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있는 로봇 같은 우리 官街]
[돈 걷어 ‘간부 모시는 날’, 공직사회 아직도 이런 폐습이…]
멈춰있는 로봇 같은 우리 官街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일본 오다이바에 있는 다이버 시티 쇼핑몰 앞에는 높이가 무려 18m에 달하는 실물 크기 대형 로봇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도쿄를 찾는 여행객들 중 상당수가 빼놓지 않고 방문하는 랜드마크 중 하나다.
2017년 9월 설치된 이 대형 로봇은 정해진 시간대마다 움직임을 선보여 관광객들 사이 입소문을 탔다. 그러나 이 로봇은 머리만 상하좌우로 움직일 뿐 팔다리는 움직이지 않아 보는 관광객들의 답답함을 자아내곤 한다.
최근 관가는 꼭 이 로봇 같다. 지난달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파문 이후 행정부가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라는 사상 초유의 리더십 공백을 맞이하면서 연금·노동·교육개혁을 비롯한 정부의 주요 과제들이 사실상 실종됐기 때문이다. 일부 부처 국·과장급 공무원들은 업무에 적극적으로 임하기보다 벌써부터 조기 대선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되자 대국민 담화문을 내고 “나라가 어려울수록 공직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2일 정부의 ‘2025년 경제 정책 방향’ 발표를 앞두고 일부 경제 부처 과장들 사이에선 “길어야 6개월 짜리 정책이 될 텐데, 이런 걸 준비해서 뭐 하겠느냐”며 “정권 바뀌면 전혀 다른 경제 정책 방향을 내야 한다”는 자조 섞인 말이 많이 나왔다고 한다. 또 일부 부처에서는 국·과장급 공무원들이 사무관들에게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공약들을 정리해서 알려달라”고 했다는 말도 나온다.
대통령실로 파견된 각 부처 공무원들의 경우, 현 정부 대통령실에서 근무한 이력이 다음 정부 때 자신의 꼬리표가 될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라고 한다. 공무원들이 정치 동향에 몰두하다 보니 민생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도쿄의 대형 로봇처럼 머리만 이리저리 움직일 뿐 손발이 묶인 형세다.
문제는 우리 행정부가 지리멸렬하고 있는 사이 미국 신정부 출범이 임박했다는 점이다. 이달 20일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 선거 기간 동안 중국 제품에 대해 최대 60%, 다른 나라들에는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당장 중국은 리튬·갈륨 등 배터리와 반도체의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통제에 나서겠다고 한다. 이에 대응할 협상 전략을 우리 행정부가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딜레마 상황에서 어떤 공익적 판단을 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은 과거부터 행정고시 면접의 단골 질문이라고 한다. 현재 국·과장급인 분들 대다수도 이 질문을 받았을 것이다. 관가의 모습이 더 안타깝게 느껴지는 이유다.
-김희래 기자, 조선일보(25-01-18)-
______________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나중에 세금으로 도공·민자 업체에 갚는다고. 국민 돈으로 생색낸 사람 누구였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잔치 될 트럼프 취임식, 해외 극우 지도자들 초대. 앞다퉈 ‘위대’에 줄 대는데 韓 외교만 위태.
-팔면봉, 조선일보(25-01-18)-
_______________
돈 걷어 ‘간부 모시는 날’, 공직사회 아직도 이런 폐습이…
지난해 9급 초임 공무원 월급은 각종 수당을 포함해 222만2000원이었다. 월 최저임금보다 불과 16만 원 많은 수준이다. 혼자 살기에도 빠듯한 돈인데 일부 지자체 공무원은 여기서 매달 5만∼10만 원을 팀비로 낸다. 이른바 ‘간부 모시는 날’을 위해서다.
▷간부 모시는 날은 하급 직원들이 사비를 털어 상급자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공직사회 특유의 문화다. 팀마다 순번을 정해 주 1회 과장을 대접하고, 월 1회 국장을 대접하는 식이다. 국과장이 혼자 식사하지 않도록 챙기면서, 매번 돈을 내는 부담도 줄여주기 위해 생긴 관행이라고 한다. 국과장 입장에선 매일 돌아가며 공짜 밥을 대접받는 셈이다. 젊은 공무원 사이에선 “월 200만 원 받는 처지에 월 500만 원도 넘게 받는 국과장 밥을 사야 하나”, “식비가 부담이라 도시락 싸 다니는데 상급자 밥값을 내라니 어이가 없다” 등의 불만이 나온다.
▷최근 많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일부 지자체에는 매주 1, 2회 간부 모시는 날이 남아 있다. 이날이 되면 주로 막내인 팀 총무가 상급자에게 미리 선호 메뉴를 물어 식당을 예약한 후 함께 이동해 식사하고 원하면 커피까지 대접한다. 팀 총무는 상급자의 취향은 물론이고 전날 먹은 메뉴까지 파악하고 참석자를 체크하느라 오전 업무를 제대로 하기 어렵다. 식비는 미리 걷은 팀비에서 내는 경우가 많은데, 하급자 입장에선 돈은 돈대로 쓰고 마음 편히 식사도 못 하니 억울할 만하다. 하지만 매달 순번표까지 만들어 내려오는 데다 공무원 사회에선 ‘점심시간도 업무의 연장’이란 인식이 여전해 다른 일정이 있다며 빠지기도 어렵다.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서란 명목으로 마련되는 자리지만 실제 성격은 다르다. 공직사회 특성상 명확한 성과 측정이 쉽지 않다 보니 한 번이라도 더 만나 식사를 하고 친분을 쌓아야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넓게 보면 청탁의 일종으로도 볼 수 있어 국민권익위원회는 올해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 여부를 점검할 방침이다.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이 관행은 2000년대 들어 공직사회 세대교체가 진행되며 ‘시보떡’(수습 기간이 끝나면 사비로 돌리는 떡)과 함께 대표적 공직사회 악습으로 꼽히게 됐다. 정부도 여러 차례 근절을 약속했다. 현재 중앙부처에선 거의 사라졌지만 지자체의 경우 지난해 조사에선 응답자의 44%, 올해 조사에선 24%가 여전히 ‘모시는 날 관행이 남아 있다’고 답했다. 최근 정부 조사에서 공무원의 91%는 ‘모시는 날 관행이 더 이상 필요 없다’고 했다. 공무원 스스로도 불필요한 관행임을 인정한 만큼 이번에야말로 시대착오적 악습을 뿌리 뽑아야 한다.
-장원재 논설위원, 동아일보(25-01-18)-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時事-萬物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재명, 먼저 자기 재판 서두르고 대통령 憲裁 심의 재촉해야] .... (0) | 2025.01.18 |
---|---|
[내란 혐의 기소돼 재판하는 중인데 '내란 특검'은 시작하나] .... (0) | 2025.01.18 |
[트럼프 공식 사진] [“절대 굴복 안 해”… 트럼프 ‘분노의 머그샷’] (0) | 2025.01.18 |
[트럼프 2기 “北은 核국가” “제재로 못 막아”.. 속수무책 韓 외교] (1) | 2025.01.17 |
['이진숙 엉터리 탄핵' 심리에 5개월, 민주당에 농락당하는 헌재] .... (1) | 2025.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