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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 1년… 불확실성 늪에 빠진 세계] ....

뚝섬 2025. 11. 4. 06:42

[트럼프 당선 1년… 불확실성 늪에 빠진 세계]

[트럼프·시진핑의 '자작극 외교']

[트럼프·시진핑의 '무역 휴전', 관리되는 경쟁 기대한다]

 

 

 

트럼프 당선 1년… 불확실성 늪에 빠진 세계

 

5일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지 1년이 된다. 그는 최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1년 전만 해도 미국은 매우 심각한 곤경에 처해 있었지만 내가 취임한 후 힘을 되찾았다”며 “취임 후 9개월 만에 18조 달러 규모의 투자를 확보해 미국이 역사상 가장 강력한 경제력을 갖게 됐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자국 내 민심의 평가는 트럼프의 자평과는 거리가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이 트럼프 당선 1주년을 앞두고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지지율은 41%로 2021년 미 의사당 습격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구호와 달리 ‘미국의 세계적 리더십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강해졌다’보다 우세했고, ‘경제가 나빠졌다’는 응답은 절반이 넘었으며, 특히 관세 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가 65%로 높았다. 휘발유 가격 인하에도 상호관세로 물가가 오름세인 것이 악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야당인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보는 것도 아니다. 민생에 무관심하기로는 트럼프나 여당인 공화당보다 민주당이 더하다는 평가다. 내년 중간선거가 오늘 당장 치러진다면 민주당 후보를 찍겠다는 답변(46%)과 공화당 쪽을 찍겠다는 답변(44%) 간 별 차이가 없었다. 트럼프의 실점이 민주당의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는 주요 요인으로는 정치적 양극화가 꼽힌다. 미국 동서부 해안은 파란색(민주당), 그 사이 지역은 빨간색(공화당)이다시피 해 나라가 두 쪽 난 상태이고, 트럼프 지지율도 공화당원 사이에선 86%, 민주당원의 경우 5%로 극과 극이다.

 

▷국내에선 전직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비롯해 정적들을 줄줄이 보복 기소하고, 진보 성향의 대학과 비판적인 보도를 하는 언론을 상대로 연일 거친 싸움을 벌이면서도 해외에선 평화 중재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8개의 전쟁을 끝냈다”는 자평과는 달리 트럼프의 귀환 이후 세계는 위험해지고 있다. 대외 원조 축소로 수백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전염병이 확산되면 미국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최근엔 “중국 러시아 북한 모두 핵실험을 하고 있다”며 33년간 중단했던 핵실험 재개까지 명령하면서 핵 군비 경쟁 우려까지 나온다.

▷고인이 된 헨리 키신저는 “트럼프는 역사상 한 시대가 종언을 고할 때 등장해 그 시대의 가식을 벗겨 내는 인물일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의 등장으로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막을 내리고 각자도생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유럽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가 극우 세력의 발호와 정치적 양극화를 겪고 있는 것도 트럼프 영향이 크다. 전 세계를 유례없는 불확실성으로 던져넣고 있는 트럼프의 임기가 아직 39개월 남았다.

-이진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5-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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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시진핑의 '자작극 외교'

 

[특파원 리포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달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공군기지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부산 김해공항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중 정상회담은 언뜻 보면 성과의 연속이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펜타닐(마약) 관세를 낮추고, 중국은 미국을 겨냥한 희토류 수출 통제를 풀며 미국산 대두 수입을 재개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농민들이 아주 행복할 것”이라며 회담 결과를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하나하나 뜯어보면, 이번 회담의 성과는 새로 얻은 것이 아니라 자초한 위기를 스스로 되돌린 데 불과했다.

 

중국은 회담 직전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희토류와 관련 광물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 하지만 회담 후 그 조치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미국과 중국이 합의를 이끌어낸 것처럼 포장했지만, 실상은 없던 문제를 만들어 놓고 서로 맞서다가 푼 것이다. 펜타닐 관세 역시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중국산 화학물질에 직접 부과한 관세를 이제 “중국의 협조를 얻었다”며 낮췄다. 본인이 만든 장벽을 스스로 제거한 셈이다.

 

미국 대두 수입 합의도 새로운 게 아니다. 중국은 이미 미국산 대두를 꾸준히 수입해 왔으나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자 일시 중단했던 것을 이번에 재개했을 뿐이다. 미 언론들이 이런 진행을 두고 “경제적 필요가 아니라 정치적 제스처”라고 지적한 것도 그 때문이다. 양국이 저마다 조성한 불확실성을 일시적으로 거둬들이며 ‘성과 외교’로 포장한 것이다.

 

조선·해운 부문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중국은 미국의 ‘무역법 301조’ 조사에 대한 보복으로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다섯 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가, 이번 합의를 계기로 그 조치를 철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역시 중국 해운·조선 산업에 가한 제재를 1년간 중단하기로 했다. 애초 없었던 ‘보복전’을 스스로 벌여 놓고, 그 중단을 회담의 성과로 돌린 셈이다.

 

워싱턴의 외교·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을 ‘전략적 합의’가 아니라 ‘전술적 휴전’이라 분석하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이 휴전을 성과로 포장하며 국내 정치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아시아 순방을 통해 “경제 안정과 수백억 달러의 투자를 이끌어냈다”며 농민과 제조업 분야를 중심으로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모습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미·중 회담은 세계 1·2위 경제 대국인 양국이 얼마나 쉽게 긴장을 만들고, 또 얼마나 쉽게 그 긴장을 “풀어냈다”고 선언할 수 있는지 증명했다. 협상의 본질이 실질적 문제 해결이라기보다 스스로 갈등을 연출하고 그것을 봉합하는 정치적 쇼가 된 셈이다. 마치 두 지도자가 자신이 만든 연극 무대 위에서 서로에게 박수를 보내는 장면처럼 보였다. 이런 자작극 외교의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위기와 성과’는 또 언제든 재연될 것이다.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조선일보(25-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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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시진핑의 '무역 휴전', 관리되는 경쟁 기대한다 

 

양지안리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연구원

 

APEC을 계기로 한국에서 열린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은 무역 전쟁을 끝내지도, 세계 질서를 바꾸지도 못했다. 두 정상은 경제 전쟁의 일시적인 휴전, 즉 ‘무역 휴전’을 원했다. 양측이 도달한 합의안은 서로가 완전히 이길 수도, 완전히 질 수도 없는 싸움 속에서 시간을 벌기 위한 임시방편이었다.

 

양국은 상대방의 공급망·시장·기술 생태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지만, 그렇게 할 경우 자신도 큰 피해를 입는다는 엄중한 현실을 깨달았다. 이 때문에 정상회담 이전,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발표나 트럼프의 100% 관세 인상 선언은 사실상 엄포에 불과했다. 트럼프는 회담 직전 에어포스원에서 “관세 인상은 실행하지 않겠다”고 기자들에게 밝혔고, 중국 역시 희토류 수출 제한을 1년 연기했다. 

 

지난 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해국제공항 터미널에서 양자 회담을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맞이하고 있다./UPI 연합뉴스

 

중국은 펜타닐의 미국 유입 차단을 위한 단속 강화에 나서기로 했고, 미국은 펜타닐 관련 중국산 수입품에 매겨온 20% 관세를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시진핑은 미국산 대두 대량 구매와 미국의 301조 조치에 대한 중국의 맞대응을 일시 중지하기로 약속했다. 미국도 수출 통제 확대를 중단하고, 상호 항만료 부과 중단을 약속했다.

 

하지만 양측 합의에는 ‘검증’의 비대칭성이 뚜렷하다. 미국이 양보한 관세 인하, 항만료 부과 중단, 수출통제 유예는 모두 측정 가능하고 이행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중국이 약속한 단속 강화, 대량 구매, 맞대응 중단은 모호하고 실행 여부를 확인하는 게 쉽지 않다. 확인하고 검증할 수 있는 객관적 메커니즘 없이는 합의가 쉽게 깨질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 양측은 얼마만큼 ‘양보’하느냐보다 확실한 이행 검증 메커니즘을 설계하고 구축해서 분쟁의 소지를 없애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시진핑의 전술적 유연성 이면에는 일관된 전략, 즉 ‘고립 없는 요새’를 구축한다는 구상이 깔려 있다. 서방의 압박을 버텨내면서도 해외 시장, 해외 자금·기술을 끌어들일 수 있을 정도의 글로벌 통합을 유지하면서 주요 분야에서 기술 자립을 완성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무역 휴전은 이런 그의 전략에 딱 들어맞는다.

 

반면, 트럼프는 이번 정상회담을 거래의 관점에서 접근했다. 그는 장기적 안목보다는 관세, 일자리, 즉각적 정치적 성과 등에 집착했다. 그러나 미국의 진정한 강점은 ‘거래’가 아니라 동맹을 결집시키고, 규범·제도를 만들고, 개방 사회의 도덕적·제도적 호소력에 있다. 만약 미국이 이런 강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중국이 원하는 ‘양자 협상’과 ‘파워 밸런스’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고무적인 성과는 ‘휴전 합의 그 자체’가 아니라, 위기 때마다 협상과 재조정으로 균형을 되찾는 ‘메커니즘’이 마련됐다는 점이다. 미해결 쟁점(특히 대만 문제)은 미뤄뒀지만, 그 자체로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풀 수 없는 것은 미루고, 다룰 수 있는 것부터 해결하며 위험을 줄이는 것이다. 진정한 ‘빅딜’은 일회성 대합의가 아니라, 충격을 흡수하고 균형을 재조정하는 ‘지속적 협상 구조’의 구축일 수 있다. ‘영원한 적대 관계’가 아니라 ‘관리되는 경쟁’이야말로 미·중처럼 이데올로기적으로 대립적인 두 강대국에 세계가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질서일 것이다.

 

-양지안리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연구원, 조선일보(25-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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