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하루 늦으면 한 세대 뒤처져”… 잠자는 법안들부터 처리를]
[인질로 잡고 있는 과학기술만이라도 석방해달라]
“AI 하루 늦으면 한 세대 뒤처져”… 잠자는 법안들부터 처리를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대통령은 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산업화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달이 뒤처지고, 정보화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1년이 뒤처졌지만, AI(인공지능)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지게 된다”고 했다. 현 정부의 국정 목표 ‘AI 3대 강국’ 예산을 포함한 728조 원 규모 내년 예산안의 초당적 처리를 요청하는 자리였다. 다만 이날 국민의힘은 전날 내란 특검팀의 추경호 전 원내대표 구속영장 청구를 이유로 연설을 보이콧했다.
이 대통령은 “AI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예산”이란 점을 강조하며 ‘AI’를 30차례 언급했다. 올해의 3배가 넘는 10조1000억 원의 AI 예산을 산업·생활·공공 분야 AI 도입, 관련 인재 양성과 인프라 구축에 투입하겠다고 했다. 특히 로봇·자동차·공장 등에 AI를 적용하는 ‘피지컬 AI’ 선도국가 달성에 집중 투자한다. 문화·국방·교육·복지 부문에서의 AI 활용도 제고, 기술 발전이 초래할 격차의 해소가 핵심이었다.
AI 경쟁력이 중요한 국력의 척도 중 하나인 시대에 정책의 핵심 화두로 AI를 제시한 것은 의미가 있다. 엔비디아에서 최신형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 공급을 약속받아 AI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만큼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문제는 정책 실현에 필요한 법안들이 여야의 극한 공방에 휩쓸려 처리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비슷한 내용도 있지만 국회에 발의된 AI 법안만 27개다. AI 기본계획 수립을 의무화하고, 관련 기업에 보조금·세제 혜택·금융 지원을 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법안 80% 이상이 걸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엉뚱한 정치싸움으로 파행 중이다. AI 산업과 직결된 반도체 특별법 역시 연구개발(R&D) 인력의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예외 문제로 제동이 걸려 있다.
게다가 폭증하는 AI 수요에 대응할 전력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GPU 26만 장을 돌리는 데 인구 20만 명짜리 신도시 2곳이 사용하는 전력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원전 신규 건설과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은 번번이 벽에 부딪히고, 송전망 건설 계획은 지역주민의 반발과 이에 편승한 정치인들 때문에 절반 이상이 지연되고 있다. 여야가 싸울 땐 싸우더라도 ‘AI 대전환’처럼 국가의 미래, 경제의 생존이 달린 사안에 대해선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2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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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로 잡고 있는 과학기술만이라도 석방해달라
[정우상 칼럼]
최민희, 24년 전 책에는 임신·육아·性에 대한 反과학적 신념만 가득
위원장 사퇴 못 하겠다면 과학·기술·AI만이라도 다른 상임위로 넘겨달라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마친 뒤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과방위원장 등과 인사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후는 예상과 많이 달랐다. 개딸들 뜻대로 강경 일변도로 나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 대통령은 인사와 정책에서 ‘실용주의’를 강조했다. 취임 후 얼마간 외교도 내치도 급발진은 없었다. 이 대통령을 20년 가까이 지켜본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퇴임 이후 재판을 받지 않는 것”이라며 “성공한 대통령으로 박수받으며 퇴임하는 것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장에게 모욕을 주고, 대법관을 증원하고 4심제와 판사 처벌을 위한 법 왜곡죄를 만드는 폭력적 방식 대신 국민 지지와 동의로 재판을 면제받는 정공법을 쓸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비호감(사실은 밉상이라고 했지만) 인사 몇 명을 거론한 뒤 이들을 전면에 배치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중 한 명이 최민희 의원이었다. 그는 당초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위에서 교육·과학·미디어를 담당하는 사회2분과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위원회 출범 직전 “쿨하게 양보하겠다”고 했다. 자신은 양보라 했지만, 그의 인수위 배제는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와 무관하지 않았다. 방송법에 대해 대통령실이 ‘국민 공감대’를 강조하면서 강경파의 후퇴가 굳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방송법·노란봉투법·양곡법은 급발진했고, 이 대통령이 경계한다고 알려진 인물들이 전면 배치됐다. 그중 한 명은 당 대표가 됐고, 또 한 명은 법사위원장이 됐다. 나머지 한 명이었던 최 의원은 국회 상임위원장으로 이진숙 등 다양한 인사들을 상대로 군기를 잡으며 ‘쇼츠의 여왕’이 됐다. 국민 지지를 받아 퇴임 후 재판을 받지 않는 전략을 택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 대통령은 최 의원을 비롯한 강경파의 손을 굳건하게 잡았다.
최 의원 딸 결혼식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 대통령과 민주당 강경파의 전략적 제휴는 성공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양자역학 공부로 딸 결혼식의 세부 내용을 몰랐다”는 말 이후 모든 것이 뒤집혔다. 민주당 내부서도 그에 대한 사퇴론이 나올 만큼 상황이 심각해졌다. 벼랑 끝에 몰리자 최 의원은 대상과 내용이 불분명한 사과는 했지만 위원장 사퇴와는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그가 양자역학을 말할 때 과거 그가 쓴 유사(類似·사이비) 의학에 대한 글이 떠올랐다. 저러다 양자역학 잡아먹겠다는 공포가 엄습했다. 정말 이분은 한번 공부하면 끝까지 가는 스타일이었다. 한때 실패한 운동권들 사이에 단전호흡 같은 것이 유행했다. 이념의 빈자리를 도(道) 같은 걸로 채웠던 시기가 있었다. 최 의원은 ‘소년 빨치산’ 출신 좌파 인사에게 배웠다는 이론으로 2001년 책을 써 20만 부를 팔았다. 이런 내용이다.
“우유를 먹고 큰 아이들은 성질이 난폭하다” “아들을 낳고 싶으면 배란일을 전후로 남자는 야채 죽을 먹어 영양을 낮추고, 딸을 낳고 싶으면 여자가 영양 섭취를 줄이면 된다”는 내용이다. 아기가 태어나면 첫 사흘은 굶기고 100분 동안은 옷을 벗긴 채 두라고 했다. 제왕절개로 낳은 아이 중에 아토피나 소아 당뇨가 많다거나 여성 난임은 꽉 조이는 옷으로 인한 자궁 폐쇄와 노폐물 정체가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비슷한 시기 인터넷 글에서는 “인도인들은 히말라야 정기를 받아 정력이 너무 강한 탓에 몸을 감싸야 한다”거나 “서양 영화에 음란 장면이 많은 것은 서양인의 성 능력이 약해 자극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도 있다. 새끼손가락 길이가 여성은 질 깊이, 남성은 성기 길이와 관련 있다는 주장도 있다. 최 의원은 지난 총선 때 이게 문제가 되자 “그쪽 분야 일을 하지 않은 지 오래됐다. 보건복지위에 갈 가능성은 없다”며 넘어갔다.
누구나 생각은 자유고 책임은 자신이 지면 된다. 문제는 그녀가 지금 과학기술 정책에 과기부 장관만큼이나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미래가 걸린 과학기술, 특히 결정적 국면을 맞고 있는 AI가 그녀의 자기장 안에 인질처럼 붙잡혀 있다. 앞으로 몇 년 여기서 엉뚱한 길로 가면 우린 추락이다. 딸 결혼식 문제 때문이 아니다. 반과학적 신념에 가득 차 책까지 썼던 인사가 과학기술 정책과 예산을 다루는 게 위험해서 과학위원장 사퇴를 권고하는 것이다. 그래도 그만둘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상임위에서 과학기술이라는 인질만이라도 석방해 달라. 그녀에게 가르침과 훈계를 듣거나 때론 추궁당할지 모를 과학기술자들과 관료,기업인들이 안쓰럽고, 국가 미래가 진짜 걱정돼서 하는 말이다.
-정우상 논설위원, 조선일보(2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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