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의 마지막 투자는 신문]
[페이퍼 컴퍼니]
버핏의 마지막 투자는 신문

‘오마하의 현인(賢人)’으로 불린 전설적 투자자 워런 버핏(96)이 매일 아침 가장 먼저 손에 쥐는 것은 기업 분석 서류나 투자 리포트가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부터 고향의 오마하 월드헤럴드까지 잉크 냄새 짙게 밴 다섯 종류의 신문이다. 그의 일상은 ‘자본주의 세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아침 풍경’으로 불려왔다. 그는 “지식은 복리(複利)처럼 쌓인다”며 그 원천으로 신문을 꼽았다. “정보는 숙성될수록 가치가 있고, 숙성의 최적지는 종이 신문의 행간”이란 게 평생 신문을 읽어온 그의 깨달음이었다.
▶버핏은 60여 년간 버크셔 해서웨이의 기업 가치를 4만 배 넘게 키웠다. 경이로운 ‘복리의 마법’을 현실에서 증명한 투자 자본주의의 총아였다. 그의 위대한 여정은 열세 살 신문 배달 소년 시절 비바람을 피해 신문을 독자 집 문틈 깊숙이 넣어주며 독자의 편의를 살피던 그 나름의 ‘혁신’에서 시작됐다. 투자 세계에 뛰어들며 소년 시절 배달하던 워싱턴포스트의 주식을 사 큰 수익을 올리고 한때 수십 개의 지역 신문사를 거느린 미디어의 큰손이었다. 하지만 2020년 보유한 신문사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 구글과 페이스북에 광고를 뺏긴 종이 신문의 위기를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작년 말 CEO 현역에서 은퇴하기 직전 그는 애플 주식을 팔고 뉴욕타임스(NYT) 주식 약 50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AI가 소설은 물론 기사까지 쓰는 시대에 ‘언론 투자로의 귀환’은 아이러니였다. 뉴욕타임스는 디지털 전환에 성공해 1200만 유료 독자를 확보했다. 이 자체도 투자 매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버핏이 본 것은 뉴욕타임스가 지향하는 ‘사실 보도’의 가치였을 것이라 짐작한다. 그는 수십 년간 주주 서한과 인터뷰 등에서 ‘대체 불가능하고 검증된 진실( fact)의 가치’를 강조해왔다. 세계의 정치인들은 자신을 비판하는 신문과 기자를 비난하고 위협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를 협박하고 뉴욕타임스를 ‘망해 가는 신문’이라 조롱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신문을 ‘재래식 언론’이라 부른다.
▶그러나 사실을 찾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언론의 가치 자체는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그래서 뉴욕타임스를 비난하는 트럼프가 그 기자들을 집무실로 불러 인터뷰하는 것이다. 버핏은 “신문은 정제된 사실을 파는 신뢰의 곳간”이라 했다. 오마하의 현인이 5000억원을 들여 언론에 주는 지침이자 독자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가르침인 것 같다.
-이인열 논설위원, 조선일보(26-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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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 컴퍼니
공간·직원 없는 회사… 개인·법인 세율 차이 노린 탈세 도구로 악용되기도

Q.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 기업인 등이 ‘페이퍼 컴퍼니’를 운영하다가 적발됐다는 뉴스를 봤어요. 페이퍼 컴퍼니가 무엇이고, 페이퍼 컴퍼니를 운영하면 왜 문제인가요?
A. 회사는 돈을 벌기 위해 만든 ‘법인’입니다. 법인은 사람은 아니지만 법적으로 인격이 있는 존재예요. 회사 이름으로 사람처럼 경제 활동을 하며 부동산이나 현금을 소유하고 세금을 내는 것이죠. 회사를 운영하려면 우선 이름을 정한 뒤 나라에 회사를 설립한다고 알리는 ‘등기’를 해야 합니다. 마치 사람이 태어났을 때 출생신고를 하는 것과 비슷하죠. 영업을 하기 위한 사무실이나 공장 등 공간과 회사에서 일할 직원도 있어야 해요.
설립 등기는 했지만 공간이나 직원을 갖추지 않은 회사도 있어요. 이런 회사를 ‘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실체는 없이 서류로만 존재한다는 뜻이에요. 우리말로는 ‘유령 회사’라고 불러요. 페이퍼 컴퍼니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부동산 개발이나 인수·합병(M&A)처럼 회사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합법적으로 ‘특수목적법인(SPC)’이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는 경우가 많아요. 자금이 많이 들어가거나 여러 회사가 얽혀 있기 때문에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기 위해 서류상 회사를 만든 것이지요. 예컨대 한 건설사가 대규모 개발 사업을 본사 이름으로 직접 진행하면 사업이 실패했을 때 회사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어요. 사업 전용 특수목적법인을 따로 만들면 실패하더라도 특수목적법인이 책임을 지게 돼요.
그런데 페이퍼 컴퍼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생긴 것은 사업상 필요하지 않은데도 부당 이득을 챙기기 위해 페이퍼 컴퍼니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앞에서 회사는 자기 이름으로 재산을 소유할 수 있다고 했지요? 이 특성을 악용하면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재산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숨길 수 있어요. 홍길동이라는 사람이 A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뒤, A 회사 이름으로 해외 부동산을 샀다고 가정해 봅시다. 겉으로 부동산 주인은 홍길동이 아닌 A 회사로 보이죠. A 회사가 홍길동을 가리는 가면이 돼주는 거예요.
페이퍼 컴퍼니를 탈세의 도구로 쓸 수도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개인이 돈을 벌면 소득세를 내야 해요. 소득세 최고 세율은 45%(지방소득세 제외)입니다. 회사가 돈을 벌면 소득세가 아닌 법인세를 내요. 법인세는 최고 세율이 25%로 소득세보다 훨씬 낮습니다. 홍길동이 매년 수십억 원을 번다면, 이 돈을 개인 소득이 아닌 A 회사를 거쳐서 번 돈으로 처리했을 때 세금을 덜 낼 수 있어요. 소득세 대신 법인세를 적용받기 때문입니다.
이런 꼼수는 투명하게 금융 거래를 하고 정직하게 세금을 내는 대다수 시민을 허탈하게 하죠. 페이퍼 컴퍼니로 부당 이득을 노리는 사람이 사회에서 비판받고, 국가에서도 페이퍼 컴퍼니 꼼수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이유입니다.
-연유진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경제이야기' 저자, 조선일보(2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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