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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U 26만장 전기 어디서.. ] ['피 튀기는.. " 생존한 기업인 3세들]

뚝섬 2025. 11. 4. 08:06

[GPU 26만장 전기 어디서, 국가 AI 에너지 계획 수립을]

['피 튀기는 경쟁'에서 생존한 기업인 3세들]

 

 

 

GPU 26만장 전기 어디서, 국가 AI 에너지 계획 수립을 

지난 달 23일 오후 부산 기장군 한 마을에서 본 고리 원전 (오른쪽부터)1,2,3,4호기의 모습./김동환 기자

 

경주 APEC에 참석한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한국에 GPU 26만장을 우선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목표하는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현재 보유한 GPU가 4만5000개에 불과한 한국이 2030년이면 30만개를 넘어, 미국·중국에 이은 세계 3위가 된다. 삼성·SK·현대차·네이버 등이 AI로 다시 한번 도약할 기반도 열린다.

 

이 거대한 ‘선물’에는 조건이 달려 있다. GPU를 돌릴 전기다. GPU 26만장 가동에는 냉각 전력까지 감안해 원전 1기 용량인 1GW(기가와트)의 전력이 추가로 필요하다. 안 그래도 여름, 겨울만 되면 전력 예비율 걱정을 하는 나라에 ‘전기 먹는 하마’인 AI 시대가 눈앞에 성큼 다가섰다. 미국은 이미 200만개가 넘는 GPU를 AI에 투입하고 있다. 우리도 이 흐름을 피해 갈 수 없다.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1인 1GPU’ 시대가 온다”고 전망한다. 천문학적 전력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 건가.

 

이런데도 정부는 ‘감(減)원전’을 한다고 한다. 전문가들이 안전을 보증한 고리 2호기의 운전 연장 허가도 미루기만 한다. AI 3대 강국이 되겠다며, 그 AI를 돌릴 가장 확실하고 안정적이고 안전한 전력을 줄일 생각만 한다.

 

2021년 국회가 ‘탄소중립기본법’을 만들면서 기존 ‘녹색성장법’에 있던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조항을 통째로 누락시키는 ‘입법 실수’를 저질렀다. 이 계획은 5년 단위로 향후 20년간 국가의 에너지 정책의 기본을 담는 ‘에너지 헌법’이다. 그런데 이 계획은 아직까지 실종 상태로 있다. 사실상 여야 간 이견이 없는데도 개정안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에너지 헌법’의 근거도 없이 전력 관련 중대사를 처리하는 비정상이 반복 중이다. 이러고서 어떻게 AI 시대를 감당하나.

 

AI는 이념이 아니라 전기다. 즉시 고리 2호기 등 문제없는 원전을 재가동하고, 신규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 태양광·풍력 등도 필요하지만 날씨 등에 따라 전력 생산이 들쑥날쑥해 사용처가 다를 수밖에 없다. 안정적 전력 공급이 필요한 AI엔 맞지 않는다. ‘에너지법 개정안’부터 처리해 AI 시대 국가 에너지 기본 틀부터 세워야 한다.

 

-조선일보(25-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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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튀기는 경쟁'에서 생존한 기업인 3세들

 

[朝鮮칼럼]

한국에서 재벌 3세는 오너 리스크 같은 환경을 다 이겨낸 생존王이다
엔비디아 GPU 26만장도 기업이 나서 가능한 낭보.. 국내서 우리끼리도 잘하자
 

지난 달 29일 경북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APEC CEO(최고경영자) 서밋'에서 참석자들이 이재명 대통령의 특별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연합뉴스

 

경주 APEC은 글로벌한 관점에서 볼 때 무탈하고 무난했다. 다자회의를 꺼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에도 한·중·일과 양자 정상회담만 치르고 먼저 떠났지만 부산에서 열린 6년 만의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희토류, 관세 등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등 갈등 수위를 낮췄다. 많은 나라 정상이 안도하며 돌아간 것 같다. 우리 입장에서도 스스로에게 높은 점수를 줘도 될 한 주였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가 잘했다. 관세 협상이나 핵잠 연료 승인 같은 실질적 성과는 한참 뒤에 가늠할 수 있겠지만 이 대통령은 순발력과 실용주의를 발휘했다. 신라 금관 복제품 선물은 히트작이었다. 긴장감이 꽤 높았던 한중 정상회담 이후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샤오미 스마트폰 2대를 선물 받은 이 대통령이 웃으면서 “통신 보안은 되냐”고 묻자 시 주석이 역시 웃으며 “백도어(해킹 경로)가 있는지 확인해보라”고 응수한 장면도 빛났다. 서유럽 정상들 사이에서나 나올 만한 ‘티키타카’였다.

 

이제는 너무 뻔한 이야기지만 K푸드·K팝·K뷰티 등 ‘K시리즈’의 힘도 발휘됐다. 지난주 수퍼위크의 최대 스타였던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자신에게 쏟아진 스포트라이트에 특유의 쇼맨십을 더해 한껏 ‘K’를 띄웠다. 그는 깐부치킨, 테슬라(테라 맥주+참이슬 소주) 폭탄주,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와 김밥의 홍보대사를 자처했고 한국의 PC방과 게이머들 덕에 오늘의 성공이 가능했다고 고백했다. 코엑스에선 e스포츠 황제 페이커(이상혁)의 이름을 삼창(三唱)해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더니 “요즘 세상에 누가 팝, 로큰롤, 재즈를 듣냐? 우리는 K팝을 듣는다”고 외치며 아이돌 그룹 ‘르세라핌’을 무대 위로 불러 올렸다.

 

그리고 한국 기업인들. 돌아보면 2005년 부산 APEC 때는 황창규 당시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사장 정도만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낯을 가리는 편이고 우직한 스타일인 재벌 2세 회장들은 얼굴도 비치지 않았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재벌 3세’들은 스스럼없이 세계 무대에 올라섰다. 작년 비상계엄 이후 대선까지 몇 달 동안의 혼란기에 CEO 서밋뿐 아니라 APEC 전체 준비를 실질적으로 이끈 사람도 대한상의 회장인 최태원 SK 회장이었다. 이재용 삼성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티셔츠를 입고 맥주를 마시며 자신들이 젠슨 황의 친구이자 엔비디아의 비즈니스 동맹이며 AI 새 질서의 주요 축임을 세계에 과시했다. 작업복을 입은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를 자기 회사 잠수함에 태웠다. 서울공대 김영오 학장은 “AI 전략자산인 엔비디아의 GPU 26만장 한국 공급이라는 파격은 민간(기업)이 나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 9월까지도 5만장 확보가 우리 정부 목표였다”고 했다.

 

그간 ‘재벌 3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은 그리 좋지 않았다. 거인이라 불린 할아버지들, 할아버지에게 배우고 물려받은 회사를 키운 아버지들에 비하면 핏줄밖에 더 있냐는 거였다. 일감 몰아주기 등 승계 과정의 불법성, 가족 간의 재산 분쟁과 사생활 문제 등으로 종종 빈축을 샀다.

 

하지만 지금 무대 위의 3세들은 사실 수십 년간 이어진 ‘피 튀기는 경쟁’의 생존자들이다. 어려선 형제간, 사촌들과 밥상머리 위의 경쟁에서 우위를 증명해야 했고 그다음에는 검찰과 법원을 오가며 이른바 ‘오너 리스크’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그 싸움에서 탈락한 사람들은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 양녕대군처럼 자유롭게 살고 있지만, 살아남은 자들은 한국 사회의 매서운 눈초리와 시장 앞에서 계속 검증을 받아 왔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후 트럼프 정부에 대한 긴장감이 한껏 높아졌을 때 한 3세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우리(재벌 3세)는 거친 환경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게다가 일본, 중국 기업인들보다 영어를 잘하고 워싱턴, 뉴욕에 동문들이 수두룩해서 글로벌 네트워크도 넓다. 판이 흔들리면 싸움이 벌어진다는 이야긴데 다른 나라에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50대 후반인 그는 “이제 우리 또래도 전력을 다할 시간이 10년에서 15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세계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미래를 상대로 싸우고 있다. 한국 기업이 HBM(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과 초고압 변압기를 공급하지 못하면 AI의 미래가 없고, 한국 기업의 자주포와 잠수함이 없으면 세계의 안보 균형이 흔들리는 세상이 됐다. 좋은 이야기 끝에, 한마디 보태자면 국내에서 우리끼리 있을 때도 좀 더 잘해야 한다.

 

-윤태곤 정치칼럼니스트, 조선일보(25-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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