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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이 된 김장 조끼] [재벌이 이끄는 '오룡거(五龍車)'에 탄 한국]

뚝섬 2026. 1. 26. 06:18

[‘명품’이 된 김장 조끼]

[재벌이 이끄는 '오룡거(五龍車)'에 탄 한국]

 

 

 

명품’이 된 김장 조끼

 

보통 5000∼1만 원이면 살 수 있는 ‘시장표’ 김장 조끼의 갑작스러운 신분 상승이 화제가 되고 있다. 명품 브랜드에서 김장 조끼를 그대로 베낀 듯한 제품을 출시한 것이다. 발렌티노는 알록달록한 꽃무늬에 털 장식을 단 조끼를 내놓았다. 가격이 무려 630만 원이다. 제품명 자체에 김장 조끼를 연상시키는 ‘겨울이 지난 후’(프랑스어로 Après l’Hiver) ‘작은 꽃들’(이탈리아어로 ‘Fiorellini’) 같은 단어가 들어 있다. 몽클레르도 큼직한 꽃무늬가 박힌 오리털 조끼를 233만 원에 판다. 지난해 아디다스도 진홍색 꽃무늬 재킷을 출시해 인기를 끌었다.

▷마당에 둘러앉아 고무 대야에 잔뜩 쌓인 김치를 종일 버무리려면 따뜻하면서도 팔, 다리가 움직이기 편해야 했다. 솜으로 누빈 김장 조끼와 몸뻬 바지는 실용성과 보온성을 갖춘 최고의 작업복이었다. 김장 조끼가 상징하는 ‘시골’ ‘김치’ ‘할머니’는 개발도상국 한국에서 자란 세대에겐 정겹지만 촌스러운 감성이었다. 그런데 선진국 한국에서 태어난 잘파(Z+알파) 세대는 달랐다. 거리낌 없이 할머니 옷장을 열고 ‘쿨(Cool)’하고 ‘힙(Hip)’한 패션으로 새롭게 해석했고 한국적인 것에 대한 자신을 드러냈다.

김장 조끼 열풍은 전형적인 ‘K컬처’ 확산 공식을 따른다. 블랙핑크 제니, 에스파 카리나가 김장 조끼를 입은 사진이 SNS를 타고 세계적으로 퍼져 나갔다. 이들이 입은 김장 조끼가 도대체 무엇인지 서사를 다룬 기사가 쏟아지고, SNS에선 인증 사진이 줄을 잇는다.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싶은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목록에 오르면서 전통시장 매대를 점령했다. 외국 여행을 갔다가 김장 조끼를 입은 현지인을 봤다는 목격담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이베이(eBay), 엣시(Etsy) 등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도 팔리고 있다.

 

▷한류는 K팝, K드라마를 넘어 직접 가서 입어 보고, 먹어 보는 한국의 일상을 체험하는 놀이로 진화했다. 이제 명소를 찍고 돌아가는 단체 관광이 아니라 ‘한 달 살기’처럼 한국 문화에 녹아드는 관광이 뜨고 있다. 김장 조끼와 몸뻬 바지를 걸치고 김치를 담가 보고, 광장시장 노점에서 식사하고, 구석구석 골목길을 걷는다. 우리의 일상이 ‘쿨’하게 소비된다는 건 한국이 경제 강국에서 문화 강국으로 거듭났다는 뜻일 터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3년 전 ‘기생충’ ‘오징어 게임’으로 대표되는 한류를 다룬 기사에서 ‘20세기 내내 쿨이라는 개념을 서구가 독점했지만 이제는 대중문화가 다극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구 문화의 일극 체제가 무너진 건 경제 성장을 이룬 나라에서 문화가 융성하고, 온라인에서 누구나 미디어를 갖게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는 그 드문 행운을 누리는 나라에 살고 있다.

 

-우경임 논설위원, 동아일보(26-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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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이 이끄는 '오룡거(五龍車)'에 탄 한국

 

얼마 전 칼럼에 미국의 빅테크를 용에 비유해 ‘빅테크 용(龍)’이라 표현한 적이 있다. 용은 미국에만 있는 게 아니다. 한국도 용을 갖고 있는 ‘용 보유국’이다. 국산 용은 5마리가 있다. 현대차의 정의선, 삼성의 이재용, 한화의 김동관, SK의 최태원, LG의 구광모가 5마리의 용에 해당한다. 이 5마리의 ‘재벌 용’이 한국을 끌고 가는 형국이다. 5마리의 용이 끄는 ‘오룡거(五龍車)’라는 수레에 한국이 타고 있다.

 

정의선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보여준 로봇 아틀라스의 자유로운 작동 성능은 한국에 희망을 준 작품이다. 기업 오너의 관상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요소인데, 정의선 관상의 장점은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얼굴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어느 분야에 깊이 천착할 수 있는 마에스트로의 분위기를 풍긴다. 강남 치킨집에서 젠슨 황과 같이 만나는 모습을 보니까 두 사람이 비슷한 과(科) 같기도 한데, 정의선이 더 오래갈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 참석했다./뉴스1

 

이재용의 최근 모습을 보면 한 꺼풀은 벗은 모습이다. 초기의 부잣집 도련님 같던 모습에서 업그레이드되어 훨씬 단련되고 노련해진 것 같다. 감옥 생활하면서 대장을 잘라내는 수술을 했다. 거기에다 이혼도 겪으며 세상 풍파 학점을 땄기 때문이라고 본다. 재벌 3세를 거듭나게 해준 특효약은 감방 경험이 아닌가 싶다.

 

한화 김동관은 문과(文科)의 바탕에 이과적(理科的) 특기를 장착한 관상이다. 필자가 예전부터 들은 바에 의하면 사주팔자에 복이 많다는 것이었다. 언뜻 보기에는 학자 타입 같아서 험난한 사업 분야에 안 맞을 것 같은데, 별자리를 좋게 타고났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 할머니가 물이 부족한 동네에 우물을 많이 파주는 공덕을 쌓았다고 소문으로 들었다. 물은 생명수이기도 하지만 재물도 상징한다. 이건 내가 김동관을 만나본 적이 없어서 직접 들은 이야기는 아니다.

 

최태원은 이혼하는 과정에서 욕도 얻어먹었고, 그 대가로 좋은 운에 들어섰다고 본다. 가려져 있던 본래면목(本來面目)을 드러낼 수 있는 국면이다. 자기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구광모는 ‘슬로 스타터(slow starter)’ 타입이다. 경마에 비유하자면 선행마(先行馬)가 아니라 막판에 스퍼트를 하는 추입마(追入馬)로 본다.

 

이 5룡이 어변성룡(魚變成龍·잉어가 변해 용이 되는)의 한국 운세를 책임질 사람들이다. 용의 주변에 한국의 인재들이 대거 포진돼 있는 것이다.

 

-조용헌 동양학자, 조선일보(26-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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