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공식 사진]
[“절대 굴복 안 해”… 트럼프 ‘분노의 머그샷’ 연출]
트럼프 공식 사진
노란 머리를 스프레이로 고정한 ‘수탉 머리’형 헤어스타일은 오는 20일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트럼프의 트레이드마크다. 그는 수십 년 전 부동산 개발업자로 명성을 얻은 이후 줄곧 이 독특한 머리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는 2000년대 TV쇼 ‘어프렌티스’를 진행할 때 머리 손질 비용으로 7만달러(약 1억원)를 세금공제 받기도 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하는 데 능숙하다. 4년 전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는 날, 그는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고 워싱턴 DC 앤드루스 공군 기지에서 ‘셀프 퇴임식’을 열고 전용기에 올랐다. 전용기가 이륙을 준비하는데 갑자기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웨이(my way)’가 울려 퍼졌다. 마지막 소절 ‘yes, It was my way’가 나오는 순간 전용기가 활주로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잘 짜인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본인 행동을 전혀 후회하지 않고 다른 사람 시선에 신경 쓰지 않는 그의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였다.
▶트럼프는 2019년 미중 무역 전쟁의 정당성을 얘기하다 “나는 ‘선택받은 사람(Chosen One)’이며 위대한 일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다”고 했다. ‘Great’, ‘big’ 등은 그가 인터뷰나 연설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다. 그가 2020년 이란에 경제 제재를 발표하려고 백악관 응접실에 들어설 때 그의 뒤로 강한 빛이 쏟아졌다. 그는 이 빛을 등진 채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빛 때문에 트럼프 주변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영웅이 등장하는 영화 장면을 연출했다.
▶트럼프 인수위가 ‘대통령 공식 사진’을 공개했다. 고개를 살짝 숙인 상태에서 눈을 치켜뜨면서 카메라를 노려보고 있다. 미국 대통령 공식 사진으론 특이하다. 지난 2023년 트럼프가 기소됐을 때 구금 과정에서 찍은 머그샷(mugshot·범죄자 기록 사진)과 유사하다. 트럼프는 이 머그샷을 티셔츠·머그잔에 넣는 등 ‘저항의 상징’으로 사용해 이틀 만에 710만달러(약 109억원)를 모금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트럼프는 2015년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시작하면서 정책 비전을 담은 책 ‘불구가 된 미국’(Crippled America)을 펴냈다. 당시 트럼프는 출판사에 표지에 분노한 사진을 써달라고 특별히 주문했다고 한다. 머그샷이나 이번 대통령 공식 사진과 똑같은 표정이다. 트럼프 측은 미국 상황에 대한 트럼프의 분노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이번 사진으로 전 세계를 향해 앞으로 4년이 어떨지 미리 경고하는 것 같다.
-김민철 논설위원, 조선일보(25-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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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굴복 안 해”… 트럼프 ‘분노의 머그샷’ 연출
미국 도박꾼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머그샷(피의자 식별 사진)을 놓고 각종 내기를 걸었다. 그가 입고 나올 옷, 그가 지을 표정 등이 모두 초미의 관심사였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가장 남자답고 잘생긴 머그샷이 될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어제 공개된 실제 머그샷 속 트럼프는 입술을 꾹 다문 채 매서운 눈매로 카메라를 노려보고 있다. 치밀하게 계산해 사전에 연습, 연출한 각도와 표정일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전직 대통령이 형사 기소된 것도 전례가 없거니와 그의 얼굴을 머그샷으로 접하는 것은 미국인들에게 사상 초유의 일이다. 앞서 인공지능(AI)으로 합성한 주황색 죄수복 차림의 가짜 머그샷이 온라인에 퍼졌지만, 실제 사진이 주는 충격은 상당하다. 그를 2020년 대선 방해 혐의로 기소한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지방검찰의 워터마크가 선명하게 찍혀 있다. 기소장에서는 나올 수 없는 시각적 각인 효과가 작용한다. “미국 대통령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는 한탄이 쏟아졌다.
▷머그샷은 최대한 무표정하게 찍는 것이 재판 전략상 유리하다. 밝은 표정은 진지하지 않다는, 성난 표정은 죄를 뉘우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그래도 공인들은 머그샷 공개를 염두에 두고 특정 메시지 발신을 시도하기도 한다.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양복에 성조기 핀을 달았는데, 이는 9·11테러 당시 자신의 위기 대응 활약을 상기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분석됐다. 트럼프의 측근으로 함께 기소된 여성 변호사는 립스틱을 바르고 미소 띤 얼굴로 머그샷을 찍었다. 트럼프가 담고자 한 이미지는 그가 SNS에 썼듯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는 강함이다.
▷머그샷 굴욕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현지 언론은 전한다. 풀턴 카운티 교도소는 화이트칼라 범죄자보다는 살인, 강간 등을 저지른 흉악범들이 많이 수감돼 있는 곳이다. 노후한 시설과 위생 불량으로 악명이 높다. 4월 사망한 수감자의 유가족이 “감방에서 빈대에게 뜯어먹혔다”며 소송을 내기도 했다. 이런 교도소 안에서 트럼프는 다른 수감자와 똑같은 취급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검찰은 공언했다. 트럼프는 20만 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20분 만에 석방됐지만, 재판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트럼프의 현재 지지율은 51.6%로 공화당 대선 후보 중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성추행 입막음부터 간첩 혐의까지 4차례 기소 때마다 “정치적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하며 지지층을 결집시켰다. 그의 머그샷을 앞세워 후원금을 모금하고, 티셔츠와 기념품을 만들어 팔려는 시도들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머그샷 활용법이 비판자와 지지자 양쪽에 각각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쏠리는 관심도 그만큼 커진다. 차기 대통령 선택을 넘어 미국 민주주의의 미래까지 함께 걸린 문제여서일 것이다.
-이정은 논설위원, 동아일보(23-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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