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뉴스 쏟아내던 민주당, 국민 입은 틀어막겠다니]
[여야, 탄핵 민심 오독도 오도도 안 된다]
[李 대표 비판은 '입틀막'한다니, 反민주당인가]
[보수(保守)의 라운드 테이블]
[보수가 살고 싶다면 '정강산'으로 들어가야 한다]
가짜 뉴스 쏟아내던 민주당, 국민 입은 틀어막겠다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최고위원들이 지난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민주당 홈페이지에 마련된 허위조작 정보 신고센터 '민주파출소'에 대한 전용기 의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와 민주당 비판 목소리를 고발하고 차단하기 위한 '입틀막'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카카오톡 등을 통해 가짜 뉴스를 단순히 퍼나르는 일반인도 내란 선동 등으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일부 유튜버들을 내란 선전·선동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면서 내란을 옹호했다는 것이다. 명백한 허위 주장이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가짜 뉴스는 관련법에 따라 처벌받아야 한다. 하지만 단순 의견 개진이나 정치적 의사 표현까지 가짜 뉴스로 몰아 마구잡이 고발해선 안 된다. 자기들과 생각이 다르다고 국민 입을 틀어막고 검열하겠다는 것과 다름 없다.
내란 선동은 ‘내란을 결의·실행하도록 선전·격려하는 행위’다. 통상 ‘실행 전 준비’ 단계에 이뤄지는 것으로, 이미 해제된 계엄을 두둔했다고 내란 선동죄를 적용하긴 힘들다는 것이 법조계 해석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에서 형법상 내란 혐의를 빼겠다면서도 일반인은 내란 선동죄로 처벌하겠다고 한다. 앞뒤가 맞지도 않는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과 야당의 잘못을 동시에 지적한 가수 나훈아씨를 향해 “세상 일에 눈 감고 입 닫고 살았으면 갈 때도 입 닫고 그냥 갈 것이지 무슨 오지랖이냐” “왜 양비론으로 물타기하느냐”고 비난을 쏟아냈다. 나씨는 고별 공연에서 “왼쪽이 오른쪽 보고 잘못했다고 난리를 치는데 니(너)는 잘했나”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도 잘못이지만 이를 촉발한 민주당의 국정 발목잡기와 방탄·입법 폭주도 문제라고 지적했는데, 이런 상식적 발언까지 입 닫으라고 겁박한 것이다.
민주당은 내란 선동과 가짜 뉴스를 막겠다며 온라인 신고 사이트 ‘민주 파출소’를 개설했다. ‘유치장’ ‘교도소’ 코너엔 ‘이재명 대표가 친형을 정신병원에 감금했다’고 말한 전직 의원과 이 대표의 ‘형수 욕설’ 파일을 올린 단체 대표 사진을 띄웠다. 가짜 뉴스로 처벌받은 것처럼 올렸지만 두 주장은 사실이었다. 윤 대통령 행사 때 소리치던 의원·참석자들이 경호팀에 제지당한 것을 ‘입틀막(입 틀어막기)’이라고 비판했던 민주당이 정작 자기들을 비판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입틀막’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계엄 사태 후 민주당은 윤 대통령 도피설 등 근거도 없는 의혹을 계속 제기했다. 김어준씨를 국회에 불러내 “계엄군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사살하려 했다”는 주장을 펴게 했다. 논란이 일자 ‘허구’라고 한 발 빼더니 김씨가 반발하자 다시 뒤집었다. 다른 야당 의원은 외국 대사 말을 날조해 ‘윤 정부 사람들과 상종 못 하겠다고 본국에 보고했다”는 거짓 주장을 했다. 도대체 누가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있나.
-조선일보(25-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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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특검법’에서 ‘내란·외환 특검법’으로 이름도 바뀐 野 법안. ‘제삼자 특검 추천’ 양보했다더니 더 독해져.
○비상계엄에 탄핵 심판까지 정국 혼란에 ‘헌법 筆寫’ 열풍. 한 자 한 자 옮겨 쓰며 걱정하는 국민 마음 알려나.
-팔면봉, 조선일보(25-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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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탄핵 민심 오독도 오도도 안 된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이 12·3 비상계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10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34%, 민주당 36%로 오차범위 이내였다. 직전 조사인 3주 전과 비교하면 국민의힘이 10%포인트 오른 반면 민주당은 12%포인트 떨어졌고, 그 결과 계엄 직전인 지난해 11월 말 갤럽 조사(국민의힘 32%, 민주당 33%)와 별 차이가 없게 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론은 3주 전 조사에선 찬성 75%, 반대 21%였는데 이번 조사에선 찬성 64%, 반대 32%였다. 갤럽 측은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안 가결, 국회의 탄핵소추안 내용 변경 공방, 수사권 혼선과 체포영장 집행 불발 등 난항 속에 진영 간 대립이 한층 첨예해졌다”고 했다. 그 와중에 기존 보수 지지층은 결집하고 야권에 대한 중도·진보층의 기대감이 잦아들었다는 것이다.
여권은 이번 조사를 놓고 현재 관저에서 농성 중인 윤 대통령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거나 민심이 계엄의 불법성을 부정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보면 안 된다. 계엄 직전인 지난해 11월 말 조사 때도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19%에 그쳐 국민의힘 지지율 32%와 괴리를 보였다. 대통령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은 따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또 이번 조사에서도 여전히 탄핵 찬성이 전체의 3분의 2에 달하고 중도층의 탄핵 찬성 비율도 여전히 70%로 반대(24%)의 세 배 가까이 됐다.
결국 탄핵안 가결 직후 응답을 꺼렸던 보수층이 야권의 강공 드라이브 속에 이번 조사에서 적극 응답한 결과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진영 논리에 따라 답하는 정당 지지율을 대통령에 대한 지지, 혹은 계엄이나 탄핵에 대한 평가로 왜곡하지 말라고 지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민주당의 독주에 중도 및 보수층이 실망하거나 결집한 측면이 크다. 그 점에서 야당이 국가 위기를 질서 있게 수습하려는 노력보다 대선 셈법에만 몰두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하면 민심은 떠나갈 것이다. 여야 모두 탄핵 민심을 오독(誤讀)해서도 오도(誤導)해서도 안 된다.
-동아일보(25-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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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표 비판은 '입틀막'한다니, 反민주당인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대표 등을 비난하는 허위 정보에 대응하기 위한 플랫폼인 '민주 파출소'를 개설했다고 밝혔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등을 비난하는 허위 정보에 대응한다며 온라인 플랫폼 ‘민주 파출소’를 만들었다. 각종 제보를 받아 고발 등 대응한다는 것이다. 가짜 뉴스 대응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이 대표 비판 글을 고발하고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직접 조직적 대응을 주문했다”고 한다.
홈페이지 ‘유치장’ 코너엔 최근 이 대표 비판으로 고발된 김웅 전 의원 얼굴이 올라 있다. 김 전 의원은 지난달 15일 페이스북에 ‘이재명은 자신의 친형도 정신병원에 감금시켰다’고 썼다가 민주당에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됐다. 하지만 이 발언은 가짜 뉴스라 할 수 없다. 이 대표는 경기지사 선거 토론 때 친형의 정신병원 강제 입원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다가 항소심에서 허위 발언으로 당선 무효형을 받았다. 대법원이 TV 토론에선 거짓말을 해도 된다는 이상한 판결을 내렸지만, 대법원도 그 발언이 거짓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그런데 이를 언급했다고 고발하고 유치장에 감금된 것처럼 사진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은 2일 이재명 대표 등과 관련한 허위 조작 정보에 대응한다며 인터넷 플랫폼 '민주 파출소'를 개설했다. 이 사이트 '교도소' 코너에는 이 대표의 형수 욕설 녹음 파일을 올렸다 벌금형을 받은 단체 대표가 창살에 갇힌 것처럼 된 사진이 올라있다. /민주 파출소 캡처
‘교도소’ 코너엔 과거 이 대표가 형수에게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한 녹음 파일을 틀었다가 벌금형을 받은 한 단체 대표 사례도 올렸다. 녹음 파일을 무단으로 올려 처벌된 건 맞지만, 이 대표의 욕설 자체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 일로 교도소에 갇힐 수 있는 것처럼 사진을 올렸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행사 때 소리치던 의원·참석자 등이 경호팀에 제지당한 것을 두고 ‘입틀막’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자신들도 이 대표를 비판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입틀막’을 하고 있다.
그동안 민주당이 보인 반민주적 행태는 수도 없다. 허위 보도에 징벌적 배상을 가한다는 명분으로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국제사회가 인권침해라고 반대한 대북 전단 금지법도 처리했다. 이 법은 결국 위헌 결정이 났다. 5·18에 대해 다른 견해를 내면 처벌한다는 법도 통과시켰다. 이 대표 체포 동의안 통과 후엔 찬성한 의원들 색출 바람이 불었다. 이들은 결국 총선 때 공천 학살 당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를 수사하는 검사들을 무더기로 탄핵소추해 우리 헌정사에 피의자가 수사 검사를 탄핵하는 전무후무할 사례를 만들었다. 민주당은 민주화 세력이 모인 당인데 반민주적 행태를 예사로 한다. 이제는 이 대표 비판 목소리 자체를 막기 위해 시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조선일보(25-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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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保守)의 라운드 테이블
[김대중 칼럼]
노무현·문재인·이재명 등…
모두 호남 지지 업은 경상도 律士
우연으로 보기 힘든 시스템 있다
보수 우파에는 질서가 없어
특히 특정 지역 護身 정치는
보수의 치욕이라 할 만
원로들 조언 시스템 있었으면
요즘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더불어민주당을 보면 잘 훈련된 군대, 그것도 의장대를 보는 것 같다. 일사불란하기 그지없다. 민주당 의원들은 척척 손발을 맞춰 찬성하라면 찬성하고 반대하라면 반대한다. 하긴 우리 정치권 전체가 지난날 운동권이 하던 시위방식에 찌들어 피켓 들고 올렸다 내렸다 하는 팔운동에 익숙한 만큼 국회의원이 아니라 속된 말로 모두 ‘졸병’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누가 이들 국회의원을 이렇게 병정놀이감으로 만드는가이다. 지난 대선이 끝난 직후 나는 한 통의 투서를 받았다. 투서의 내용은 ‘민주당을 움직이는 좌파의 원로회의’에 관한 것이었다. 글쓴이는 이를 영어로 ‘라운드 테이블(Round Table)’ 즉 원탁회의라고 지칭했다. 이 나라의 좌파 세력에는 원로 또는 이른바 대부(代父)라는 것이 있고 이들이 좌파세력의 주자(走者) 즉 지도자를 가리고 불순분자 또는 방해자를 제거하며 기본적인 좌파 노선을 제시하는, 이른바 최고 결정체의 성격을 지녔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가시적인 모임체가 아니고 원로들 의견의 집합(集合) 같은 것으로, 누구나 그들이 누구일 것인가 짐작하면서도 누구도 그들의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이른바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투서자는 주장했다.
나는 그 후 몇 년에 걸쳐 여러 경로로 그 내용을 확인해봤지만 결론은 ‘그런 것이 있는 것 같은데 그 실체의 근거나 증거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좌파 인사 또는 어떤 좌파 대통령이 “존경하고 본받는다”고 토로한 내용을 보면, 또는 ‘좌파 세상 20~30년’에 대한 언급을 종합해보면 그 원로들이 누구쯤일까 하는 짐작을 할 수 있었다.
이런 것을 추측하게 하는 기묘한 현상이 있다. 김대중 이후 좌파가 배출한 대통령 및 지도자는 노무현, 문재인 그리고 이재명(존칭 생략)이다. 오늘날 좌파 정권을 창출하는 데 기여한 세력은 학생운동권이다. 하지만 그들은 누구도 지도자급 반열에 오르지 못했다. 정상급 진출을 노린 운동권은 번번이 중도에 좌절했다. 그들은 단순히 전사(戰士)에 불과했다. 지도자는 모두 운동권 아닌 율사(律士) 출신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호남의 지지를 업은 경상도 출신들이다. 이런 것들은 우연으로만 보기 어렵다. 거기에는 어떤 가이드라인이 작동했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이재명씨의 등장과 놀라운 속도의 상승은 아무리 한국 정치가 요술정치판이라고 해도 너무 급속하고 너무 전격적이었다. 사법 리스크와 언행 등에도 불구하고 그가 정상가도를 달리는 것은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어떤 위(上)로부터의 결정이 없었다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것들이라는 것이 내 취재 경험이다. 그런데 실은 원로회의의 실체가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오늘날 민주당의 움직임이 마치 실체가 있는 것처럼 모든 코디네이션이 철저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체가 없으면서도 이런 일사불란 체제가 시행되고 있다는 것이 더 무섭고 두렵다.
이에 비해 오늘날의 보수·우파는 어떤가? 좌파와 비교하기가 어려울 만큼 질서가 없다. 심하게 표현하면 난장판이다. 질서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서로 원수처럼 대립하고 있다. 대통령 따로-당(黨) 따로, 정부 따로-용산 따로, 원로 따로-신참 따로, 친윤 따로-친한 따로, 원내 따로-원외 따로. 그야말로 백가쟁명(百家爭鳴)이다. 백가쟁명은 어떤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필요하지만 결정 이후의 쟁명은 백해무익이다. 민주체제에서, 또 민주정당 내에서 어떤 비민주적 상위기능이 존재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쩌면 그런 것이 좌우의 큰 차이이고 오늘날 민주정당체제가 존재하는 당위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정당정치도 효율성을 필요로 하는 만큼 어느 정도 질서는 있어야 한다. 질서라기보다 자기를 죽이는 살신(殺身)의 정신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는커녕 당이 어떻게 되든 나만 국회의원 자리 유지하면 된다는 특정 지역 출신 의원들의 호신(護身) 정치는 보수의 치욕이다. 그것은 나라를 좌파의 전횡으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우파의 사명감에 배치된다. 보수·우파 정치는 나라의 근간을 이루는 보수 성향의 국민을 보호하고 대변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보수·우파도 원로들의 조언에 무게가 실리는 시스템이 있었으면 한다. 자기를 내세우기보다 양보하고 협동하는 정신-그것이 이재명 정당의 폭주를 막는 보수의 라운드 테이블이어야 한다.
-김대중 칼럼니스트, 조선일보(2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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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가 살고 싶다면 '정강산'으로 들어가야 한다
중국 모택동의 위기 극복
보수 우파가 배울 세 가지
1927년 장개석의 상해 정변으로 중국 공산당이 궤멸적 위기에 처하자, 모택동 등 지도자들은 정강산(井岡山)으로 숨어 들어 재기를 꾀한다. 현재도 중국 공산당은 정강산을 혁명의 요람이라 부르며 ‘정강산 정신’을 기리고 있다. 사진은 정강홍기(井岡紅旗) 조형물. /트립닷컴
1927년 4월 12일 중국 상해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당시 파죽지세로 북벌 중이던 장개석의 국민혁명군이 갑자기 총부리를 공산당에게 돌린 것이다. 당시는 국공합작 중이었기에 공산당원은 곧 국민당원이었다. 장개석의 상해 입성을 예상하고 노동자 봉기로 호응코자 했던 공산당원들은 허를 찔렸다. 수천 명이 처형됐고, 전국적으로 공산당 조직의 약 80%가 붕괴됐다. 당시의 처참함은 프랑스 작가 앙드레 말로의 소설 ‘인간조건(La Condition Humaine)’에 생생히 묘사돼 있다. 상해에서 체포된 공산당원들은 포승에 묶인 채 기차역 앞에 줄세워지고, 한 명씩 산 채로 기차 화통에 던져졌다.
당시 숙청의 칼날을 피해 몸을 숨긴 중국 공산당원 중에는 북경대 사서 출신, 서른네 살의 젊은 지식인 모택동이 있었다. 그가 몸을 숨긴 곳은 강서성(江西省)과 호남성(湖南省) 경계에 있는 정강산(井岡山)이었다. 모택동의 정강산 입산은 이후 중국 공산당 재건의 기반이 되는 강서(江西) 소비에트의 출발점이다.
제목에서는 보수의 출로를 얘기할 것처럼 하더니 웬 중국 공산당 얘기냐고 독자들이 의아해할지 모르겠다. 물론 좌파 얘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과거 중국 공산당의 위기와 그 극복 과정에서 작금의 한국 보수 우파 세력이 배울 점이 있다.
1927년 장개석의 상해 정변 이후 복수를 다짐한 공산당은 같은 해 남창(南昌), 광주(廣州) 봉기 등 반격을 노리나 실패한다. 당시 중국 공산당의 주류는 이립삼(李立三), 박고(博古), 왕명(王明) 등 소련에서 공부한 유학파였다. 이들이 배워 온 마르크스·레닌주의에 따르면 혁명의 지리적 기반은 도시, 계급적 기반은 노동자다. 그러니 대도시 노동자를 조직하여 폭동을 꾀하자는 것이다. 모택동은 주류 노선에 회의적이었다. 중국인 대부분은 농민이다. 농민을 우리 편으로 삼아야 장개석을 상대로 이길 수 있다. 이것이 모택동의 생각이었다.
농민을 공산당 편으로 만들려면 공산주의가 그들에게 이득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 그래서 정강산에서 모택동이 실시한 것이 토지개혁이었다. 토지를 몰수하여 농민과 유랑민들에게 균분하고, 거래를 금지했다. 실험은 성공했다. 모택동이 재건한 소비에트는 900만 인구를 포괄하는 규모로 확장된다.
공산당의 성공을 장개석이 좌시할 리 없다. 토벌이 시작됐고, 국민당의 압도적 화력에 밀려 공산당은 결국 1934년 10월 강서 소비에트를 버리고 대장정에 나선다. 이듬해 1월 귀주성 준의(遵義)에서 향후 노선 결정을 위한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가 열린다. 여기서 모택동 중심의 비주류가 주류 소련 유학파에게 승리하고 당권을 잡는다. 이후 중국 공산당은 제2차 국공합작(1937)과 국공내전(1945~49)을 거쳐 마침내 장개석을 몰아내고 중국 전역을 제패한다.
중국 공산당의 스토리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세 가지다. 첫째, 모택동은 교조주의를 배격했다. 마르크스·레닌주의 이념보다 현실이 중요하다. 교조에 얽매이면 현실에서 패배한다. 현재 한국의 보수 우파는 박정희식 국가주의 교조에 빠져 있다. 보수라는 사람들을 보면 자신과 박정희를 일체화하는 경우가 많다. 박정희가 빈곤을 퇴치해 줘서 고마우니 박정희식 정치가 무조건 옳다는 것이다. 그러니 “계엄 좀 하면 어떠냐” “나라에서 의대 정원 정한다는데, 의사들이 웬 불만이냐”는 식의 잘못된 결론이 나온다. 우리는 국가가 아니라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중시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설사 박정희가 살아 돌아온다 해도 옛날 같은 권위주의 통치는 불가능하다.
둘째, 모택동은 당의 저변을 확대했다. 장개석에게 짓밟힌 후 산으로 숨어든 모택동과 그의 동지들은 자기들이 소수파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다수파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 자신의 이념이 왜 국민들에게 좋은지 실력으로 보여주고 자꾸 우군을 넓혀 가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이와는 정반대 길을 걸었다. 대선에서 간발의 차로 이기고도 자기가 다수파라는 착각에 빠져 적군만 늘렸다. 엑스포 유치 실패로 헛발질을 세게 하더니 과학기술자를 적으로 돌리고, 다음은 의사, 급기야 채 상병 사건에 와서는 군인들마저 등을 돌리게 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보수 우파가 이미 소수파로 전락했다는 점을 자각하고 실력을 다져 우군을 늘릴 생각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념적 유연성이 필요하다. 모택동은 1927년 자기들을 학살한 장개석과 10년 뒤 다시 손을 잡고 2차 국공합작에 나섰다. 세를 불리려면 철천지 원수와도 악수를 마다하지 않은 것이다. 반대로 오늘날 한국 보수 우파는 이념적 순수성에 골몰한다. 이준석·한동훈은 배신자이고, 이재명은 ‘악마’다. 오로지 ‘우리’만이 보수의 적자라는 것이다. 이념적 순수성 타령만 하지 정작 자신들이 소멸 위기에 처한 것은 모른다. “소멸할지언정 개방하지 않겠다”는 모 여대생들 주장과 뭐가 다른가?
세 가지 교훈을 실천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위기의식이다. 지금 당장 ‘정강산’으로 들어가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그런 각오 없이 교조주의적 고립주의와 이념적 순수성에만 집착한다면 보수 우파의 말로는 비참할 것이다. 상해에서 체포된 공산당원들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잊어선 안 된다.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국제관계학 교수, 조선일보(24-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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