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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과 알고리즘의 전쟁터, '강한 전사'의 기준] ['한 우물' 조기교육]

뚝섬 2026. 4. 27. 08:53

[드론과 알고리즘의 전쟁터, '강한 전사'의 기준이 바뀐다] 

[물리학 우등생이 수영 세계기록 경신… '한 우물' 조기교육 집착 버려야]

 

 

 

드론과 알고리즘의 전쟁터, '강한 전사'의 기준이 바뀐다 

 

이영주 육군사관학교 교수·중령

 

전쟁의 문법이 바뀌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리는 값비싼 전차를 무력화하는 소형 드론 부대의 활약상을 목격했다. 실시간 위성 데이터를 분석해 적의 보급로를 차단하는 IT 전문가들의 탁월한 능력도 확인했다. 과거의 전쟁이 근력과 공격성으로 상징되는 물리적 충돌이었다면, 현대전은 기술과 정보, 데이터가 지배하는 다영역 작전의 장(場)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과연 오늘날 전장에서 승리를 만들어내는 ‘강한 전사’란 누구인가.

 

오랫동안 군 조직을 지탱해 온 핵심 가치는 강인한 체력과 전투 중심의 결속력이었다. 이렇게 전통적으로 육체적 능력과 단합을 강조하는 건 오랫동안 실제 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지금도 분명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요소다. 그러나 세상이 달라졌다. 전쟁터에서 드론 조종기와 노트북으로 적의 전력을 무력화하는 모습은 전통적인 신체 중심의 전사상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이버전과 전자전이 일상화된 오늘날 전장에서는 변화가 더욱 두드러진다. 정밀 타격, 정보전, 심리전이 결합된 현대전에서는 신체적 조건으로만 싸우지 않는다. 덩치가 얼마나 크고 완력을 갖췄는지 여부가 전부가 아니다. 그에 못지않게 기술적 숙련도, 판단력, 책임 있는 의사결정 능력이 승패를 가른다. 여기에 더해, 복잡하게 얽힌 전장 환경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다양한 자산을 연결하는 능력 역시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역량은 단순한 훈련만으로는 확보되기 어렵다. 체계적인 교육과 경험의 축적을 요구한다. 전쟁은 더 이상 ‘힘의 경쟁’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제는 전사의 개념을 보다 넓게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강인한 체력과 전투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에 기술 이해도·정보 분석 능력·빠른 적응력까지 포함하는 복합적 전투 역량이 요구되는 시대다. 이는 전통을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변화한 전장 환경에 맞게 전투력의 범위를 확장하자는 제안이다. 특히 인구 감소로 병력 자원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이런 현실에서 특정 신체 조건에만 의존한 인력 운용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다양한 배경과 역량을 가진 인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곧 전투력으로 직결되는 시대다. 중요한 것은 ‘누가 더 전사에 근접한가’가 아니라 ‘누가 실제 임무를 더 잘 수행할 수 있는가’다.

 

이와 함께 군 조직의 ‘양손잡이 전략’이 요구된다. 전통적인 전투 현장의 강인함은 유지하되, 새로운 기술과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전장의 중심이 ‘장비를 다루는 힘’에서 ‘시스템을 이해하는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면, 군의 인재 기준 역시 이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전사의 기준을 재정립하는 것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급변하는 전쟁 양상에 대응하고, 제한된 인력으로 최대의 전투력을 확보하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다. 변화에 뒤처진 군은 결코 강군(强軍)이 될 수 없다. 미래의 전장은 근육량이 아니라 시스템과 판단력으로 승부하는 공간이다. 우리 군이 진정한 강군으로 남기 위해서는 더 넓은 포용력과 더 깊은 전문성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선택해야 할 가장 현실적인 길이다.

 

-이영주 육군사관학교 교수·중령, 조선일보(2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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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 우등생이 수영 세계기록 경신… '한 우물' 조기교육 집착 버려야

 

효율 높인 훈련법 물리학으로 터득… 융합이 창의적 성과 낸 사례 많아
한 가지만 파는 영재교육 대신 운동·예술까지 여러 '학습 자본' 쌓아야
 

 

올해 3월 호주 수영선수 캐머런 매커보이(McEvoy)가 무려 16년 만에 50m 자유형 세계 기록을 경신했다. 이전 기록은 물과 마찰을 줄이는 전신 수영복 덕분이었다. 한때 전신 수영복의 발달로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43개의 신기록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수영 경기가 수영복 경쟁으로 변질되자 세계수영연맹은 2010년부터 전신수영복을 금지하기에 이른다. 이후 기록 깨기가 쉽지 않았는데 매커보이가 이 벽을 넘은 것이다.

 

이번 기록이 주목받으면서 매커보이가 대학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전공한 우등생이라는 사실이 새삼 부각됐다. 수영모에 파인먼 다이어그램이나 중력파를 새겨넣을 정도로 물리학에 진심인 사나이가 매커보이다. 그는 기존 상식에 반하는 훈련을 했다. “수영은 덜 하면서 금메달을 따자(Swim less, win gold)”라며 매주 30km 헤엄치던 훈련량을 2km로 줄였다. 공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다른 운동으로 물리적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해서 2024년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땄다. 여기서 우리는 공부와 운동은 별개라는, 그리고 어릴 때부터 하나만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맞는지 따져봐야 한다.

 

매커보이와 반대로 운동선수였다가 노벨상을 받은 물리학자도 있다. 양자역학의 문을 연 덴마크의 닐스 보어(Bohr)는 동생 하랄트 보어와 함께 축구 선수였다. 생리학 교수였던 아버지는 두 아들에게 축구를 가르쳤고, 보어 형제는 대학에서도 축구를 계속해서 아카데미스크 볼트클럽 선수로 활약했다. 이 구단은 덴마크 리그 우승 9회, 코펜하겐 리그 우승 8회, 덴마크 컵 우승 1회, 코펜하겐 컵 우승 6회를 기록한 덴마크 최고 명문 구단 중 하나였다.

 

형 못지않게 천재 수학자였던 하랄트는 덴마크 축구 국가대표로 선발돼 1908년 올림픽에 출전해 골을 기록하고 은메달을 땄다. 워낙 인기 선수라 하랄트의 박사 논문 심사에는 수학자들보다 축구 팬들이 더 많이 왔다. 이후 다시 수학자의 길을 걷게 된 하랄트는 형의 빛에 가려져 있지만, 그의 이름을 딴 수학 정리가 여럿 있을 정도로 세계적인 업적을 남겼다.

 

노벨상 수상자 퀴리 부부 역시 자녀 교육에 스포츠를 강조했다. 이렇게 자란 퀴리 부부의 딸 이렌은 1935년 남편 프레데리크와 함께 노벨상을 받는다. 프레데리크 역시 운동에 뛰어났다. 당시 이렌 부부는 프랑스의 스키 전설 에밀 알레(Allais)와 함께 스키를 즐겼다. 알레는 1936년 동계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고, 1937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선수였다. 노벨상 부부의 스키는 취미 수준을 넘었다.

 

이런 사례는 몇몇 예외적인 천재에만 해당할까? 지난해 12월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흥미로운 논문이 발표됐다. 독일의 저명한 스포츠 과학자 아르네 귈리히(Güllich) 교수팀은 여러 분야에서 세계 정상급 실력을 갖춘 성인 수만 명을 분석했다. 예상과 달리, 어린 시절 영재였던 비율은 10% 정도였고, 나머지 90%는 별로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던 인물들이었다. 스포츠뿐 아니라 체스, 학술 연구, 예술 등 전 분야에서 동일한 패턴이 확인되었다. 어린 시절 영재였던 집단과 성인기에 월드 클래스의 반열에 오른 집단은 사실상 별개라는 의미다. 조기 영재 교육이 중요하다는 신화에 균열을 내는 결과다.

 

귈리히 교수팀은 성인기에 정상에 오른 이들이 대부분 어린 시절 하나에 집중하기보다 여러가지 경험을 쌓았다는 점을 주목했다. 아이가 소질을 보이는 분야의 조기 교육이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이들의 뇌와 신체는 충분히 자라지 않은 상태다. 다른 분야에서 더 뛰어난 퍼포먼스를 가져올 수 있는 소질을 가질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당장 보이는 재능에 몰두하게 하는 것은 상당히 모험일 수 있다. 오히려 다양한 경험을 한 아이가 자신의 적성을 제대로 찾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과학 영재가 예술이나 운동 능력을 같이 키우면 문제를 다양한 시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힘을 갖출 수 있게 된다. 귈리히 교수팀의 논문은 이러한 다학제적 교육이 학습 자본(Learning Capital)을 쌓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분야를 넘나들며 축적된 유연성은 훗날 전공 분야에서 맞닥뜨릴 난관을 돌파하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더욱이 스포츠 영재가 다른 종목도 함께 병행해서 운동하면 단일 근골격계의 반복에서 벗어나 부상을 방지할 수 있다. 성장기에 다양한 경험으로 다져진 기초가 성숙기에 폭발하게 된다. 어릴 때부터 한 분야에만 몰두하게 하면, 나중에 흥미를 잃어도 매몰 비용에 대한 덫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매커보이가 금메달을 딴 파리 올림픽에서 미국 스탠퍼드 대학 재학생과 졸업생이 딴 메달은 모두 39개로 우리나라 대표팀보다 많았다. 미국 대학은 학점이 안 좋으면 선수를 못한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는 공부와 운동을 별개로 생각한다. 운동하는 지성의 문화는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일본에서 중고교 및 대학생들은 ‘부카츠(部活動)’를 통해 체육·예술에 적극 참여한다. 골프광이었던 일본의 오무라 사토시는 골프화에서 발견한 미생물로 2015년 노벨상을 받았다.

 

그래도 여전히 대부분의 엘리트 교육은 조기 영재 발굴과 한 우물 파기를 택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이런 경향이 훨씬 심한 것 같다. 모두를 영재로 키울 것도 아니고, 설사 영재라도 어린 시절부터 한 분야만 파는 게 정답이 아니라면, 우리 교육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양한 경험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

 

-민태기 '판타레이' 저자·공학박사, 조선일보(2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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