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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바르고 두쫀쿠 먹고] [ .. 고소당한 에르메스]

뚝섬 2026. 1. 28. 06:35

[에르메스 바르고 두쫀쿠 먹고]

[“살 자격 있는 고객에만 팝니다” 고소당한 에르메스]

 

 

 

에르메스 바르고 두쫀쿠 먹고

 

나는 매일 에르메스를 바른다. 입에 바른다. 립밤이다. 생일 선물로 받았다. 원래는 프라다 립밤을 썼다. 에르메스를 받으니 손이 안 간다. 명품에도 계급이 있다. 인터넷에는 ‘명품 계급도’라는 도표도 있다. 계급은 일곱 단계다. 프라다는 ‘프리미엄’이다. 네 번째 계급이다. 에르메스는 ‘엑스트라 하이엔드’, 유일한 첫 번째 계급이다.

 

에르메스 립밤을 바른다고 계급이 상승하진 않는다. 수드라가 입술만 ‘하이엔드(최상위)’ 급으로 보들보들하다고 브라만이 될 리는 없다. 기분만은 브라만이다. 바셀린 바르는 사람을 속으로 내려보게 된다. 사람 참 간사하다. 굳이 사람들 앞에서 립밤을 바르는 일도 늘었다. “어디 거야?”라는 질문을 받으면 약간 신이 난다. 인간 참 간교하다.

 

립밤은 나의 유일한 에르메스다. 에르메스는 티셔츠 가격이 거의 100만 원이다. 짬뽕 국물이 튀면 나라를 잃은 듯 통곡할 가격이다. 립밤은 영원히 나의 유일한 에르메스로 남을 것이다. 립밤이라도 생산해 줘서 감사하다. 10만 원에 입술이라도 호사를 누릴 수 있으니 말이다. 그게 적은 돈이냐고? 아니다. 에르메스 이름 앞에서는 적은 돈이냐고? 압도적으로 그렇다.

 

에르메스는 2020년 처음으로 화장품을 출시했다. 이유는 뻔하다. 명품 매출 둔화다. 세계 경제는 가망이 없다. 사람들 지갑은 얇아진다. 이런 시절 살아남으려면 수익 다각화가 필요하다. 에르메스와 자존심 경쟁을 하는 루이비통도 2025년 화장품을 출시했다. 여기 립밤은 심지어 20만원대다. 입술이 이탈리아 장인이 가공한 송아지 가죽처럼 보들보들해지나 보다.

 

호사가 힘든 시절에는 모두 작은 호사를 찾는다. 에르메스 ‘버킨백’은 무리다. 립밤은 가능하다. 두바이 파인 다이닝은 무리다. 두바이쫀득쿠키는 괜찮다. 요즘 매체들은 줄 서서 ‘두쫀쿠’ 사는 자들을 비웃는다. 집단적 소비 광풍이라며 꾸짖는 기사가 한둘이 아니다. 챗GPT가 쓴 것처럼 다 비슷하다. 며칠 전 나는 그 기사들을 읽으며 첫 두쫀쿠를 먹었다. 에르메스 립밤을 바르고 먹었다. 저스트 포 텐미닛, 만수르가 되는 시간이었다.

 

-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 조선일보(26-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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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자격 있는 고객에만 팝니다” 고소당한 에르메스

 

에르메스백은 명품백의 끝판왕이다. 그중에서도 최고 인기 라인은 버킨백과 켈리백으로 연간 구매 한도가 2개여서 ‘쿼터(quota)백’으로 불린다. 나머지 ‘아더(other)백’은 6개까지 살 수 있다. 버킨백은 제일 싼 게 1500만 원인데 벨트, 스카프, 신발 같은 비인기 제품을 수천만 원어치 사들인 ‘실적’을 쌓아야 구매 자격이 주어진다. 살 사람 골라 파는 에르메스의 갑질을 참지 못한 미국 소비자들이 독점금지법 위반이라며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 참여한 캘리포니아 거주 여성은 에르메스 매장에서 수만 달러를 쓴 뒤 버킨백 구입을 문의했지만 “에르메스의 사업을 꾸준히 지원해준 고객만 살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다른 원고도 “에르메스 액세서리 등을 사야 버킨백의 잠재적 고객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소송에 참여했다. 이들은 수요보다 훨씬 적은 공급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 후 이를 이용해 다른 제품과 ‘묶음 판매’하는 것은 독점금지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에르메스가 소량 생산으로 수요를 제한하는 ‘디마케팅 전략’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는 것은 맞다. 에르메스백은 3년 과정의 사내 가죽학교와 2년의 수련 과정을 거친 장인들이 만드는데 버킨백과 켈리백은 이후 수년간 경력을 추가로 쌓아야 만들 수 있다한 사람이 모든 공정을 전담하느라 한 달에 4개 정도 만든다고 한다. 연간 생산량은 공개하지 않는다. 대기자 명단에 오르기도 어렵지만 올라도 1년 정도 기다려야 한다. 희소템이다 보니 투자 가치도 높다. 1500만 원짜리 버킨백의 중고가는 3000만 원이 넘는다.

 

▷버킨백을 원하는 사람들은 묶음 판매를 ‘실적 쌓기’라 부른다. 온라인에는 실적 쌓기 요령을 묻고 답하는 콘텐츠가 넘쳐난다. “실적템 5000만 원어치 채웠는데 얼마나 더 사야 버킨백 구경할 수 있나” “액수도 중요하지만 실적템으로 가구나 남자 코트 같은 악성 재고품을 골라야 셀러가 좋아한다”는 식이다. “4만 달러 넘게 썼더니 달래기용으로 아더백만 보여주고 쿼터백은 감감무소식이다” “6만 달러 썼더니 ‘버킨백 한번 보시겠어요’ 하더라”는 경험담도 많다.

▷에르메스의 묶음 판매가 불법인지에 대해 법조계 시각은 회의적이라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반독점법은 주로 필수품에 관한 규정으로 모든 사람이 살 필요가 없는 사치품엔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명품업계에선 “원한다고 가질 수 있다면 누가 탐내겠느냐”며 “버킨백을 버킨백답게 하는 건 아무나 가질 수 없다는 점”이라고 한다. 버킨백 한 번 ‘알현’하려고 수천만 원 써가며 ‘호갱’ 노릇 하는 소비자들 얘기를 들으니 4만9900원짜리 자라백을 멘 ‘1조 원의 사나이’ 오타니 쇼헤이의 아내가 더 멋있어 보인다.

-이진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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