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정책硏 "국민께 진심으로 계엄 사죄 드린다"]
[국민의힘은 '3不 전략' 알고 있나]
[반탄 대 찬탄 2대2로 나뉜 국힘 경선]
[김-안-한-홍 1차 경선 통과… 이젠 ‘찬탄-반탄’ 넘어 ‘비전’ 보여줘야]
[한덕수 대행이 넘어야 할 대선 출마의 벽]
국힘 정책硏 "국민께 진심으로 계엄 사죄 드린다"
국민의힘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여의도연구원 주최 토론회 '대한민국 정치에 청년이 외친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5.04.01 /남강호 기자
국민의힘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이 24일 대선 정강·정책 방송 연설에서 “권력에 줄 서는 정치가 계엄 같은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며 “국민의힘은 깊이 뉘우치고 있으며 국민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했다. ‘권력에 줄 서는 정치’에 대해 그는 “대통령 심기를 살피며 두 명의 당 대표를 강제로 끌어내렸다”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를 눌러 앉히려 국회의원들이 연판장을 돌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파면당한 대통령은 ‘이기고 돌아왔다’고 했는데 무엇을 이겼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당에 남겨진 것은 깊은 좌절과 국민의 외면뿐”이라고 했다.
그동안 국힘 지도부는 계엄에 대한 어정쩡한 유감 표명을 해왔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작년 말 “불안과 걱정을 끼쳐 드려 사과드린다”고 했다. 계엄 27일 만이었다. 그런 미흡한 사과 뒤 의원 다수는 탄핵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에는 ‘부역자’ 색출 소동도 벌어졌다.
이런 상식 밖 일들이 누적돼 지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독주를 낳았다. 국힘 후보 전체의 지지율을 합쳐도 이 후보 1명에 뒤지고 있다. 이는 뻔히 예상된 일이었지만 국힘 의원들은 다음 총선에서 공천을 받기 위해 극렬 지지층의 눈치만 보며 국민 다수의 혐오를 사는 행태를 거듭했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그의 이상한 모습이 이어지면서 계엄에 대해 사과하고 윤 전 대통령을 극복하자는 주장들이 나오는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양대 정당 중 하나가 제 궤도를 찾지 못하면 나라 정치 전체가 궤도를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후보가 계엄과 탄핵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제안했고, 한동훈 후보도 “계엄의 강을 건너자”고 했다.
계엄을 저질러 이 사태를 만든 책임은 윤 전 대통령에게 있다. 그러나 이를 바로잡기보다 동조하거나 침묵하고 외면했던 국힘도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의 폭주만 비난한다고 국힘의 정치적 과오가 가려질 수 없다. 국힘 내부에서 더 많은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그래야 소수 지지층이 아닌 대선 결과를 결정짓는 다수 국민의 마음에 다가설 수 있다.
-조선일보(25-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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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3不 전략' 알고 있나
[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전쟁이든 스포츠든 선거든 전력·전략·정신력에서 승패가 갈린다. ‘6·3 조기 대선’은 민주당이 세 가지 요소 모두 압도하고 있다. 전설적 복서 마이크 타이슨은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얻어맞기 전까지는”이라는 유명한 말로 상대방을 싸우기도 전에 주눅 들게 했다. 국민의힘 눈에는 이재명이 타이슨처럼 보인다.
지난 17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는 ‘정권 교체를 위해 야권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 54%, ‘정권 재창출을 위해 여권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 33%였다. 18일 발표한 갤럽 조사는 ‘더불어민주당 후보 당선’ 45%, ‘국민의힘 후보 당선’ 32%였다. 이재명 지지율은 양자 구도에서 50% 내외, 3자 구도는 45% 내외로 굳건하다. 국민의힘의 유일한 위안은 아직 40일 남았다는 것뿐이다.
‘정권 교체’ 여론이 50% 밑으로 떨어지고, ‘정권 재창출’ 여론이 40%를 넘으면 구도가 흔들리는 신호다. 양자 구도에서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45% 밑으로 떨어지고, 3자 구도에서 40%가 붕괴하면 이재명 후보 대세론이 타격을 받았다는 뜻이지만 아직 그런 조짐은 없다.
앨버트 허시먼은 ‘이탈, 항의, 충성(Exit, Voice, and Loyalty)’에서 충성스러운 고객이 조직에 대한 불만으로 항의를 할 경우, 조직(기업이든 정당이든)이 항의를 받아들인다면 고객은 남겠지만 그러지 않는다면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독점이 아니라 대안이 있다면 고객은 쉽게 이탈한다.
국민의힘에 여전히 남아 항의하는 유승민·한동훈·안철수가 있지만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역부족이다. 이준석·천하람은 기대를 접고 이탈했다. 젊은이들이 마라탕을 찾는 시대인데 아무리 오래된 단골이 계속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이젠 보신탕으로 돈을 벌 수는 없다. 국민의힘은 세상 변화를 못 따라가고 있다. 변화를 이끌거나 변화를 뒤쫓기는커녕 변화에 둔감하거나 변화를 두려워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 친노와 반노로 분열, 반노 정동영 후보 선출로 친노 투표 이탈(이례적으로 낮은 63% 투표율), 열린우리당 잔류파·탈당파·고건·문국현을 아우르는 범여권(보통은 범야권이라는 말이 있다)이란 표현의 등장, 야당 후보(이명박)의 압도적 지지율, 야당 후보의 법적·도덕적 리스크 변수 안 됨, 정권 재창출을 체념한 대통령. ‘6·3 조기 대선’은 여러모로 2007년 대선을 닮았다.
보응우옌잡은 프랑스·미국과 싸워 이긴 베트남 전쟁 영웅이다. ①적이 원하는 시간에 싸우지 말고 ②적이 유리한 장소에서 싸우지 말고 ③적이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싸운다는 그의 ‘3불 전략’은 선거 승패를 좌우하는 프레임을 고민하는 전략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줬다. 국민의힘은 전력도 약하고 정신력도 약한데 전략도 형편없다.
국민의힘이 패색이 짙은 이유는 적이 원하는 시간에, 적이 원하는 곳에서, 적이 예상하는 방식으로 싸우기 때문이다. 베트남전에서 미국이 패한 이유다. ‘윤석열 대 이재명’ 프레임은 이재명을 이길 수 없는 프레임이다. 윤석열이 검찰총장 때 스타가 된 것은 권력에 억압받는 ‘약자 포지션’ 때문이다.
대통령이 된 윤석열은 ‘강자 포지션’으로 변했고, 이재명과 조국이 권력에 쫓기는 약자가 됐기 때문에 대중의 응원을 받았다. 파면으로 다시 약자 포지션으로 돌아온 윤석열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침묵했다면 절대 의석을 가진 이재명 대통령은 공포감을 주는 ‘절대 강자’ 이미지로 심판 대상이 됐을 것이다. 윤석열이 여전히 강자인 듯 행동하는 탓에 ‘윤석열 심판’, ‘내란 청산’ 프레임이 ‘이재명 심판’ 프레임 작동을 막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불거져나온 한덕수 차출설은 이길 수 없는 프레임을 강화시킬 뿐이다. 실패한 윤석열 정부를 상징하는 총리 카드는 명분도 없고 승산도 없다. 노무현은 ‘원칙 있는 승리’가 좋지만 어렵다면 ‘원칙 있는 패배’가 ‘원칙 없는 승리’보다는 낫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원칙 없는 승리를 좇다가 ‘원칙 없는 패배’를 할 판이다.
국민의힘 경선이 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로 좁혀졌다. 결과적으로 찬탄과 반탄이 균형을 이뤘다. 나경원이 들어갔다면 윤석열 프레임은 더 강화됐을 것이다. 전략적 변화가 안철수가 들어가는 결과를 만든 것은 아닐 수 있지만 이 결과가 전략적 변화를 만들 수는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탈당’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압박한 안철수는 “나경원·김문수·홍준표 세 분은 여전히 전광훈 목사의 생각을 따르고 그와의 관계를 끊지 못하겠다면 전광훈당으로 가서 경선을 치르라”고 공격했다. 반면 김문수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거리 두기에 대해) “표를 얻기 위해 거리를 둘 생각도, 필요도 없다. 우리 당이 만든 대통령 아니냐”고 했고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과 선거 연대는 할 수 있다고 본다”며 안철수와 정반대 인식을 드러냈다.
김문수가 “한덕수 권한대행이 출마하게 되고 (내가) 본선 후보가 되면 한 대행에게 먼저 단일화를 제안할 것”이라고 하자 홍준표는 “빅텐트를 치려면 가장 중요한 사람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일 것”이라며 전략적 시각차를 드러냈다. 후보 단일화를 통한 ‘반명(反明) 빅텐트’가 성공하려면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이 필요조건이다. 그 전제 없이는 ‘윤석열 정권 심판’ 프레임 때문에 ‘반(反)이재명’ 프레임은 작동하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전략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원하는 대선 모델이 2007년이고, 국민의힘이 원하는 모델이 1997년 ‘DJP 연합’이나 2002년 후보 단일화 모델이라면 개혁신당 이준석이 원하는 건 ’2024년 모델’이다. 이건 작년 총선 때 이준석의 ‘동탄 승리’ 전략을 말한다. 정권 교체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정권 교체는 동의하지만 이재명 지지는 유보하는’ 연성 민주당 지지층을 흡수해서 이재명 지지율을 40% 밑으로 떨어뜨리는 전략 구상이다.
이준석 지지율이 15%를 넘는다면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40%를 위협받을 수 있다. 그런 상황이 온다면 이준석에 의한 정권 교체 프레임을 기대하는 개혁 신당은 ‘승리를 위한 빅텐트’가 아니라 ‘승리에 의한 빅텐트’를 내걸고 완주할 것이다. 국민의힘 후보 경선이 양자로 좁혀지는 29일 이후 여론 흐름이 ①2007년 ②2002년 ③2024년 모델 중에 어느 쪽으로 방향이 잡힐지 결정될 것이다. 현 시점에서 가능성은 ①65% ②25% ③10% 정도로 보인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조선일보(25-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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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탄 대 찬탄 2대2로 나뉜 국힘 경선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22일 국회에서 2차 예비경선(컷오프) 결과를 발표했다. 왼쪽부터 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 후보. (뉴스1 DB) 2025.4.22/뉴스1
국민의힘 대선 1차 예비 경선에서 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 후보가 상위 4인에 들어 2차 경선에 진출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파(김·홍 후보)와 찬성파(안·한 후보)가 2 대2로 나뉘었다. 이번 경선은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만을 대상으로 한 100% 국민 여론조사로 진행됐다. 실제 대선에서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높은 국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번 경선을 앞두고 김·한·홍 후보가 안정권인 가운데 나머지 한 자리를 두고 나경원 후보와 안 후보가 경쟁한다는 전망이 많았다. 나 후보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하는 장외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헌법재판소에서 파면이 결정된 이후에도 관저로 찾아가 윤 전 대통령을 만났다. 반면 안 후보는 지난해 12월 민주당이 주도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공개적으로 찬성표를 던졌다. 그런데 윤 전 대통령의 출마 권유를 받아 나왔다는 나 후보보다 비상계엄 사태 초기부터 탄핵에 찬성했던 안 후보가 경선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은 것이다.
최근의 여러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압도적 1위를 달리고, 국민의힘은 후보들의 지지율을 다 합해도 그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중도층의 표심을 읽지 못하면 본선에서 이기기 힘들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국민의힘 경선은 윤 전 대통령 탄핵 사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경선 토론에서 후보들이 비상계엄에 대한 평가와 탄핵에 대한 입장 등을 둘러싸고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그 와중에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 일부가 윤석열 신당 창당을 하려다가 취소하는 일도 있었다. 이것이 과연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고통받은 국민이 원하는 모습이냐는 비판이 나왔었다.
이번 국민의힘 경선은 이 같은 퇴행적 논란을 뒤집는 결과로 볼 수 있다. 지금 국민은 국민의힘이 탄핵과 윤심 논란에서 벗어나 완전히 쇄신하기를 바라고 있다. 비상계엄 이후 계속된 정치적 혼란을 일단락짓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번 1차 경선이 국민의힘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조선일보(25-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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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안-한-홍 1차 경선 통과… 이젠 ‘찬탄-반탄’ 넘어 ‘비전’ 보여줘야
22일 발표된 국민의힘 대선 후보 1차 경선에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안철수 의원, 한동훈 전 당 대표, 홍준표 전 대구시장(가나다순)이 컷오프를 통과했다. 김 전 장관과 홍 전 시장은 ‘반탄파(탄핵 반대파)’, 안 의원과 한 전 대표는 ‘찬탄파(탄핵 찬성파)’로 분류된다. 4명을 2명의 후보로 압축하는 2차 경선에서 반탄파 2명과 찬탄파 2명이 맞붙는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과 탄핵 문제에 대한 지지층의 복잡한 기류, 국민의힘의 갈라진 지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전원일치로 파면을 결정했고, 국민 60∼70%가 이를 수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도 1차 경선은 시종 “2시간의 해프닝” “내란몰이 선동” “계엄 옹호” “전광훈 당으로 가라” 등 탄핵 찬반 싸움으로 얼룩졌던 게 사실이다. 여기에 “왜 키높이 구두를 신느냐” “눈썹 문신 1호 정치인”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뻐꾸기” 등 수준 낮은 인신공격까지 난무했다.
반탄과 찬탄이 팽팽히 맞서게 된 4자 대결이 2차 경선에서 어떻게 압축될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국민의힘이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지 못하고는 국민 지지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당심 50%’가 추가 적용되는 2차 경선에서 탄핵 반대 여론이 높은 당원층을 겨냥한 경쟁이 더욱 격해질 경우 국민의 일반 민심과는 더욱 괴리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민의힘 경선은 초반부터 ‘한덕수 차출론’이네, ‘윤 어게인’ 신당이네 하며 맥이 빠지고 국민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2차 경선에 오른 후보 4명의 지지율을 합쳐도 상대당 1위 후보의 지지율에 크게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이는 탄핵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란 근본적 한계도 있지만, 경선 후보들이 불법 계엄 사태와 탄핵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성찰, 보수 혁신 로드맵,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뛰어넘을 미래 비전과 정책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한 탓이 크다.
4명의 후보는 이제라도 ‘윤의 족쇄’를 벗고 비전과 미래를 얘기해야 한다. 트럼프발 관세전쟁, 망가진 민생경제 등 유권자들이 절절히 해법을 기다리는 이슈가 끝도 없다. 고작 당원 표심을 노리고 ‘반탄 찬탄 프레임’이나 ‘묻지마 연대’에만 매달리다간 누가 국민의힘의 최종 후보가 되든 국민 선택을 기대하긴 어렵다.
-동아일보(25-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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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행이 넘어야 할 대선 출마의 벽
초유의 '대행 출마' 정당한 명분
친윤에 업혀 '尹 차별화' 어찌 하나
돈·조직 한계, 네거티브 견뎌야
끝까지 남아 국정 챙기는 대안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 일정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총리실 제공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출마 얘기가 나온 이후 보름째다. 그동안 국민의힘 의원 50여 명이 한 대행 출마를 지지했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범보수 1위로 올라섰다. 국민추대위까지 출범했다. 하지만 여전히 “결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역대 정부에서 장관·대사·부총리·총리를 두루 거쳤다. 온화하고 무색무취하지만 때론 강단도 있다. 고건 전 총리와 닮았다. 친윤 진영은 두 달 전부터 그를 대안으로 밀었다. 민주당의 ‘재탄핵’ 겁박이 출마설에 불을 붙였다. 윤석열 정부 3년간 안정적인 내각 운영과 탄핵 사태 때 민주당의 폭주에 정면으로 맞선 것이 정치적 자산이 됐다.
그러나 국정을 챙기고 대선을 공정 관리해야 할 권한대행이 직접 대선에 나가는 건 전례 없는 일이다. 이를 정당화할 명분이 있어야 한다.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반(反)이재명’만으론 부족하다. 경제·안보 위기 극복의 적임자임을 내세울 순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대선 욕심에 대행의 책임을 팽개친다”고 비판한다. 헌법재판관 지명은 제동이 걸렸고, 각종 국정·외교 활동마저 선거용으로 해석된다. 비상계엄과 국정 실패 책임론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윤석열의 강’을 건너야 중도층 지지를 얻을 수 있다. 민주당은 ‘내란 방조범’ ‘윤석열 아바타’라고 공격한다. 최장수 총리로서 윤 정부와 선을 긋는 것은 쉽지 않다. 배신자 프레임에 빠질 수도 있다.
한 대행이 출마하면 ‘범보수 빅텐트’에서 단기필마로 단일화 경선을 치러야 한다. 선거 자금은 부족하고 조직도 없다. 친윤 의원들의 막후 지원은 한계가 있다. 과거 제3 후보 상당수는 돈·조직력 부족으로 중도 포기했다. 친윤 추대가 오히려 독이 돼 단일화의 마중물에 그칠 수도 있다.
제3 후보에게 중요한 건 지지율이다. 고건 전 총리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오랜 기간 지지율 1위를 달렸다. 그래도 완주하지 못했다. 조금만 약점을 보이거나 지지율이 떨어지면 공격하고 외면하는 게 정치권 생리다. 지금 한 대행 지지율은 고건·반기문에 못 미친다. 호남 출신이지만 호남 지지율은 한 자릿수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양자 대결에서도 밀린다.
민주당은 한 대행이 출마하는 즉시 가족 등에 대한 전방위 네거티브 공격에 들어갈 것이다. 없는 의혹도 만들어 내는 게 정치권이다. 반 전 총장은 도덕적 결함이 없다고 자부했지만 민주당의 집중 공세에 2주일 만에 사퇴했다. 지금 범보수 후보 지지율을 다 합쳐도 이 후보에게 뒤진다. 단일화를 해도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다.
한 대행 지지층은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한 전통적 보수층과 겹친다. 이들의 지지를 받아야 ‘반명(反明) 단일화’에서 이길 수 있다. 하지만 본선에선 중도층을 겨냥해 윤 전 대통령과 차별화해야 한다. 자기모순에 빠질 수 있다. 윤 정부 총리로서 60%에 가까운 ‘정권 교체’ 여론을 돌려놓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단일화의 붐업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한 대행 출마 움직임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 등 중도층 소구력이 높은 후보들의 불출마를 불러 국민의힘 경선을 맥 빠지게 했다는 지적이 적잖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등이 한 대행과 단일화에 참여할지도 미지수다.
한 대행을 향한 압박과 비판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한덕수 바람’을 일으키려면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 위기를 헤쳐나갈 비전도 제시해야 한다. 고민이 너무 길어지면 정치적 동력은 떨어진다. 출마만이 나라를 위하는 길은 아니다. 윤 정부 초대 총리이자 권한대행으로서 대선 마지막까지 국정을 챙기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 대행의 책임을 다할지, 범보수의 구원투수로 나설지 이젠 결정할 시간이다.
-배성규 논설위원, 조선일보(25-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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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대선 등판론’ 나오는 한덕수 탄핵론 다시 제기. 그러자 국힘 “겁만 주지 말고 하라”… 빈말 아닌 듯.
-팔면봉, 조선일보(25-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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