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장시장 노점 실명제]
[드라마·음악·음식 이어 … 이제는 'K이불' 시대]
서울 광장시장 노점 실명제

멸치 육수에 펄펄 끓여낸 칼국수, 기름에 튀기듯이 부쳐낸 녹두전, 겨자에 찍어 먹는 한입 크기 김밥….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 종로5가 광장시장을 찾아 상인과 일꾼들의 허기를 달래던 서민 음식을 먹기 위해 줄을 서기 시작한 건 2019년 넷플릭스에서 아시아의 길거리 음식을 소개한 다음부터다. 광장시장 노점 요리사들의 ‘희로애락’이 버무려진 맛깔난 음식 영상을 보고 한국 방문 시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저장됐다. 요즘은 가볍고 따뜻한 이불이 한국 쇼핑 ‘필수템’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이불집들이 붐빈다.
▷어른 세대가 장을 보러 가서 드센 흥정을 하는 곳으로 익숙했던 광장시장은 외국인의 시선으로 재발견된 곳이다. 한 끼 대충 때우는 음식이 싸고 푸짐한 음식으로, 시끌벅적한 활기가 시장의 바이브로, 즉석조리가 손맛으로, 불편한 포장마차 좌석이 민주적인 공간으로 해석된다. 외국인 관광객에 이어 젊은 세대가 광장시장을 궁금해하고 찾기 시작하면서 요즘은 성수동 못지않게 ‘힙’한 장소가 됐다. 스타벅스, 올리브영에 이어 K패션 브랜드인 마뗑킴, 코닥어패럴 등이 들어섰다.
▷광장시장의 인프라와 주 고객이 바뀌었지만, 아직 그에 걸맞은 상도덕이 정착되진 않은 것 같다. 상인들의 불친절과 바가지요금이 끊임없이 논란이 된다. 곁가지 반찬으로 줄 만한 양의 모둠전을 1만5000원에 판 전집, 고기만두를 시켰는데 두 배 값의 모둠만두를 건넨 만둣집, 외국인에게만 비싼 가격제를 운용한 순댓집이나 물값을 2000원 따로 받은 분식집 등이 공분을 샀다. 최근에는 쓰레기통에 버려진 음료 컵 속 얼음을 씻어 재사용한 것이 적발돼 불량한 위생도 논란이 됐다.
▷서울 종로구는 해당 사고마다 과태료, 영업정지 같은 행정처분을 내렸고 상인회는 자정을 다짐했지만 잊을 만하면 사고가 터지곤 했다. 광장시장 노점상은 지난해 11월 도로법에 따라 점용 허가를 처음 부여받았다. 그 이전까지는 사실상 제도권에 편입되지 않은 영업이었던 셈이다. 정식으로 허가받고 영업하던 일반 점포 상인들은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노점의 상식 밖 영업 행태가 논란이 되면서 피해를 봤다는 불만이 컸다.
▷종로구는 다음 달부터 노점 실명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노점 실명제는 바가지 판매나 음식 재사용 등 불법 영업으로 적발된 노점상에 대해 영업정지와 벌점을 부과하고, 1년간 4회 이상 위반하거나 벌점이 120점을 넘으면 영구 퇴출하도록 한 것이다. 광장시장은 1905년 조선인 자본으로 설립된 조선 최초 민간 시장이다. 6·25전쟁 당시 폐허가 됐다가 재건돼 한때 전국 물류망의 중심 역할을 했다. 이젠 전통과 가치를 재평가받아 관광 명소로 떠올랐다. 광장시장이 그 역사성에 어울리는 시장 문화를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
-우경임 논설위원, 동아일보(26-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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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음악·음식 이어… 이제는 'K이불' 시대
광장시장 이불 골목
외국인 관광객 몰려

6일 서울 광장시장 이불 골목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구매할 이불을 살펴보고 있다./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중앙에서 조금 벗어난 ‘이불 골목’은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좁은 골목 양쪽으로 늘어선 상점들은 물론 통로 양옆으로도 이불이 천장에 닿을 만큼 쌓여 있었다. 가게마다 ‘品質最好, 價格最低(최고 품질, 최저 가격)’ ‘可運送至臺灣·香港·新加坡(대만·홍콩·싱가포르 배송 가능)’ ‘眞空包裝(진공 포장)’ ‘韓國製品(한국 제품) Made in Korea!’ ‘涼感被(냉감 이불)’라고 한자와 영어로 적힌 팻말과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빈대떡·육회·칼국수 등 먹거리로 이름난 광장시장이 ‘K이불 쇼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1960년대부터 혼수 전문 상권으로 형성된 이불 골목은 이제 주 고객층이 외국인 관광객으로 바뀌었다. 한 상점 주인은 “장사가 잘되는 날은 5만원 하는 이불이 200채 나가기도 한다”며 “젊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집에 있는 부모나 지인에게 영상통화로 이불을 보여주고 5~6채씩 사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상인들은 “이불을 사 가는 손님은 대만과 홍콩,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관광객 위주”라며 “특히 대만 관광객을 실은 버스는 하루에도 쉴 새 없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중국어 구사가 가능한 직원이 근무하는 건 기본이고, 대부분 가게에서 대만 달러화를 받는다. 시장에서 만난 대만 관광객 가이드는 “기상 이변으로 최근 대만에서도 이상 한파가 예전보다 많아졌지만 난방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아 이불 수요가 늘었다”며 “한국에 오는 대만 관광객들이 이불을 하도 많이 찾아서 광장시장 이불 골목을 무조건 관광 코스에 넣고 있다”고 했다.
한국산 이불에 외국 관광객들이 푹 빠진 가장 큰 이유는 탁월한 가성비. 다양한 소재의 냉감 이불을 비교해보던 싱가포르 관광객 비비안(32)씨는 “우리나라에선 이렇게 예쁘면서 품질 좋은 이불을 사려면 20만원은 줘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6만원이니 사지 않을 수가 없다”고 했다. 한 상인은 “한국의 섬유 기술력은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수준”이라며 “살에 닿는 촉감이 시원해 ‘에어컨 이불’이라 불리는 듀라론부터 통기성 좋고 부드러운 모달, 땀 흡수 잘되는 마이크로파이버 같은 소재를 사용한 이불을 외국에선 이 가격대에 구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일본 관광객들은 아예 이불을 일본식 발음인 ‘이부루(イブル)’라고 부르며 고유명사처럼 사용한다. 이불 골목에서 만난 일본인 사나(33)씨는 “어린 자녀를 키우는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한국 ‘이부루’가 인기”라고 했다. “일본 이불은 두껍고 무겁지 않으면 얇은 천 제품밖에 없어요. 폭신하고 가볍고 부드러운 한국 누비이불은 아이 덮어주기 딱이에요. 또 솜과 커버가 일체형인 차렵이불은 세탁을 쉽게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은데 일본에는 없어요. 가져가기 편하게 진공 포장해 주는데다, 한 채 배송비가 1만~2만원으로 비싸지 않아 여러 채 사갈까 합니다.”
한국산 담요는 이불보다 먼저 해외에서 인기를 얻었다. 중동 지역에서는 ‘밍크 담요’라 불리며 겨울철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 수출한 극세사 담요가 뛰어난 보온성과 부드러움, 화려한 색감으로 현지 부유층과 최고급 호텔에서 사용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중동은 1년 내내 더울 것 같지만 겨울은 10도 이하로 떨어지기도 한다. 사막 지형으로 일교차가 커서 여름에도 밤이면 꽤 쌀쌀하다. 담요가 필요한 이유다. 2010년대 말부터는 미국 아마존 등 해외 쇼핑몰에서 ‘코리안 밍크 벨벳 블랭킷(담요)’ ‘타이거(호랑이) 블랭킷’ 등으로 불리며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K이불’의 인기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김성윤 기자, 조선일보(26-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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