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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원 봉투도 그저 그렇다… 요즘 경조사에 얼마 내십니까]

뚝섬 2026. 5. 17. 05:53

10만원 봉투도 그저 그렇다… 요즘 경조사에 얼마 내십니까

 

2026년판 부조금
1500명에게 물었더니

 

#1. 봄, 결혼 시즌이다. 친구, 직장 선후배, 친척 등 백년가약을 맺는다는 이들의 청구서, 아니 청첩장이 몰려든다. 대학 교직원인 이현수(37)씨는 “올해도 벌써 청첩장을 세 개 받았는데 최소 30만원 이상의 지출이 예상된다는 얘기”라며 “가까운 정도, 결혼식 참석 여부, 결혼식장이 어디인지를 따져 10만원에서 액수를 올릴 것인지를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3년 전 결혼했는데, 당시 받은 ‘축의금 대장’도 중요한 참고 요소가 된다.

 

#2. 직장인 김수민(43)씨는 최근 업무상으로 알게 된 지인의 모친상 장례식에 다녀온 뒤 상주로부터 2만~3만원 상당의 모바일 커피 전문점 상품권을 받았다. 김씨는 “얼마 전 다른 분의 조문을 다녀온 뒤에도 커피 기프티콘을 받았다”며 “조의금을 받은 뒤 답례를 하는 게 ‘뉴노멀’이 된 것인지, 우리 사회가 좀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경조사 때 부조금을 주고받는 건 상부상조의 미덕, 오래된 우리 특유의 문화다. 하지만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값비싼 청구서처럼 여겨진다’는 고충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 ‘시장 적정가’가 계속 오름세인 것은 분명한데, 2026년 현재 축의금·조의금 시세는 어떻게 형성돼 있을까. 

자료=틸리언 프로, 그래픽=송윤혜·게티이미지뱅크

 

축의금 8년 만에 62% 폭등

 

‘아무튼, 주말’은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와 함께 지난 8~11일 전국 성인 1500명에게 부조금의 현주소를 물었다.

 

응답자의 65.3%는 결혼 축의금으로 10만원을 낸다고 답했다. 5만원 이하가 21.9%, 15만원이 6.3%, 20만원이 5.7%였다. 평균은 9만7900원이었다. ‘5만원권 두 장’이 ‘국룰(불문율)’이 된 것은 얼추 사실에 부합해 보인다. 결혼 13년 차인 박호윤(45)씨는 “10여 년 전만 해도 ‘알고 지내는 회사 동료’의 결혼식 때는 축의금 5만원이 일반적이었는데, 요즘은 기본이 10만원인 것 같다”고 했다. 직장인 커뮤니티 등에는 ‘업무적인 대화만 하는 정도의 직장 동료 축의금은 얼마가 적정한가’, ‘과거 내 결혼식에 5만원을 낸 친구에게는 얼마를 하는 게 맞나’ 같은 질문이 자주 올라온다. “10만원은 해야 한다”, “불참하면 10만원, 참석하면 예식 규모에 따라 그 이상”이라는 의견이 다수인 편이다.

 

상대적으로 지인이나 친구 결혼식에 참석할 일이 많은 20대(7%), 30대(8.3%), 40대(8.3%)는 15만원을 낸다는 응답이 전체 평균(6.3%)보다 높았다. 60대 이상의 11.3%는 축의금으로 20만원을 낸다고 답했는데, 지인의 자녀 세대 결혼식에 축의금을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금액이 올라가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주말’이 2018년 12월 진행했던 비슷한 조사 때는 평균 6만400원의 축의금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규모와 설문 구성이 정확히 일치하진 않지만, 약 8년 만에 축의금 평균이 62% 급등한 셈이다. 당시 조사에서 20대는 평균 5만5100원, 30대 6만1700원, 40대 5만9300원, 50대는 6만3800원을 축의금으로 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1994년 축의금이 평균 2만8000원, 2005년엔 4만2000원이었다.

 

축의금을 정하는 기준은 친밀도(86.7%)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어 직급(15.5%), 체면(9.3%) 등의 순(복수 응답)으로 나타났다. 다만 천문학적인 예식 비용도 주요한 고려 요소로 작용한다. 응답자의 65.8%는 예식 장소와 식사 여부가 축의금 액수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호텔에서 하는 결혼식에 참석할 경우 적절한 축의금을 물었더니 ‘10만원’이 55.9%, ‘15만원’이 18.7%, ‘20만원’이 15.2%였다. 지난 3월 한국소비자원의 ‘결혼 서비스 가격 조사’에 따르면 서울 강남 등 상위 5개 지역의 1인당 식대(코스식)는 평균 12만원이었다. 축의금 10만원은 밥값에도 못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누구의 결혼식이 가장 부담스러울까. 직장 상사나 동료(44%)가 가장 어려운 대상으로 나타났다. 학교 선후배나 동기(21.1%), 친한 친구(18.3%), 친척(16.3%)보다 축의금을 산정하기 복잡한 관계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조의금도 10만원 시대

 

조의금은 어떨까. 이번 조사에서 사람들이 내는 조의금은 평균 9만5300원으로, 축의금 평균(9만7900원)보다 약간 적지만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10만원’을 낸다는 응답이 61.8%로 가장 많았고, ‘5만원 이하’가 25.7%, ‘15만원’이 7.2%, ‘20만원’이 4.6%였다. 20대의 34.3%, 30대의 28%는 ‘5만원 이하’를 낸다고 답했지만,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이 비율은 떨어졌다. 평균 조의금은 20대가 8만9000원, 30대가 9만3700원, 40대 9만4700원, 50대 9만7500원, 60대 이상이 10만8400원으로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지출액도 늘었다.

 

이번 설문과 동일한 항목으로 진행된 선행 조사가 없어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2023년 리얼미터 조사에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적정 부의금 평균은 7만3900원이었다. 20대 이하 8만8100원, 30대 7만9600원, 40대 7만1000원, 50대와 60대 이상은 각각 6만7000원, 6만8500원이었다.

 

부조금 인플레는 다른 수치로도 확인된다. 최근 카카오페이가 발표한 ‘카카오페이 송금 10주년 리포트’에 따르면, 송금 서비스를 통해 축의금이나 부의금으로 전달한 액수는 각각 ‘10만원’이 가장 많았다. 가장 많이 송금된 축의금 금액은 2022년까지 5만원이었으나 2023년부터 10만원이 1위로 올라섰고, 조의금도 올해 처음으로 10만원 비율이 5만원 비율을 넘어섰다.

 

답례품까지 부담만 차곡차곡

 

부조금 규모가 커지는 건 내는 사람은 물론, 받는 사람에게도 부담이다. 올 초 시모상을 치른 조모(70)씨는 동창 모임 등에 일부러 부음을 전하지 않았다. 조씨는 “몇 년 사이에 아이들 결혼식에 부모님과 시부모님 장례까지 4~5번의 애경사가 있었는데 매번 알리고 부조금을 받는 게 미안했다”며 “서로 주고받는 것인 만큼 부담스럽지 않게 해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비혼과 재혼 가정이 느는 등 가족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부조금 계산이 다소 복잡해진 측면도 있다.

 

이런 부담이 커지는 탓인지 최근 상을 치른 뒤 조의금에 대한 답례품을 보내는 문화도 확산되는 모습이다. 조문객에게 답례품을 전하는 경우는 결혼식·돌잔치 같은 경사 때만큼 흔하지는 않았다. 가족을 잃은 슬픔에 빠진 상주에게 굳이 답례를 기대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조의금을 낸 뒤 답례품을 받은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 28.1%가 ‘있다’고 답했다. 장례를 치른 뒤 답례품을 건네는 이유로는 ‘감사의 표시’가 79.8%로 가장 많았지만, ‘조의금이 과하다고 생각해서’라는 응답도 15.7%에 달했다. ‘지역·가족 문화를 따른 것’이라는 응답은 4.5%였다. 포털에 ‘장례 답례품’을 검색하면 소금과 수건, 떡 등이 적절하다는 광고도 우수수 뜬다. 광고 회사에 다니는 김모(38)씨는 “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는데 직장 동료 두 명이 조의금을 보냈다”며 “조의금을 보내지 않은 동료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진 않아서 그 두 명에게만 기프티콘을 보내 답례했다”고 말했다.

 

성균관유도회총본부는 2024년 12월 조의금을 5만원으로 한정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부조금은 어디까지나 마음의 표시이며 성의이므로 형편에 넘치지 않을 정도로 하는 게 좋다는 취지에서다. 총본부 관계자는 “이후 업데이트된 새 가이드라인은 없지만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십시일반 돕는다는 전통과 상주를 위로하는 마음 등을 감안해 과하지 않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넘치지 않게 진심을 전달하는 게 본질이지만, 부조금 인플레를 잡기는 어쩐지 쉽지 않을 것 같다.

 

-김경화 기자, 조선일보(2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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