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정치 망치는 국힘 정치인들]
["즉시 단일화" 약속 번복 金, 정치력 부족 韓, 혀를 차게 한다]
[국힘 단일화 내분… 전례 없는 ‘무임승차 짬짜미’의 예정된 귀결]
보수 정치 망치는 국힘 정치인들
[양상훈 칼럼]
경선 떨어진 사람들, '탈당한다' '내 이름 빼라'.. 尹 줄 섰다 돌연 비난도
의원들은 대선 아닌 자기 공천 득실 계산
모두 개인 욕심뿐.. 영남·강남당 악순환
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끝나고 대선후보로 선출된 김문수 후보와 지도부가 손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은 한강의 기적으로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중심 정치 세력의 뿌리를 잇는 정당이다. 이 당이 지금 몰골이 된 이유는 많을 것이다. 직접적으로는 최근 4~5차례 총선에서 국회의원 공천을 ‘4무(無)’로 했기 때문이다. 절박함이 없고, 준비가 없고, 전략이 없으니 당연히 경쟁력 있는 공천자가 없다. 이 ‘4무’가 20년 가까이 이어진 결과물이 지금의 국민의힘이다.
2022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은 국민의힘이 만든 승리라고 보기 힘들다. 기본적으로는 국민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진 반(反)문재인 정서가 승리의 발판이었다. 문 전 대통령의 위선적 행태가 쌓이고 쌓인 위에 조국 전 법무장관이 불을 지르고 추미애 후임 법무장관이 기름을 부어서 윤 승리의 동력이 됐다.
당시의 반문재인 정서와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대장동 약점을 감안하면 윤 후보는 0.7%포인트가 아니라 그 10배인 7%포인트 이상은 이겨야 했다. 낙승이 아슬아슬한 신승으로 바뀐 것은 윤을 포함해 지금 국힘 전체의 실력이 그 정도였기 때문이다. 계엄의 근원을 따져 올라가면 바로 그 충격적인 ‘0.7%’가 나온다. 이재명을 차기 민주당 대표와 대선 주자로 확정해 준 숫자이자 윤이 겸허해지지 않을 경우 닥칠 풍파를 예고한 숫자였다.
윤 정부 초기에 국힘과 민주당 쪽 사람들에게 “1년 남은 총선 준비를 어떻게 하고 있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사실 민주당 쪽엔 물어볼 것도 없었다. 민주당은 선거에 대한 절박함, 치밀한 준비, 구체적인 전술 전략, 모여드는 사람들 등 4유(有) 정당이기 때문이다. 반면 국힘 쪽 대답은 “열심히 하겠다”는 것이 전부였다. ‘지역구별로 당선 가능 인재를 선별하고 여론조사를 해보고 있느냐’ ‘공천 갈등을 극복할 시스템은 준비하고 있느냐’ 는 등의 질문에도 “앞으로 다 하겠다”는 답만 들었다. 1년 뒤에 보니 하나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싶을 정도였다. 시간에 쫓겨 공천 돌려막기나 하고 있었다. 여기에 윤 부부 문제까지 겹치니 총선 참패는 불가피했다.
국힘 선거가 무준비, 무전략, 무인물이 된 것은 의원들이 권력자 눈치를 살피는 일이 체질화된 때문이기도 하다. ‘어차피 선거는 위에서 다 할 테니 나는 공천이나 받자’는 심리가 팽배해 있다. 대통령이 총선을 망치고 있는데도 입을 닫았다. 대통령이나 당대표는 당에 필요하고 경쟁력 있는 인물이 아니라 제 말 잘 듣는 내시형 인물을 공천했다. 국회에 출석한 장관들 얘기를 들어보면 민주당 의원들은 공부를 해와 집요하게 추궁하는데 국힘 의원들은 사안의 맥락을 모르고 이상한 질문을 해 속이 터진다고 했다.
선거 패배가 거듭되다 보니 두 가지 고질이 정착되고 있다. 국회의원 총수의 절반이 수도권에 있다. 국힘이 수도권에서 연속으로 전멸하다시피 하니 수도권에서 유능하고 경쟁력 있는 사람들은 국힘을 기피하게 됐다. 공천 자원부터 말라가는 것이다. 수도권에서 완전히 밀려난 국힘은 점점 더 영남·강남당으로 고착되고 있다.
국힘의 영남·강남권 의원들은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기 때문에 전체 국민, 특히 중요한 수도권 민심에 민감하지 않다. 대통령과 당대표에게 잘 보이는 게 더 중요하다. 공천 경선을 하는 자기 지역의 좁은 민심만 생각한다.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탄핵에도 반대하면 조기 대선에서 패할 것이 예상되는데도 그 걱정 보다는 자신의 다음 의원 배지가 우선이다. 이런 사람들이 국힘의 주류가 돼 있다. 일반 국민 입장에서 국힘이 이상하고 모자라게 보이는 것은 이런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지금의 국힘을 잘 보여주는 것이 경선에서 탈락한 사람들 모습이다. 경선이 끝나면 패자가 승자를 축하하고 대선 승리에 힘을 보태는 것이 정치의 양식이다. 속마음은 달라도 겉으로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국힘 경선 주자 A는 “당이 나를 버렸다”면서 “탈당한다”고 했다. B는 대선 공동 선대위원장에서 빠지겠다고 했다. 계엄 후 윤 전 대통령을 앞장서 지지하던 C는 경선서 탈락하자 윤의 지원을 못 받았다고 생각했는지 갑자기 윤을 비난하고 있다.
이들에게서 국힘 의원들의 전형적 모습을 본다. ‘대의’는 겉 명분일 뿐이고 목적은 모두 자기 개인의 욕심이다. 사람은 누구나 이런 속마음을 어느 정도 갖고 있지만 정치인, 특히 보수를 내건 정치인은 개인 욕심을 절제하고 전체 대의를 중시하는 최소한의 품성과 태도를 지녀야 한다. 그게 없으면 보수는 사기일 뿐이다.
친윤 의원들이 윤 전 대통령과 가까운 김문수, 한덕수 두 사람의 뻔한 단일화 그림을 만든 것도 대선 승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다음 총선에서 자신들이 공천받는 데 문제가 없을 길을 찾은 친윤 생존의 방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보수 정치인의 핵심 덕목을 하나만 꼽으라면 ‘자기희생’이라고 믿는다. 지금 국힘에 그런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김·한 두 사람이 잘 보여주고 있다. 이대로는 보수 정치의 미래는 밝지 않을 것이다.
-양상훈 주필, 조선일보(25-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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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 단일화" 약속 번복 金, 정치력 부족 韓, 혀를 차게 한다
5월 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만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오른쪽). photo 뉴시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예비 후보가 7일 후보 단일화를 놓고 담판 회동을 했지만 아무 결론을 내지 못했다. 회동 직후 김 후보는 “의미 있는 진척은 없었다”고 했고, 한 후보 측도 “합의된 사항이 없다”고 했다.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을 나흘 앞두고 1시간 이상 마주 앉았으나 단일화 시기·방법은 고사하고 다시 만날 계획도 잡지 못한 채 헤어졌다.
김 후보는 “한 후보가 (회동 직전) 기자회견에서 밝힌 (단일화 관련) 입장을 확고하고 반복적으로 말씀해 주셨다”고 했다. 앞서 한 후보는 “11일까지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선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11일을 넘기면 한 후보로 단일화가 돼도 국힘 기호인 ‘2번’과 국힘 선거 자금을 쓸 수가 없다. 김 후보는 “제 나름대로 생각한 단일화 방안을 말씀드렸다”고 했는데, 김 후보 측은 25일 투표용지 인쇄 전까지만 단일화를 하면 된다는 생각이라고 한다. 한 후보가 ‘무소속 출마는 안 한다’고 밝힌 만큼 11일이 지나면 두 사람 단일화는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한 후보와 신속한 단일화를 공언하며 당원들 표를 얻었다. 그런데 후보가 되자 “일방적 단일화 진행 요구에 유감” “당 지도부는 단일화에 개입 말라”고 했다. 사실상 약속을 번복한 것이다. 한 후보도 단일화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모든 것을 당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반복했다고 한다. 정치력 부족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김 후보 측은 이날 지도부가 소집한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 개최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지도부의 김 후보 교체 시도를 의심하고 소송전까지 벌이겠다는 것이다. 단일화 내분이 점입가경이다.
지금 보수 후보들은 지지율을 다 합쳐도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미치지 못한다. 단일화를 넘어 국정·미래 비전과 국민 통합 방안을 서둘러 제시해도 유권자 마음을 얻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한 후보는 이날 “이재명 후보가 집권하게 되면 어떤 불행한 일이 있을 것인지 우려와 걱정을 함께 했다”고 했다. 그런데도 단일화는 가닥조차 잡지 못하고 자중지란의 모습만 보이고 있다. 혀를 차는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25-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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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단일화 내분… 전례 없는 ‘무임승차 짬짜미’의 예정된 귀결
대선 후보 단일화 방식을 놓고 맞서 온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7일 전격 회동했지만 빈손으로 끝났다. 두 사람은 75분간 진행된 만찬 회동에서 단일화 방식, 시기 등에 대해 아무런 합의 사항도 도출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회동 직후 “한 전 총리는 단일화는 당에 맡긴다는 말만 했다”고 전했다. 한 전 총리는 담판을 앞두고 “단일화 불발 때는 (11일 마감하는) 본 후보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배수의 진을 쳤다. 한 전 총리는 “단일화 방식을 당에 일임했다”고 말했고, 김 후보는 “내가 후보다. 당무우선권은 내게 있다”고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렸다고 한다. 두 사람은 8일 다시 만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밤 9시 의원총회를 열고 8, 9일 이틀간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어 심야에 선관위원장을 새로 임명해 이를 의결했다. 그러나 김 후보가 이 안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강행하겠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두 사람의 단일화 논의가 파국 직전까지 오게 된 것은 사실상 예정된 결말이다. 경선은 경선대로 진행해 놓고, 한편에선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한 전 총리를 출마시켜 단일화를 하라고 하니 “무임 승차냐” “부전승이냐” 논란이 일게 된 것이다. 민주화 이후 유력 정당 대선 후보가 경선 없이 선출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김 후보가 이날 담판을 마친 뒤 “(무소속으로라도) 후보 등록을 할 생각이 없는 분을 누가 끌어냈느냐”고 했다. 특정 세력의 한덕수 차출 기획설을 거론한 것이다. 실제로 경선 이후 당에서는 석연찮은 일들이 꼬리를 물었다. 김 후보 확정 당일 밤부터 “단일화 시작하자”는 압박이 등장했고, 당 조직이 자당 후보를 충실히 지원하지 않는 일이 생겼다. 물론 김 후보가 “나는 김덕수(김문수+한덕수)”라며 단일화에 적극 나설 것처럼 행동해 친윤 등 당내 지지를 얻어냈다가 선출된 뒤론 급할 게 없다는 식으로 나오면서 분란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국민의힘은 얼마 전까지 찬탄 반탄으로 당이 쪼개졌는데, 이제는 단일화를 놓고 분열하고 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무상열차 노리고 윤석열 아바타를 자처한 한덕수는 왜 비난하지 않느냐”며 꼬집었고, 안철수 의원은 “경선 후보들은 들러리였냐”고 되물었다. 일부 당협위원장들은 전당대회 중단을 위해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냈다. 반면 김 후보에게 “사기당했다”는 반발도 크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파면 이후에 진정성 있는 사죄도, 전직 대통령 제명 등 절연 노력도 없었다. 그러더니 정도가 아닌 꼼수로 대선에 임하려다 게도 구럭도 다 잃을지도 모르는 처지가 됐다.
-동아일보(25-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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