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과 골프 친 부사관, 로또 당첨된 기분”]
[강직한 참모와 포용력 있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고르바초프가 몰래 품은 꿈]
“尹과 골프 친 부사관, 로또 당첨된 기분”
권력자 주변에선 아부 경쟁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미국 백악관에도 ‘아부의 드림팀’이 있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즉흥적이고 위험한 제안을 할 때면 참모들은 “대통령님 본능은 언제나 옳다”고 맞장구쳤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재미 없는 농담에 가장 큰 소리로 제일 마지막까지 웃은 사람은 앨 고어 당시 부통령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참모들도 백악관 드림팀 못지않다. 민망한 아부를 밖에서 다 듣도록 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통령이 휴가 기간에 골프를 쳤느냐는 질문에 “8월 8, 9일 구룡대(계룡대 내 골프장)에서 운동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8월 24일 이전엔 친 적 없다’는 대통령실 해명을 뒤집은 것이다. 김 장관은 당시 경호처장으로 대통령 휴가 일정을 직접 챙겨놓고도 골프 라운딩에 대해선 “모른다”로 일관해 왔다. 그간의 거짓 해명에 대해 사과해야 했지만 김 장관은 ‘휴가 기간에 장병들을 위해 함께 운동한 게 비난받을 일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부사관 한 분은 ‘대통령님하고 라운딩할 줄 꿈에도 생각 못 했다.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국민에게 머리 숙여야 하는 타이밍에 충성 발언으로 대통령 욕보이는 참모들이 있다. 홍철호 정무수석은 대통령의 최근 기자회견에서 ‘무엇에 대해 사과하는지 명확히 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이 “무례”라고 했다가 “대통령이 왕이냐”는 비난을 샀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에 대해 “유럽도 20% 넘기는 정상들이 많지 않다”고 했다가 “정신승리 오지다”는 비아냥거림을 들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입시에 대해서는 (대통령께) 제가 많이 배운다”는 발언으로 ‘킬러 문항 배제’ 후폭풍을 키운 적이 있다.
▷사람은 아부에 약하다. 못난 사람은 아부를 들으면 ‘남이 비위를 맞춰줄 정도로 난 중요한 사람’이라며 우쭐하고, 잘난 사람은 ‘아부하는 사람 안목이 뛰어나다’고 착각한다. 아부가 오글거릴수록 보상은 커진다. 제 평판 망치면서까지 내 편 들어주니 얼마나 고맙겠나. 다들 ‘디올백’이라 할 때 혼자 “쪼만한 백”이라 했다가 기자 30년 인생 부정당하고 KBS 사장 자리에 오른 이가 대표적 사례다.
▷아부엔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선의의 아부도 있다. 대통령과 골프 라운딩을 한 부사관은 감사의 뜻에서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라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선의의 아부를 맥락이 다른 곳에 인용하면서 악의의 아부로 만들어 버렸다. 현명한 리더는 중요한 일을 맡길 사람, 같이 술 마실 사람을 가려 쓴다. 귀에 다디단 악의의 아부꾼을 술 마실 때도, 중요한 일 할 때도 쓰는 데서 리더와 조직의 위기가 온다.
-이진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4-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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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직한 참모와 포용력 있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기자 질문에 “무례하다” 지적한 정무수석
대통령과 참모가 어떤 관계 맺고 있나 의구심
껄끄러운 보고도 끝까지 듣는 게 대통령 자리
용산이 이상하다. 대한민국의 모든 정보가 모이는 그곳에서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고 사면초가에 몰린 대통령의 절박한 처지를 타개할 종합적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회의를 열면 주로 대통령이 말씀하시고, 참모들은 그저 대통령의 심기경호에 열중한다는 항간의 소문이 있다. 그 많은 카더라 통신에 불과하기를 바란다. 대통령에게 할 말을 다 하는 참모가 많으면 대통령실의 경직된 분위기는 해소되고, 숙의(熟議)의 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대통령정무수석이 기자회견 때 나온 질문을 두고 “무례하다”고 공개 지적한 일은 참모의 처신을 생각하게 한다. 하여야 할 말, 하지 말아야 할 말이 뒤바뀐 사례였고, 대통령이 참모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하는 말이었다. 문재인 정부 신년 기자회견 때도 “대통령께서 현재의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궁금하다”는 한 방송사 여기자의 질문이 있었지만, 대통령 참모가 직접 지적하는 일은 없었다. 물론 그 방송사가 재허가 논란 끝에 문을 닫기는 했지만, 기자의 질문이 직접 연관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인고(忍苦)는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대통령이 정상적인 국정을 수행할 수 없을 만큼 정치적 환경은 엄혹하다. 국회 의석 3분의 2에 육박하는 야당을 넘어 우리나라의 시대적 과제를 실현하려면 대통령은 국정에 온몸을 던져야 한다. 유신과 5공 시절 민주화 운동을 할 때의 김영삼 신민당 총재가 그러하였다.
겨울나무가 모든 잎을 벗어버리고 몸을 긴축한 채 엄동설한을 견디듯 대통령은 지금 개인적 호불호의 감정에서 벗어나 당정(黨政)을 최대한 포용하는 톨레랑스(관용)의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 대통령이 장관이나 수석의 말을 경청하고 평상심으로 대화하여야만 참모들은 자유롭게 의사를 개진하고 토론할 수 있게 된다. 또 대통령실은 민심에 민감한 당에서 하는 건의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당장의 민심에 부합하지는 못하더라도 나라의 미래를 위해 당의 건의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나와 다른 생각을 참고 듣는 일, 또 불편한 건의와 조언을 끝까지 듣는 일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그러나 대통령은 그걸 해내야 한다. 김영삼 정부 4년 차 때 문종수 당시 민정수석은 시중의 여론을 토씨 하나까지 그대로 보고했다. 한 번 그런 것이 아니라 매주 반복했고, 그것도 다른 수석들이 모두 듣는 자리에서 보고했다. 대통령으로선 껄끄러운 내용이 많았다. 나를 포함한 다른 수석들까지 민망할 정도였다. 아마도 조선조 시대 강단 있는 대사간(大司諫)이 그러하였을까. 보다 못한 원로 수석 한 분이 대통령에게 문 수석의 보고 태도가 너무 지나치지 않습니까 하고 물었다고 들었다. “내가 저런 일 하라고 저 사람을 민정수석으로 임명했다”는 것이 대통령의 대답이었다. 김 대통령은 당시만 해도 대통령이자 국회 다수당의 총재였다. 그런 막강한 자리에 있었지만 주변에 언로를 여는 일의 중요성을 정확히 알고 국정을 지휘했다.
지금 국회의 소수당인 국민의힘은 당내 게시판 같은 문제로 서로를 적대시하며 싸울 여유가 없다.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불필요한 당내 소모전을 중지시켜야 한다. 현재 상황은 너무나 절박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대선 결과 등 올해 일어난 세계적 변화만으로 언제 큰 위기가 닥칠지 모르는 엄중한 처지에 있다. 법치를 정치로 덮는 다수당에 대하여 톨레랑스로 힘을 비축하며, 당정 화합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하여야 한다. 지금 협치의 대상은 특검과 탄핵을 외치는 야당이 아니라 집권당이다. 이렇게 어려운 때일수록 투항주의를 손쉽게 얘기하는 사람들을 경계해야 한다.
윈스턴 처칠 경은 지도자의 덕목으로 역사적 통찰력, 정직함, 설득의 노력을 들었다. 윤 대통령은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위치에 대해 깊은 통찰을 하여야 한다. 탈원전, 소득주도성장 등 일부 이념에 결박된 정책으로 우리나라가 복합위기에 빠졌을 때 윤 대통령은 정권을 인수하였다. 하강하는 한국 경제를 멈춰 세우고, 새로운 상승을 위한 기반을 닦고, 기업 생산성을 높이며, 일자리를 만드는 과제를 맡고 있다. 세계의 주류 국가들이 경제와 안보는 하나라는 인식 아래 새로운 세계전략을 펼쳐 나가던 바로 그 시기에 우리나라에서도 경제 안보시대의 국가전략을 시작하였다. 그걸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국민에게 현재 상황의 엄중함을 설명하여 ‘고통의 분담’을 호소함으로써 온 국민이 위기 극복에 동참하도록 하여야 한다. 역사는 여기서 후퇴할 수 없다.
-이각범 KAIST 명예교수·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동아일보(24-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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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바초프가 몰래 품은 꿈
정치 투쟁용 탄핵, 무책임한 계파 싸움, 기획 방탄, 가족의 국정 개입 뉴스가 나라를 뒤덮고 있다. 하나하나가 충격적인데, 태연하게 반복되는 것이 놀랍다. 누구는 1987년 헌법이 소명을 다했다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손보는 개헌을 주문한다. 다른 누구는 선출직과 고위 공직을 노리는 이들 중 상당수가 평균 한국인에 못 미친다면서 사람을 바꾸는 ‘정치 교체’가 시급하다고 말한다.
새로운 질문: 누가 정치를 해야 하나
대개의 유권자들은 알 만큼 알게 됐다. 정당의 선출직 공천이 공공선 인재를 찾는 것 말고도 사적 목적이 개입된다는 것을. 공천 결정권자와 그 대리인들은 눈 딱 감고 나를 도울 내 편을 먼저 찾곤 한다는 것을. 김영선 전 의원이 어떻게 공천받았는지도 대충 드러났고, 박용진 의원을 배제하기 위한 3차례 경선도 많은 걸 말해줬다. 임명직이라고 다르지 않다. “(질문이) 무례하다”는 정무수석, “대통령과 친 골프는 로또”라는 국방장관이 등장했다. 월광소나타 피아노 연주를 한 뒤 청와대 대변인에 발탁되는 일도 있었으니 보수-진보 구분과 무관한 일이다.
그럼 누가 정무직 공직을 맡아야 하나. 이젠 이 질문에 답을 찾아야 할 때다. 그동안 보수정당은 스펙 좋은 사람을 인재로 여겼고, 민주당은 운동권 경험에 가산점을 듬뿍 줬다. 이제 정치 개혁은 어느 정치집단이 좋은 인재 모델을 찾는지에 모아져야 한다. 새 기준에 맞춰 뺄 사람 빼고, 좋은 사람은 아무리 고사해도 모셔 오는 노력으로 미리미리 승부 걸어야 한다. 총선 6개월 전부터 찾는다고 찾아질 리가 없다.
공공 리더의 기준이 하나일 수는 없다. 하지만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 대통령의 경험은 하나의 기준을 제시한다. 나라 안에서는 소련 붕괴의 책임자로 욕먹지만, 밖에서는 사회 개혁과 정치적 개방을 ‘시도’하면서 역사를 바꾼 인물이다. 고르바초프는 억압적 체제 내 엘리트였다. 40대 후반에 농업 분야 총책임자(서기)가 됐고, 최연소 공산당 정치국원이 됐다. 브레즈네프라는 어둠의 서기장을 공개된 자리에서 칭찬했고, 아부했다는 기록이 넘친다. 그랬으니 이견 없이 체르넨코의 후임으로 1985년 봄 1인자에 올랐을 것이다. 겉으론 그랬지만, 고르바초프의 마음에선 농업을 책임지면서 갖게 된 소련 변혁의 꿈이 커가고 있었다.
그는 1980년대 초반 자신이 훗날 외교장관으로 발탁한 친구 셰바르드나제와 흑해 휴양지에서 겨울 휴가를 보냈다. 그때 둘은 긴 소나무 숲 산책로를 걸으며 “농민의 추가 노력으로 더 생산한 몫은 인센티브로 줘야 한다. 안 그러면 소련 농업과 체제에 미래는 없다”는 대화를 나눴다. 반역에 가까운 토로였다. 그대로만 가면 미래가 창창한 둘이었지만, 변화를 통해 조국을 올바른 궤도에 올리고 싶어 했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자기를 잊었다는 점에서 ‘고르바초프 모먼트’라 불릴 만했다.
반대자 비판만으로는 ‘정치 부적격’
당신이 정치인이라면 지난 몇 년 사이에 정치적 동지들과 무엇을 주로 대화했는지 되돌아 봄직하다. 다음 공천 가능성, 상대 정파 험담, 상대 정당 흉보기에 머물렀다면 어쩌면 당신의 시대는 저물고 있는지 모른다. 스스로가 가장 잘 알 것이다.
정치와 멀리 있더라도 이 질문은 유효하다. 은행원, 중학교 교사, 엔지니어일지라도 관계없다. 사회를 번듯하게 세워 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이 있는가. ‘고르바초프 모먼트’를 경험했다면 최소한의, 그러나 꼭 필요한 공직자 조건을 지녔다는 뜻이다. 정당이 찾아나서야 할 인재들은 이런 경험자들 아닌가. 정당이 게으름 피우면 지금 같은 정치를 계속 견뎌야 한다. 하향 평준화한 정치가 정말 필요한 인재들의 도전을 막는 걸 언제까지 기다려 줘야 하나.
-김승련 논설위원, 동아일보(24-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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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군·항공 고위급, 하나둘 사라져. ‘조용한 숙청’이 드러내는 건 칼자루 쥔 지도부의 강함일까 약함일까.
-팔면봉, 조선일보(24-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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