 있었다.

이들은 바른말만 하는 민주당을 미워했다. 이런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다. 분명 사전 취재에서 ‘보라색(중립 성향인)’, ‘지지율 박빙’으로 분류된 지역이었는데도 막상 인터뷰를 해보면 10명 중 7, 8명이 트럼프 후보를 지지했다. 심지어 그들은 전혀 ‘샤이’하지 않았다. 이들은 매우 명백하고, 노골적이었으며, 당당했다. 너무 화가 나서 설명하려면 1박 2일이 필요하다는 중년 백인 여성도 있었다. 이런 ‘가난한 백인의 분노’를 민주당이 아닌, 부자 중의 부자인 트럼프 후보가 공감하고 공략했다는 게 아이러니할 뿐이었다.


마음껏 미워할 자유’가 두렵다

그리고 현장에서 받은 느낌 그대로 대선 결과가 나왔다. 뉴욕에서 10년 넘게 산 한 교민은 앞으로가 두렵다고 했다. 트럼프 1기를 경험한 그는 “내가 아는 미국은 트럼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며 “트럼프 1기가 미국 사회에 남긴 가장 나쁜 유산은 누군가를 대놓고 미워하고 차별해도 괜찮다는 문화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8년 전,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사람이 사는, 진보적 도시인 뉴욕조차 그렇게 돌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놀라웠다고 했다. 2기가 어떨지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려면 아직 두 달이 남았지만 변화는 이미 감지되고 있다. 미 언론들은 “최근 성소수자나 히스패닉계에게 ‘추방 대상자에 포함됐다’, ‘재교육 시설 입소 대상’ 등의 메시지가 뿌려져 연방수사국(FBI)이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 이런 메시지는 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가리지 않고 미성년자에게까지 보내진 것으로 확인됐다. 언론들은 ‘선거 내내 대통령 당선인부터가 그렇게 행동했는데 누굴 탓하겠냐’는 식의 자조적 논평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당선 뒤 한국에서는 우리의 외교, 안보, 통상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백악관뿐 아니라 상원과 하원까지 공화당이 휩쓸면서 트럼프 당선인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더욱 강도 높게 추진되면 어쩌냐는 것이다. 하지만 현지에서 느끼기에 더 우려스러운 것은 평범한 미국인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폭주하면 의회가, 의회마저 이상하면 국민이 막겠지만, 국민이 변하면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트럼프를 당선인으로 만든 ‘분노의 정치’, 그가 미국 사회에 준 ‘미워할 자유’가 무서운 이유다.

-임우선 뉴욕특파원, 동아일보(2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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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의 神氣

 

[조용헌 살롱]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AFP 연합뉴스

 

어떻게 도박 수준의 베팅에 매번 성공하는 것일까. 일론 머스크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쓴 ‘일론 머스크’를 보니까 머스크의 인간성은 아주 안 좋다고 쓰여 있다. ‘X자식’ 수준이라는 것이다. 찬사 위주의 서술이 아니고 이런 불편한 말을 대놓고 쓸 수 있다는 게 아이작슨의 내공이고, 서양 글쓰기의 수준이다.

 

‘X자식’은 3가지 내용으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는 머스크가 다른 사람의 고통과 상처에 대해서 무관심하다는 점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고 행동함으로써 상대방이 받게 될 상처에 대해서 별로 신경 안 쓴다. 둘째는 동료나 부하 직원들이 머스크 자신의 결정에 따르기를 강요한다는 점이다. 만약 자기 결정에 순순히 따라오지 않으면 결별한다. 셋째는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는 부분이다. 리스크 둔감력이다. 스페이스X, 테슬라 전기차 사업의 시작도 이 3가지의 ‘X자식’ 기질이 작동한 결과이다.

 

인간적인 결함이 사업적인 성공이라는 모순적인 결과를 낳았다. 로켓 사업과 전기차도 그 시작은 모두 맨땅에 헤딩하는 사업이었다. 인류가 앞으로 화성에 가서 사는 날이 온다는 머스크의 비전에 동의할 사람이 얼마나 있었겠는가. 그런데도 현재 스페이스X 사업은 성공 중이다. 얼마 전 발사된 로켓이 다시 귀환해 발사대의 집게에 무사히 안착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실패의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기질은 트럼프 대선에 1억3000만달러를 베팅하도록 만들었다. 트럼프 당선 후에는 테슬라 주식이 39%가 올라 700억달러의 재산이 늘어났다. 헤지펀드의 전설 조지 소로스가 1992년 9월 영국중앙은행을 상대로 벌인 ‘환율 대결’에서 승리해 10억달러를 벌어들인 사건을 능가하는 수입이다. 선거로 정권 잡아서 머스크처럼 재미 본 사람이 누가 있을까?

 

머스크의 천재성은 경합주에서 트럼프 지지자를 매일 추첨해 100만달러를 지급하는 ‘정치 복권’을 창안해 냈다는 점에서 극적으로 나타난다. 이건 돈 있다고 할 수 있는 생각이 아니다. 로켓과 전기차에 버금가는 걸출한 창의력이다. 그 천재성의 근원은 무엇일까. 신기(神氣)가 아닐까. 에디슨이 말한 1%의 영감은 신기라고 생각한다. 신기(영감)가 없으면 99%의 노력도 쓸모가 없다. 그런데 신기가 강한 사람은 옆에 사람 말 잘 듣지 않는다. 이 점이 트럼프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도 재강신강(財强身强)한 팔자이고, 머스크도 재강전강(才强錢强)한 팔자이다. 용과 사자가 부딪치는 용사상박(龍獅相搏)이 될 수 있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컨텐츠학, 조선일보(2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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