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미래 세대를 위해 아픔을 견디자고 말하는 후보는 없는가?] ....

뚝섬 2025. 5. 21. 10:15

[미래 세대를 위해 아픔을 견디자고 말하는 후보는 없는가?]

[퍼주기 아닌 참신한 민생 공약들, 박수받을 만]

[MZ노조 "임금 삭감 없는 4.5일제는 거짓" 이게 상식]

 

 

 

미래 세대를 위해 아픔을 견디자고 말하는 후보는 없는가?

 

[박상준 칼럼]

‘성역 없는 개혁’ 외쳐 日총리 된 고이즈미
원조쌀 백 섬 팔아 학교 세웠던 정신 강조
청년 실업-노인 빈곤 등에 개혁 절실한 韓
뒤따르는 고통도 말해야 용기있는 지도자

 

“개혁을 추진하는 오늘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쌀 백 섬의 정신’ 아닐까요?” 2001년 일본 총리에 취임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가 발표한 ‘소신 표명 연설’의 일부분이다. 소신 표명 연설은 일본 총리가 국회에서 향후 정책 방향 및 국정 현안에 의견을 밝히는 것을 말한다.

그가 차기 총리가 될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후보로 나섰을 때만 해도 그의 당선을 예측하는 이는 별로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의 유세에 구름처럼 사람이 몰렸다. 당시 자민당은 10년에 걸친 불황으로 인기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이에 당의 인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스타 정치인이 절실했다. 고이즈미는 거침없고 유쾌한 언변으로 “성역 없는 개혁”을 외쳤고, 잃어버린 10년에 지친 유권자들은 그에게 희망을 걸기 시작했다. 결국 초반의 예상을 뒤엎고 고이즈미가 자민당 총재에 당선됐고, 얼마 뒤 총리에 취임했다. 새 총리의 소신 표명 연설은 큰 화제를 모았다. 거기서 나온 말들이 연말 유행어 대상에 여럿 선정됐는데 ‘쌀 백 섬’도 그중 하나다.

 

18일 밤 6·3 대선에 나선 후보들의 첫 TV토론을 보면서 ‘쌀 백 섬’이 떠올랐다. ‘쌀 백 섬’은 후세를 위해 현재의 고통을 감내한 일본 어느 지역의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지난 10여 년간 일본 기업의 실적이 꾸준히 개선됐고 덕분에 지금은 고용에 활기가 넘친다. 일본 경제는 여전히 불안하고 일본 사회와 기업의 개혁은 지금도 진행 중이지만 의미 있는 첫발을 내디딘 것이 고이즈미의 개혁이었다.

고이즈미는 일본에서 가장 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청년실업률이 가장 높던 시기에 총리에 올랐다. 그런 상황에서 고질병이던 부실채권 문제를 해결했고, 연금개혁을 성공시켰고, 젊은 정치인을 대거 국회에 입성시켰으며, 버블 붕괴 후 처음으로 재정을 안정시켰다. 그가 추구한 정책 모두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이즈미는 그 당시 일본에 꼭 필요한 지도자였다고 생각한다. 그는 달콤한 약속으로 유권자를 현혹하려 하지 않고, 고통을 견디며 미래를 위한 개혁을 이루자고 호소하는 용기를 가진 지도자였다.

19세기 중반 일본에는 크고 작은 내전이 여럿 있었다. 지금의 니가타현에 전쟁에서 패해 재정이 매우 궁핍했던 번(番)이 하나 있었다. 일반 평민보다 신분이 높았던 무사들조차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였다. 그때 외부로부터 쌀 백 섬의 원조가 들어왔다. 그런데 번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던 대참사(지금의 부지사에 해당)가 그 쌀을 매각해 학교를 설립하겠다고 선언한다. 분노한 무사들이 몰려가 항의하자 대참사는 이 쌀을 지금 먹으면 금세 없어지지만 교육에 쓰면 미래에는 백만 섬이 된다고 설득하며 자신의 정책을 밀어붙였다. 미래 세대를 위해 고통을 감내한 선조의 얘기가 개혁을 주저하던 일본인들에게 감동을 줬다.

지금 한국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높고, 국민연금도 여전히 불안하다. 전 연령의 고용률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고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이 졸업을 마냥 미루고 있다. 정년은 60세인데 연금은 65세가 돼야 받을 수 있다. 청년들은 연금도 불만이고 정년 연장에도 불안해 한다.

그러니 변화가 필요하다. 고용을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나랏돈으로 하루에 몇 시간 의미 없는 일에 부리고 마는 정책이 아니라 ‘내게도 먹고살 수 있는 일자리가 있다’고 느낄 수 있는 그런 일자리가 필요하다. 정년 연장은 필요하지만, 정년이 된 정규직을 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임금을 대폭 삭감하는 등의 장치를 통해 청년 고용에 끼칠 수 있는 악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노동 강도를 줄이면서 임금 상승을 억제하는 대신, 부족해진 노동량을 채우기 위해 더 많은 인원을 고용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생각할 때다. 이 외에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이뤄야 하는 많은 변화가 일정 부분의 고통을 요구한다.

그런데 정년 연장은 하겠다면서, 혜택을 보는 이들이 감수해야 하는 고통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주 4.5일로 노동시간을 줄이겠다면서 “임금은 그대로다” 약속한다. 이대로면 일자리 증가는 요원하다. 모든 개혁에는 감내해야 하는 고통이 뒤따른다. 그 고통을 솔직히 인정하고, 함께 견뎌 나가자고, 자녀 세대를 위해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어 보자고 외치는 용기 있는 후보는 없는가? 남은 두 번의 TV토론에서도 그런 후보가 있는지 간절한 마음으로 지켜볼 생각이다.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동아일보(25-05-21)-

______________

 

 

퍼주기 아닌 참신한 민생 공약들, 박수받을 만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12일 서울 시내 한 거리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이준석 대통령 후보의 선거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대선에서 각 후보는 수조~수십조원이 드는 선심성 퍼주기 공약을 앞다퉈 내놓았다. 아동수당 18세 확대, 자영업자 부채 탕감, 기초연금 확대, 소득세·법인세 감면, 신구 국민연금 분리 등 굵직한 것만 합해도 수백조원이 든다. 1200조원이 넘는 국가 부채와 적자투성이 재정은 아랑곳없이 표를 얻기 위해 무분별하게 포퓰리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재정 파탄을 부를 뿐 아니라 실현 가능성도 떨어진다. 하지만 퍼주기 공약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각 후보의 교육·지방·교통·의료·복지 공약 중 눈에 띄는 것이 적잖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지역 거점 국립대 9곳을 서울대 수준으로 육성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를 공약했다. 서울대를 깎아내리는 하향 평준화만 아니면 큰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서울대와 지방 국립대 간 공동 학위제를 본격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수포자(수학 포기 학생) 양산 방지 공약도 눈에 띈다. 공부를 포기하는 수많은 학생 대부분은 수학에 좌절하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수학이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며 초·중·고 수학 국가 교육 책임제를 약속했다. 그는 전국 단위 수학 성취도 평가에 따라 소규모 분반 수업을 진행하고 수학 전문 보조 교사를 배치해 ‘수포자’ 양산을 막겠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는 130만명이 넘는 치매 노인을 위해 국가가 재산을 대신 관리해 주는 공공 신탁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노인·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한 주치의 제도, K콘텐츠 개발을 위한 지방 폐교의 작가 양성 학교 변신 등도 제안했다. 김문수 후보는 월 6만원으로 전국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는 K원패스 교통카드를 만들고, 소상공인 가게 신용카드 지출엔 캐시백을 주겠다고 했다.

 

이준석 후보는 통학 버스 운전자의 음주 여부를 확인해 기준치 이상이면 시동이 자동으로 꺼지는 시동 잠금 장치를 의무화하겠다고 했다. 학부모들이 원하는 정책이다. 교통사고 발생 시 AI 센서가 부상 정도에 따라 병원을 자동 배정하는 골든 타임 구조 시스템, 아이 셋 이상 다자녀 가구 차량에 핑크색 번호판을 달아 전용 차선·주차장 이용, 통행료 할인 등 혜택을 주는 방안도 공약했다. 지방으로 돌리는 일부 법인세 세율을 지자체가 자율로 정하도록 해 지방 간 경쟁을 촉진하겠다고도 했다.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붓지 않고도 생활 불편을 덜고 쏠쏠한 혜택을 누리면서 국가 경쟁력도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이다. 현실성 없이 국가 재정만 갉아먹는 포퓰리즘 공약보다 훨씬 국민에게 도움이 된다. 민생 밀착형 공약을 적극 발굴한다면 국민이 손뼉 칠 것이다.

 

-조선일보(25-05-21)-

______________

 

 

MZ노조 "임금 삭감 없는 4.5일제는 거짓" 이게 상식 

 

유준환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의장이 2023년 3월 국회에서 국회 환노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뉴스1

 

MZ세대 중심 노조인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가 주 4.5일제 근로에 대해 “임금 삭감 없는 제도 도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문을 대선 후보들에게 보낼 계획이라고 한다. MZ 노조 비대위원장은 “임금 삭감 전제 없이 주 4.5일제를 시행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무작정 가능하다고만 하면 거짓말”이라고 했다. “탄력 근무제 등 제도 활용이나 노사 합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대선 후보들은 너나없이 근로시간 단축을 공약하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당연히 임금 감소가 없이 4.5일제로 가야 한다”고 했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도 요일별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방식의 4.5일제를 제안했다. 일은 덜 하면서 같은 월급을 준다고 하면 싫어할 근로자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것과 같다.

 

기업이 주 4.5일제를 하려면 노동력 유지를 위해 추가 고용이 필요하고 이는 기존 근로자의 임금 삭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연간 근로시간이 OECD 회원국 평균보다 길지만 노동 생산성이 경쟁국보다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 이런 현실은 말하지 않고 ‘4.5일제’만 강조하는 것이다.

 

민노총과 한국노총은 각각 ‘주 4일제’와 ‘주 4.5일제’ 도입을 대선 후보들에게 요구했다. 민노총 산하에는 평균 연봉이 1억원에 육박하는 노조가 수두룩하다. 고액 월급은 그대로 받으면서 일은 덜 하겠다는 것이다.

 

MZ세대는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지만 합리적이고 공정을 중시한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근무는 줄이겠다는 말은 달콤하나 현실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임금 감소 없이 근로시간만 줄이면 기업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다른 누군가가 일을 더 하거나 돈을 적게 받을 가능성이 크다. 어려운 경제 원칙도 아니다. 상식을 말하는 젊은 세대 노조가 시대착오적인 기득권 노조를 대신해 노동 현장의 주류가 되면 노사 관계 정상화도 가능해질 것이다.

 

-조선일보(25-05-21)-

______________

 

 

○ 민주당, “대선 압승 언급하면 징계” 내부 입단속 세게 해. 겉으로는 절박하다는데 속을 보면 ‘부자 몸조심’ 분위기.

 

-팔면봉, 조선일보(25-0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