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베를린서 벨렝까지… 30년째 이어온 세계 기후 위기 논의]
[맹탕으로 끝난 기후 총회, 우리만 급발진한 뒷감당 걱정된다]
[이번엔 '탈석탄' 급발진, 나라가 환경 단체 놀이터]
[李 ‘합리적 실용주의’, 정책 조급증이 망친다]
COP-베를린서 벨렝까지… 30년째 이어온 세계 기후 위기 논의

지난 21일(현지 시각)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COP30 행사장에서 아마존 원주민이 기후 위기 대책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어요.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0~22일(현지 시각)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행사장에서 아마존 원주민들이 나타나 시위를 벌였습니다. 아마존은 ‘지구의 허파’라고 불릴 만큼 중요한 숲이지만, 개발과 벌목으로 빠르게 파괴되고 있어요. 원주민들은 기후 위기가 지구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에 대책을 촉구한 것이죠.
COP(Conference of the Parties)는 각국이 모여 기후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하는 국제회의로, 대륙별로 돌아가며 매년 11~12월 개최해요. 올해 COP30에는 194국이 참석했지만, 미국은 불참했어요. 이런 상황은 국가마다 기후 문제에 대해 입장이 다르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오늘은 COP가 왜 매년 열리게 됐는지, 세계 각국은 COP를 통해 어떤 약속을 맺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시작되다
19세기 산업혁명이 확산되면서 인류는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로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서 지구온난화와 각종 이상 기후 문제가 뒤따라 나타났어요. 이를 해결하고자 국제사회는 1988년 유엔(UN) 산하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를 만들었습니다. IPCC는 기후변화가 인류 공동의 문제이며, 국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경고했어요.

콩을 재배하려고 나무를 베어낸 아마존 숲이에요. 황토색 부분이 나무가 사라진 곳이에요. /로이터 연합뉴스
IPCC의 지적에 따라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가 열렸습니다. 이 회의에서 세계는 처음으로 기후변화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라고 공식 선언했어요. 또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등 리우 협약이라고도 불리는 환경 관련 협약들을 체결했죠. UNFCCC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가 바로 당사국총회(COP)예요. 이후 주요한 기후 대응 규칙과 합의는 모두 COP를 통해 이루어져 왔습니다.
제1차 당사국총회(COP1)는 1995년 3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렸습니다. 이 회의는 국가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다르기 때문에 감축 책임이 같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죠. 결국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하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보다 감축 의무를 더 많이 지는 방향으로 합의점을 도출했어요. 이 합의가 바탕이 돼서 COP3 때 구체적 실천 방안을 담은 교토의정서가 마련됐답니다.
미국의 불참으로 가까스로 발효된 교토의정서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제3차 당사국총회(COP3)에서는 교토의정서가 채택됐어요. 이는 사상 최초의 법적 구속력을 가진 온실가스 감축 합의였습니다. 선진국 38국이 1차 약속 기간(2008~2012년) 동안 1990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평균 5.2%를 감축하기로 하는 내용이었어요.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미달성량의 1.3배를 다음 약속 기간 감축 목표에 추가하는 페널티도 마련했죠.

1997년 12월 12일 자 조선일보 국제면. 교토의정서의 주요 내용을 다룬 기사가 실렸어요. /조선 뉴스 라이브러리
하지만 교토의정서는 발효까지 우여곡절을 겪었어요. 당시 세계 최대 배출국이었던 미국이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자국 경제에 피해를 줄 수 있다며 반대했기 때문이에요. 조약의 절차는 정부 대표가 조약에 동의하는 ‘서명’, 각국이 국내 절차를 거쳐 조약을 승인하는 ‘비준’, 조약이 실제로 효력을 발휘하게 되는 ‘발효’ 순서로 진행돼요.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이 조약에 서명한 뒤에도 미국 의회가 비준을 거부했어요. 이어 조지 W 부시 정부는 2001년 교토의정서를 공식적으로 거부했습니다.
교토의정서가 발효되려면 비준에 참여한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배출량 합계가 전체 선진국 배출량의 55%를 넘어야 했어요. 최대 배출국인 미국이 빠지면서 이 기준을 채우기 어려워졌죠. 이런 상황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러시아가 뒤늦게 비준하면서 55% 기준을 충족해 교토의정서가 간신히 발효될 수 있었어요.
하지만 교토의정서는 중국·인도 등 주요 배출국이 개발도상국이라는 이유로 빠지면서 감축 효과를 크게 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았어요. 1차 약속 기간의 종료 시점이 정해져 있어 지속성에도 한계가 있었죠.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체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모두 참여하는 파리협정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COP21에서 파리협정이 채택됐어요. 파리협정은 기후 협약의 결정적 전환점이었습니다. 선진국만 감축 의무를 지던 교토의정서와 달리, 협약에 참여한 당시 195국 모두가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는 체제로 바뀐 것이죠. 파리협정의 핵심 목표는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2도 밑으로 유지하며, 가능하다면 1.5도 이하로 제한하자는 것이었어요.

2015년 12월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COP21에서 파리협정이 채택되자 반기문(앞줄 왼쪽에서 셋째) 당시 유엔 사무총장과 관계자들이 손을 잡고 환호하고 있어요. /위키피디아
협정 참여국은 각자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설정해 5년마다 유엔에 제출하고, 이행 상황을 점검받기로 합의했습니다. 또한 시간이 지나도 감축 목표를 낮출 수 없도록 했고, 종료 시점을 따로 두지 않아 장기적 대응이 가능하도록 했어요. 이 때문에 오늘날까지 국제사회가 따르는 기후 행동의 기본 규칙이 됐습니다.
국제 기후 협력의 새로운 과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국제 협력은 리우 협약에서 시작해 교토의정서, 파리 협정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지금 우리가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게 전해집니다. 그래서 미래 세대의 삶을 해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애써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 COP30에서는 화석연료 사용을 앞으로 어떻게 단계적으로 감축할지에 대한 계획이 산유국 반대로 채택되지 못했어요. COP30은 역대 COP 중 각국 의견이 가장 첨예하게 갈린 회의로 평가받고 있죠. 이런 가운데 아마존 원주민들이 거리에서 외친 목소리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지구 공동체의 경고음이기도 합니다.
-정세정 옥길새길중학교 역사 교사/기획·구성=정해민 기자, 조선일보(2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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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탕으로 끝난 기후 총회, 우리만 급발진한 뒷감당 걱정된다
브라질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화석연료 퇴출을 위한 실행 로드맵이 빠진, 알맹이 없는 합의문을 내놓은 채 폐막했다. 탄소 배출 1·2위국인 미국과 중국이 회의에 불참하거나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은 가운데,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이 로드맵 채택에 강하게 반대한 결과였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합의문에 지구 온난화에 대응할 방법에 대한 조항은 거의 없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번 총회에서 2035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최대 61% 줄이겠다는 비현실적인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했다. 또 ‘탈석탄동맹’에 가입하겠다고 발표했다. 2040년까지 석탄 발전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국제사회에 공표한 것이다. 아무런 결론을 못 낸 맹탕 기후협약 총회에서 우리만 스스로 족쇄를 두 개나 채운 셈이다.
기후변화 영향을 체감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와 협력해 이에 대응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런데 모든 일에는 적절한 수준이 있다. 전 세계 석탄 사용량의 75%를 차지하는 중국·인도·미국은 탈석탄동맹을 외면했고, 우리보다 석탄 의존도가 높은 일본조차 “에너지 안보와 유연성 확보”를 이유로 가입을 유보했다. 그런데 정부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도 없이 덜컥 가입했다. 무리하게 높여 잡은 탄소 감축 목표치는 파리협정 ‘후퇴 금지’ 조항에 따라 다시 낮출 수도 없다. 대체 무엇을 위한 ‘급발진’인가. 국가 산업 경쟁력보다 ‘환경 모범생’ 소리를 듣는 것이 더 중요한가.
더구나 정부는 인공지능(AI) 혁명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시대에 원전에도 터무니없는 이념 잣대를 들이대며 묶어두려 하고 있다. 그러면서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충만 얘기하고 있다. 이들 에너지는 비싸고, 생산이 불안정하다는 치명적 한계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높이고 탈석탄 시기를 앞당기면 기업 부담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지고 전기 요금도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 환경 탈레반들에게 발목 잡힌 나라 장래가 걱정스럽다.
-조선일보(25-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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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탈석탄' 급발진, 나라가 환경 단체 놀이터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7일(현지시간) 브라질 벨렝에서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30) 부대행사로 탈석탄동맹(PPCA) 등이 주관한 '청정에너지 전환 가속화 이니셔티브'에서 탈석탄동맹 동참 선언을 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정부가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탈석탄동맹(PPCA)’에 가입하겠다고 발표했다. 2040년까지 석탄 발전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국제사회에 공표한 것이다. 2035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최대 61% 줄이겠다는 비현실적인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이어 또 하나의 족쇄를 스스로 채웠다.
기후 문제 대응을 위해 탈석탄은 필요하다. 문제는 속도와 방식이다. 우리는 1인당 석탄 소비량 세계 5위권, 석탄 발전량 세계 7위권 국가다. 연간 전력의 약 30%를 석탄 발전이 책임진다. 이런 나라가 아시아에서 도시 국가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로 ‘탈석탄 동맹’에 가입했다. 전 세계 석탄 사용량의 75%를 차지하는 중국·인도·미국은 가입을 외면했고, 우리보다 석탄 의존도가 높은 일본조차 “에너지 안보와 유연성 확보”를 이유로 가입을 유보했다. 한국의 탈석탄은 기후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도 없는 것이다. 결국 이는 국가 산업보다 환경 시민단체들을 더 의식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AI) 혁명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시대에 우리 전력의 양대 핵심 축 가운데 하나(원전)는 묶어 두고 나머지 하나(석탄)마저 없애겠다는 것은 자해 행위다. 정부의 대답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뿐이다. 이들 에너지는 비싸고, 생산이 불안정하다는 치명적 한계를 해결 못하고 있다.
우리가 따라 할 대상이 누군지도 의문이다. 탈석탄 동맹을 주도한 영국과 독일은 전기 요금 급등으로 산업 경쟁력이 무너지고 있고, 에너지 안보 불안까지 겹쳐 국가적 비상 상황을 맞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두 나라 모두 석탄 발전 가동을 재개했으며, 탈원전까지 선언했던 독일은 원전 가동 연장을 결정하기도 했다. 우리가 왜 실패한 외국 정책의 전철을 밟나. 그것도 왜 앞장서나.
탄소 중립은 멋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 산업을 해치지 않을 치밀한 로드맵과 현실적인 대안 기술 개발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에너지 안보에 대한 고려가 선행돼야 한다. 국민과 산업계 희생을 담보로 한 ‘환경 모범생’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5년 정권이 15년 뒤의 중차대한 국가적 결정을 함부로 내려서도 안 된다. 나라는 환경 탈레반들의 놀이터가 될 수 없다.
-조선일보(2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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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합리적 실용주의’, 정책 조급증이 망친다
[박중현 칼럼]
5,000피 속도전이 초래한 ‘빚투’ 발언
집값 서둘러 잡으려다 통계조작 논란
산업계 반대에도 탄소중립 목표 과속
성급한 정책 조장(助長) 부작용 클 것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주가 예측 실패 사례로 기록된 인물은 1920년대 미국 예일대의 자랑이었던 ‘계량경제학의 창시자’ 어빙 피셔 교수다. 주식투자자로도 유명했던 그는 1929년 10월 투자자들 모임에 참석해 “이제 주가는 영원히 떨어지지 않을 고원(高原)에 이르렀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로부터 열흘 뒤 다우존스평균주가가 하루 만에 30% 이상 폭락했는데, 바로 대공황의 시작을 알린 ‘검은 목요일’이었다. 한 달 후에도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 “회복이 머지않았다”고 장담했는데, 그로부터 3년간 주가는 10분의 1로 떨어졌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달 초 “빚투도 레버리지의 일종”이란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다. 코스피가 4,221.87의 사상 최고가를 찍은 다음 날인 4일 라디오에 나와 “그동안 빚투를 너무 부정적으로만 봤다” “(코스피 5,000은) 당연히 가능하다”고 했다. 당일 2.37% 하락을 시작으로 주가는 보름째 요동치며 투자자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무리한 투자를 말려야 할 사람이 빚투를 부추겼다’는 야당 의원들의 질책에 그는 결국 국회에서 사과해야 했다.
주가 예단의 함정을 잘 아는 금융 관료가 자신의 실수가 경제 교과서에 ‘박제’될 위험을 감수하며 선 넘는 발언을 한 건 이재명 정부의 ‘코스피 5,000 공약’을 빼고 설명할 수 없다. 주가가 정책목표가 되면서 정권 향배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공무원 영혼 안의 ‘위기회로’가 멈추고, ‘희망회로’만 작동했을 거란 해석이 가능하다. 미국 금융계의 인공지능(AI) 과잉투자에 대한 우려, 고환율을 피하기 위한 외국인의 증시 이탈 가능성이 눈에 제대로 들어왔을 리가 없다.
이런 정책 조급증은 다른 분야에서도 확인된다. 지난달 서울 전 지역과 경기 12개 핵심 지역을 ‘3중 규제’로 묶은 국토교통부의 ‘10·15 대책’ 관련 통계조작 논란이 그렇다. 대책 발표 이틀 전 9월분 집값 통계를 한국부동산원에서 받고도 상승률이 높은 6∼8월 통계를 근거로 규제지역을 확대한 게 문제다. 9월 통계가 반영됐다면 서울 은평·도봉·중랑구 등 집값이 떨어진 다수 지역이 대출 제한 등의 규제를 피할 수 있었다.
공식 통계 공표 일자가 15일이고, 하루 전 대책이 결정돼 어쩔 수 없었다는 국토부 변명이 궁색하게 들리는 건 “하루 늦춰 ‘10·16 대책’을 내놓을 순 없었나”라는 반론이 더 설득력이 있어서다. 집값 상승세가 인접 지역으로 번지는 ‘풍선효과’를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의욕 과잉이 낳은 사달로 보인다. 개혁신당이 제기한 행정소송에 대해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만약에 진다면 (해당지역 규제 해제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실토할 수밖에 없었다.
환경 정책의 과속은 더 심하다. 정부는 최근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확정해 발표했는데 2018년 배출량 대비 최소 53%, 최대 61%를 줄이는 내용이다. ‘세계 6위 제조업 강국’ 위상을 유지하려면 48%를 넘겨선 안 된다는 산업계 호소를 한참 뛰어넘는 것이어서 충격을 줬다. 전기요금 인상, 막대한 탄소 저감 투자가 불가피해 향후 10년 이상 이어질 대미 투자, 중국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기업들이 버텨내기 어렵게 됐다.
이 안건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키면서 이 대통령은 “일부 고통이 따르더라도 지속 가능한 성장, 글로벌 경제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반드시 가야 할, 정말로 피할 수 없는 길”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온실가스 40% 감축목표가 담긴 ‘2030 NDC’를 발표할 때 “매우 도전적인 과제이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한 것과 판박이다. 실제로는 탄소중립을 주도해 온 유럽연합(EU)에서 성장의 발목을 잡는 온실가스 목표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미국은 아예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했다. ‘합리적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정부라 뭐 하나라도 다르길 기대했던 기업들의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대선 공약은 5년 안에 달성하면 되는 목표다. 후유증이 클 2030세대의 빚투까지 부추기며 당장 코스피를 5,000 선까지 끌어올릴 이유가 없다.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는 규제를 하루 이틀 먼저 하느냐가 아니라, 5년 내내 얼마나 착실히 아파트를 지어 공급하느냐에 달렸다. ‘잠재 성장률 제고’를 최고 목표로 하는 정부라면 환경주의자들의 근본주의적 주장보다 기업들의 합리적 요청에 더 귀를 기울여 과속을 막았어야 했다.
벼가 빨리 자랐으면 하는 조바심에 모를 끌어올리다가 농사를 망친 송나라 농부 이야기에서 나온 말이 조장(助長)이다. 주식·부동산·환경·노동 등 정책 전반에서 이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현 정부 임기는 아직 10분의 1도 지나지 않았다. 한미 관세협상을 어렵게 끝낸 이 대통령이 “우리가 가진 최대의 무기는 버티는 것”이라고 했는데, 다른 경제 정책에선 그런 참을성을 찾아보기 어려워 걱정이다.
-박중현 논설위원, 동아일보(2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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