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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영남 처절한 생존술] ['몸은 한국에, 생각은 북한식' 장관.. ] ....

뚝섬 2025. 11. 5. 06:24

[北 김영남 처절한 생존술]

['몸은 한국에, 생각은 북한식' 장관, 이 사람뿐인가]

[김평일 만나면 도망치는 北 외교관]

[北이 '금강산 철거' 통고하자 '원산 개발하자'는 정부]

[김정은이 직접 '비핵화 구상' 말하라]

[비핵화는 둘째 아닌 첫째 의제여야 한다]

 

 

 

北 김영남 처절한 생존술

 

6·25 무렵 북한의 20대 김영남은 북한군 입대가 아니라 모스크바 유학을 갔다. 북의 미래 인재로 뽑힌 것이다. 몇 년 뒤 귀국했는데 김일성 세력과 연안파(친중), 소련파의 권력 다툼이 치열했다. 1956년 ‘종파 사건’으로 연안파와 소련파가 몰락했다. 갓 귀국한 덕에 김영남은 소련파로 몰리지 않았고 목숨을 부지했다. 김일성식 정치를 일찌감치 체험했다.

 

▶40대 중반에 노동당 외교를 총괄하는 국제부장이 됐다. 김일성 딸 김경희가 국제부 1과장, 그 남편 장성택이 6과장이었다. 김일성 일가와 인연이 생긴 것이다. 1983년엔 외교부장에 올랐다. 그런데 그해 10월 북이 아웅산 테러를 저질렀다. 1987년엔 KAL기 폭파 테러도 일으켰다. 세습 권력을 굳히려는 김정일의 도발이었다. 북 소행이란 증거가 세계에 다 드러났는데도 김영남은 낯빛 하나 안 바꾸고 “남조선 자작극”이라고 선전하고 다녔다.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북한이 자신들 우방국에 ‘불참’을 요구하는 외교 대표단을 보냈다. 김영남이 단장으로 동유럽과 아프리카를 돌았지만 성과가 없었다. 그러자 김영남은 ‘수령님 명령을 받들지 못했는데 목구멍으로 밥이 넘어가느냐’며 세 끼를 굶었다고 한다. 이를 김일성 일가가 보고받았다. 빈손 귀국이었지만 문책은 없었다. 외교부장인데도 대사 인사 등 자기 권한을 쓰지 않았다. 자기 운전기사와 여비서까지 당에서 정해 달라고 부탁했다.

 

은둔형인 김정일이 1998년 김영남을 명목상 국가수반에 앉혔다. 2007년 이집트 관영 통신사가 “김정일이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김정일의 첫 비행기 외유인 줄 알고 세계가 주목했는데 그 ‘국가수반’은 김정일이 아니라 김영남이었다. 김영남은 1994년 김일성 추도사와 2011년 김정일 추도사를 모두 읽었다. 김정은이 아버지 측근을 숙청할 때도 김영남은 자리를 지켰다. 장성택이 끌려 나가는 모습을 무표정하게 지켜봤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김여정과 방한했는데 90세인데도 손녀뻘인 김여정에게 먼저 자리를 앉으라고 권했다.

 

▶3일 김영남이 97세로 사망했다. 김씨 왕조 3대에 걸쳐 단 한 번도 좌천, 혁명화 없이 자리를 지킨 거의 유일한 인물이다. 잘못 졸기만 해도 처형당하는 북에서 ‘명목상 수반’만 21년을 지낸 김영남의 처세술은 처절한 수준이다. 그와 같이 근무한 탈북 외교관은 “조용하지만 누군가 자신에게 ‘2인자’라는 말을 하면 격노했다” “자기 견해도 없고, 손에 지문도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저승에서도 김씨 일가에 손바닥을 비빌지 궁금하다.

 

-안용현 논설위원, 조선일보(2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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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한국에, 생각은 북한식' 장관, 이 사람뿐인가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2일 토론회에서 '김정은이 말하는 새로운 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군사적으로 최근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서 보이듯 억지력(抑止力)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최근 북 정세를 묻는 말에도 "지난 5월부터 집중적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단거리 미사일에 의한 억지력 강화를 들 수 있다"고 했다. 군사적으로 억지력이란 적이 공격하려고 해도 반격이 두려워 공격하지 못하도록 막는 힘을 뜻한다. 북핵 위협에 대응해 한·미 연합군이 대응책을 준비할 때 '대북 억지력'이란 표현을 쓰는 것이다. '한국이 억지력이 부족해 6·25 남침을 당했다'고 할 때 쓰는 말이다. 김 장관 말대로 북 미사일이 억지력이라면 국군의 북침을 막으려고 북이 어쩔 수 없이 미사일 실험을 한다는 얘기가 된다. 대한민국 장관이 북 집단의 입장과 관점에서 한반도 상황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무심결에 드러낸 것이다.

김 장관은 2년 전 칼럼에서 "(한·미가) 힘을 과시하면 북을 겁먹게 할 수는 있다. 다만 그 결과가 억지력, 즉 핵개발이었음을 알아야 한다"고 쓴 적도 있다. 핵개발이 '자위 수단'이라는 북 논리 그대로다. 한·미가 북을 공격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나. 모든 군사 공격은 북에 의해 저질러졌다. 김 장관은 연구자 시절부터 북 주장에 동조하는 경우가 많았다. 천안함 폭침에 따른 대북 제재를 "바보 같다"고 했고, 개성공단 중단은 "자해 행위"라고 했다. 제재받는 북 경제가 "오히려 좋아졌다"는 황당한 말도 했다. 북한 입장에서 문제를 살펴야 한다는 이른바 '내재적 접근법'에 완전히 매몰돼 몸만 한국에 있을 뿐 뇌는 북한식이 된 것 아닌가.
 

 

지난해 남북 판문점 선언에는 "당면하여 문재인 대통령이…" 등 북한식 표현이 군데군데 보인다. 북한식 표현에 너무 익숙해 바꿔야 한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북에 길들여지고 그들 사고방식대로 생각하는 정부 인사가 한둘이 아니다. 앞으로 북이 무슨 도발을 해도 '김정은의 입장'에 서서 두둔할 것이다. 

 

-조선일보(19-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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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일 만나면 도망치는 北 외교관 

 

김정은, 김평일 소환은 불안 때문… 부산 오기 어려운데 왜 초청
왔다면 아세안 정상들 뭐가 되나 '들러리 선 것 아니냐' 불쾌할 것
 

 

1990년쯤 북한 외무성 부상과 서기관이 주(駐)불가리아 대사관 복도에서 북 대사와 마주쳤다. 반갑게 인사하기는커녕 유령이라도 본 듯 놀라 뒤돌아섰다. 달아나려는 순간 북 대사가 "저도 장군님의 전사입니다. 말씀 좀 하시지요"라며 불러 세웠다. 김정일의 이복동생 김평일이었다. 북 권력 투쟁에서 패한 김평일은 1988년 이후 헝가리·불가리아·핀란드·폴란드·체코 대사 등으로 떠돌았다. 30년 넘게 명색이 대사였지만 북 외교관들은 그를 만나면 무슨 말을, 언제, 어디서, 누구와 함께, 어떻게 했는지를 깨알처럼 보고서로 써야 했다. '김씨 곁가지'를 관리하는 노동당 조직지도부 10호실에 직보했다. 대화 내용을 빼먹거나 김평일과 가까운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오면 바로 목이 달아났다. 김평일을 보면 도망치는 게 상책이었다.

김정은이 허깨비나 마찬가지인 삼촌 김평일을 최근 평양으로 불러들였다고 국정원이 밝혔다. 여생을 고향에서 보내라는 배려는 아닐 것이다. 이복형 김정남을 외국 공항에서 화학무기로 살해했을 때처럼 '왕위 계승권'을 가진 삼촌이 외국에 있다는 것 자체가 싫고 불안했을 것이다. 만에 하나 평양에 무슨 일이 벌어졌다면 북 주민들은 김정일 장남인 정남이나 김일성을 빼닮은 평일을 '후계 1순위'로 떠올렸을 것이다. 불순 세력이 이런 점을 노릴 수도 있다. 주변 환경이 유동적이고 절대 권력이 커질수록 독재자의 의심과 불안은 부풀기 마련이다.
 


김일성과 김정일도 그랬다. 김일성은 1965년 반둥 비동맹 정상회의, 1980년 티토 유고 대통령 장례식 등 다자(多者) 외교 무대에 참석했다. 그러나 1986년 짐바브웨 비동맹 회의를 앞두고 시험 비행하던 전용기가 아프리카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겪고 나서는 국제 회의장에서 사라졌다. 당시 김일성 대신 짐바브웨에 갔던 김영남 외교부장은 "장마당 같은 곳에 오실 필요 없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김정일은 양자(兩者) 정상회담만 했다. 1인 신정(神政) 체제인 북에서 김일성·김정일이 여러 정상 사이에 묻히는 장면도 용납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얼마 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을 초청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북은 "(남측이) 특사라도 보내달라고 간청했다"며 조롱까지 했다. 북 선전 도구는 2일 한국이 아세안 회의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구걸했다"고 비난했다. 이 정부에는 이른바 '북 전문가'들이 수두룩하다. 북 입장에서 문제를 봐야 한다는 '내재적 접근법'을 강조하던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김정은 신변이 100% 보장되고 김정은만 돋보이는 자리가 아니라면 오기 어렵다는 걸 알 텐데도 국정원부터 "김정은이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선거를 앞두고 어떡해서든 '김정은 쇼'를 하려는 데 눈이 멀어 기초부터 잊어버린 것 아닌가.

김정은이 왔다고 치자. 그럼 아세안 정상들은 뭐가 되나. 겉으로는 '한반도 평화에 기여해서 기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속으로는 '들러리 세운 것 아니냐'고 하지 않겠나. 모든 뉴스가 김정은 일거수일투족에 맞춰지고 아세안 정상들은 김정은 배경쯤으로 다뤄졌을 것이다. 한국 면적 45배인 아세안은 인구 6억5000만명에 연평균 5%씩 성장하는 지역이다. 중국에 이어 우리의 두 번째 교역 상대다. 여기 정상들은 바보가 아니다. 자존심도 강하다.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을 열었을 때 아세안 외교관들은 '앞으로 한국이 정말 아세안을 중시하려느냐'고 물었다. 이번엔 '간판만 신남방 정책으로 바꾼 건가' '지금 한국 외교에 북한 빼면 남는 게 뭐냐'고 물을 것이다.
 

 

-안용현 논설위원, 조선일보(19-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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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이 '금강산 철거' 통고하자 '원산 개발하자'는 정부 

 

정부가 금강산 남측 시설을 부수고 몰수하겠다는 북한에 원산·갈마지구 개발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2일 '원산·갈마 개발을 제안했느냐'는 질문에 "(원산·갈마를 포함한) 동해 관광특구를 공동 개발하자는 것은 9·19 남북 합의 중 하나"라고 이를 사실상 시인했다. 금강산의 우리 국민 재산이 철거될 상황인데 북의 다른 개발 사업에 돈 대줄 궁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자기 고향인 원산·갈마지구 개발을 우상화 치적으로 삼으려 한다. 여러 차례 직접 찾아 독려했고 군 병력을 대거 투입했다. 지난 4월이 완공 목표였지만 유엔 대북 제재에 막혀 지지부진한 상태다. 당연히 한국이 원산 개발에 돈을 대줄 방법도 없다. 김 장관도 "투자는 제재 완화가 전제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개발을 제안한 것을 보면 어떻게든 대북 제재를 흔들어 남북 쇼를 벌이려는 생각뿐인 듯하다.
 

 

김 장관은 "금강산 임시 숙소였다가 방치된 컨테이너 340여개는 정비 필요성이 있다고 (남측) 사업자들도 공감한다"며 "방치된 시설 정비를 북한은 철거로 이해할 수도 있다"고 했다. 금강산 남측 시설을 "들어내라"는 김정은 지시가 '정비'라는 것이다. 궤변을 넘어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것이다. 금강산 지역은 우리 기업이 50년 독점 개발 계약을 했고 그 시설에 정부 돈까지 약 1조원이 투자됐다. "너절하다"는 김정은 한마디에 국민의 재산권이 날아갈 판인데 국민의 재산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한술 더 떠 다른 곳에 돈을 대주겠다고 한다. 

 

김 장관은 '북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비핵화) 의지는 협상의 전제 조건이 아니다"라고 했다. 대통령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며 미·북 회담을 중재했다. 그런데 이제는 '비핵화 의지가 없어도 협상은 한다'는 식으로 말을 돌리고 있다. 지금까지 거짓말을 해왔다는 자백과 같다. 

 

-조선일보(19-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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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직접 '비핵화 구상' 말하라 

 

후세인·카스트로 같은 독재자도 美 언론 통해 자신의 생각 밝혀
北 '완전한 비핵화' 의지 있다면 국제사회 앞에서 공개 약속해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북 특사단에 '답답함'을 토로했다는 얘기를 듣고 오히려 더 답답함을 느꼈다. 김정은은 "비핵화 의지를 여러 차례 천명했는데 국제사회가 몰라준다"고 했다는데, 정말 그런 의지가 있다면 왜 공개 석상에서 직접 자신의 비핵화 구상을 속 시원히 밝히지 않는 걸까.

"트럼프 첫 임기 내 비핵화" 등의 말이 김정은의 육성(肉聲)으로 나왔다면 훨씬 파급 효과가 컸을 것이다. 국제사회가 의심을 완전히 거두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일단 대화에 좀 더 힘을 실어주자'는 여론은 확산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 말들은 특사단이 기자들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흘리듯이 전해졌을 뿐이다. 그러니 김정은의 의지가 얼마만큼 실려 있는 언급인지, 조건들이 줄줄이 붙어 있던 것은 아닌지, 또 시간 끌기 작전을 하는 건 아닌지 의혹이 꼬리를 문다. 매번 이렇다.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합의문에 들어가 있는 '완전한 비핵화'의 정확한 의미는 아직까지 모호하다.

특사단에 따르면 김정은은 "국제사회의 평가가 인색하다. 선의(善意)를 선의로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불평을 하기 전에 인색한 평가가 주로 북한을 가장 잘 아는 집단에서 나오고 있는 이유를 돌아봐야 한다. 과거 북한을 사찰했던 국제원자력기구(IAEA), 북한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던 북핵 협상가들이 그렇다. IAEA는 "북한이 핵 활동을 중단했다는 징후가 없다"고 했다. 크리스 힐, 로버트 갈루치 등 과거 대북 대화에 앞장섰던 사람들은 "싱가포르 회담 후에도 북한은 아무 대가도 치르지 않았다"고 했다. 이들은 과거 북한의 '비핵화 의지'라는 것을 경험해봤다. 그리고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는 한·미가 원하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임을 여러 차례 '뒤통수'를 맞아가며 체감했다. 이들에게 '선의를 믿어 달라'는 김정은의 말은 "한 번 더 속아달라"는 말과 다름없다.

김정은은 문재인·트럼프 대통령의 귀만 잡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북이 가장 바라는 체제 보장, 경제 지원은 한국이든 미국이든 대통령뿐 아니라 의회와 여론의 광범위한 협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이 진정 핵을 포기하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면 공개 연설이나 기자회견·인터뷰를 통해 회의론자들도 직접 설득하려는 노력을 보일 필요가 있다.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니라면 국제사회 앞에서 공개적으로 약속하는 것을 꺼릴 이유가 없다.

당장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무대가 될 수 있다. 김정은이 의지만 있다면 정상회담 후 열리는 기자회견에서 큰 틀에서의 비핵화 구상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과거와 달리 북한의 비핵화가 한·미가 생각하는 것과 일치하는지, 그런 비핵화를 2년 안에 할 의지가 확고한지 등을 전 세계는 궁금해한다. 핵신고서 제출 같은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 계획도 그의 입을 통해 듣고 싶다. 언론 인터뷰도 효과적인 수단이다. 김정일 이후 북한 지도자가 인터뷰를 한 전례가 없다지만 그동안 김정은이 보여온 파격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과거 이라크 후세인, 쿠바 카스트로 등 미국과 싸우던 독재자들도 미국 언론을 불러 자신의 생각을 전 세계에 밝히곤 했다.

문 대통령 등 우리 정부 인사들은 김정은이 "솔직하고 담백하고 침착하고 대담하다"고 입을 모으는데, 그런 인물이 적극적으로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다. 김정은이 뒤로 숨을수록 더 많은 사람이 "이번에도 '핵 사기'에 놀아나고 있다"는 심증을 굳힐 것이다.
 

 

-임민혁 논설위원, 조선일보(18-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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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 비핵화는 둘째 아닌 첫째 의제여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2박3일 일정의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이번 회담 의제로 첫째 남북 관계를 개선·발전시켜나가는 일, 둘째 비핵화를 위한 미·북 대화를 중재하고 촉진하는 일, 셋째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과 전쟁의 위협을 종식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임 실장은 "비핵화 문제는 과거 정상회담 의제로 오른 적이 없다"면서 "마치 이번 정상회담에서 굉장한 성과를 내야 되는 것처럼 기대감이 있지만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의 초점은 첫째 의제로 꼽은 남북 관계 개선에 있으며 비핵화는 마지못해 떠맡은 숙제처럼 여기는 분위기다. 핵문제는 어차피 미·북 간에 해결될 수밖에 없으며 남북 정상회담에서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아 달라는 주문이다.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 수행단 구성과 관련해 "가급적 민간 경제인들을 많이 모시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남북 경협을 통해 '한반도 신경제 지도'를 그려 나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을 이번 회담을 통해 좀 더 구체화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남북 경협의 청사진은 이미 노무현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 10·4 정상회담 합의문에 상세하게 제시됐다. 그 합의가 이행되지 못한 것은 북한이 정상회담에 앞서 타결됐던 북핵 폐기를 위한 6자회담 합의를 깨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10·4 합의를 좀 더 발전시킨 수십 쪽짜리 로드맵에 합의해본들 북이 핵 폐기 실천에 나서지 않으면 또다시 휴지 조각이 되고 말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며칠 새 미국 재무부는 대북 제재를 위반한 중·러 기업을 추가 제재했고,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대북 제재 이행 점검을 위해 긴급 안보리를 소집했으며, 국무부는 산하 VOA방송을 통해 남북 관계 발전이 비핵화에 앞서가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가 첫째 의제로 꼽은 남북 관계 개선은 비핵화 없이 한 걸음도 떼기 어렵다. 셋째 의제라는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 완화 역시 북이 핵을 내려놓지 않으면 도리어 안보를 저해할 수 있다.
 

 

남북 정상이 회담을 갖는 것도 벌써 다섯 번째며, 문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나는 것은 올 들어서만 세 번째다. 정상들끼리 벌이는 깜짝 이벤트에 이제 식상해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두 정상의 회담은 18일, 19일 두 차례 예정돼 있으며 마지막 날인 20일도 경우에 따라 만날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사흘 연속 김정은을 만나 핵 폐기 결단을 내리도록 설득해야 한다. 김정은이 핵탄두, 핵시설 폐기 계획을 제시하면 남북 관계 개선이나 군사적 긴장 완화는 저절로 풀려나가게 된다.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 의제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비핵화라는 각오로 평양을 향해야 한다. 

 

-조선일보(18-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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