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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해외에서 대사관만 믿었다간] [국민 지킬 외교부, 의전부로.. ]

뚝섬 2025. 10. 21. 07:37

[낯선 해외에서 대사관만 믿었다간] 

[국민 지킬 외교부, 의전부로 전락]

 

 

 

낯선 해외에서 대사관만 믿었다간

 

마약과 납치, 강도 사건이 빈발한다는 남미의 한 저개발국으로 출장을 간 적이 있다. 비행기를 두 번 갈아타고 40시간 가까이 가야 하는 이국땅에서 갱단에게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갈 수 있다는 불안함이 올라왔다. 출발 전, 알고 지내던 외교관에게 “혹시라도 내가 실종되면 찾아서 구해 달라”고 부탁했다. 농담 섞인 인사였지만 비빌 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든든했다.

캄보디아에서 벌어진 20대 한국 청년의 사망 사건과 이후 쏟아진 현지 증언들은 당시의 믿음에 새삼 의문을 갖게 만든다. 범죄 단지에서 간신히 탈출해 찾아간 한국대사관 앞에서 “업무시간이 종료됐다”는 이유로 문전박대를 당했다는 사례들이 잇달아 나왔다. 대한민국 주권이 미치는 영역으로의 진입을 코앞에서 거부당한 이들은 언제 다시 범죄조직에 붙잡혀 보복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막막함에 떨었을 것이다. 가족의 납치 피해 호소에 “본인 신고가 원칙”이라고 안내했다거나 자력 탈출을 권고했다는 부분에 이르면 말문이 막힌다.

실패한 보호, 뒤늦은 조치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국가안보실장이 직접 브리핑에 나서고, 외교부 2차관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과 함께 현지에 급파됐다. 외교부 장관은 동남아 국가의 공관장들을 모아 화상회의를 열었고, 대응 방안 브리핑도 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은 ‘고문의 극심한 통증’이 유발한 심장마비로 한국인이 사망한 지 석 달이 지나서야 나왔다. 한국인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는 지적이 지난해부터 나왔지만 적극적으로 대처했다고 할 만한 조치는 없었다.

해외에서 범죄에 연루되거나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어리석은 선택을 피하며 스스로를 지킬 1차적 책임은 물론 본인에게 있다. 그러나 관광지나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말이 통하지 않는 낯선 나라에서는 여권과 돈을 뺏기면 그대로 무방비 상태로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억울한 누명을 썼는데 신뢰할 사법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곳들도 있다. 막다른 곳에서 기댈 곳은 나를 지켜줄 나라뿐이다. 헌법에도 규정돼 있는 ‘재외국민 보호’ 의무를 지키지 못하는 국가는 존재의 뿌리부터 흔들린다.

동남아나 남미 국가의 공관 중에는 상주 인력이 5인 안팎에 그치는 곳이 상당수인 게 현실이긴 하다. 소수 외교관들이 영사와 정무, 경제 등을 모두 맡아 북 치고 장구 치는 식으로 일한다. 그렇다고 업무를 소홀히 다룬 안일함에 변명이 될 수는 없다. 대사관 기강을 다잡으며 대응을 진두지휘할 캄보디아 대사는 막상 몇 달째 공석이다. 전임 정부에서 임명됐다는 이유로 30여 명의 해외 공관장이 일괄 귀임 조치된 뒤 후임 인선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탓이다.

험지 특성 반영해 공관 인력 채워야

대사관에 투입되는 직군별 인력이 현지 특성에 맞게 효율적으로 배분돼 있는지도 의문이다.

살인, 납치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중범죄가 빈발하는 나라에서는 구금시설 정기면회 같은 영사 담당자의 사후 조력만으로는 자국민 보호에 한계가 있다. 현지 수사당국과 수시로 교류하며 급박한 상황 발생 시 실시간으로 대응할 경찰 인력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쿼터에 묶인 인력과 예산 문제를 마냥 외면할 때가 아니다.

5월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나 7월 미국 의회 보고서가 지적했듯이 동남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취업사기, 인신매매 등 범죄는 처벌이 약한 국가로 이동하며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자발적인 범죄 가담자도 있겠지만, 이들에게 속아 넘어간 피해자들도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금도 이국땅 어디선가 탈출을 시도하는 한국 청년들이 있을지 모른다. 이번 사태의 진화에 부심하는 정부의 총력전이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정은 부국장, 동아일보(2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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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가담 중국계 보이스피싱 조직, 중국 당국의 단속 강화되자 캄보디아에 똬리 틀어. ‘범죄 일대일로’?

 

-팔면봉, 조선일보(2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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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지킬 외교부, 의전부로 전락

 

지난 15일 캄보디아 남부의 보코산 지역을 찾았다. 지난 8월 범죄 단지에 감금돼 고문 끝에 숨진 대학생 A씨가 끌려갔다는 곳이다. 프놈펜에서 차로 1시간을 달려 해발 1000m가 넘는 곳에 도착해 헤매다가 A씨와 같은 한국인들이 감금돼 있다는 범죄 단지에 다다랐다. 정문을 지키는 범죄 조직원 7~8명의 시선이 기자에게 쏠렸다. 멈춰서 안을 살피고 싶었지만 캄보디아인 운전기사는 “위험하다”며 계속 차를 몰았다.

 

캄보디아 현장 취재는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7월에도 항구 도시 시아누크빌의 음산한 범죄 단지들을 찾았다. 이곳에 감금된 한국 MZ 청년들이 범죄 조직원들에게 두들겨 맞는 ‘피해자’이면서, 한국인들을 상대로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르는 ‘가해자’로 살아가는 모습을 생생히 목격하고 보도했다.

 

그래서 이번 A씨 납치·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 대응을 보며 더욱 회의감이 들었다. 이 사건은 지난 8월 발생 직후 국내 언론에 보도됐고 캄보디아 주재 한국 대사관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두 달 동안 별 조치가 없었다. 외교부 장관이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했다는 시점은 사건 발생 두 달이 지나서였고,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불러 항의한 것은 지난 10일이었다. 

캄보디아에서 온라인 사기 범죄에 가담했다가 체포된 한국인 64명이 지난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호송되고 있다. /장경식 기자

 

재외 국민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비난 여론이 커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지난 15일 합동 대응팀을 꾸려 현지에 급파했다. 그리고 나흘 만에 정부는 한국인 64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이들이 수갑을 차고 귀국하는 장면은 생중계됐다.

 

그러나 이들은 이미 캄보디아 당국에 검거·구금된 범죄 피의자들이었다. 언제든 한국으로 송환이 가능한 사람들이란 뜻이다. 반면 여전히 한국인 1000여 명은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 감금돼 생사를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 취재진이 현지에 특파돼 취재에 나서고 캄보디아 경찰도 단속에 들어가자 한국인들을 감금한 범죄 조직들은 속속 근거지를 옮기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체포된 피의자들을 송환하면서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데 열중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손 놓고 있던 정부가 ‘뒷북’ 치는 사이 여당 의원들은 ‘개인 플레이’에 나섰다. 원내대표를 지낸 실세 의원이 “한인 10여 명을 구했다”며 앞서나가자 현직 최고위원이 질세라 캄보디아에 날아와 “현지에서 한국인 청년 3명을 구조했다”고 발표했다. 현지 교민들은 “정치인들이 뒤늦게 영웅 놀이를 하고 있다”고 했다. 

김진아(오른쪽) 외교부 2차관,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등 정부 합동대응팀이 지난 17일 오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입장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이런 식이라면 한국 외교부나 대사관은 무얼 위해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의전부’나 ‘생색부’로 간판을 고쳐 달아야 마땅하지 않을까. 학자 출신 외교부 2차관이 캄보디아를 찾아 납치된 우리 국민에 대한 조치를 논하는 자리에서 송환 결과를 말하며 연신 미소 짓는 모습까지 봤다. 일주일 동안 캄보디아에서 취재하며 지켜본 상황을 감안하면 이런 비판이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기우 기자, 조선일보(2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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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구금 한국인 64명 경찰에 체포돼 송환. 대학생 피살 늑장 대응 비판받던 정부, ‘범죄자 압송쇼’로 전환?

 

-팔면봉, 조선일보(2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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