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간첩, 없는 게 아니라 '어쩌라고요' 하는 것] .... [여유 없는 美.. ]

뚝섬 2026. 1. 24. 09:33

[간첩, 없는 게 아니라 '어쩌라고요' 하는 것]

[美 쿠팡 투자자의 엇나간 ‘한국 탓’… 비뚤어진 주주자본주의]

[여유 없는 美, 한국은 준비됐나]

 

 

 

간첩, 없는 게 아니라 '어쩌라고요' 하는 것

 

[박정훈 칼럼]

미국이 잡은 간첩이 1년 새 35% 늘었다…
유독 미국에만 간첩이 들끓는 건 아닐 텐데
우리 스스로 손발 묶고 눈감고 있을 뿐이다
 

 

지난 2023년 1월 '간첩단 의혹'과 관련해 서울 정동 민주노총 본부를 압수 수색한 국가정보원 관계자들이 압수한 물품을 들고 나오 있다. /뉴시스

 

‘종북 몰이’ 운운하며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제출한 민형배 등 범여권 의원 31명은 2023년 민노총 간첩 사건의 판결문을 꼭 읽어야 한다. 민노총 조직쟁의국장 신분으로 간첩 활동을 벌이다 적발돼 징역 9년형 최종 선고를 받은 석모(55)씨의 판결문엔 그가 북에 보낸 충성 맹세문 5건이 실려 있다.

 

“사무치게 그리운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은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이 땅에 낙원을 펼쳐 주시려 생신 날도 쉬지 않으시며 불면불휴의 현지 지도 길에 오르셨던 아버지 장군님” “우리 이남의 전사(戰士)들을 값 높게 호명해주신 김정일 장군님의 영정 앞에 두 손 모아 영생을 노래하며” “인자한 미소와 따사로운 품으로 안아 주셨던 그 사랑이 그립고 또 그립습니다”.... 2022년 4월 보낸 마지막 맹세문에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 받들어 대를 이어 충성하자고 썼다. 김씨 왕조의 노예 되기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거대 노동 단체의 핵심에 앉아 있었다. 이것이 국보법 폐지론자들이 부정하고 싶은 우리의 현실이다.

 

북한 통일전선부 산하 문화교류국이 민노총 전·현직 간부에 내린 지령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해군 2함대 사령부, 화력·LNG 저장 시설, 평택항 부두 배치도’며 ‘평택·오산 공군기지 시설·군사 장비’에 관한 자료를 보고하라는 식의 지시를 보냈다. 유사시 청와대 등 주요 통치 기관 마비를 준비하라거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기습 점거 같은 물리적 타격 투쟁’ ‘김정은 숭배 열풍을 고조시키는 사업을 지시하는 내용도 있었다. 실제로 석씨는 평택·오산 기지 군사 장비와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 정찰기 착륙 장면, 탄약고 건설 현장 등을 촬영한 영상·사진을 수집한 사실이 드러났다.

 

민노총 사건은 국가정보원이 오래 공들인 간첩 수사의 정석(定石)이었다. 공개 수사로 전환한 것은 2023년이었지만, 그 전부터 6년 이상 용의자들을 추적한 것으로 판결문에 기록돼 있다. 국정원 요원들은 2017년 캄보디아에서 석씨 등이 북한 공작원과 만나는 현장을 4박 5일 감시하며 촬영했다. 2018년엔 중국 광저우, 2019년엔 베트남 하노이 접선 장면을 채증하는 데 성공했다. 재판부에 제출된 사진·동영상만 수백 건에 달했다. ‘조작’이라며 반발하던 친북 세력도 빼도 박도 못할 물증 앞에선 꼼짝할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영화와도 같은 이런 식의 간첩 검거는 더 이상 보기 힘든 옛날 얘기가 됐다. 문재인 정부가 2024년부터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폐지했기 때문이다. 민노총 사건처럼, 국정원 요원들이 대북 용의자의 접선 현장을 추적·채증하는 것이 법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석씨 등의 접선 상대가 ‘문화교류국 소속 리광진’임을 특정해낸 휴민트(인적 정보) 능력도 활용하기 어려워졌다. 63년간 축적된 국정원의 노하우를 사장(死藏)시킨 것이다. 북의 대남 공작 부서는 만세를 불렀을 것이다.

 

민주당은 대신 경찰이 수사하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이 국정원만큼 역량을 갖추려면 얼마나 세월이 걸릴지 모른다. 공개 조직인 경찰은 비밀·잠복 수사가 기본인 간첩 사건에 구조적 한계가 있다. 민노총 사건은 국정원이 6년여 추적 끝에 밝혀냈다. 1~2년마다 수시로 보직이 바뀌는 경찰이 몇 년씩 걸리는 장기 수사를 감당할 수 있을까. 그것도 모자라 민주당 정권은 군 방첩사까지 폐지하겠다고 한다. 그렇게 간첩 수사 시스템을 축소하면서 간첩의 범위를 북한 외 적성국으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은 아직껏 국회에서 붙잡고 있다.

 

간첩은 북한에서만 오지 않는다. 지난주 이재명 대통령은 쿠팡의 정보 유출 사건이 중국인 소행임을 지적하는 기자 질문에 “어쩌라고요”라고 했다. 불쾌하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 대통령은 질문이 ‘혐중’에 해당된다고 본 모양이나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중국인에 의한 민감 정보 탈취 시도가 눈에 띄게 늘었다. 중국인들이 드론을 띄워 국정원 청사를 찍고, 제주 해군사령부, 수원 공군 비행단, 부산항 정박 미 항공모함 등을 촬영하는 일이 잇따랐다. 정보사 군무원이 중국에 포섭돼 블랙 요원 리스트를 통째로 넘긴 사건도 있었다.

 

쿠팡 사건 역시 아직 내막이 드러나지 않았다. 중국으로 건너간 혐의자가 내국인이 아닌 탓에 수사 당국은 신병 확보조차 못한 채 애를 먹고 있다. 쿠팡 사건의 범인이 중국인이라는 것은 ‘혐중’ 문제가 아니라 사이버 보안과 관련된 안보 이슈일 수 있다. 중국인 소행이기 때문에 더 경계해야 할 사건 앞에서 “어쩌라고요”라고 반문하는 대통령의 인식이 더 충격적이다.

 

지난해 미국이 전년보다 35% 많은 적대국 간첩을 체포했다는 외신 뉴스가 있었다. 잡힌 간첩들은 어디 출신이냐는 질문에 미 FBI(연방수사국) 국장은 가장 먼저 북한을, 그 다음으로 중국·러시아를 들었다. 미국에만 유독 간첩이 들끓을 리 없다. 간첩이 없는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손발 묶은 채 “어쩌라고요” 하고 있을 뿐이다.

 

-박정훈 논설실장, 조선일보(26-01-24)-

______________

 

 

美 쿠팡 투자자의 엇나간 ‘한국 탓’… 비뚤어진 주주자본주의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의 모습. 2025.12.29 뉴스1

 

쿠팡의 미국 투자자들이 “쿠팡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지 않으면 수십억 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며 한국 정부에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의향서를 보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자국민의 피해 실태를 조사하고 실체를 밝히는 일은 주권을 가진 정부라면 당연히 할 일이다.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된 회사라는 이유로 철저한 조사를 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특혜 시비를 낳는다.

미 투자자들은 “위협 행위자가 약 3300만 개의 쿠팡 고객 계정에 접근했지만 실제로 내려받고 보관한 데이터는 약 3000개 계정에 불과했다”며 쿠팡 측 주장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은 앞서 “3000만 명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은 확실하다”며 “비회원 정보를 포함하면 그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사실관계에 견해차가 큰 만큼 당국의 공식 조사 결과와 제재 수위를 지켜보는 게 옳다. 투자자들이 성급하게 “제한적 데이터 침해” “완전히 시정된 것으로 보이는 사안” 운운하며 쿠팡에 면죄부를 주듯이 말할 일이 아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이용자들의 불안감은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미 투자자들이 투자 손실을 이유로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한국 정부의 개입과 조사를 문제 삼는 것은 진상 조사를 막고 제재를 피하기 위한 의도라는 의심을 살 수 있다. 소비자 개인정보 보호와 알권리보다 투자자 이익을 우선하는 것은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의 폐해다. 투자자들이 사고를 막지 못한 회사의 내부통제 시스템과 경영진에게 먼저 책임을 묻는 게 주주 자본주의의 상식에도 부합한다.

 

미 투자자들은 “한국 정부가 한국 및 중국 대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쿠팡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에 한국 정부 조치를 조사하고 관세와 같은 무역 구제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나라 정부를 상대로 확인되지 않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진상 조사는 물론이고 한미 관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동아일보(26-01-24)-

______________

 

 

여유 없는 美, 한국은 준비됐나 

 

지난 4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성조기가 휘날리고 있다. /EPA 연합뉴스

 

요즈음 국제정치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미국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새해 벽두부터 베네수엘라 현직 지도자가 미군 작전에 의해 체포됐고, 미국은 동맹국 덴마크의 자치령인 그린란드 확보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과연 미국이 변한 것일까, 아니면 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중국의 ‘대국굴기’와 ‘전랑 외교’가 현실화하면서, 본질적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미국의 태도에도 ‘여유’가 증발했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이제 우리가 알던 ‘짝퉁의 나라’가 아니다. 극도의 효율성을 앞세워 인공지능(AI), 드론, 전기차, 배터리, 로봇 등 미래 군사·산업 분야에서 이미 세계 최상위권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었어도 미국이 세계를 대하는 방식은 필연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미국은 미·중 양극 체제의 도래를 머리로는 인정하면서도, 가슴으로는 유일한 패권국의 지위를 사수하고 싶어한다. 백악관이 내세운 ‘FAFO(까불면 죽는다)’라는 거친 표현이 단적으로 증명한다. 이 선언에는 미국이 더 이상 ‘자애로운 패권국’이 아니며, “세상은 힘의 논리로 굴러간다”는 공격적 현실주의 인식이 담겨 있다.

 

강대국의 본능은 명확하다. 국제질서에서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는 것. 미국은 소련 붕괴 후 30여 년간 이 목표에서 물러선 적이 없다. 다만 과거에는 ‘자유민주주의 수호·확산’ 같은 세련된 포장지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이를 찾지 않는다. 세계를 친미(親美)와 반미(反美) 구도로 갈라쳐, ‘보상과 응징’이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도구를 쓴다.

 

미국의 실험 최전선에는 ‘뒷마당’ 중남미가 있다. ‘남미의 트럼프’를 자처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작년 의회 선거를 앞두고 통화 스와프 등 전폭적 지원을 받았다. 반미 노선을 고수하던 베네수엘라는 정권 축출이라는 극단적 결말을 맞았다. 국제법이 아무리 구속력이 없다지만, “이래도 되나” 싶다. 사람도 형편이 넉넉할 때나 이런저런 관계를 주도하며 좋은 게 좋다고 할 수 있다. 처지가 애매해지면 확실한 ‘내 편’을 찾고 관계를 정리하며 실익을 취하려 한다. 최근 66개 국제기구 탈퇴 방침을 밝히고, 세계적 ‘관세 전쟁’을 촉발한 미국이 지금 정확히 그런 상황이다.

 

여유 없는 미국의 시대가 왔다. 미국이 거대한 고래, 중국이 사나운 상어라면 한국은 빠른 돌고래쯤 될까. ‘용미(用美)’와 ‘실용주의’를 앞세워 둘 사이를 영리하게 오가려 해도, 언젠가는 선택을 요구받을 것이다. “누구 덕에 돌고래가 됐는데…”라며 고래가 던지는 질문은 점점 직설적이고 날카로워질 것이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미루는 기술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고 감당할 수 있는 선택지를 설계하는 전략이다.

 

-박강현 기자, 조선일보(26-01-24)-

_____________

 

 

트럼프 “우린 그린란드서 아무런 비용 없이 모든 것을 얻고 있다”. 동맹 균열, 신뢰 상실은 비용 아닌 모양.

 

-조선일보(26-0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