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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에 의한, 내란을 위한, 내란의 정치] [내란 진행 중?.. ] ....

뚝섬 2025. 12. 12. 10:27

[내란에 의한, 내란을 위한, 내란의 정치]

[내란 진행 중? 李 정권의 '사법부 파괴 공작' 말인가]

[조선 사화, 실패한 검찰 개혁]

[점점 드러나는 민중기 특검 범죄, 공수처 명운 걸고 수사해야]

 

 

 

내란에 의한, 내란을 위한, 내란의 정치

 

취임사에 '민주주의' 가장 많이 쓴 전두환
레토릭은 종종 현실의 역설을 드러낸다
김대중·노무현도 말과 다른 행동 비판받아

이재명 정권에서 못이 박히게 들은 '내란'
실체 없는 유령 같은 단어에 나라가 들썩
칼 포퍼가 경고한 '닫힌 사회' 될까 두려워
 

 

퀴즈 하나. 다음 중 취임사에서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한 대통령은? ⓵김영삼 ⓶김대중 ⓷전두환 ⓸노무현.

 

정답은 ⓷번, 전두환 대통령이다. 1980년 통일주체국민회의 간선을 통해 제11대 대통령에 선출된 전두환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민주주의’를 무려 22번 사용했다. 연설문만 보면 그가 최초의 문민 대통령 같다. 그의 뒤를 이은 노태우 대통령 역시 ‘민주주의’를 21번 언급해, 두 사람이 민주주의를 자주 언급한 대통령으로 기록돼 있다. ‘민주 투사’ 출신 김영삼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6번, 김대중 대통령은 11번 언급했으며, 노무현 대통령은 3번 언급하는 데 그쳤다.

 

레토릭은 종종 현실의 역설을 드러낸다. 사람들은 말을 통해 아직 실현되지 않은 희망이나 약점을 보완하려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이재명 대통령도 계엄 1주년 연설에서 가장 정의롭지 못한 정권이 ‘정의’라는 말을 사용했다며, 전두환 정권의 ‘정의사회구현’을 예로 들었다. 맞는 말이다. 전두환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권력을 이용하여 수십억 또는 수백억 원의 재산을 긁어모은 정치인이 있고” 운운했고, 김대중 대통령은 “다시는 무슨 지역 정권이니 무슨 도(道) 차별이니 하는 말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으며, 노무현 대통령은 “소득 격차를 비롯한 계층 간 격차를 좁히기 위해... 개선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전두환 대통령은 훗날 수백억 원대 비자금 혐의로 법정에 섰고, 김대중 대통령은 자신의 아들에게 ‘무슨 도’ 국회의원 공천을 주었으며,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사회 양극화로 비판받았다.

 

같은 잣대로 이재명 정권 들어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단어는 ‘내란’이다. 취임사부터 ‘내란 재발 방지’를 말한 대통령은 “내란 청산에 신상필벌은 기본”이라며 내년 2월까지 모든 부처 공무원의 내란 가담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총리실과 각 부처에 ‘내란행위제보센터’를 두는 등 49개 중앙행정기관에 661명을 투입해 공무원 75만명을 조사하고 휴대전화까지 들여다보겠다고 한다. 또 국무회의에서 “국가 권력 범죄는 나치 전범을 처리하듯이 영원히, 살아 있는 한 처벌하고... 국가 폭력 범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특례법 입법에 속도를 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계엄 1주년을 맞은 시점에도 “빛의 혁명은 끝나지 않았고 내란 사태는 현재도 진행 중”이라며 내란 청산을 “몸속 깊숙이 박힌 치명적인 암을 제거하는 것”에 빗댔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월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상계엄 1년을 맞아 ‘빛의 혁명 1주년, 대국민 특별 성명’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내란 사태는 진행 중이다. 진압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몸 속 깊숙이 박힌 치명적인 암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했다. /뉴시스

 

대통령은 ‘입법부’라고 하지만 사실상 여당 단독으로 내란 특검에 이어 내란 전담 재판부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당대표에 따르면 2차 종합 특검에서는 법원도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한다. 사법 개혁을 명분으로 법 왜곡죄와 헌법재판소법도 만들 기세다. 전국법원장회의에 모인 법원장들은 내란 전담 재판부와 판사 처벌법에 대해 위헌성이 크다는 우려를 표했다.

 

취임 6개월 메시지로 대통령실은 “내란으로 무너진 일상 회복”을 말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느끼건대 나의 일상은 하나도 무너지지 않았다. “내란은 현재 진행 중”이라는 대통령의 말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한 사람의 그릇된 판단에 따른 계엄이 있었고, 자고 일어나니 그 계엄이 해제되었고, 그 사람은 지금 감옥에 있다. 새로 선거가 열려 대통령이 바뀌었다. 그 몇 시간 안에 무슨 일상이 무너졌으며, 측근도 몰랐다는 계엄 선언에 공무원 75만명이 무슨 수로 가담할 수 있었겠는가. 실체도 없는 유령 같은 단어에 온 나라가 들썩이는 꼴이다. 무엇보다 이런 그림을 끌고 나가는 건 대통령과 여당이다.

 

‘내란’이 무슨 뜻인지 새삼 궁금해졌다. 네이버 어학사전에 물어보니 ‘명사: 나라 안에서 정권을 차지할 목적으로 벌어지는 큰 싸움’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맞다. 그러니 ‘내란’이라고 불리는 행위들은 옳음을 세우기 위함이 아니라 위력을 과시하는 행위이고, 사법 정의나 개혁 같은, 옳음의 편에서 바로잡겠다는 것이 아니라 누가 더 힘이 센지를 겨루는 투쟁에 불과하다. 그런 투쟁은 종종 정의의 가면을 쓰고 나타나 사람을 헷갈리게 한다. 야당은 힘이 없으면 정의 편에라도 서야 할 텐데, 이런 중대한 권력 놀음을 ‘내란몰이’라는 유약한 레토릭으로 대응하고 있다. ‘내란몰이’라는 말을 쓰는 순간, 스스로 내란 프레임에 갇힌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아무리 저항해도 그 정도 수준의 상황 인식과 레토릭으로는 사냥꾼에 쫓기는 토끼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다.

 

사실 야당보다 더 걱정되는 건 따로 있다. 지금 대통령과 여당은 세상 끝까지 내란 청산을 하려 할 것이다. 대통령은 “내란은 꿈도 꾸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했고, 당대표는 “내란 티끌까지 법적으로 처벌하겠다”고 했다. 이른바 ‘내란’이 청산된 후, 그 끝에는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처럼 생각조차 미리 알아내 처벌하는 미래형 국가? 아니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해 ‘싹이 나기도 전에 잘라버리는(nip it in the bud)’ 17세기 유럽? 아니면 칼 포퍼가 일찍이 경고한 ‘닫힌 사회’? 그것이 무엇이든, 상상조차 하기 싫다. 어느 정도 혼란을 품고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게 민주사회다. 그런 혼란조차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그러고도 남을 힘을 생각하면, 나는 모골이 송연하다. 그 무시무시한 결말을 야당이, 사법부가, 그리고 국민은 얼마나 짐작하고 있을까.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한국미래학회 회장, 조선일보(25-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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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진행 중? 李 정권의 '사법부 파괴 공작' 말인가

 

[김창균 칼럼]

2시간 반짜리 계엄 1년 경과
수사기관마다 탈탈 털었는데

내란 끝나지 않았다니
거슬리는 사법부 잔당 취급
위헌법률로 헌법기구 무력화
이거야말로 내란 아닌가
 

 

8일 오전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2025년 하반기 전국법관대표회의 정기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법관 대표회의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 왜곡죄 신설 법안에 대해 “위헌성 논란이 있고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입장을 밝혔다./박성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12·3 계엄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는 헌재의 탄핵 결정에 이견이 없다.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라는 계엄 요건에 맞지 않고,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은 것을 비롯해 절차상 하자가 즐비했다. 그러나 이재명 정권이 윤 대통령의 계엄을 내란이라고 제멋대로 부르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국가 권력을 빼앗으려 했다는 개념 자체가 어색한 데다, 계엄 선포에서 국회 해제 의결까지 2시간 반 동안 벌어진 일을 폭동이라는 범주 속에 넣을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무엇보다 최종적으로 법원이 판단할 사안인데 최종심은커녕 아직 1심 판결도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정치 집단이 무슨 근거와 자격으로 내란 여부를 규정할 수 있나.

 

더구나 그 내란 몰이도 오락가락했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덤터기 씌우기로 국민의힘을 압박해 국회 탄핵 소추안을 통과시켜 놓고는 헌재 탄핵 심판 과정에서는 내란 혐의를 삭제했다. 내란이냐 아니냐는 논란으로 심판 과정이 지연되거나 혼란스러워질 것을 우려해서다. 민주당도 계엄이 내란이라고 100% 자신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제 1심 선고가 다가오면서 재판부를 향한 내란죄 압박이 또다시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윤석열을 풀어 주거나 무죄를 선고하면 판사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다”는 엄포까지 놨다. 헌재가 만장일치로 탄핵한 윤 전 대통령이 무죄로 풀려나긴 어려워 보인다. 다만 직권남용 등의 다른 혐의는 적용하되 내란 혐의는 민주당 희망을 비껴갈 수도 있다. 민주당 내부에선 그 가능성을 걱정한다고 한다. 1년 내내 재미를 본 ‘내란 공포 마케팅’이 머쓱해질 뿐더러 내년 지방선거 전략에도 차질이 생긴다.

 

계엄이 내란죄여야 한다는 강박 관념도 납득이 안 되지만, 내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상황 진단은 어처구니가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계엄 1년 특별 성명에서 “내란은 아직 진행 중”이라면서 “(치료 기간이 오래 걸리는) 치명적인 암은 끝날 때까지 끝내야 한다”고 했다. 계엄이 작동한 2시간 반 동안 암세포가 얼마나 번졌길래 1년 동안 칼질로도 부족하다는 건가. 이재명 정권이 겨누는 내란 잔당은 결국 사법부인 듯싶다. 윤석열·김용현 2인 단막극이었던 계엄을 대하 사극으로 각색해서 장기 상영하고 싶은데 잇단 영장기각으로 흐름을 끊고 있기 때문이다. 사법부가 이재명 정권 희망대로 판결하지 않는 것을 내란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알렉산더 해밀턴을 비롯한 건국의 아버지들(Founding Fathers)이 집필한 ‘연방주의자 논문(The Federalist Papers)’은 미국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를 설명한다. 전체 85편 중 78편은 사법부 독립 방안을 다룬다. “칼을 휘두르는 행정부, 지갑을 쥔 입법부에 비해 판단만 하는 사법부는 가장 취약하다. 사법부가 혼자일 때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행정부, 입법부에 휘둘려서 한 편이 되면 민주주의 기반이 무너진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사법은 선출된 권력인 행정, 입법에 고개 숙이고 따라야 한다”는데 건국의 아버지들은 세 권력이 한 편에 서는 상황이야말로 민주주의에 대한 치명적인 위협이라고 우려한다.

 

그래서 연방주의자 논문은 사법부는 선거로 뽑히는 행정, 입법 권력으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판사들이 탄핵 당하지 않는 한 임기를 보장해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 대법원 판사들의 임기가 종신직으로 정해진 이유다. 우리 대법원 판사들도 5년 대통령, 4년 국회에 휘둘리지 않도록 헌법에 6년 임기를 못 박았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눈에 이재명 정권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안이 어떻게 비칠까. 이재명 대통령이 자기 임기 동안 임명하는 대법관이 절대 과반을 넘어서도록 만들겠다는 법안, 법관 인사권을 대법원장으로부터 박탈해 행정·입법부 손에 안기겠다는 법안, 판결 내용이 집권세력 마음에 안 들면 처벌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법안들은 한결같이 3권 분립 원칙에 배치된다. 민주주의 하겠다는 나라에서는 모두 위헌일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정권이 윤 전 대통령의 계엄을 내란이라고 부르는 것은 입법부라는 헌법 기관의 작동을 막으려 했다는 의심 때문이다. 그런 논리라면 헌법에 어긋나는 입법으로 사법부라는 헌법 기구를 망가뜨리려는 이재명 정권의 공작도 내란이라고 불러 마땅하다. 내란이 진행 중”이라는 이 대통령 발언은 “우리가 사법부 파괴를 노리고 있다”는 고해성사였던 것일까.

 

-김창균 논설주간, 조선일보(25-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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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한국군의 오산기지 출입 통제권 회수… 사전 협의 없었던 내란 특검 압수수색에 열받은 동맹?

 

-팔면봉, 조선일보(25-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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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사화, 실패한 검찰 개혁 

 

드라마 '폭군의 셰프'에 등장한 조선 임금 '연희군'(이채민). 연산군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다./tvN

 

친구 중에 조선 전기사(前期史)를 연구하는 역사학자가 한 명 있다. 그런데 이 친구가 기존 학설과 다르게 주장하는 게 있다. 조선 왕조 최대의 폭군으로 알려진 연산군이 숱한 선비를 해친 사화(士禍)에 대해서다. 종래 사화는 기존 집권 세력인 ‘훈구파’와 새로 중앙에 진출하려는 선비 집단인 ‘사림파’의 충돌 결과 사림파가 대거 희생된 사건이라고 봤다.

 

친구의 주장은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우선 사화의 주도자는 국왕인 연산군이었다는 얘기다. 몇 달 전 다른 취재를 위해 전화를 했다가 그것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그는 “국왕이 일부 대신과 합세해 삼사(三司)를 억압하려 했던 정치 투쟁이 바로 사화”라고 했다. 삼사란 무엇인가? 사헌부, 사간원, 홍문관의 세 관청으로, 주로 관리 감찰과 탄핵, 임금에게 직언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들이 특별히 반(反)권력적 성향이어서가 아니라 본연의 업무가 그랬다.

 

“삼사의 위상이 커지자 연산군은 상대적으로 왕권이 제약받는다고 판단했고, 이들의 역할을 축소하려고 했지.” 그래서 일어난 첫 사화가 ‘성종실록’ 편찬 과정에서 세조를 비판한 ‘조의제문’을 사초에 포함시켰다는 것을 빌미로 일으킨 1498년, 연산군 4년의 무오사화라는 것이다.

 

6년 뒤인 1504년 일어난 두 번째 사화인 갑자사화는 훨씬 끔찍했다. ‘군자의 복수는 10년도 늦지 않다’는 말이 있지만 ‘군자’와는 거리가 먼 연산군이 이 같은 ‘기획 복수’를 했다. 즉위 직후 생모인 폐비 윤씨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았지만 갑자사화까지 10년을 기다렸다는 것이다. 비판 세력인 삼사를 공격하려는 것이 주 목적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무오사화 이후 비판 세력이 약화되고 나서 왕권은 강화됐다. 하지만 개혁 같은 것은 이뤄지지 않았다. ‘성리학의 나라’ 조선에서 임금에게 요구됐던 의무와 제약은 지켜지지 않았다. 왕과 그 주변 인물에 의한 정치적 전횡이 이뤄지는 가운데 무절제한 연회를 비롯한 사치·향락과 음행이 줄을 이었다. 갑자사화 다음 해인 1505년의 기록을 보면, 궁궐 뒤편에 곰과 범을 풀어 놓고 직접 사냥에 나섰는데 짐승이 줄어들자 ‘곰 한 마리를 잡아 오면 무사의 경우 근무 평정에 100일을 가산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어깨에 곰과 범을 메고 도성으로 들어오는 자가 잇달았다는 것이 실록의 기록이다.

 

친구는 전화를 끊기 전에 이렇게 말했다. “사화는 일종의 실패한 검찰 개혁이었다고 할 수 있어.” 권력에 대한 비판 세력이 약화되자 고삐 풀린 권력이 일탈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역사의 예라는 것이다. 그때만 해도, 아무리 비판 세력이 약화되더라도 본연의 임무를 저버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최근의 일들을 가만히 보니 그게 기우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검찰청이라는 기관이 아직은 존재하는 지금도 이 모양인데.

 

-유석재 역사문화전문기자, 조선일보(25-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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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드러나는 민중기 특검 범죄, 공수처 명운 걸고 수사해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의혹 관련 사건을 맡은 민중기 특별검사. /뉴스1

 

통일교의 정치자금 불법 후원 혐의를 수사한 민중기 특검이 9일 민주당에 대한 통일교의 금품 지원 의혹 사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이첩했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2018~2019년 민주당 전현직 의원 2명에게 수천만원을 줬다”고 특검에 진술한 게 지난 8월이다. “그중 통일교 시설을 찾아 한학자 총재를 만난 한 명에게는 현금 4000만원가량을 전달했고, 고가의 시계 2개를 박스에 넣어 전달했다”는 구체적인 진술도 했다. 그런데 국민의힘 후원 혐의만 기소하고, 민주당 부분은 넉 달을 뭉개다 관련 언론 보도가 나오자 서둘러 사건을 경찰로 넘긴 것이다.

 

특검 측은 “특검법상 특검의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민중기 특검이 이제껏 기소한 24명 중 16명이 김 여사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밝혀지지 않은 사람들이다. 통일교로부터 불법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도 김 여사와 관련이 있다고 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유독 민주당에 대해서만 수사 범위가 아니라고 한다면 납득할 수 없다.

 

만약 정말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면 사건을 그 즉시 다른 수사기관으로 넘겼어야 한다. 특히 이 사건 범행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는 2018~2019년이고, 정치자금법 위반을 처벌할 수 있는 공소시효는 7년이다. 만약 2018년에 금품 제공이 이뤄졌다면 올해 말로 공소시효가 끝난다. 그렇다면 무엇보다 서둘러야 하는데 넉 달가량 사건을 뭉개다 뒤늦게 언론 보도 이후에야 이첩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뇌물(공소시효 15년)로 수사하지 않는 한 제대로 수사도 못하고 사건을 끝내야 할 수도 있다. 특검이 민주당 의원들에게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민중기 특검 행태는 특검 수사권을 악용해 야당을 공격하고 민주당은 봐주는 명백한 정략적 행위이자 범죄다. 특검이 민주당 사건을 부랴부랴 이첩한 것도 문제가 될 경우 면책을 받기 위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이첩했다고 해도 고의적으로 사건 수사를 무마하고 지연시킨 의도가 분명하면 직무유기죄가 성립된다. 검찰이든 경찰이든 인지 수사에 착수해야 할 만한 중대 사안이다.

 

하지만 정권 눈치 보느라 어느 곳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공수처에 고발하겠다고 했다. 공수처라도 명운을 걸고 수사해야 한다. 공수처의 존재 이유다. 이조차 제대로 수사하지 않으면 그 또한 공수처의 직무유기다.

 

-조선일보(25-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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