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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에겐 민주당도 두렵고 의심스럽다] ....

뚝섬 2025. 12. 18. 07:08

[김정은에겐 민주당도 두렵고 의심스럽다]

[한미 회의까지 거부, 도 넘은 자주파·동맹파 충돌]

[한국의 '결정적 자기모순']

 

 

 

김정은에겐 민주당도 두렵고 의심스럽다

 

[양상훈 칼럼]

남쪽 민주당과 거래가 김씨 왕조에 毒 됐다고 판단하고 있을 가능성
김정은은 남북 이벤트하고 싶어도 못 할 상황
몸 단 정부가 엄청난 선물 제시할까 걱정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14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정동영 통일부 장관, 이종석 국정원장 등 정부 여당 내 ‘남북파’들이 김정은에게 남북대화를 간청하고 있다. 군 대북 확성기 전면 철거, 국정원 TV·라디오 대북 방송 중단, 한미훈련 축소 조정, 군사분계선 부근서 군 훈련 중지, 남북은 서로 다른 두 국가라는 북한 주장 수용 시사, 제재로 북핵 포기 안 된다는 정 장관 발언, 북한은 미국 타격 가능한 3대 전략 국가 중 하나라는 평가, 한미 대북 정책 공조회의 가동 중단 주장, 재외 국민들 북한 관광 희망 발표 등 마치 소나기처럼 구애가 쏟아졌다. ‘애걸복걸’이란 낱말 뜻 그대로다. 정부 초반에 벌써 남북파와 한미동맹 중시파 사이의 갈등이 표면화되는 것도 남북파의 조급증 때문이다.

 

이들은 ‘남북대화를 하지 않으면 전쟁이 날 수 있고 그러면 경제가 파탄난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안전이 밥이고 평화가 경제”라는 언급이 그 얘기인데, 어떤 말이든 목적에 맞춰 단순화해 과장하면 왜곡이고 선전이 된다. 과거엔 군사 정권이 ‘북한 위협’ ‘전쟁 가능성’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는데, 이제는 민주당이 그렇게 하고 있다. 북한 위협은 늘 있었고 그 속에서도 우리 경제는 성장해 왔다. 앞으로 갑자기 달라질 특별한 이유는 없다.

 

민주당 정권이 유독 남북대화에 목을 매는 데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친북 흐름을 이끌었던 세대가 이제 노령화로 접어들면서 초조해진 것 같다. 또 남북 이벤트는 국내 선거에서 민주당에 호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재명 정부에선 남북 대화가 대북 불법송금 사건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효과를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간청하는데도 김여정은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어떤 제안이 나오든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고 못을 박았다. 정부는 김정은이 이러는 것은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한 협상용 강경론일 것으로 믿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은 그동안 남쪽 민주당과 해온 모든 거래가 결국 자신들에게 큰 피해가 됐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민주당 정권에서 막대한 달러와 쌀, 현물,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을 받았지만 그로 인한 이득보다 북한 사회에 ‘잘사는 한국’에 대한 선망이 퍼져나간 부작용이 훨씬 심각하다는 인식이다.

 

김씨 정권은 북한 주민 수십만이 굶어 죽어도 얼마든지 견딘다. 그러나 자신들 정권에 위협이 되는 일엔 작은 징후라도 절대 그냥 두지 않는다. 남조선 민주당과 거래하며 북한 주민들에게 철저한 정보 통제를 하고 ‘장군님께 선물을 바쳤다’는 식으로 선전했지만 한국에 대한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개성공단도 그 소문의 진원지 중 하나였다. 김정은이 개성공단 내 남북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까지 한 것은 이유가 있다. 남북 교류의 뒷편에서 북한 내에 한국 드라마와 가요도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북한 장마당에서 ‘한국산’은 ‘최고급’과 동의어가 됐다. 심지어 평양 지배층에서도 한국 가수들 평양 공연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김씨 정권이 남쪽 민주당과 거래한 이후 탈북 행렬도 늘어났다. 탈북민의 한국행이 2000년대 들어 2배 이상 급증했다. 북한-중국 국경 지방에 탈북민 없는 마을이 드물다시피 하고, 북한 두메산골 노인도 ‘한국이 잘산다’는 걸 안다고 한다. 거미줄처럼 깔린 보위부원들이 이런 북한 주민 동향을 수집하고 있고 모두 김정은에게 종합 보고된다. 김정은 체제는 생존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김정은이 북한 내 한류를 단속하는 것은 단순한 기강 잡기가 아니라 생존 전쟁이다.

 

김정은은 ‘남조선’ 호칭을 ‘대한민국’ ‘한국’으로 바꿨다. ‘남조선엔 거지가 득시글거린다’는 거짓 선전도 ‘한국은 부익부 빈익빈’ 등으로 바꾸고 있다.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북한에서 ‘현실과 진실’을 인정하는 것은 천지개벽과 같은 것으로 김정은만이 할 수 있다. 김정은은 현 상황에서 정권을 유지하는 길은 주민들에게서 ‘남북통일’ ‘한 민족’ ‘동포애’ 따위의 생각을 완전히 제거하고 ‘한국은 적대적인 다른 나라’로 세뇌하는 것밖에는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리고 남쪽 휴전선과 중국 쪽 국경을 이중, 삼중, 사중 철조망으로 틀어막았다. 나름 냉정한 전략적 결단이다.

 

북한 김씨들이 이런 냉정한 자세로 남쪽 민주당과의 20여 년 거래를 재평가한다면 민주당의 대북 구애가 ‘장기적인 흡수 통일 전략 아니었느냐’고 의심할 수 있다. 물론 민주당에 그런 김씨 왕조 붕괴 전략이 있을 리 없다. 김정은이 이를 인정한다고 해도 민주당 의도와 상관없이 남북 교류 자체가 김정은 체제를 흔드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김정은이 절감하게 됐다. 지금은 김정은 입장에선 남북 대화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몸이 단 정부가 이런 김정은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파격적인 선물을 주려고 할 가능성이다. 대북 방송 중단으로 북한 주민의 눈과 귀를 막아준 것은 김정은이 정말 좋아할 일이었다. 그 이상 가는 것이 무엇일까. 정부 대북 담당자들은 온통 이 생각일 것이다.

 

-양상훈 주필, 조선일보(25-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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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회의까지 거부, 도 넘은 자주파·동맹파 충돌 

 

위성락 안보실장과 대화하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

 

한·미 당국이 16일 대북 정책 조율 회의를 했는데 북한 담당인 통일부가 불참했다. 전날 통일부는 “남북 회담 등 대북 정책 사안은 통일부가 미국 측과 협의할 예정”이라며 사실상 ‘보이콧’을 선언했다. 16일 통일부는 주한 외교단을 불러 별도 행사를 가졌다. 한미 조율에 앞서 한국 통일부와 외교부가 서로 조율도 못 하는 행태를 보인 것이다.

 

통상 한미 협의는 상호 카운터 파트를 통해 이뤄진다. 외교·안보는 외교부와 국무부, 국방은 국방부끼리, 정보는 국정원과 CIA가 협의한다. 그런데 미국에는 통일부에 상응하는 부처가 없다. 그래서 외교 채널을 통해 통일부가 구체적 내용을 논의해왔다. 북한 문제는 동북아의 외교·안보·국방이 전부 얽혀 있다. 통일부 담당인 남북 대화나 남북 교류만 분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미국도 이를 잘 안다. 그런데도 통일부는 미국과 직접 협상하겠다며 외교 당국 회의에 불참한 것이다.

 

통일부 측은 한·미의 ‘대북 공조 회의’ 자체를 남북 관계 훼방꾼으로 인식한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외교부 주도로 ‘한·미 워킹그룹’을 만들었지만 당시 통일부가 북한에 뭘 주려고 하면 이 그룹이 ‘대북 제재’를 내세워 방해했다는 것이다. 북 지원에 앞장섰던 전직 통일장관 6명은 한·미 워킹그룹이 “남북 관계 개선을 가로막고 제재의 문턱을 높이는 부정적 역할을 했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통일부는 북한이 가짜 ‘비핵화 쇼’를 하는 것이 명백한 데도 유엔 안보리 제재까지 무시하는 대북 지원을 하려 했다. 김여정은 한·미 워킹그룹에 대해 “친미사대 올가미”라고도 했다. 통일부의 한미 회의 불참은 북한 눈치를 살핀 것이다.

 

정동영 통일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한·미 연합 연습 조정”을 요구했다. “남북은 사실상 두 국가”라고도 했다. 그때마다 위성락 안보실장은 “한미 훈련은 (대북) 카드로 고려하지 않는다” “두 국가론은 통일부 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 교류를 앞세운 대북 구상을 발표했는데 위 실장은 “사실 이 제안은 통일부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정 장관과 위 실장의 엇박자가 계속 노출되고 있다.

 

정 장관은 최근 유엔군사령부의 비무장지대 출입 허가권 행사를 비판하며 “주권 국가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다”고도 했다. 그러자 유엔군사령부가 17일 “비무장지대 출입 통제는 고유 권한”이라는 이례적 성명을 발표했다. 정 장관이 유엔사와도 충돌하는 것이다.

 

정 장관 등은 이른바 ‘자주파’, 외교부 출신인 위 실장 등은 ‘동맹파’로 불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이날 “통일부 지지”를 밝혔다. 자주파, 동맹파 갈등이 여권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노무현 정부에 이어 이재명 정부에서도 양측 충돌이 벌어진다면 대북 정책과 한미 관계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대통령은 침묵하고 있다.

 

-조선일보(25-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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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결정적 자기모순'

 

1865년 12월 18일, 나는 미국 버지니아 해변에 서 있다. 1619년 아프리카 흑인들이 네덜란드 선박에 실려 영국 식민지인 미국 땅에 처음 도착했던 그 지점이다. 오랜 세월이 흘러간 오늘, 수정헌법 제13조의 비준 완료가 선포돼 미국 전역에서 노예제 폐지가 효력을 발휘했다. 경제적, 정치적 이득 다툼이 남북전쟁의 진짜 원인이라고들 하며, 애초에 링컨이 적극적인 노예 해방론자가 아니었던 것도 맞다.

 

그는 남부의 반란 주들이 100일 이내에 미 연방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흑인 노예들을 해방시켜버리겠다고 선언했으니, 이는 남부 반란 주들이 투항하면 노예제가 존속될 수도 있다는 조건 제시와 같았다. 링컨은 미국의 쪼개짐을 막는 게 지상과제였다. 하여, 미국 노예 해방의 천부인권적 진정성은 가짜라는 주장이 나오지만, 이는 몇 가지 사실로 전체적인 진실을 부정하는 꼴이다.

 

역사는 단순하지 않아서, 북부에도 노예제 찬성자가 있었고 남부에도 노예제 반대자가 있었다. 1852년 출간된 해리엇 비처 스토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은 금서가 된 남부에서조차 노예제에 큰 위협이었다. 키가 193㎝인 링컨은 스토 부인을 처음 만나서 말했다. “작은 여인이 이 거대한 남북전쟁을 일으켰군요.” 스토의 아버지는 목사이자 신학교 교장이었으나 급진적 노예제 폐지에는 미온적이었다.

 

노예의 탈출을 도운 사람까지 처벌하는 법이 통과되자, 스토는 ‘톰이라는 검둥이 예수의 이야기’를 집필했다. 링컨을 올려다보며 스토가 한 대답은 이랬다. 그 소설은 제가 쓴 게 아니에요. 노예 제도를 노여워하신 하나님이 쓰신 거고, 저는 도구였을 뿐입니다.” 문학이 세상을 변하게 할 수는 없어도 세상을 변화시키는 한 사람을 호명(呼名)할 수는 있다. 그 한 사람은 링컨이었을까, 스토였을까, 아니면 수많은 ‘한 사람’들이었을까. 어쨌든 미국은 노예제라는 ‘결정적 자기모순’을 해결했다.

 

아니었다면 현재 북아메리카는 멕시코 정도의 나라들만으로 구성돼 있을 것이다. 남한 사회의 결정적 자기모순은 무엇일까? 북한의 강제 수용소와 노예 인민이다.

 

-이응준 시인·소설가, 조선일보(25-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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