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래식 군사력 5위' 통계의 맹점을 똑바로 보자]
[트럼프를 움직일 전략, '감사하는 한국']
한국 '재래식 군사력 5위' 통계의 맹점을 똑바로 보자
자주국방 근거로 인용되지만 핵무기 뺀 전력이라 한계 뚜렷
병력의 양과 질, 정신력 열세… 한미연합훈련 축소 오판 말아야

북한이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항일빨치산 결성 90주년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인화성-17형을 공개했다. ‘괴물 ICBM’으로 불리는 화성-17형은 최대 사거리 1만 5000㎞의 다탄두 미사일로 미국 전역을 동시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은은 이날 “우리 핵무력의 기본 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이 땅에서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어 있을 수는 없다”고 말해 핵무기를 이용한 선제 공격 가능성을 언급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3년째 희망 고문이다. 미국 민간 군사력 평가 매체인 글로벌파이어파워(GFP)가 ‘2026 군사력 랭킹’ 보고서에서 “한국은 GFP 지수에서 세계 5대 군사 강국”이라고 발표했다. 재래식 군사력 평가 대상 145개국 중 3년 연속 5위다.
한국은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다음이다. GFP 순위는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국으로부터 이양받기 위한 명분이자 자주국방 정책의 토대로 인용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세계 5위 군사력을 가진 대한민국이 스스로 방어하지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한국은 진정 5대 군사 강국인가? 5위 군사력의 실(實)과 허(虛)를 꼼꼼히 들여다보자. 안보와 자주국방의 논거이기 때문이다. GFP는 2005년부터 병력 규모, 국방예산, 무기 보유량 등 60여 지표로 순위를 매긴다. 핵무기와 같은 비대칭 전력은 산정 기준에서 제외한다. 전투기, 전차 등 전통적인 재래식 전력의 수량과 질이 기준이다. 한국은 견인포 4400문(세계 2위), 자주포 3270대(3위), 호위함 17척(3위), 예비군 310만명(2위) 등 화력과 동원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세계 군사력 5위 통계의 맹점은 현대전 전력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군사력 평가의 한계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군사력 통계 발표를 토대로 광고와 후원을 받는 GFP는 20세기 기준으로 21세기 군사력을 평가한다. 1·2차 대전과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당시 전력의 평가 기준은 군인 수, 포와 전투기 같은 재래식 무기였다. 하지만 작금의 전쟁은 차원이 달라졌다. 드론과 미사일이 하늘 국경을 무력화시킨다. 5위 군사력의 한국 해군은 항모와 핵 잠수함이 없다.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이 있는 이지스함은 1척뿐이다.
GFP 기준을 따르면 2위 러시아가 20위 우크라이나를 4년째 항복시키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강한 저항 의지로 뭉친 우크라이나군과 경제적 보상으로 입대하여 용병 기질이 다분한 러시아군 간의 전쟁은 현대전의 복잡성을 반영한다.

둘째, 핵무기와 같은 비대칭 전력을 제외한 재래식 전력 순위는 반쪽짜리 군사력 통계다. 21세기 전장에서 핵무기를 제외한 전력 추계는 가상현실 게임에서나 유효하다. 상위 5개국 중 게임 체인저인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국가는 한국뿐이다. 장기판에서 차·포를 빼고 승부를 가르는 격이니 5위 군사력은 의미가 없다.
반면 북한 전력의 핵심인 핵무기는 급증 추세다. 스웨덴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지난해 6월 북한의 핵탄두 수를 50기로 추산했다. 국방연구원(KIDA)은 2025년 기준 북한의 총 핵무기 수량을 150기로 추정했다. 2030년이면 인도를 제치고 세계 5위로 올라선다고 한다.
북한 군사력은 지난해보다 세 계단 상승한 31위다. GFP는 북한의 공식적인 군사력은 대부분 알려지지 않았고 장비 및 병력의 규모는 입수 가능한 정보를 바탕으로 추정했다고 한다. 18개월 복무 기간의 한국군과 120개월 복무의 북한군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남북한 순위 비교는 무의미하다. 한국이 세계 방산 수출 4위지만 재래식 군사력도 비례해서 5위라는 것은 논리 비약이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북한군의 전투 영상 기록물을 공개했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독일의 전략가 클라우제비츠는 명저 ‘전쟁론’에서 “전투력은 정신적 요소와 물리적 요소로 구성되지만 전투를 결정짓는 요소는 정신적 전투력”이라고 했다. 무형의 사기 등이 유형의 물리적 요소보다 중요했던 사례는 세계 전쟁사에서 비일비재하다. 현재 한국군은 인구 감소로 인한 병력 질과 양의 저하, 간부들의 사명감과 역량 하락, 장기적인 평화 기조로 유약한 문민주의 확산 등으로 정신적 전투력은 높지 않다. ‘당성’으로 똘똘 무장한 북한군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경험한 실전 경험과 핵무기를 제외하더라도 만만치 않은 전력이다.
셋째, GFP는 군사력은 상대적이라는 속성을 무시한다. 한국이 세계적인 군사 강국 평가를 받아도 동북아시아 지역으로 국한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동북아에 4대 군사 초강대국들의 군사력 밀집도는 과밀 이상이다. 4대 강국의 동북아 전력 배치 지도는 5위 순위를 초라하게 만든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 이외에 7위로 발표된 일본의 군사력도 만만치 않다. 금년 국방 예산 65조원의 한국 재래식 군사력이 85조원 규모인 일본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전쟁 가능’ 국가로 개헌이 이뤄지면 일본 군사력 증강은 상상 이상이다.

K-9자주포가 사격을 실시하고 있다. /해병대
최근 트럼프의 신임을 받는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차관이 방한해 한국의 ‘부담 분담(burden sharing)’을 강조했다. 한국이 ‘북한 억제의 1차 책임을 감당할 능력’이 있다면서 미국은 한발 물러섰다. 근거는 한국이 재래식 군사력 5위다. 전작권 전환을 자주국방이라고 이해하는 자주파들은 콜비의 인식을 쌍수를 들고 환영하지만 미국의 후퇴가 한국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영리 목적의 GFP 통계에 대한 무조건 신뢰는 금물이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군사력 순위를 공개한 적이 있으나 핵무기 증가 등으로 군사력 평가에 한계가 있어 2007년 이후 중단했다. 여타 국가나 기관들 역시 군사력 추계의 복잡성으로 군사력 순위 발표를 중단했다.
기계적 지표를 바탕으로 한 재래식 군사력 순위는 참고 자료에 불과하다. 과도한 인용과 정책 근거의 활용은 금물이다. 특히 정치적 활용은 신중해야 한다. 한국의 군사력 5위는 의미 있는 성과이나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순위표가 아니다. 핵·재래식 통합 군사력 비교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 핵무기를 포함한 총체적 전력과 확고한 정신적 전력에 기반한 종합 군사력 평가가 나와야 한다. 9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이 직접 운전한 핵무기 장착 600㎜ 초대형 방사포(KN-25)는 남한 전 지역이 사정권이라는 평양발 뉴스가 작금의 한반도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미국 장비와 병력이 이미 도착한 상황에서 한미 연합 훈련조차 국방장관이 항의하는 등 불협화음을 보이는 사태는 누구를 의식한 것인지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조선일보(26-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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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를 움직일 전략, '감사하는 한국'
한미, 통상 이어 안보도 균열 조짐
양국 정상간 신뢰 부족도 원인
美 건국 250주년과 평화봉사단
한국 파견 60주년 활용해보라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한국 언론에 준 ‘뜻밖의 선물’이 있다. 한국은 10여 년 전부터 전 세계 약 200개 국가의 앞줄에 설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하지만 한국 언론은 그에 걸맞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제화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중앙 일간지 1면에서 세계의 동향을 알 수 있는 외교·안보 기사를 보기 어렵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전쟁이 터지고, 북핵 문제가 불거질 때만 미국과 일본을 들여다보는 식”이라는 자조도 있었다. 방송이라고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리끼리 지지고 볶는 소모적인 국내 정치가 머릿기사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한국 언론을 일거에 바꿔놓은 인물이 트럼프다. 미국 대통령이라고 믿기 어려운 언행, 특히 재취임 후 쏟아낸 파격적 정책과 파장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조선일보만 해도 1면에 실리는 국제 뉴스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났다. 트럼프가 한국 언론의 국제 뉴스 보도 비율을 끌어올린 셈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직업적인 이유로 매일 트럼프를 주시하는데, 전 세계를 들었다 놨다 하는 그와 한국 대통령의 관계가 신경 쓰인다. 트럼프 1기 때 그의 카운터파트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었다. 숱한 증언처럼 두 사람 관계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트럼프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살아 있을 때 중요한 한반도 문제를 아베와 상의했다. 그에게 문 전 대통령 험담을 하기도 했다.
이후 문 전 대통령과 같은 좌파 진영의 이재명 대통령이 등장한 탓일까. 두 정상은 아직 두 차례밖에 만나지 못했다. 양국 정상 간 신뢰가 충분히 쌓였다고 말하긴 어렵다. 지난해 경주 APEC 당시 트럼프가 국빈으로 방한하면서 기자단에 ‘정상회담’이라는 표현조차 쓰지 않은 것은 미묘한 기류를 시사한다.
이런 상태에서 최근 한미 간에는 ’25% 관세' 문제에 이어 한미 연합 훈련을 둘러싼 이견이 돌출되고 있다. 통상에 이어 안보 문제에서도 균열이 커지는 형국이다. 양국 지도자 간 신뢰 부족 상태에서의 이 같은 흐름은 단발성 마찰을 넘어 구조적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다카이치 일본 총리가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하며 미일 동맹의 결속을 과시하고 있는 것과는 비교된다.
이럴수록 트럼프의 성향에 대한 냉정한 분석과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그는 누구보다 ‘미국’이라는 브랜드를 사랑한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국에서 태어난 것은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말한다. 트럼프는 올해 미국 건국 250주년을 대대적으로 기념하며 각국의 ‘성의 있는 대응’을 기대하고 있다. 주한 미국 대사관도 관련 행사를 준비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와의 관계 강화를 위해 그가 관심을 쏟는 이벤트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6·25전쟁 당시 미국의 지원으로 국가 존립 위기를 넘긴 역사를 환기하며 미국 건국 250주년을 진정성 있게 축하한다면 생각지 못한 돌파구가 열릴 수 있다.
더욱이 올해는 미국 평화봉사단(Peace Corps)의 한국 파견 60주년이 되는 해다. 미 평화봉사단은 1966년부터 1981년까지 단원 2000여 명을 보내 한국 근대화에 힘을 보탰다. 이들은 중소 도시와 농촌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고, 공중보건과 지역 개발 분야에서 헌신했다. 한국 정부는 2008년 이태식 주미 대사의 건의를 계기로 평화봉사단원의 한국 재방문 초청 사업을 시행한 바 있다.
올해는 이를 한 단계 확장해보면 어떨까. 미국 건국 250주년과 평화봉사단 한국 파견 60주년을 연결해 의미 있는 행사를 갖고 관계자들을 초청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감사하는 한국’ 이미지를 미국 조야(朝野)에 확산시키면 원만한 관계를 가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을 감동시키는 이런 시도는 통상과 안보를 둘러싼 파고를 넘는 좋은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하원 외교안보 에디터, 조선일보(26-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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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태평양 14개 섬나라 국방장관 불러 ‘中 견제’ 리더십 의지 천명. “트럼프 제1 파트너는 나야 나!”
-팔면봉, 조선일보(26-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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