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외부인 출입 금지.. '우리만의' 유토피아] .... [‘아파트 혼맥’도 나오나]

뚝섬 2026. 3. 8. 05:45

[외부인 출입 금지… '우리만의' 콘크리트 유토피아]

[아파트 ‘입주민끼리’ 결혼정보회사]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 아파트’에서]

[‘아파트 혼맥’도 나오나]

 

 

 

외부인 출입 금지… '우리만의' 콘크리트 유토피아


사유 재산권 對 시민 통행권
아파트 보행로 통제 기싸움

“외부인은 정숙! 우측 보행만 허용.” 서울 상일동 신축 대단지 A아파트, 행인들은 입구에서부터 주눅 드는 현수막과 경고문을 잇따라 마주하게 된다. 참고로 실내가 아니라 야외다. 9개 항목의 ‘사유지 보행로 이용 수칙’ 푯말도 곳곳에 설치돼 있다. ▲보안대원 요청 시 입주민 카드 제시 ▲안전 거리 확보 ▲소음 자제 및 사생활 보호 ▲시설물 훼손 시 손해배상 청구…. 인근 주민들은 “텃세가 심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아파트가 역 바로 앞에 들어선 탓에 지하철에서 내려 멀리 돌아가지 않으려면 단지 내 중앙 보행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다, 시민 이동 편의 등 공공성 확보가 재건축 승인의 조건부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당 아파트 입주민대표회의 측이 보안을 이유로 중앙 보행로를 제외한 전 구역을 외부인 금지 구역으로 지정해 위반 시 회당 10만원 수준의 질서 유지 부담금(?)을 부과하겠다는 공문까지 주변 아파트에 발송하면서 갈등은 격화됐다. 실제로 이곳 아파트 지상 길목마다 ‘외부인 제한 구역’ 입간판이 서 있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최근 세 차례 주민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청취했다”며 “보행로 근처에 수목 식재나 CCTV 설치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반려견도 ‘입주민’만 통과

 

아파트 공화국, 대한민국이 단지별로 쪼개지고 있다. 아파트마다 ‘외부인 출입 통제’ 기조가 거세지면서 통행권 제약에 따른 불만도 급증하고 있다. 경기도 판교의 한 맘카페에 황당한 사연이 올라왔다. “아이 학교에 시험 감독 봉사하러 가는 길에 다른 아파트로 통하는 지름길로 아이들 따라 지나가려다가 ‘학생 등교만 허락되니 입주민 아니면 나가라’면서 잡상인마냥 경비원에게 큰소리 듣고 쫓겨났어요. 15m쯤 되려나요? 아파트 잠시 통과하는 게 뭐 그리 큰일이라고…. 너무 마음 상하네요.”

 

사람뿐 아니라 반려견도 감시 대상이다. ‘입주민 전용 목줄’을 차야만 단지 내에서 개털을 날릴 수 있는 것이다. A아파트에도 보행로 내 푯말에 “반려견 인식표 부착 필수! 배설물 미처리 시 손해배상 청구”라고 적혀 있었는데, 서울 개포동 신축 B아파트 역시 반려견 인식표를 제작해 외부인 견주가 발견되면 즉시 내보내는 지침을 마련했다. 배변 처리 등 민원이 지속 제기됐다는 게 그 이유. 대단지 신축 아파트의 경우 잘 갖춰진 조경 덕에 산책로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공원이 아니라 사유지”이고 “불편 방지를 위한 자구책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초고가 아파트 “범죄 우려”

 

서울 반포동 C아파트는 지난달 출입구 등 외곽에 보안문을 설치하려다 논란을 빚었다. 실거래가 165억원을 기록한 초고가 아파트. 주민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이 찬성했지만 지자체가 제동을 걸었다. 서초구청 측은 “허가 없이 보안문을 설치할 경우 건축법 및 관련 법령에 따라 원상 복구 명령, 건축 이행 강제금 부과, 건축물대장 위반 건축물 등재에 따른 각종 행위 허가 제한 등 강력한 행정처분이 진행될 수 있다”며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반면 입주민 측은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 주변이 관광특구로 지정돼 인구 밀도가 높아진 데다, 고급 아파트로 유명해지면서 범죄 표적이 될 가능성도 커졌다는 논리다.

 

서울 개포동 D아파트는 단지 외곽에 출입증으로 작동하는 1.5m 높이의 철제 펜스를 설치했다. 강남구청 측이 수차례 철거 명령을 내렸지만 응하지 않았고, 설치를 주도한 조합장이 벌금 100만원을 부과받았다. 벌금을 물지언정 담장은 허물지 않겠다는 강경 대응의 배경에는 인근 대모산 등산객이 있었다. 아파트가 지하철역과 등산로 중간에 위치한 까닭에, 단지 내에서 신발을 벗고 발을 씻거나 음식을 시켜 먹고는 쓰레기는 그대로 놓고 가는 일이 빈번했다고. 공용 벤치가 취객에게 점령당하는 일까지 생겨나자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새 아파트 변신 후… 태도 돌변?

 

그러나 아파트 단지가 초대형화되면서 ‘열린 단지’는 도시 기능의 일부를 수행하는 아파트 재건축 평가의 핵심 요소가 돼가고 있다. 지난해 재건축 시장 최대어로 꼽힌 서울 압구정 아파트 지구에서도 공공 보행 통로는 사업 속도를 결정짓는 키워드였다. 정비 계획이 통과된 4개 구역 모두 단지 담장을 없애고 외부인이 자유롭게 한강공원을 오갈 수 있는 보행로를 확정하며 본격 작업에 착수했는데, 이 과정에서 압구정 3구역은 공공 보행 통로를 지하로 내려 차도와 함께 배치한 형태를 제시했다가 승인이 보류됐고, 다시 지상안(案)으로 수정해 공공성을 강화하면서 심의를 통과했다.

 

다만 공공 보행 통로 운영을 약속하고 준공 뒤 이를 뒤집더라도 1회성 과태료 외에 실효성 있는 제재 수단은 찾기 어렵다. 서울시가 2024년 공공 보행 통로에 ‘지역권(지자체가 통행 등을 위해 타인의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을 설정해 임의 차단이 불가하도록 했지만, 이 역시 민사 소송의 영역이어서 제재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2023년 신설된 공공 보행 통로 조성에 따른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받았다면 제재 명분이 확실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라며 “대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석 서울시의원은 “공공 보행 통로가 폐쇄된 아파트 단지를 전수 조사해 시민 보행권 확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미래로 열린 단지, 가능할까

 

황당한 폐쇄성은 계속 보고되고 있다. 경기도 광명시 E아파트는 사상 최초 ‘아파트 놀이터 일일권’으로 구설에 올랐다. 입주민에게만 놀이터용 비표를 발급하고, 외부인은 입주민을 통해 일일권을 배부받아야 놀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다. “외부인 무단 이용으로 우리 아파트 어린이들이 자유로운 이용을 방해받고 놀이 기구 훼손도 발생했다”는 게 이유였다. 국민대 사회학과 최항섭 교수는 “한국에서 아파트는 이제 단순한 콘크리트 건물을 넘어 광범위한 구별 짓기의 공간이 됐다”며 “비정상적 행태를 견제할 수 있는 건 법보다 해당 아파트를 향한 사회적 평판 저하”라고 말했다.

 

학교도 몸살을 앓고 있다. 신축 대단지 아파트의 전입 학생 학교 배정을 두고 기존 주민들이 반발하는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서울 잠실 F아파트는 찻길 하나를 사이에 둔 G아파트와 심각한 마찰을 빚었다. 이사 온 초등학생이 급증해 G아파트 앞 학교에 교실 증축이 논의되자, 과밀 학급으로 인한 교육 환경 악화를 거론하며 “다른 동네 학교로 배정하라”고 G아파트 측이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반면 F아파트 측은 “공립학교는 특정 아파트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고 맞섰다. 교육청은 고심 끝에 근거리 배정 원칙을 깨고 F아파트 일부 학생을 거리가 더 먼 학교로 분산하기로 결정했다.

 

-정상혁 기자, 조선일보(26-03-07)-

______________

 

 

아파트 ‘입주민끼리’ 결혼정보회사

 

최근 평당 1억 원을 돌파한 서울 송파구 대단지 아파트 헬리오시티 상가에 독특한 매장이 생겼다. 분홍색 장식의 유리 너머로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하세요”란 문구가 보이는 결혼정보회사다. 부동산 중개업을 해온 주민이 알음알음 미혼의 입주민들을 중매해 주다가 수요가 늘자 아예 아파트 이름을 따 회사를 차렸다. 개업 3개월 만에 회원이 200명을 넘겼고, 그중 3분의 2가 입주민이라고 한다.

▷단지 내 결혼정보회사가 더 먼저 생긴 곳은 서울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다. 평당 2억 원을 오르내리는 초고가 아파트에 사는 회원들이지만 거기서 또 직업, 학력 등에 따라 4개 등급으로 나뉜다. 연회비도 50만∼1100만 원까지 제각각이다. 서울 강남구 타워팰리스에도 입주민 중매 모임이 최근 생겼다. 이들은 강남권의 다른 고가주택 주민들에게도 문호를 열고 있어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근처 주민센터로 찾아와 연결해 달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비슷한 배경의 사람들끼리 결혼하려는 풍조는 예전부터 있어 왔다. ‘마담 뚜’나 VIP 고객을 상대하는 은행원들이 부유층 자녀들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처럼 아파트가 맞선의 무대가 된 건 강남 집값 폭등과 맞물린 기현상이다. 고가 아파트 커뮤니티가 몇 년 새 확 늘어난 데다, 아파트가 개인의 자산 규모를 드러내는 표식이 되면서 ‘평당 얼마짜리 아파트 소유자끼리 사돈 맺자’는 식의 생각이 싹트게 된 것이다.

 

▷부모가 원한다고 혼인이 성사되는 건 아니지만 자녀들도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만 고수하기엔 현실이 척박해졌다. 과거처럼 결혼해서 성실히 돈 모으면 내 집 마련이 가능했던 주거 사다리가 무너지면서 젊은 세대에서 재력이 검증된 상대와 안전한 결혼을 추구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가 곧 신분 증명서가 돼 결혼에까지 영향을 미치면 부자들의 혼맥 네트워크는 공고해지게 된다. 이미 심각한 강남과 강북, 서울과 지방의 자산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신혼부부가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를 선호하듯 중년 부부들이 ‘결품아’(결혼정보회사를 품은 아파트)에 몰리는 시대가 오지 말란 법도 없다. 가뜩이나 퍼진 물신주의가 더 큰 사회적 위화감으로 번질 수 있다.

주소지가 ‘결혼 스펙’이 되는 사회에선 비혼과 저출산도 더 가속화된다. 안 그래도 불안한 경제력 탓에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이들이 많은데 소수의 아파트 울타리 안에서만 부가 대물림되면 담장 밖 사람들은 선택지가 좁아진다. 부자들이 결혼으로 더 연결될 때 ‘결포자’(결혼포기자)들은 발밑이 흔들릴 수 있다.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집값 폭등을 막지 못하면 아파트 입주민 결혼정보회사 같은 씁쓸한 풍경들을 자주 마주하게 될 수 있다.

-신광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5-11-19)-

______________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 아파트’에서


가끔 금요일에 쉴 때면 어린이집이 끝나는 오후 4시에 두 딸을 데리러 간다. 그때마다 아이들의 다음 목적지는 놀이터다. 40년 넘은 우리 아파트의 낡은 놀이터가 아니라 길 건너 신축 아파트의 새 놀이터다. 우레탄이 깔려 있고 큰 미끄럼틀이 있고 연못에 우렁이도 산다.

그 아파트는 단지 안팎으로 곳곳에 철제 울타리가 세워져 있다. 밖에선 비밀번호를 눌러야 들어갈 수 있고 안에선 버튼만 누르면 나올 수 있다. 일부 출입구는 반대다. 울타리는 많은 것을 상징한다. 아파트를 세우는 데 들었을 막대한 비용과 높은 분양가, 치안과 사생활 우려, 한 울타리 안에 산다는 동질감과 그 밖에 대한 이질감. 최근 서울의 한 아파트는 입주민끼리 사돈을 맺자며 혼사까지 주선하고 나섰다. 같은 아파트에 산다는 건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가 비슷하다는 것, 그래서 따져볼 것이 줄어든다는 계산일 것이다. 저출산 비혼 시대에 이런 시도라도 어디냐고 할 수 있지만 뒷맛은 씁쓸하다.

대단지 아파트 안에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물론이고 학교도 있다. 그래서 친구들 대부분이 같은 아파트에 산다. 평생의 반려자까지 아파트에서 찾는 세상이라면 나중에는 그 이상도 가능하지 않을까. 단지 인근 같은 병원에서 태어나 같은 초중고교를 다니고 잠시 나가 대학을 마치면 아파트로 돌아와 가정을 꾸리고 늙어 생을 마감하는 것 말이다. 입주민 전용 화장장, 봉안당까지 들어설지도 모르겠다. 말 그대로 ‘요람에서 무덤까지’다.

 

한국에서 아파트는 단순한 집 이상이다. 서울시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아파트에 사는 기혼 여성은 단독주택이나 연립, 다세대 주택에 살 때보다 아이를 낳겠다는 의사가 더 높았다. 통계청 3월 발표에 따르면 가계 평균 자산 중 78.6%는 부동산이다. 아파트는 출산 인프라이자 전 재산이고 자신의 위치와 공동체를 규정하는 존재다. 그 안에 삶의 반경이 묶인 것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 국민 중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51.9%로 절반뿐이다. 또 다른 절반은 단독주택, 빌라 등에 산다. 다양한 주거의 형태와 인간관계가 존재한다.

아파트에 대한 집착을 보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과 심각해지는 양극화, 삶을 위협하는 불확실성에 스스로를 좁은 단지 안에 가둔 건 아닐까 궁금해진다. 그러다 보니 밖은 낭떠러지라도 되는 것처럼 “그 친구는 어디에 산다니?” 걱정 가득하게 묻는 것이다.

어른들이 아파트 울타리를 세우고 이쪽저쪽 갈라도 아이들은 섞여 놀았다. 다른 아파트에 사는 아이, 빌라에 사는 아이, 옆 동네 아이도 약속한 듯 오후 4시 같은 놀이터에 모여들었다. 같이 뛰고 킥보드를 밀었다.

물끄러미 지켜보는 사이 어둑어둑 해가 졌다. 슬슬 집에 가야 하는데, 울타리에 갇힌 필자는 철문 비밀번호를 몰라 누가 문을 열어주길 기다려야 했다. 그때 일곱 살 딸과 친구들이 우르르 철문 옆 덤불 뒤편으로 뛰어갔다. “얘들아 어디 가?” “아빠 일로 와!” 아이들을 따라갔더니 작은 개구멍이 있었다. 아이들은 잽싸게 그 틈으로 빠져나가 의기양양하게 철문을 열고 씨익 웃었다. 어른들의 울타리는 아이들에겐 무용지물이었다. 모여 놀던 아이들은 각자의 집으로 흩어졌다.

-이은택 정책사회부 차장, 동아일보(24-06-17)-

______________

 

 

‘아파트 혼맥’도 나오나

 

서울 서초구의 한 신축 대단지 아파트에서 입주민의 미혼 자녀들끼리 만남을 주선하는 모임이 결성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가입비 10만원에, 연회비 30만원이다. 가입 대상은 아파트 입주민 및 입주민의 결혼 적령기 자녀다. 이 아파트는 최근 전용 85㎡(25평) 크기가 42억5000만원에 거래돼 평당 매매가가 1억6500만원에 달한다.

 

▶우리나라에 대단지 아파트가 지어지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초부터다. 1990년까지도 10가구 중 6가구 이상이 단독주택에 살았다. 30년 만에 국민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사는 ‘아파트 공화국’이 됐다. 고소득층은 77%가 아파트에 산다. 아파트 주거가 확산되면서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공동체 붕괴 우려도 많았다. 그런데 집값이 치솟고 집값 격차가 벌어지니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사람들끼리 아파트 가격 지키기를 위한 이익 공동체가 형성되고 있다. 우리나라 가정들 자산은 78%가 부동산인데 대부분이 아파트 한 채 소유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인근에 임대용 청년주택이 건설된다고 하면 구청에 민원이 쇄도하고 시위가 벌어진다. 청년주택 때문에 아파트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부터 한 단지 내에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함께 조성하는 ‘소셜 믹스’가 도입됐는데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어떤 아파트 단지는 임대주택 건물만 외관과 색깔을 달리해서 지었다. 건물 한 동짜리 주상복합건물에 임대 가구는 저층부, 일반 분양 가구는 고층부로 분리 배치해서 입구와 엘리베이터를 달리하고 비상계단까지 막은 곳도 있었다.

 

▶과거에는 혈통이 신분을 갈랐는데 현대는 문화와 취향이 신분을 나눈다고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말했다. 우리나라는 ‘아파트 신분 사회’가 될 모양이다. 엇비슷한 모양으로 대량 생산된 아파트에 살다 보니 아파트 이름, 동수만 넣으면 그 사람 자산 상태가 파악된다. 발 빠른 상술이 이를 부추긴다. 한 카드사는 비싼 새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입주민 전용 신용카드를 내놨다. 특정 아파트 거주가 마치 특별한 신분이라도 되는 듯 그 신용카드로 인근 백화점에 가면 차별화된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이제는 ‘재벌가 혼맥’에 이어 ‘아파트 혼맥’도 나오려나 보다. ‘아파트 단지 내부 중매’ 기사에 독자들이 ‘자가와 전세는 리그를 나눠서?’ ‘ㅎㅎ 100평에는 30평짜리 3명 붙여주라’ ‘평형별로 나눠서 사돈 해라’ ‘그곳 살다 다른 동네 이사 가면 이혼하나요?’ 등의 댓글을 달았다. 왠지 씁쓸하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4-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