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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적 비르투'로 불확실성의 터널을 지나야] ....

뚝섬 2025. 1. 13. 09:18

['집단적 비르투'로 불확실성의 터널을 지나야]

[‘전쟁 중 루블’만큼 떨어진 원화… 내수 최악인데 물가도 비상]

 

 

 

'집단적 비르투'로 불확실성의 터널을 지나야

 

[朝鮮칼럼]

마키아벨리 섬세히 읽어보면 '집단적 비르투'가 성공의 핵심
지금 같은 계엄·탄핵 비상시기엔 대만의 '실무적 총통제' 참고를
글로벌 공급망, 핵심 주체 된 비결
정치적 불확실성 의식하지 말고 정부·시민·기업이 조용히 힘 합쳐 경제·안보·군사 위기 돌파해야

 

답답한 마음에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펼쳐 보았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개념은 ‘포르투나(fortuna)’와 ‘비르투(virtu)’였다. 포르투나는 ‘운명’이나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비르투는 지도자의 ‘역량’과 ‘덕성’을 의미한다. 마키아벨리는 국가에 닥친 운명(포르투나)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이를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최고 지도자의 역량(비르투)을 강조했다.

 

덫에 걸리지 않는 여우가 되어야 하고, 늑대를 쫓아내는 사자가 되어야 한다”는 마키아벨리의 명언은 최고 지도자의 비르투를 지칭한다. 그는 “군주는 국민의 사랑을 받는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이어야” 한다면서도, “군주는 혼자가 아니라 국민과 함께 통치해야” 된다고 역설했다.

 

자연스레, 마키아벨리의 진정한 역작 ‘로마사 논고’에 손이 갔다. 로마 ‘제국’ 이전에 존재했던 로마 ‘공화정’의 성공은 시민적 헌신, 제도적 안정성, 군사적 능력이 합쳐진 결과라는 주장이 눈에 들어왔다. 1년 임기로 행정권을 행사하는 2명의 집정관(Console), 귀족을 대표하는 원로원(Senato), 평민을 대변하는 민회(Concilio)가 견제와 균형 속에 일궈낸 ‘집단적 비르투(virtu collettiva)’가 로마의 대내외적 도전을 이겨냈다는 얘기다. 마키아벨리의 진심은, 군주제의 절대 권력보다 공화정의 공동체적 균형에, 지도자의 개인적 비르투보다 법과 제도의 집단적 비르투에 있었던 거다.

 

현재 대한민국은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현직 대통령이 탄핵소추되면서, 포르투나에 대처할 지도자의 개인적 비르투가 거부된 처지다. 그래도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대처하고, 한국 경제의 국제 신인도를 유지해야 하며, 글로벌 통상 질서와 안보 구도를 흔들게 될 미국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해야 한다. 이러한 과제를 수행하며 불확실성의 터널을 통과할 유일한 방안은 정부, 시민, 기업이 힘을 합쳐 ‘집단적 비르투’를 구현하는 것이다.

 

대통령 탄핵소추가 불러온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는 궁여지책인 동시에 집단적 비르투를 실천할 기회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선거에 의해 국민적 선택을 받은 게 아니므로, 극한 투쟁 중인 정치 세력과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 대신 국익과 직결된 정책적 의제에 집중해야 한다. 경제와 안보 관련 부처의 수장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긴밀히 소통해야 한다. ‘경제 안보 시대’에 살고 있으므로, 권한대행의 업무는 경제와 안보를 분리하지 않는 게 좋다. 통찰력 있는 민간 전문가, 경험 있는 기업인들을 만나 조언을 구해야 한다. 민관 협력을 제도화하고 효율화하는 것이 집단적 비르투를 창출하는 길이다.

 

집단적 비르투를 내재화한 체제가 대만이다. 대만은 1990년대 민주화 이후, 중국과 충돌할 수 있는 카리스마적 지도자보다, 외교와 내정의 균형을 잡는 실무형 지도자를 선호해 왔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탓하면서도 카리스마적 지도자를 기대하는 한국과 달리, 대만은 ‘실무형 총통’을 중심으로 정부와 기업이 조용히 협력해 왔다. 그 결과, 첨단 기술 분야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적 위치를 확보했다.

 

호국신산(護國神山), 즉 국가를 지키는 신성한 산으로 불리는 TSMC의 최대 주주(6.5%)는 대만 정부다. TSMC는 정부와 협력해 반도체와 AI 생태계를 구축해 왔다. 구글, MS, 마이크론, 엔비디아, AMD, 도쿄일렉트론, ASML 등이 대만에 투자하는 이유는, 반도체 설계-제조-테스트-패키징으로 이어지는 전 공정이 ASE를 비롯한 대만 기업들 덕에 ‘원스톱’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AI 관련 하드웨어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면서, 기술의 최적화를 이룬 거다. 대만의 주요 대학은 국내 인재 개발은 물론, 반도체 기업 취직을 조건으로 동유럽 대학의 인재들을 정부 지원 장학금으로 유치해, 혁신 생태계를 지속 가능하게 한다.

 

결국 대만이 구현한 집단적 비르투의 핵심은 ‘국제 연대를 통한 자강(自强)’이다. 대만보다 경제 규모와 경쟁 분야가 더 큰 한국이지만, 미국, 일본, EU 등과의 국제적 연대를 바탕으로 자체 역량을 키워야 한다. 글로벌 네트워크와 압도적 실력이 필요하다. 차라리 정치적 불확실성을 의식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경제, 기술, 군사 안보를 위해 정부, 시민, 기업이 함께 만든 ‘집단적 비르투’로 불확실성의 터널을 지날 수 있다.

 

-김성한 고려대 경제기술안보연구원장·前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조선일보(25-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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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 루블’만큼 떨어진 원화… 내수 최악인데 물가도 비상 

 

12일 서울 중구 명동 한 환전소에서 원-달러 환율이 1475원을 나타내고 있다. 강달러와 비상계엄 사태 등 정국 불안이 지속되며 고환율이 이어지고 있다. 2025.1.12/뉴스1

 

12·3 불법 계엄과 탄핵 정국의 영향으로 작년 12월 한국 원화가치의 하락 폭이 전쟁 중인 러시아에 이어 주요 30개국(G30) 중 두 번째로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3개월 연속 상승률이 1%대로 안정세를 찾아가던 물가 역시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하는 식품을 중심으로 들썩이면서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정치 리스크가 환율을 흔들고, 떨어진 원화가치는 다시 물가를 자극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말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는 한 달 전보다 5.3% 하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줄일 것이란 전망 때문에 달러가 강세를 띤 영향이 있다고 해도 G30 가운데 원화보다 하락 폭이 큰 건 6.4% 내린 러시아의 루블뿐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의 출범으로 제일 큰 경제적 타격이 예상되는 중국의 위안(―0.8%), 멕시코의 페소(―2.2%)와 비교해도 원화 하락 폭은 심각한 수준이다.

원화가치 하락은 곧바로 국내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마요네즈를 비롯한 샐러드드레싱 가격은 이번 주 평균 20% 이상 오를 예정이고, 제과업체들은 초콜릿 등 수입 원재료 원가 상승을 반영해 10% 가까이 값을 인상했다. 물가당국의 감시가 약해진 틈을 타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고환율과 국제유가 상승이 겹쳐 휘발유값도 13주 연속 상승세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가 진행되던 2017년 초 식품류 가격이 평년 상승 폭의 갑절인 7.5% 올랐던 것과 같은 현상이 재연될 우려가 적지 않다. 고물가는 가뜩이나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더 위축시킬 것이다. 탄핵사태 발생 전인 작년 1∼11월 의류, 자동차, 가전, 식품 등의 소비가 동시에 뒷걸음질 치면서 국내 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했다. 2003년 신용카드 사태 이후 21년 만에 최악이었다.

정국 불안이 심해지고, 트럼프 2기 정부가 이달 20일 출범해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쏟아내기 시작하면 원-달러 환율이 더 올라 1500원 선을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나 봤던 1500원대 환율이 현실화하면 우리 경제는 ‘퍼펙트 스톰’(다발적 악재로 인한 복합 위기)의 한가운데로 들어서게 된다. 정부 기능 마비로 환율·물가 관리에 손을 놨다가 8년 전 탄핵 정국 때처럼 넋 놓고 경제가 충격을 맞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동아일보(25-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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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도 전에 ‘정치적 올바름’ 정책 폐기한 美 기업들. 정치적으로 바른 게 아니라, 정치적으로 빠르네?

 

-팔면봉, 조선일보(25-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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