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내년 3월 원전 계약 예정대로 진행할 것"] .... [햄릿의 마음]

뚝섬 2024. 12. 13. 10:35

[국가안보실 불능… 대기업을 '구원투수'로]

[외국 대사 말 날조가 습관 될 지경]

[“韓, 문화경제적 성취에 자신감 갖고 현 혼란 신속 극복해야”]

[햄릿의 마음]

 

 

 

"내년 3월 원전 계약 예정대로 진행할 것"

 

토마스 엘러 체코 차관보 

 

체코 두코바니 원전. /한국수력원자력

 

체코 정부가 내년 3월로 예정된 한국수력원자력과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 계약을 한국의 탄핵 정국과 관계없이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2일 토마스 엘러 체코 산업부 원자력신기술 담당 차관보는 연합뉴스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이든 다른 어떤 국가든 내부 정치 상황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지만, 현재로서는 한수원과의 계약 체결이나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 진행이 지연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수원에 따르면 엘러 차관보는 2021년부터 체코 산업부에서 원전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원전 전문가다.

 

엘러 차관보는 “한국의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원전 건설을 위해 구성된 체코 대표단이 한국 및 한수원과 연락하고 있다”고 했다. 또 두코바니 원전 건설 계약의 우선협상대상자인 한수원과의 협상도 예정대로 진행 중”이라며 “계획대로 2025년 3월 원전 EPC(설계·조달·시공) 계약 체결을 목표로 기술·상업적 측면에서 협상하고 있다”고 했다.

 

-이기우 기자, 조선일보(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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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실 불능… 대기업을 '구원투수'로

 

[朝鮮칼럼]

官이 작동 못 하니 '기업 외교'로… 우리 대기업 외교력·정보력 대단
美 코카콜라의 브랜드·외교력, 스위스 네슬레의 현지 농업 전략, 미·중 갈등 속 테슬라를 보라
4대 그룹이 먼저 팔 걷어붙이고 현지 공관이 '기업 외교' 지원해 대한민국 국익 지켜야 한다

 

비상계엄 사태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현실화하면서, 경제는 물론 외교·안보 도전을 극복해 나가는 일이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내년 1월 20일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는데, 대통령실 기능이 사실상 정지되면서 백악관과의 협의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대통령제를 채택한 우리나라의 특성상 대통령실의 ‘불능화’는 대내외 도전에 대처하는 ‘컨트롤 타워’의 부재를 의미한다.

 

특히 국가안보실은 국정원의 정보 지원을 받으며 외교부, 국방부, 통일부와 관련 정책을 조율하고,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경제 안보를 협의하며 정책 방향을 잡는 곳이다. 부처가 단독으로 결정하기 힘든 사안 또는 부처 간 이견 등이 늘 발생하기 때문에, 상시적 긴장감 속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으면 사달이 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대북 위기 관리는 물론 외교·통일, 국방, 경제 안보를 챙겨야 할 국가안보실이 현재 불능 상태에 빠졌다. 대안은 총리실 인력을 보강하거나, 외교부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는 것이다. 둘 다 살얼음판을 걷는 건 똑같다.

 

이 같은 난국을 돌파하기 위한 구원투수로 우리 대기업을 활용해야 한다. ‘민관 협력’을 얘기하지만, 관(官)이 제대로 작동하기 힘든 상황이니, 민(民)의 대표 주자인 기업이 나설 수밖에 없다. 과거 ‘재벌(財閥)’로 불리다가 1998년 외환 위기와 2007년 세계 금융 위기 등을 거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재탄생한 우리 대기업 중에는 상당한 수준의 외교력과 정보력을 갖춘 데가 많다.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 그룹을 포함한 재계 순위 10위권 안팎의 대기업이 ‘기업 외교(corporate diplomacy)’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코카콜라는 세계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외교력을 발휘했다. 미군이 참전하는 각국 정부 및 군 지도자들과 협상하여 미군 주둔 지역 근처에 코카콜라 공장을 지은 것이다. 그 결과 미국 문화와 가치를 상징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으며, 전쟁 후 전 세계적으로 브랜드 평판과 시장 점유율을 높여 국부 증진에 기여했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식품 기업인 네슬레는 2009년부터 코트디부아르,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코코아 생산 지역의 정부, 비정부기구(NGO),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농업 생산 과정에서 환경, 경제,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 ‘지속 가능한’ 농업을 구현했다. 그 결과 공급망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여, 스위스의 국가 브랜드 제고에 기여했다.

 

미국 기업 테슬라는 중국 정부가 자동차 부문을 외국 기업이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제를 완화하자, 즉각 중국 정부와 협상에 나섰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무역 전쟁’을 선포하여 미·중 관계가 험악해진 와중에도 테슬라는 2019년에 상하이에 기가팩토리, 즉 대규모 전기차 생산 공장 건설 허가권을 따냈다. 그 결과 외국 소유 첫 번째 자동차 제조업체로 등극했다.

 

이러한 기업 외교 성공의 공통적 비결은 정책, 규제, 허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지 정부와 협력하는 것,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NGO 및 지역사회와 유대를 구축하는 일, 그리고 국제기구, 타 기업, 학계와 협력하여 복잡한 현안을 해결하는 데 글로벌 대응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이다.

 

조선, 원전, 배터리, 자동차, 에너지, 방산 분야 우리 대기업들은 지난 1년 반 동안 미국 트럼프 진영과의 네트워킹에 매진하였다. 트럼프 행정부에 들어갈 가능성이 큰 핵심 조언 그룹, 외곽 그룹, NGO 및 지역사회와의 접촉면도 넓혀왔다. 그간 쌓아온 글로벌 대응 네트워크도 동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면, 우리 현지 공관이 기업 외교를 측면 지원해야 한다. 주미 대사의 지휘 아래 외교부, 재경부, 산자부, 국방부, 국정원 출신 외교관들이 기업 외교를 지원해야 한다. 주재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 간에 업무 중복이나 불필요한 경쟁이 벌어지지 않도록 조정하는 역할도 필요하다.

 

‘하석상대(下石上臺)’라는 말이 있다. “아래 돌 빼서 윗돌 괸다”는 뜻이다. 국내 정치적으로 힘든 현 상황에서, 임시변통이지만 순발력 있게 외교력을 모으는 지혜가 필요하다. 국가안보실이 작동 안 하고, 관련 부처 장관들이 난처한 처지가 된 상황에서, 그들을 대신해 우리 글로벌 기업들이 외교를 하고, 정부가 조용히 뒤에서 지원해 대한민국의 국익을 수호해야 한다.

 

-김성한 고려대 경제기술안보연구원장·前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조선일보(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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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대사 말 날조가 습관 될 지경 

 

(파리=뉴스1) 이준성 기자=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이 11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주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대표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재철 주프랑스 대한민국 대사에게 질의하고 있다. 2024.10.11/뉴스1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11일 국회에서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가 비상계엄 직후 우리 외교 당국자와 연락되지 않자 “본국에 ‘윤석열 정부 사람들하고는 상종을 못 하겠다’고 보고했다”고 했다. 그는 “미국·영국·호주 등 주요 5국 주한 대사들이 만나 윤석열이 계속 대통령으로 있으면 (내년) 경주 APEC을 포함해 국제 정상회담 전체를 보이콧하겠다고 결정하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미 대사관은 바로 SNS를 통해 김 의원 주장은 “완전한 거짓(utterly false)”이라고 했다. 영국·호주 대사관도 반박했다.

 

통상 대사관은 본국 보고 내용이나 대사의 비공개 일정 및 협의에 대해선 언급을 안 하거나 확인을 해주지 않는다. 주재국 정치인의 발언을 정면 반박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그런데 미 대사관이 외교적으로 잘 안 쓰는 강경한 표현을 동원하고 김 의원 실명까지 거론한 것은 한미 동맹에 악영향을 끼칠 수준의 ‘가짜 뉴스’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3국 대사관이 연이어 반박 입장을 낸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김 의원이 언급한 APEC 회의는 미·중·일·러 등 21국 정상이 모이는 다자 외교의 큰 무대다. 트럼프와 시진핑, 푸틴도 올 수 있다. 한국이 20년 만에 다시 개최하는 APEC인데 민주당 의원은 ‘보이콧’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있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차관급인 국립외교원장을 지냈다. 당시 “한국이 동맹에 중독됐다” “일방적 한미 관계에 따른 가스라이팅 상태” “미군은 점령군” “미군 철수가 평화 체제 구축 과정이 될 수 있다” 등의 주장을 한 사람이다.

 

2년 전엔 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이 이재명 대표를 만난 주한 EU(유럽연합) 대사의 발언을 왜곡했다가 항의를 받기도 했다. EU 대사가 윤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한 것처럼 지어냈다. 민주당 의원들의 외국 대사 발언 조작은 확인이 어려운 점을 이용해 자기 주장의 신빙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이제 권력을 잡았다고 여길 테니 더 심해질 것이다.

 

-조선일보(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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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문화경제적 성취에 자신감 갖고 현 혼란 신속 극복해야”

 

韓 15년 취재한 팔레티 르피가로 亞특파원 

 

2009년부터 15년간 한국을 취재해 온 세바스티앵 팔레티 프랑스 르피가로 아시아 특파원이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비상계엄, 행정부 붕괴로 모두 극심한 정치사회적 혼란에 빠진 한국과 프랑스의 현 상황을 우려했다. 여론을 무시하고 독단적 결정으로만 일관하는 각국 지도자가 전 세계 민주주의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변영욱 기자

 

《“신속한 계엄 저지로 한국 민주주의의 우수성이 증명됐지만 현재의 혼란이 계속되는 것은 위험합니다. 특히 한국과 프랑스의 지도자 모두 상대편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자신과 비슷한 의견에만 매몰되는 확증편향에 빠져 있습니다. 이는 ‘정치적 자폐’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2009년부터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피가로의 아시아 특파원으로 재직하며 15년간 한국 사회를 속속들이 관찰해 온 세바스티앵 팔레티 기자(50)가 10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의 영어 대면 인터뷰, 윤석열 대통령의 조기 퇴진 거부 기자회견이 있은 12일 추가 전화 인터뷰를 갖고 현재의 한국과 프랑스 상황을 우려했다.

그는 프랑스 주요 매체 기자 중 가장 오래, 가장 많이 한국 및 북한 관련 기사를 써 온 인물로 꼽힌다. 그 또한 “조국 프랑스, 제2의 조국처럼 느끼는 한국 모두 심각한 정치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어 안타깝다”며 계엄 이후의 극한 갈등과 분열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 1962년 이후 62년 만의 행정부 붕괴로 공공 행정이 마비되는 ‘셧다운(shutdown·정부 폐쇄)’ 위기에 처한 프랑스의 모습이 비슷하다고 했다.》

두 나라를 포함해 세계 곳곳에서 극단주의자의 득세, 반대 정파와의 대화 거부,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지닌 사람만 교류하며 타인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반향실 효과(echo chamber)’ 및 확증편향 등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15년간 지켜본 한국의 문화경제적 성취는 놀라운 수준이라며 자신감을 갖고 현 위기를 극복하라고 권유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에 비상계엄이 선포된 3일, 미셸 바르니에 전 프랑스 총리가 이끌었던 행정부가 붕괴된 4일,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한 12일 거듭 놀랐을 것 같다.

“한국과 프랑스의 지인들이 모두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라고 한다. 두 나라의 공통점이 많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집권세력이 돌파구를 무리하게 찾으려다 현 상황을 자초했다는 점, 기존에 누적됐던 갈등이 ‘예산’을 계기로 폭발했다는 점, 두 나라 모두 지도자에 대한 퇴진 요구가 심상치 않다는 점 등이다.”

왜 이런 상황이 나타났다고 보나.

“내가 한국에 대한 직접적인 논평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 모르겠다. 다만 프랑스 상황을 들려주면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의사결정권자들이 바로잡을 기회가 많았는데도 잘못된 결정을 거듭했다.

프랑스에서는 6월 말∼7월 초 조기총선이 치러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총선 전부터 그가 속한 집권 연합 ‘앙상블’이 1위를 차지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는데도 개의치 않고 선거를 강행했다. 총선에서 범여권이 2위에 그쳤는데도 1위를 차지한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 3위를 차지한 극우 국민연합(RN) 및 연대 세력과 협력하지 않았다. 1, 3당이 모두 반대하는데도 우파 성향의 바르니에 전 총리를 발탁했다. 민심을 무시한 것이다.

바르니에 전 총리 역시 좌파와 극우가 모두 반대하는데도 공공지출 감축을 골자로 한 2025년 예산안을 밀어붙였다. 이에 반발한 좌파와 극우가 합심해 총리 불신임안을 하원에서 통과시켰고 총리 사퇴를 포함한 행정부 붕괴가 있었다. 현재로선 새 총리가 언제 취임할지 알 수 없다. 위기를 타개할 적절한 지도자를 찾아볼 수 없는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다.”

두 나라의 공통점은 또 있다. 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마크롱 대통령 또한 “2027년 5월까지의 임기를 지키겠다”며 퇴진 요구를 거부했다. 새 총리 또한 좌파나 극우 진영에서 찾지 않고 바르니에 전 총리와 비슷한 우파 성향 인물을 발탁하겠다며 굽히지 않는다. 재판을 받고 있는 야권 지도자가 ‘대통령 사임, 조기 대선 실시’를 요구한다는 점도 같다. 마린 르펜 전 RN 대표는 2004∼2016년 유럽의회 활동을 위해 배정된 당 자금을 보좌진 급여 등으로 유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달 검찰은 ‘징역 5년, 5년간 피선거권 박탈’을 구형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등 5개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정치인을 포함한 의사결정권자들은 왜 잘못된 결정을 거듭할까.

“‘나만 옳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또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는 전혀 교류하지 않는다. 믿고 싶지 않은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의 등장은 이 같은 반향실 효과와 확증편향의 단점을 극대화했다. 곳곳에서 음모론을 외치는 선동가 또한 난무한다. 의사결정권자가 정치적 자폐 상태에 빠지기 쉬운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정치인들이 일부 극단주의 세력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각국 중산층이 큰 불안에 떨고 있다. 현재의 삶을 유지하지 못하고 한순간 빈곤층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크다. 극단주의자들은 이런 중산층의 불안감을 이용한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갖는 사람에 대한 적대감을 고조시키며 ‘이게 다 저들 때문’이라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식이다.”

한국 일각에서는 내각제로의 개헌 등 이참에 정치 체제를 바꾸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제도 변경은 ‘마법’이 아니다. 특정 제도가 현실을 모두 바꿀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분열이 심한 상황에서 다른 제도로 바꾸는 과정 또한 쉽지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시스템을 탓하지만 자신 또한 그 시스템의 일부라는 점을 종종 잊어버린다.”

세계 민주주의가 동반 위기를 맞았다는 지적이 많다.

“가장 큰 도전에 직면한 것은 분명하다. 곳곳에서 극단적인 분열과 대립으로 ‘지구는 둥글다’ 같은 ‘단순한 사실(basic fact)’에 대해서조차 여러 세력의 동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진실을 전달하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데 기성 언론에 대한 불신 또한 고조되고 있다. 역사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언론인은 현재를 기록하는 역사학자라고 생각한다. 진실과 사실을 전달해야 하는 언론인의 책임 또한 막중하다. 현 상황을 방치하면 인권, 자유 같은 인류의 기본 가치가 위협받을 수 있다. 이런 가치는 가졌을 때보다 잃어버렸을 때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15년간 겪은 한국은 어떤 곳인가.

“한국에서 근무한다고 했을 때 많은 지인이 ‘왜 가느냐’고 했다. 지금은 누구나 ‘멋지다. 나도 가고 싶다’고 한다. 한국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은 긍정적이나 정작 한국 사회가 스스로를 평가하는 시선은 부정적이 된 것 같아 안타깝다.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졌고 젊은 층은 ‘헬조선’ 같은 말을 쓰며 한국을 떠나겠다고 한다.

한국인은 튀는 행동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반드시 자신이 남보다 한 등급은 위에 있어야 한다고 여긴다. 유례 없는 동료 집단의 압박과 눈치 보기, 스트레스 등이 이에 기인한다고 본다.

하지만 한국이 이뤄낸 문화경제적 성취는 어마어마하다. 전 세계 ‘Z세대(Gen-Z)’에 한국의 소프트파워(soft power)는 매우 강력하다. 서구 젊은 층은 한국을 혁신, 새로운 트렌드의 요람으로 여긴다. 이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그 자신감을 현 위기를 극복하는 데 썼으면 좋겠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을 모두 인터뷰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광우병 시위 등으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호의적이지만은 않은 듯 했다. 2012년 접한 이 전 대통령은 솔직담백한 사람이었다. 15년 전보다 정치 혼란이 훨씬 심해진 지금 많은 한국인 또한 그가 세계 금융위기 등을 성공적으로 극복했고 당시의 경제 상황이 지금보다 좋았다며 호의적으로 평가하는 것 같다.

한 해 뒤 프랑스 방문을 앞둔 박 전 대통령을 만났다. 처음에는 인터뷰 답변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등 다소 딱딱한 분위기였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그의 비극적인 가족사를 감안할 때 그가 걸어온 삶의 경로가 일반인의 삶과 괴리될 수밖에 없다고 느꼈다.”

북한이 러시아의 군사 협력이 고조되면서 한반도 전체의 긴장도 격화하고 있다.

북한은 제한적 지원만 해주는 중국에 불만이 많았고 미덥지 못하다고 여겼다. 이에 ‘새 스폰서’로 러시아를 택한 것이다. 일종의 ‘위험 감수자(risk-taker)’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자신이 상당히 전략적인 선택을 했다고 여길 것이다. 북한과 러시아가 더 밀착할 것으로 본다.”

 

세바스티앵 팔레티 佛 르피가로 아시아 특파원

 

1974년 프랑스 파리에서 출생했다. 소르본대에서 역사학을, 영국 런던정경대(LSE)에서 유럽연합(EU) 정책결정학을 전공했다. 2009년부터 유력 일간지 르피가로의 아시아 특파원으로 재직하며 서울, 중국 베이징 및 상하이 등에서 근무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당시 두 사람을 모두 인터뷰했다.

 

-허정민 국제부 차장, 동아일보(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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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의 마음

 

시간이 경첩에서 빠져버렸다. 오, 저주받은 운명,

내가 그것을 바로잡도록 태어났다니!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서

 

갑자기 시간이 경첩에서 빠져버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비교적 잘 여닫히는 문짝인 줄 알았는데. 경첩에서 빠져버린 문짝은 어떻게 되는가? 바닥에 드러누운 채 더 이상 열리지도 닫히지도 않게 된다. 말하자면 흘러가던 시간의 정지.

 

난데없는 비상계엄 선포 후 가장 먼저 떠오른 문장은 ‘햄릿’의 저 유명한 구절, “Time is out of joint”였다. 삼촌의 부정한 왕위 찬탈을 알게 된 햄릿에게 시간의 질서는 뒤죽박죽된 것이나 마찬가지. 그는 그것을 바로잡을 운명에 강제로 내던져진다. 시간이 수리되어 하루빨리 문을 정상적으로 여닫을 수 있게 되길 바라는 햄릿의 마음이 바로 지금 우리 모두의 마음이다.

 

-황유원 시인·번역가, 조선일보(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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