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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봉 신사상' 올해는 건너뛰자] ['쇼츠' 주도 국감, 보좌진만.. ]

뚝섬 2025. 11. 1. 08:11

['백봉 신사상' 올해는 건너뛰자]

['쇼츠' 주도 국감, 보좌진만 죽어나네]

[진실 향한 투쟁, 한국 언론은 안녕한가]

 

 

 

'백봉 신사상' 올해는 건너뛰자

 

국정감사 이틀째이던 지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헌 의원과 박정희 시대 야당 몫 국회 부의장을 지낸 백봉(白峰) 라용균(1895~1984) 선생의 삶을 재조명한 책 출판회가 열렸다. 여의도는 국감치고도 유난히 시끌시끌했다. 전날 현직 대법원장이 법사위원장에 의해 이석(離席)할 권리를 빼앗기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한 비례 초선에게는 ‘조요토미’ 짜깁기 사진과 부박한 언어로 조롱당해 “가장 천박(금태섭 전 의원)” 등 거친 질타가 쏟아졌다. 그럼에도 여야 의원들은 짬을 냈고, 문희상 전 국회의장, 정대철 헌정회장 등 100여 명이 자리했다.

 

고(故) 김근태 전 의원 보좌관 출신인 이기헌 민주당 의원은 이날 축사에서 두 손을 모아 고개부터 숙였다. 그는 “국회가 전쟁터처럼 변했다”면서 정치에서 인간관계의 기본, 배려가 사라졌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백봉은 야당 지도자면서도 상대를 존중하고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고 품위를 잃지 않았다”고 했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도 “요즘 정치가 너무 팍팍해져 정치인들이 활로를 찾으려 무리한다”면서 “사납고 거친 언사가 난무하는데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정치 상황이 녹록지 않다. 선배님 뵐 면목이 없다”고 했다.

 

책을 보면, 백봉은 정치적 입장이 달라도 상대를 배척하거나 매도하지 않았다. 일례로 장면 선생이 1960년 총리가 되기 직전 백봉 집을 다녀갔는데 이후 아들 라종일이 백봉에게 ‘다마오카상 왔다 갔습니까’라고 조롱했다. 그러자 백봉은 크게 꾸짖으며 “우린 땅이 있어 먹고살았지만 장면 박사는 사회생활을 하려면 창씨개명을 안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백봉은 민주당 구파로서 당시 장면 등 신파와 골이 깊었지만 상대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했다고 한다. 백봉은 “국회에서 서로 싸우더라도 반대 진영과 손을 잡을 줄도 알아야 한다”며 의회주의를 강조했다.

 

하지만 60여 년이 흘러 소위 민주화를 이뤘다는 오늘날의 국회는 어떤가. 의원들은 사적으로 주고받은 욕설 문자를 생중계 카메라 앞에서 공개한다. 카메라 뒤에서는 멱살 잡고 “옥상으로 올라와”라며 막말을 서슴지 않는다. 말초적 반응이라도 얻을 요량으로 안면몰수하고 국감장을 ‘쇼츠 촬영장’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백봉재단은 12월이면 그해 가장 모범적으로 의정 활동을 한 의원에게 ‘백봉 신사상’을 준다. 권위 있는 상이다. 그런데 요즘 이걸 줄 의원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줬다가 “이런 의원에게 왜?”라는 비판을 듣기도 한다. 기자도 얼마 전 후보 추천 설문지를 받았는데 정직·헌신 등 항목마다 적격한 의원 찾기가 어려워 난감했다. 올해는 과감하게 시상을 건너뛰어 22대 국회의원 전원에게 죽비를 후려치고 정신이 번쩍 들도록 하는 게 어떨까.

 

-노석조 기자, 조선일보(25-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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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츠' 주도 국감, 보좌진만 죽어나네 

29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야당 의원들이 최민희 위원장(가운데 뒷모습)에게 항의하는 동안 오른쪽 여당 의원석 뒤로 보좌진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휴대폰으로 이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2025.10.29 /남강호 기자

 

올해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많이 들린 말은 쇼츠(Shorts) 때문에 그러냐였다. 상대 의원이 감사 중 맥락과 동떨어진 발언을 하거나, 난데없이 작심한 듯 고성을 지를 때마다 이런 반응이 나왔다. 국감장에는 의원 맞은편에 ‘쇼츠 각’을 놓치지 않으려 스마트폰을 들고 서 있는 보좌진이 꼭 있다. 감사가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의원 유튜브 채널에선 ‘사자후 또 터졌다’ ‘상대 쩔쩔매게 만든 ○○’ 같은 제목으로 후원 계좌와 함께 쇼츠가 올라온다. 정작 피감 대상에게 유의미한 답을 끌어낸 의원은 조용히 묻히고 만다.

 

쇼츠에 빠진 의원들 때문에 보좌진은 몸이 서넛이라도 부족하다. 한 여당 의원은 5분 20초 동안 발언했는데, 당일 40여 초짜리 쇼츠 5건을 편집해 올렸다. ‘쇼츠 장인’으로 유명한 의원실에서는 의원과 보좌진이 일주일에 한 번은 쇼츠 전략 회의를 열고, 의원 대면 보고가 어려우면 일일 영상 업로드 계획을 개인 카톡으로 보고한다고 한다. 쇼츠 알고리즘의 핵심은 빈도이기 때문에 매일 업로드를 지키지 못하면 유튜브가 외면하고, 외면당한 의원은 보좌진을 탓한다.

 

최근 유명 정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한 의원은 국감을 앞두고 그 채널 PD를 아예 보좌관으로 스카우트하기도 했다. ‘열심히’ 영상을 올리는 의원 채널은 지역구 주민 강아지 쓰다듬기, 주말 등산하는 모습처럼 의정 활동과는 거리가 먼 영상을 올려도 금방 조회 수 수만을 찍고 열렬한 댓글이 주렁주렁 달린다. 지지자들은 “우리 의원 인간미 있다” “현장 감각 최고”라며 환호한다. 영상 내용보다 노출이 목적이 됐다.

 

문제는 이런 의원들에게 자극받아 엇나가는 사례다. 입법·정책 실무 보라고 채용한 비서관들에게 “옆방 의원은 구독자가 n만명인데, 왜 난 아직 이것밖에 안 되냐” “우리는 왜 이런 영상 못 만드냐”며 괴롭히는 의원들 얘기다. 최근 만난 한 보좌관은 “조회 수와 의원 인지도는 비례하기 마련인데, 이걸 직접 말할 수도 없고 본인이 깨달을 때까지 의미 없는 영상을 계속 만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옥상으로 따라와” “정부가 똥 싸고 있다” “애지중지현지, 뭐지?”처럼 자극적 발언으로 스스로 콘텐츠를 만드는 의원은 노력이라도 했다는 평가를 받는 웃픈 현실이다.

 

1년에 한 번뿐인 국감의 질도 함께 나빠지고 있다. 국정감사NGO 모니터단이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22일까지 전체 피감 기관 474곳 중 180곳(38%)이 질의를 한 번도 받지 못했다. 과방위는 지난 24일 50여 피감 기관을 이날 하루 일정에 몰아넣어, 질의 한 번 받지 못한 기관 비율은 이 통계보다 훨씬 높다. 국정감사 직전 조직 개편으로 소관 상임위가 바뀐 기관은 사실상 ‘무(無)질문’ 상태였다.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로 넘어간 산하기관들이 그렇다.

 

정치인이 대중의 시선을 좇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 쇼츠로 정치의 민주화를 이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정치가 친근해졌다. 문제는 친근함에만 머무르려 하는 것이다. 수십 초 길이의 쾌감에 익숙해진 이들이 과연 4년 동안의 의정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까.

 

-신지인 기자, 조선일보(25-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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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향한 투쟁, 한국 언론은 안녕한가

 

IPI가 선정한 '언론 자유의 영웅'
탄압과 폭력 앞에서도 진실 보도
"훌륭한 저널리즘 점점 귀해져"
언론 자유 위축될수록 각성해야
 

언론 자유의 영웅 7인 /!P! 홈페이지

 

창립 75주년을 맞은 국제언론인협회(IPI)는 지난 24일 오스트리아 빈 총회에서 세계 ‘언론 자유의 영웅’ 7인을 발표했다. 진실을 향한 집념이 탄압과 폭력, 감옥과 죽음 앞에서 어떻게 빛났는지 보여주는 이름들이다.

 

우크라이나 기자 빅토리아 로쉬나(27)는 2023년 러시아가 점령한 자포리자 지역에 잠입해 현지인들의 참혹한 삶을 세상에 알리던 중 러시아군에 붙잡혔다. 그녀는 1년 뒤 러시아 감옥에서 주검이 돼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45kg이던 몸은 15kg이 빠진 앙상한 몰골로 변해 있었다.

 

팔레스타인 가자 전쟁을 취재하던 마리아 아부 다가(33) AP통신 사진기자는 지난 8월 이스라엘의 폭격에 목숨을 잃었다. 전쟁의 참상을 세계에 타전하던 그녀는 가자 병원으로 밀려드는 부상자들을 취재하던 중, ‘병원 지하에 하마스 지도부가 숨어 있다’며 이스라엘군이 퍼부은 폭격에 쓰러졌다.

 

홍콩의 지미 라이(77)는 ‘지오다노’를 일군 억만 장자 기업인이다. 1960년 광저우에서 홍콩으로 넘어가 의류 공장 일용직으로 시작해 자수성가한 그는 1989년 천안문 사태 때 중국의 잔혹한 진압을 보며 언론 자유에 눈을 떴다. 언론 자유가 정보의 흐름을 보장하고, 그래야 기업이 자유로운 활동으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그는 ‘빈과일보’를 창간해 홍콩의 언론 자유를 위해 헌신했지만 외세와 협력했다는 허위 혐의로 체포돼 복역 중이다. 아들 세바스찬은 “아버지는 감옥에 있지만 언론 자유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조지아 기자 지아 아마글로벨리는 진보 언론사 ‘가제티 바투멜레비’의 사장이다. 올해 1월 반정부 시위 현장에서 경찰과 말다툼 중 경찰관을 폭행했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체포돼 2년형을 선고받았다. 부정부패를 파헤치던 그녀의 보도들은 권력의 눈엣가시였다. 구금한 이유는 뻔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지난 6월 테스팔렘 왈디에스 ‘에티오피아 인사이더’ 사장을 허위 정보 유포 혐의로 체포했다. 법원의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지난 20여 년간 구속과 석방을 밥 먹듯 겪어 왔다. 그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제지만 언론 자유를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페루 기자 구스타보 고리티는 후지모리 전 대통령 측근들의 마약 거래 연루 기사를 특종 보도하며 탐사 보도의 진수를 보여줬다. 부정부패를 폭로할수록 정권의 탄압도 심해졌다. 페루 정부는 그를 부패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발표한 뒤 취재원들과 대화한 기록까지 확보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고리티는 “가짜 뉴스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안타깝게도 훌륭한 저널리즘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 됐다”고 비판했다.

 

퓰리처상 수상 보도를 이끈 마틴 배런 전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도 7인에 포함됐다. 보스턴글로브 편집국장 시절 가톨릭 교회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과 이를 은폐하려는 교회의 비행을 폭로한 그는 “전 세계 언론 자유 영웅들에게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언론 자유를 위해 투쟁한 기자는 이들만이 아니다. 올해에만 세계 언론인 80여 명이 취재 중 목숨을 잃었고, 360여 명은 구금돼 있다.

 

이런 가운데 IPI가 영국 세인트조지 대학과 함께 발표한 해외언론자유지원(IMFS) 지수에서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슬로베니아와 공동 29위였다.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과 방송법 개정 논의 등 국내 언론 자유 환경이 갈수록 위축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해외 언론 자유 지원은 언감생심이다. ‘언론 자유의 영웅’이 탄생할 수밖에 없는 열악한 언론 환경이 한국에 조성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진실의 등불을 밝히는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깨어 있어야 할 때다.

 

-최우석 기자, 조선일보(25-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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