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동족도 아니다"라는데… 北서 소 방목하고 톳 키우겠단 지자체들]
[북한, 내년 봄 '악마의 골든타임' 노린다]
[차라리 一喜一悲하라]
"한국은 동족도 아니다"라는데… 北서 소 방목하고 톳 키우겠단 지자체들
북한 도시 30곳 분석한
'북한지리지' 발간, 왜?
북한의 도시 이름을 대보자. 평양·개성·신의주·함흥…. 아마도 열 손가락 꼽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 국민의 북한 단체 관광은 2008년 ‘박왕자씨 피살 사건’ 이후 중단됐고, 어떤 형태의 남북 교류든 2019년 이른바 ‘하노이 노딜’ 이후 올 스톱 상태다. 북한을 방문하거나 알 만한 기회는 사실상 없는 셈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23년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라며 관계 단절을 선언하기도 했다.

지난해 1,2편을 시작으로 최근 3,4편이 발간된 '북한지리지'. 지금까지 북한 도시 30곳을 다뤘다.
이런 가운데 북한 개별 도시의 역사와 행정, 산업, 사회·문화, 교통 등을 아우르는 ‘북한지리지’가 잇따라 출간됐다. 지난해 2월 1·2편이 나왔고, 최근 3·4편이 출간됐다. 편마다 7~8개 시·군을 담아 총 30개 지역을 다룬다. 김책시·삼지연시·정주시 등 들어봄 직한 도시부터 명천군·재령군·향산군 등 생소한 곳도 많다. 북한이 저렇게 단단히 빗장을 걸어 잠근 마당에, 이 지역들을 알아보는 건 무슨 효용이 있을까.
청송 사과씨를 받아올 땅을 찾아서
책 제목은 정확하게는 ‘남북교류협력을 위한 북한지리지’다. 지자체 31곳이 참여하고 있는 전국남북교류협력 지방정부협의회(남교협)가 기획했고, 남교협은 북한의 지방 도시와 실제 교류할 목적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북한이 응답하는 것과는 별개로 ‘자매 도시’를 찾기 위해 북한 도시들을 우선 알아보자는 것이다.
이런 식이다. 경북 청송은 사과의 고장이다. 1994년 ‘청송사과’를 상표 등록해 지역의 대표 농산물로 관리해왔고, 청송사과는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에서 13년 연속 대상을 받았다. 이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사과의 꽃가루(화분)를 비싼 값에 수입해오는데, 북한의 사과 농장에는 해외 사과 품종이 다수 확보돼 있고 값도 싸다고 한다. 기후 변화로 사과를 재배할 땅을 찾아 북진(北進)할 필요도 있다.
전남 완도의 특산물은 톳이다. 재배가 까다로운 톳은 하루라도 바다의 수온이 25도를 넘으면 안 된다. 남해안 수온이 상승하면서 완도군은 톳을 길러낼 수 있는 시원한 북한 바다에 주목하고 있다.
강원도 평창은 대관령과 비슷한 북한 지역에 소를 보내 방목해 키우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북쪽에서 자연 방목해 키우면 훨씬 생산성이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
꽉 막힌 남북 관계 탓에 별다른 진전은 없지만, ‘협력 니즈’를 가진 지자체가 있다는 얘기다. 남교협 관계자는 “인구 소멸과 기후 변화, 미래 먹거리 부족 등 발전이 정체된 환경 속에서 자체적 필요에 따라 남북 교류에 기대를 거는 지자체가 많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한국은 동족도 아니”라는데…
김정은은 2024년 지방 발전 정책 ‘20x10(10년 내 20개 지역에 현대적 공장 건설)’을 내고 북한 경제를 살리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지방 도시 개발에 대한 북한 매체의 보도가 증가 추세다. 북한지리지는 이런 북한 자료와 구글 어스 분석 등으로 꾸려졌다. 집필을 맡은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은 북한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료를 대신 받는 일을 하기 때문에 북한 자료에 대한 접촉면이 넓은 편이다. 경문협 관계자는 “북한이 너무 낙후한 지방 실태를 감춰왔던 이유도 있지만 우리가 북한을 너무 모른다”며 “200개 북한 도시 전체를 다룰 수 있도록 계속 북한지리지를 발간할 것”이라고 했다.

특산품인 담뱃잎 모양으로 지어진 북한 성천군의 아파트. /북한지리지
북한지리지에 따르면, 서해안의 해주시는 우리와 비슷한 김 양식업을 하고 있고, 동해안의 단천시는 마그네사이트 등이 생산되는 ‘자원의 보고’로 꼽힌다. 조선시대 왕에게 담배를 진상했던 성천군에는 최근 담뱃잎 모양의 아파트가 세워졌다. 백석·김소월 시인은 정주에 있던 오산학교 출신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달 20~21일 노동당 제9차대회 제8기 당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에서 "대한민국과 상론할 일이 전혀 없으며 동족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조선중앙TV
하지만 모든 게 김씨 왕조의 뜻에 달린 북한 체제에서 ‘지방정부 간 자매결연 맺기’는 너무 낭만적인 얘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은은 최근 “한국을 동족의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라고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북한학)는 “자본·기술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 20X10 정책도 사실상 좌초된 것으로 평가되는데 지방정부 간 협력은 실효성이 없다”며 “친여 성향 지자체가 나름대로 퍼주기 방식을 찾은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자체가 실질적인 성과보다 예산 확보를 위한 ‘남북 협력’ 명분 쌓기에 무게를 두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박 교수는 다만 “북한의 체제 붕괴 등 변고 가능성에 대비해서라도 지리와 산업, 문화 등을 미리 연구할 필요는 있다”고 했다.
-김경화 기자, 조선일보(26-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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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내년 봄 '악마의 골든타임' 노린다
10월 들어 북한의 막무가내식 행태를 연이어 보고 있다. 7개월여 만에 재개된 미·북 회담은 "연말까지 새로운 셈법을 가져오라"는 북한의 최후통첩과 함께 결렬되었다. 카타르월드컵 예선 남북 축구 평양전은 FIFA 규정과 대한축구협회의 거듭된 요구를 무시하고 무관중·무중계 속에 마치 전쟁 같은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세계 축구사에 길이 남을 이상한 경기이다. 경기가 있던 날 북한 신문·방송은 김정은이 첫눈 내린 백두산에서 백마를 타는 사진을 일제히 전송, 대북 제재에 대한 결전 의지를 강조했다.
북한의 행동은 철저한 각본에 입각해 연속선상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된다. 미국과의 담판을 앞둔 상황에서 김정은을 중심으로 내부 결속을 다지면서 벼랑 끝 협상을 추진하기 위한 마지막 수 싸움, 총력전이다. 김정은이 4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제시한 '금년 말' 시한이 임박해 오고 있는 가운데 당사국들의 이해가 절묘하게 합치되는 악마의 골든타임(golden time)인 내년 봄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영구적인 체제 안전 보장을 줄곧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북 제재로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 김정은의 돈주머니를 채울 외화가 간절하다. 특히 제1 국책 사업인 원산 갈마 관광특구의 완공일(내년 4월 15일)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금강산 관광 재개와 미국의 북한 관광 금지 해제를 통한 매머드급 관광객 유치는 특구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할 열쇠이다. 지금과 같은 긴장 상황이 계속되면 누가 비무장지대(DMZ)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리조트를 찾겠는가?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FFVD)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 초 트럼프의 생명줄이 걸려 있는 대선 캠페인이 본격화된다. 트럼프가 간절히 바라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도 1월쯤 결정된다. 그만큼 외교 성과가 간절하다. 문재인 정부도 비핵화와 남북 교류 협력 병행을 원하고 있다. 내년은 4월 총선도 있다. 중국·일본·러시아도 국면 변화를 바라고 있다. 이런 구조적 환경으로 볼 때 북한과 미국이 내년 1분기 내 대타협을 모색할 가능성은 상당하다. 서로 내치(內治)에 활용할 수 있는 통 큰 '분식 합의' 유혹은 떨쳐 버리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은 입으론 비핵화를 떠들지만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의 예측이다. 필자는 '비핵화 협상 3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비핵화 전 과정을 포괄하는 로드맵 성안이 최우선이다. 둘째, 패스트 트랙(fast track· 신속 처리 안건)과 스냅 백(snap back·합의 미이행 시 제재 환원)을 로드맵에 적용시켜 시간 끌기와 합의 파기를 예방해야 한다. 물론 적용은 상호적이다. 셋째, 이행 과정에는 과거 핵(무기·물질)이 단계별로 일정 비율 포함돼야 한다. 미래→현재→과거 핵 순서의 단계적·점차적 검증과 폐기는 북한의 지연전술이나 핵보유국으로의 회귀 욕구에 매우 취약하다.
극과 극은 통한다. 최근 북한은 현 정부를 상식 이하로 박대하고 미국과의 협상도 강경 일변도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염려할 필요는 없다. 담판을 앞둔 의도된 행동일 가능성이 크다. 다시는 안 볼 듯하다가 필요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대화에 나오는 게' 반세기 이상 지켜본 북한의 이중적 행태이다.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휘둘려선 안 된다. 미국의 이벤트성 분식 합의에 들러리를 서서도 안 된다.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할 경우 우리가 자체 핵무장 등 계획 B로 대처하는 문제도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정책학 박사, 조선일보(19-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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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一喜一悲하라
이수혁 신임 주미 대사가 부임을 일주일 앞둔 지난 16일 서울 외교부 청사 기자실을 찾았다. 그는 문정인 교수가 '자의 반 타의 반' 주미 대사직을 고사하는 논란이 한바탕 일어난 직후 대사에 내정됐다. 아그레망도 60일이 넘도록 받지 못하다 62일째가 돼서야 받은 이례적인 기록을 세운 터라 이날 유난히 기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는 이날 40여분간의 간담회에서 여러 차례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자"고 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대한 미국의 계속되는 우려, 한·미 동맹 약화론, 스톡홀름 노딜 이후 더 경색된 미·북 비핵화 협상에 대해 견해를 묻자 이에 답하면서 나온 표현이었다.
이런 식이었다. 그는 한 기자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발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 어떻게 보느냐"고 묻자 "북한은 천둥·번개도 만들며 먹구름을 드리우다 갑자기 해를 쨍쨍 띄우며 파란 하늘을 보이곤 한다"면서 "한두 번 경험한 게 아니라서 말하는 데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비관론이 있지만, 스톡홀름 노딜은 '과속 방지 턱' 같은 것"이라고 했다. 북한 입장에선 협상이 너무 빨리 잘되면 안 돼 속도 조절을 하려고 일부러 협상을 결렬시키고 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를 전해 들은 전문가들은 "협상은 스톡홀름 노딜 이전 7~8개월 내내 꿈쩍도 안 했는데, 북한이 왜 과속 걱정을 하느냐"면서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상황이 어떻든 일희일비하지 않는 자세는 백번 강조해도 과함이 없는 말이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들은 요즘 들어 이 허울 좋은 표현을 부쩍 많이 쓰고 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스톡홀름 결렬 직후 "한 번의 만남으로 성급하게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했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18일 경제·민생 문제로 대통령 지지율이 최저치로 떨어지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했다. 문제는 정부가 얼마 전만 해도 상황이 그럴싸해 보이기만 하면 '큰 진전이 이뤄졌다' '이전 정부가 하지 못한 걸 문재인 정부가 했다'며 '일희'하는 데는 주저함이 없었다는 점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일 저녁 북 외무성 부상인 최선희가 미·북 협상 재개 소식을 전하자 거의 즉각적으로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정부가 조금이라도 유리한 것엔 온 국민에 '일희'하자고 부추기고, 불리하고 비판받을 만한 것엔 싹 정색하고 일희일비 같은 공자님 같은 말씀으로 대응하는 모양새다.
일희만 하고 일비해야 할 때 일비하지 못하면 같은 실수가 반복되기 마련이다. 정확히 25년 전 10월 21일 북한이 핵 포기하기로 약속한 '제네바 합의'가 체결됐다. 하지만 지금 북한은 엄연한 '핵무장국'이다. '일희'보단 '일비'하고 정신 줄을 다잡아야 할 때가 아닐까.
-노석조 정치부 기자, 조선일보(19-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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