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地靈이 빚은 예언자, 일론 머스크]
[화성 식민지]
아프리카의 地靈이 빚은 예언자, 일론 머스크
‘인걸은 지령(地靈)이다’라는 말은 수천 년에 걸친 경험치가 쌓여서 정립된 인물관이다. 땅에 깃들어 있는 영적인 기운과 그곳에서 태어난 인물이 연결돼 있다는 오래된 개념이다. 대선 주자의 태어난 고향 집터와 조상 묘 자리에 주목하는 관습도 이러한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령’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일론 머스크 때문이다. 머스크 같은 괴인(怪人)이 어떻게 나왔는가를 이해하려다 보니 아프리카의 지령에까지 관심이 가게 됐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행정 수도인 프리토리아에서 태어났다. 아프리카라는 대륙에서 태어난 인물 가운데 가장 영향력이 강한 인물이다. 그는 ‘21세기의 대예언자(Prophet)’이다. 이 혼돈의 시대에서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를 가장 정확하게 예언할 수 있는 인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서양에서 노스트라다무스 이래 최고의 예언자로 등극한 인물이 바로 머스크다.
앞일을 예측해서 돈을 버는 직업인 주식 투자자들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이 대격변기를 제조하고 주도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예언자는 대부분 가난하게 살아야 하는데 그는 세계 최고 부자다. 앞으로 사업이 잘되면 1조달러의 스톡옵션을 받는다는 보상안이 주주들에 의해 결의됐다. 어떻게 한 개인이 1조달러를 받는단 말인가? 화성에 가기 위한 스페이스X 사업에 뛰어들었고, 성과를 냄으로써 허풍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느 정도 입증한 탓이다. 아프리카의 싱싱한 원시지령(原始地靈)을 받아 태어났기 때문인가! 아프리카는 수백만 년 전 현생 인류의 발원지로 알려져 있다. ‘외계 인류’ 시대의 발원지 타이틀도 아프리카 출신이 차지하게 될 것 같다.
얼마 전에 머스크가 거처하는 집이 소개됐다. 예상을 뛰어넘는 33㎡(10평)짜리 조립식 건물에서 살고 있었다. 이미 호화 저택도 다 가져보고 나서 도달한 지점이 10평짜리 조립식이었다는 이야기인가. 불교 선승들이 말하는 ‘토굴(土窟)’에 가까운 집이라고 여겨졌다. 수퍼리치 대저택의 꼭대기에는 토굴이 있는 셈이다. 이 정도 되면 물질에 대해서는 해탈한 수준이 아닌가 싶다.
본질에서 벗어난 잡철(雜鐵)을 다 털어버린 이런 행태가 머스크의 운세를 앞으로 10년은 더 유지하도록 해주는 요소다. 곁가지에 사로잡히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우주 사업에 몰두하는 ‘순수사업지성(純粹事業知性)’의 상태에 도달했다고나 할까. ‘AI와 로봇이 일자리를 없애고 돈이 필요 없는 세상이 온다’는 그의 예언은 순수사업지성으로 세계를 통제하는 ‘빅브라더’가 될 것이라는 예언처럼 들린다.
-조용헌 동양학자, 조선일보(2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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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식민지
영국 작가 H G 웰스는 1898년 화성인이 지구를 공격하는 공상과학(SF) 소설 '우주 전쟁'을 발표했다. 1938년 미국 CBS방송은 이 작품을 라디오 드라마로 방송했다. '시민 케인'으로 불세출의 영화 작가가 되기 전 오슨 웰스가 이 드라마에 성우로 참여해 화성인의 지구 침공을 긴급 뉴스로 내보냈다. 얼마나 실감 났던지 상당수 청취자가 실제 상황으로 착각하고 피란길에 나서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SF 영화나 소설에서 지구를 침공하는 우주인은 늘 커다란 머리에 팔다리가 가는 화성인이었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은 금성이지만, 평균 온도가 섭씨 462도에 이르고 기압도 지구의 90배나 되기 때문에 애초부터 우주인이 살 곳에서 배제됐다. 반면 화성은 기온이 최저 영하 143도에서 최고 영상 35도로 과학기술이 뛰어난 우주인이라면 충분히 살 만한 곳으로 간주됐다. 화성의 하루가 지구와 41분밖에 차이가 안 나는 점도 심리적 간격을 좁힌다.

▶늘 화성인의 침공만 상상하던 지구인이 이제 거꾸로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겠다고 나섰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가 1일 민간 최초로 우주인을 국제우주정거장으로 보내는 데 성공했다. 영화 '아이언맨'의 모델이기도 한 머스크의 다음 목표는 화성에 지구의 식민지를 건설하는 것이다. 그는 2002년 스페이스X를 세울 때부터 "언젠가 수명이 다할 지구를 떠나 화성으로 이주하겠다는 어린 시절 꿈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화성 식민지는 실리콘밸리의 괴짜만 생각한 게 아니다. 2년 전 세상을 뜬 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생전 "인류가 멸종을 피하려면 100년 이내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인류가 직면한 위협으로 기후변화, 소행성 충돌과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을 들었다. 최근 코로나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화성 식민지가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우주 선진국들도 잇따라 2030년대 화성에 우주인을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3년 네덜란드 마스원이라는 단체가 화성 이주민을 모집하자 돌아올 길 없는 편도 티켓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20만명 넘는 사람이 신청했다. 마스원이 법원에서 파산 선고를 받았지만 지금도 희망을 버리지 않은 사람이 많다. 머스크도 출연했던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화성 개척 드라마 '마스'에서는 한국계 여성 쌍둥이 엔지니어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SF의 상상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이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논설위원, 조선일보(20-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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