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 1단계]
[트럼프-김정은 ‘번개’에 기대는 韓… 뒷감당은 할 수 있나]
[거듭된 양보에도 더 예리한 ‘핵비수’ 들이민 北]
평화협정 1단계
[임용한의 전쟁사]

미국과 아랍 주변국들의 협박과 중재로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 종식을 위한 1단계 평화협정이 체결됐다. 강경파의 반발을 우려하던 이스라엘 내각도 이 휴전안에 합의했다. “미국 협박이 역시 대단하구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양측의 전쟁 수행능력도 한계에 이르렀기에 1단계 휴전안 정도는 어느 정도 기대가 됐다.
이스라엘인에게 물어봤다. 이 전쟁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이냐고. 대체로 대답은 비슷했다. 인질을 구출하고 하마스를 제거할 때까지라고 했다. 2년이나 지속된 전쟁은 이스라엘에도 초유의 경험이다.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몰아세우는 것 같지만, 이스라엘의 피해도 작지 않다. 인플레이션은 심각하고, 외국인 노동자가 오지 않아 농장은 텅 비었다. 전사자 수는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쟁 발발 당일 ‘노바뮤직 페스티벌’ 희생자와 인질의 수를 초과한 것은 분명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스라엘 국민이 한마음으로 달려가고 있지만, 사태가 해결된 다음에 따질 목록도 챙겨두고 있다.
가자 주민의 고통과 하마스의 피해는 이스라엘에 비할 수준이 아니다. 핍박받는 사람은 단결한다고 하지만, 집단적 분노의 역할은 언제나 제한적이다. 가자 전쟁은 하마스를 90% 수준으로 지지하던 주민들에게 하마스의 치부도 드러내고 말았다. 전쟁이 마무리되면 주민들의 분노가 이스라엘 못지않게 하마스로 향할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번 휴전과 합의도 아직은 불안하다. 휴전의 목적은 생존과 번영이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건재하는 한 평화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반면 하마스가 휴전에 동의한 이유는 자신들의 생존과 가자지구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2, 3단계 휴전안은 하마스의 목표와 어긋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위한 합의였을까? 올해 노벨평화상도 이미 지나갔다. 1단계 휴전안이라도 잘 진행되기를 바랄 뿐이다.
-임용한 역사학자, 동아일보(2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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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김정은 ‘번개’에 기대는 韓… 뒷감당은 할 수 있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인사한 뒤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갔다가 다시 김 위원장과 함께 남측으로 넘어오고 있다. 박영대 기자
이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북-미 정상 간 회동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CNN방송은 미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 방한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는 방안을 두고 내부 논의를 해 왔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유엔군사령부가 트럼프 대통령 방한 기간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특별견학을 중단하고, 트럼프 1기 때 북-미 실무를 맡았던 케빈 김 국무부 부차관보가 주한 미국대사대리로 임명될 것이라는 소식도 들려왔다.
예측 불허의 불확실성을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이니 방한을 앞두고 북-미 번개 만남 가능성에 새삼 시선이 쏠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2019년 6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동을 불쑥 제안한 뒤 불과 32시간 만에 판문점에서 김정은을 만난 것처럼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즉석 제안과 김정은의 덥석 승낙 끝에 또 하나의 외교 이벤트를 연출할 가능성은 있다.
다만 지금 드러난 동향은 만일의 가능성을 대비하는 차원이지 실제 성사될지를 두고선 회의적 시각이 많다. 이번 방한 중 트럼프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는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무역 갈등 담판에 있다. 김정은과의 회동에까지 관심을 둘지는 두고 봐야 한다. 김정은도 6년 전의 소득 없는 만남을 이번에 되풀이할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아무리 보여주기 ‘쇼’라도 상호 이해가 맞아떨어져야 할 텐데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북-미 회동에 대한 기대감은 꽤나 높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회동에 관심을 두게 된 것도 이재명 대통령이 8월 워싱턴 회담에서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하며 만남을 적극 요청한 데서 비롯됐다. 더욱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북-미 정상 회동 가능성을 크게 보며 “회동 장소는 판문점 북측 지역이고 이 대통령은 굳이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어떻게든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조바심의 산물일 것이다.
사실 그렇게 북-미 회동이 현실화되면 그 뒷감당이 더 큰 문제일 수밖에 없다. 당장 ‘비핵화 포기’를 대화 조건으로 내건 김정은은 핵보유국 인정의 출발점이라고 선전할 것이고, 한반도에서 이뤄진 북-미 회동에서 배제된 한국은 이후에도 소외될 것을 각오해야 한다. 준비도 전망도 없이 이뤄지는 깜짝 쇼가 부를 여파를 생각한다면 한반도의 운명을 그런 요행수에 맡길 수는 없는 일이다.
-동아일보(2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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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된 양보에도 더 예리한 ‘핵비수’ 들이민 北

10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진행된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서 ‘화성-20형’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 공개되고 있다. 노동신문 뉴스1
10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북한의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은 한국과 미국을 겨냥한 핵·재래식 무기의 총집결장을 방불케 했다. 미 본토를 때릴 수 있는 ‘화성-20형’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대남 핵투발용 ‘화성-11마’ 극초음속 단거리탄도미사일은 물론이고 신형 전차와 자주포, 자폭드론 등이 대거 동원됐다. 유사시 미국의 개입을 원천 차단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한민국을 최단 시간에 장악하겠다는 저의를 노골화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 대북 확성기와 대북 심리전 방송 등을 잇달아 중단하면서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의 일환이라고 했다. 8월 ‘을지자유의방패(UFS)’ 한미 연합 연습의 일부 실기동 훈련을 늦추고, 이달로 예정됐던 호국훈련을 다음 달로 연기한 것도 대북 유화 기조를 고려한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더 나아가 통일부는 9·19 남북군사합의 복원을 위해 군사분계선(MDL) 등 접경지역의 사격·실기동 훈련을 중단해야 한다는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이에 호응은 고사하고, 대한민국을 겨냥해 더 날카로운 ‘핵비수’를 들이미는 형국이다.
군 안팎에서는 북한이 이재명 정부의 대북 화해 기조를 ‘한국 길들이기’로 악용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 군 관계자는 “정부의 선제적 유화 조치를 어떤 평화라도 상관없다는 ‘평화 지상주의’로 북한이 오판하게 만들면 안 된다”고 했다.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이 문재인 정부의 ‘유화정책’ 시즌2로 흘러갈 경우 북한의 군사적 모험주의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과거 도발 사례가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화해의 손을 내민 진보정권이라고 해서 대남 도발을 피해 갈 수 없었다. 북한은 전략 전술적 득실을 따져 최고 지도자의 명령만 내려지면 갖은 수법을 동원한 기습 도발로 우리 장병의 목숨을 앗아갔다.
제1·2 연평해전이 햇볕정책을 ‘금과옥조’로 여겼던 김대중 정부에서 발발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두 해전 모두 서해 북방한계선(NLL) 무실화를 노린 북한 경비정의 기습 공격이 발단이었다. 특히 북한은 진보정권 시절에는 우리 군의 대비 태세가 느슨해진 틈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설마 도발하겠냐’는 방심을 틈타서 우리 군의 대비태세를 떠보다가 결정적 순간에 기습 도발을 강행하는 수법이었다. 북한의 유력한 도발 징후를 우발적 상황으로 간과했던 군은 뼈저린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럼에도 그간 진보 진영에서는 북한에 무력 도발의 책임을 따지기보다 ‘우발적 충돌’로 규정하고, ‘평화 지상주의’를 설파해온 것이 사실이다. 군 고위 관계자는 “이를 지켜본 북한은 도발을 통한 대남 길들이기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판단했을 게 자명하다”며 “이재명 정부에 대해서도 같은 수법을 동원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미 전략자산의 전개나 한미 연합훈련을 트집 잡아서 핵 사용을 불사한 전쟁 위협을 극대화한 뒤 대남 유화카드를 전격적으로 들이미는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한국을 ‘패싱’하고 북-미 정상회담과 같은 통미봉남 전술로 한미동맹의 균열을 시도하다 자신들의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대남·대미 도발 공세로 급변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모든 도발은 사전에 치밀히 계획되거나 우발을 가장한 기만 전술임을 잊어선 안 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아울러 화해·평화 기조를 내건 진보정권은 대북 대비 태세를 소홀히 할 것이라는 통념과도 단절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이재명 정부의 대북 기조가 이념과 민족에 매몰됐던 과거 진보정부와는 다르다는 점을 북한에 확실히 주지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북한과 대화와 협상을 통해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안정을 추구하되 우리 국민과 영토, 장병의 안위를 위협하는 도발에는 단호한 대응 의지를 공표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우리의 거듭된 양보에도 북한이 열병식에서 각종 핵 타격 무기로 한국을 위협한 데 대해서도 준엄한 경고장을 날렸어야 했다고 본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데 이념과 색깔을 따져서는 안 된다고 누차 강조했다. 국가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실용과 실리주의가 중요하다고도 했다. 국민을 보호하고, 국가를 보위하는 안보 문제도 같은 원칙이 적용돼야 할 것이다. 양보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과거 대북정책의 교훈을 되새겨봐야 할 때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동아일보(2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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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젤렌스키에게 욕설하며 “러에 영토 넘겨라” 압박했다고. 고래 두 마리가 손잡고 새우 등 터뜨리기.
-팔면봉, 조선일보(2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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