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측근 “반도체 보조금 부적절”… 삼성·SK 9.5조 떼이나]
[트럼프 최측근 “장관 하려면 돈 내세요”] [트럼프 2기의 역설… K컬처 재도약 기회다]
트럼프 측근 “반도체 보조금 부적절”… 삼성·SK 9.5조 떼이나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의 ‘정부효율부’ 수장 임명자가 반도체·청정에너지 사업 육성을 위해 조 바이든 정부가 지급하고 있는 보조금을 집권 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게 현실화하면 미국에 공장을 짓는 조건으로 9조5000억 원의 지원금을 받기로 한 한국 반도체 기업에 막대한 불이익이 돌아올 수 있다.
정부효율부 공동 수장에 최근 임명된 비벡 라마스와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지나 러몬드 미 상무장관의 최근 인터뷰 내용을 거론하면서 “매우 부적절하다”고 했다. ‘반도체법’에 따라 바이든 정부의 임기 종료 전까지 국내외 기업에 약속한 보조금을 최대한 지급할 예정이라는 러몬드 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이다. 또 “정부효율부는 이런 ‘막판 술책’을 모두 검토하고, 재조사하도록 권고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각각 미국 정부로부터 받기로 한 64억 달러, 4억5000만 달러의 보조금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커졌다. 미 상무부는 이번 주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에 보조금 78억6000만 달러를 주기로 최종 결정했다. 하지만 한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은 아직도 협상 중이다. 내년 1월 트럼프 정부 출범 뒤로 미뤄질 경우 보조금을 떼일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라마스와미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함께 수장을 맡을 정부효율부는 정부 공식 조직은 아니지만 관료주의, 규제, 정부 지출 축소와 관련해 차기 정부에서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도 후보 시절인 지난달 “(반도체 보조금을) 단 10센트도 주지 않아도 됐다. 높은 관세를 부과해 반도체 기업을 공짜로 미국에 세우도록 할 것”이라고 한 적이 있다. 라마스와미의 이번 발언을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선 우리 기업과 정부가 공장을 짓는 미국의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력해 보조금 지급 시기를 앞당기는 한편 투자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특히 상응하는 인센티브 없이 일방적인 압박만 가할 경우 한국 기업들이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만들어 미국 경제에 기여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트럼프 측에 납득시켜야 한다. 비슷한 상황에 처한 다른 나라 정부, 기업과 공동 보조를 취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동아일보(24-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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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최측근 “장관 하려면 돈 내세요”
도널드 트럼프를 10년 가까이 보좌해온 법률 고문 보리스 엡스타인(42)은 ‘트럼프의 투견’이라고 불린다. 트럼프의 대선 불복, 기밀 유출, 성추문 입막음 등 주요 사건의 소송과 여론전을 엡스타인이 주도했다. 변호사이자 정치전략가인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초기 공보 책임자였고 백악관에서 나온 뒤에도 막후 실세로 활약했다. 최근 트럼프 재선과 함께 검찰이 줄줄이 기소를 취소한 것도 그의 공이 컸다. 엡스타인은 취임 준비가 한창인 트럼프의 마러라고 사저에 가장 오래 머무는 문고리 권력으로 알려져 있다.
▷보스인 트럼프처럼 논란 일으키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엡스타인이지만 최근 2기 내각 인선을 두고 궁지에 몰렸다. 그가 장관을 희망하는 인사들에게 사적으로 연락해 발탁되도록 도와주는 대가로 10만 달러(약 1억4000만 원)를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 재무장관에 내정된 스콧 베센트도 몇 달 전 엡스타인으로부터 “트럼프에게 추천해줄 테니 컨설팅비로 매월 3만, 4만 달러를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가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인사 중에는 맷 게이츠 법무장관 후보자도 있다. 게이츠는 미성년자 성매수 의혹 등으로 공화당 내에서도 반대에 부딪혔고, 상원 통과가 어려워 보이자 지명 8일 만에 사퇴했다. 엡스타인은 게이츠와도 모종의 거래를 했을 것이란 의심을 받고 있다. 그는 정권 재창출의 일등 공신인 일론 머스크와도 갈등을 빚고 있는데 이런 부적격 인사 추천이 주된 이유라고 한다.
▷트럼프는 엡스타인의 매관매직 의혹을 조사하라고 캠프에 지시했지만 최측근인 그를 냉정하게 쳐낼 진 의문이다. 의혹을 입증할 증거가 발견됐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가 나오자마자 트럼프는 ‘오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미국에선 대선 캠프 고액 기부자를 고위직이나 대사로 앉히는 관행이 남아 있는데 그런 면에서 트럼프는 여느 대통령보다 도가 지나쳤다. 1기 행정부 때 교육부 장관 등 고위직 38%가 고액 기부자들에게 돌아갔다.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으로 공석이 된 연방 상원의원 자리를 돈 받고 팔아넘기려 한 일리노이주지사를 사면한 것도 트럼프다.
▷정권 주변에는 대통령과의 친분을 내세워 이득을 취하려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권력의 신임이 두터울수록 이들이 부르는 ‘가격’도 높아진다. 대통령이 이런 측근들을 단호히 내치지 않으면 충신의 입지는 좁아지고 한몫 챙기려는 간신들에게 둘러싸이게 된다. 이들이 득세하는 한 트럼프가 머스크 같은 기업인을 정부효율부 장관으로 중용한다고 한들 정부 효율이 좋아질 리 없다. 최고 권력자가 자신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하는 사람을 가까이에 뒀다가 낭패를 보고 정권마저 흔들리는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신광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4-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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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의 역설… K컬처 재도약 기회다
[임명묵의 90년대생 시선]
美 문화 전쟁… 여성·소수인종이 K팝 강력 팬덤으로 성장
정치 보수화에 반발… BTS·기생충도 트럼프 1기 때 성공
역설이지만 민주당 패배한 지금이 K컬처엔 '특수' 될 수도
지난 5일, 세계인이 숨죽이고 지켜본 미국 대통령 선거의 결과는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였다.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한 세계 민주주의와 인권의 등대로서 미국이 아닌 문화적 보수주의, 외교적 고립주의, 경제적 민족주의의 미국을 만들겠다는 그의 공약에 많은 관찰자가 ‘트럼프 2.0’ 시대를 대비하느라 분주하다.
그런데 미국 인터넷에서는 많은 한국인의 눈길을 사로잡는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미국의 젊은 여성들이 대선 결과에 좌절하며, 이제 한국 페미니즘의 ‘4B 운동’을 배워야 한다는 여론을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4B(非) 운동은 성차별 구조에 보이콧하는 차원에서 남성과의 섹스, 연애, 결혼, 출산을 하지 않는다는 한국 페미니스트 진영의 구호였다. 4B 운동은 이전에도 영어권 인터넷에서 소개되며 알음알음 알려지고 있었고, 트럼프의 재선을 맞이하여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 올라왔다. 이제는 유수의 외신도 한국 페미니즘이 미국에서 일으키는 돌풍을 다루는 중이다. 어떻게 한국의 문화 전쟁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미국에 이런 폭풍을 일으킬 수 있었을까.
먼저 미국의 문화 전쟁 구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2010년대 이래로 미국 대중문화에서는 소수 인종과 성소수자의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페미니즘이 부정할 수 없는 문화적 합의로 자리 잡았다. 인구구조의 변화와 대학교육을 받은 진보적 젊은 세대의 강고한 신념인 정치적 올바름(PC)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자연히 젊은 남성층을 위주로 이에 반발하는 지적, 문화적 조류가 등장했다. 이 중 일부는 ‘대안 우파’라고 불리는 집단을 구성하며 2016년에 트럼프를 지지하는 온라인 여론을 적극적으로 퍼트렸다. 미국의 Z세대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젠더 갈등의 격랑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K팝으로 대표되는 한국 대중문화는 급진적 진보주의에 우호적인 소수 인종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K컬처는 한국 바깥에서는 명백히 여성들의 수요에 반응하며 진화해 나갔고, 성소수자 팬덤의 영향력도 컸고, 결정적으로 소수 인종인 아시아인 문화였다. 미국의 마이너리티 집단은 여전히 ‘마이너리티 콘텐츠’ 표지를 달 수밖에 없는 미국의 대중문화 콘텐츠보다, 아시아에서 주류 문화로서 확고히 자리 잡은 K컬처의 자신감에 훨씬 더 크게 이끌렸다. 그렇게 트럼프의 첫 임기 동안 미국에서 K컬처를 즐기는 인구 집단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수주의 정책에 불만을 가진 이들을 끌어들이며 계속해서 성장해 나갔다. 미국 K팝 팬덤은 계속 정치화되었고, 2020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들은 바이든을 지지하고 트럼프의 선거 캠페인을 방해하는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인공지능 번역의 발전은 K팝 팬덤의 세계적 공론장인 X에서 언어의 장벽을 무너뜨려 지역을 뛰어넘는 소통을 가능하게 했다. 한국의 급진 페미니스트는 손쉽게 자신들의 선전을 영어로 게시했고, 미국 K팝 팬덤은 한국어를 모르더라도 한국 온라인의 문화 전쟁을 피상적이나마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격렬한 성별 갈등을 겪은 한국 인터넷의 언어가 K컬처를 따라 미국으로 확산되는 길이 열렸다.
이런 과거를 고려했을 때, 트럼프가 복귀하며 미국에서 K컬처는 다시 성장의 모멘텀을 얻을 것 같다. 급진 세력이 정치적 패배를 마주했을 때, 정치보다는 문화에 집중하며 급진주의를 간직하는 일은 매우 흔하다. 현재 미국의 진보주의자들은 예상치 못한 대패에 혼란을 느끼고 있지만, 그렇다고 자신들의 입장을 누그러뜨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니 자신들의 문화 운동에 계속해서 영감을 주는 바깥 세계, 그중에서도 문화적 네트워크가 탄탄히 갖춰져 있는 한국의 문화에 더욱 몰입할 개연성이 높다. 이미 2016년에 한 번 일어났던 일이다.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뮤직 어워즈를 받은 2018년,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2020년이 모두 트럼프 1기 집권기였던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의 보수화 흐름에 대응하는 문화계의 진보화가 K컬처에 기회를 주었던 공식이 다시 작동한다면, 트럼프 2기 집권기도 마찬가지의 ‘특수’를 누릴 수 있는 시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임명묵 대학원생·'K를 생각한다' 저자, 조선일보(24-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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