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李 무죄는 위증 때문 가능성, 그래도 바로잡지 못한다]
[결론 내놓고 논리 꿰맞춘 기교 사법]
4년 전 李 무죄는 위증 때문 가능성, 그래도 바로잡지 못한다
위증 교사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를 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웃으며 인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위증 교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은 것은 물론 핵심 증인의 위증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던 2020년 선거법 재판에 대한 재심도 피해갈 수 있게 됐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위증 교사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핵심 증인인 김진성씨가 2020년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허위 증언한 사실은 판결에서 인정됐다. 만일 김씨가 위증하지 않았다면 이 대표는 당시 재판에서 무죄를 받기 힘들었을 수 있다. 위증이 드러난 만큼 당시의 선거법 재판도 다시 해야 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형사소송법 규정 때문에 재심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당시 무죄 판결에 거짓 증언이 영향을 주었어도 그 판결을 바로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2002년 김병량 전 성남시장을 취재하던 KBS PD와 짜고 검사를 사칭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 그런데 2018년 경기도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검사 사칭 누명을 썼다”고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다시 기소됐다. 그 재판에서 김 전 시장의 비서였던 김진성씨는 이 대표와 수차례 통화한 뒤 이 대표에게 유리하게 허위 증언을 했다. 이는 이 대표에게 유리한 증거로 채택됐다. 선거법 무죄 판결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번 재판에서 김씨는 “당시 김병량 시장과 KBS 측이 이 대표 쪽으로 (혐의를) 몰자고 협의했다는 등의 거짓 증언을 했다”고 자백했다. 그는 위증 유죄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씨의 위증이 없었다면 당시 이 대표 선거법 재판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 형사소송법상 판결의 증거가 된 증언이 허위임이 증명된 때는 재심할 수 있다. 하지만 재심은 피고인이 유죄일 때만 가능하고, 무죄 판결은 대상이 아니다. 결국 이 대표는 위증 덕에 무죄가 됐을 가능성이 높은데, 그 위증을 시킨 혐의에서도 무죄가 되고, 위증으로 잘못됐던 과거 판결의 재심까지 피하게 됐다. 법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는 하지만 상식과 정의에 맞지 않다.
이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비리와 불법 대북 송금, 위증 교사, 법인 카드 불법 사용 등과 관련해 20명이 넘는 사람이 구속됐다. 기소되거나 처벌받은 사람은 부지기수다. 주변인 6명은 숨지거나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의 중심에 있는 이 대표는 “모르는 일”이라고 했고 구속을 면했다. 이번에도 이 대표를 위해 거짓 증언한 증인은 처벌받았는데 이 대표는 무죄를 받고 그 거짓 증언 덕에 무죄가 됐던 과거 사건의 재심도 피하게 됐다.
-조선일보(24-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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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내놓고 논리 꿰맞춘 기교 사법
[송평인 칼럼]
위증으로 진실 얘기하는 ‘기적’
이재명 위증교사에만 일어나
협의란 말을 마법처럼 사용해
논리의 전철기를 조작한 재판부
사람이 처벌 위험을 감수하고 괜히 위증을 하지 않는다. 위증을 자백하기까지 했다. 그런 사람을 위증으로 처벌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렇다면 위증을 교사한 행위가 있고 위증으로부터 이익을 얻은 사람은 어떻게 할 것인가. 재판부는 곤혹스러워하며 논리를 비비 꼬았다.
재판부는 검찰이 허위라고 해서 기소한 김진성 씨(김병량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의 증언을 6개로 나눴다. 재판부는 증언 모두에 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를 인정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두 증언, 즉 ‘이재명을 검사 사칭 사건의 주범으로 모는 협의는 있었다’와 ‘그래서 최 PD에 대한 고소 취하를 협의했다’만 놓고 보자.
첫 번째 증언과 관련해 재판부는 그런 협의는 없었다고 봤다. 그렇다면 ‘협의가 있었다’는 건 허위이고 허위를 증언해달라는 이 대표의 요구는 위증교사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 씨가 기억 나지 않는다고 반응했고 이 대표도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하면 되지’라고 말하긴 했지만 그 선에서 끝냈다고 봤다.
이후에 이 대표 변호사와 김 씨 간에 변론요지서와 진술서까지 주고받으면서 말을 맞추는 과정이 이어졌다. 재판부는 이 전체를 이 대표의 방어권 행사라고 봤다. 그러나 김 씨는 일부 증언에서는 기억에도 없는 말까지 해가면서 위증죄로 처벌될 정도로 이 대표의 요구에 응했다. 일반인이라도 단순한 방어권 행사라고 봐줬을지 의문이다.
재판부는 무엇보다 김 씨의 증언은 맥락으로 봤을 때 “협의가 있었다”가 아니라 “분위기가 있었다”는 정도라고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 견해대로 분위기만 있었다고 하자. 이 대표는 “검사 사칭 사건에서 누명을 썼다”고 말했다가 허위사실 공표로 기소됐으나 무죄가 됐다. 그 사건에서 무죄가 선고된 중요한 이유는 ‘검사 사칭의 주범으로 몬 무엇’이다. 그게 분위기에 머물러 있었는지, 협의까지 갔는지 따지는 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김 씨의 증언에서 실제 법정에서 질의가 오갈 때 사용된 말은 협의다. 재판부가 맥락으로 따져 분위기라고 본 것일 뿐이다. ‘∼라는 취지의 증언’으로 새기면 둘을 그렇게까지 구별할 이유가 없는데 재판부는 유독 협의란 말에 집착하면서 협의가 있었다고 진술한 건 아니기 때문에 김 씨의 위증죄도, 이 대표의 위증교사죄도 인정하지 않았다.
일단 위증죄가 성립하지 않으면 위증교사죄도 성립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위증죄가 성립할 경우는? 두 번째 증언과 관련해 재판부는 ‘최 PD의 고소 취하에 대한 협의가 있었다’고 봤다. 김 씨는 협의가 있었던 것을 있었다고 증언했는데도 위증이 됐다. 협의는 김 씨가 수행비서직을 그만뒀을 때의 일로 김 씨로서는 그런 사실을 알 수 없었는데도 알았던 것처럼 진술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위증과 위증 교사에 관해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 법리가 등장한다. 위증은 기억에 반해 진술하면 그것이 허위든 진실이든 위증이 된다. 위증교사는 기억에 반해 허위진술을 하게 할 때 성립한다. 기억에 반한 진술이 허위가 아니라 진실이면 위증교사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래서 김 씨의 위증죄가 성립함에도 이 대표의 위증교사죄는 성립하지 않았다.
그러나 허위 사실 공표 재판 당시에는 ‘최 PD의 고소 취하에 대한 협의가 있었다’는 증거가 없었다. 그러니까 이 대표가 김 씨에게 그런 증언을 해달라고 요구한 것이 아니겠는가. 사실 지금도 그것이 진실이라는 증거는 명확하지 않다. 재판부가 진실인 것처럼 보인다고 판단할 뿐이다. 결과로 보면 최 PD에 대한 고소가 취하되지 않았다. 물론 협의가 있었으나 실패했을 수도 있지만 그 정도 협의라면 협의의 유무에 대한 진술로 위증자는 유죄, 위증교사자는 무죄로 나눌 만한지 의문이다. 특히 생각해봐야 하는 건 김 씨의 위증죄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증언에서는 김 씨가 기억에도 없는 말을 했는데 그게 진실이 되는 ‘기적’이 일어나 이 대표가 위증교사죄에서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결론을 정해놓고 결론에 논리를 꿰맞춰 판결하는 걸 기교(技巧)사법이라고 한다. 재판부는 합의도 못 되는 협의라는 말을 사용해 한 번은 ‘협의가 없었다’, 한 번은 ‘협의가 있었다’가 진실이라고 하면서 논리의 전철기(轉轍機)를 조작했다. 고약한 법관들이라고 생각하지만 판결은 판결이다. 상급심에서 양식에 부합하는 설득력 있는 판결이 내려지길 바란다.
-송평인 논설위원, 동아일보(24-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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