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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수석 하정우의 씁쓸한 변신] [자니윤이 국정농단이면.. ]

뚝섬 2026. 4. 29. 09:37

[AI 수석 하정우의 씁쓸한 변신]

[자니윤이 국정농단이면 황교익·서승만은 뭔가]

 

 

 

AI 수석 하정우의 씁쓸한 변신 

 

하정우 AI 미래기획 수석과 전은수 대변인이 지난 27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공동창업자 겸 대표 접견 일정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뉴스1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이 6·3 지방선거에서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재명 정부의 AI 정책을 설계한 인물인데, 국회의원을 하겠다며 1년도 안 돼 AI 총괄 자리를 내려놓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이다.

 

네이버 퓨처 AI 센터장 출신인 그는 업계에서 손꼽히는 스타 개발자였다.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AI를 설명하는 능력으로 얼굴과 이름이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3월 유튜브 콘텐츠에 나와 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하정우 선생님 저번에 잡았어야 되는데, 언젠가 다시 같이 가야 되겠죠”라며 영입 제안을 했다. 실제 대선 후 그를 초대 AI미래기획수석으로 임명했다.

 

하정우는 현 정부에서 ‘소버린(주권) AI’ 전도사 역할을 맡았다. 소버린 AI는 미·중과 같은 거대 빅테크 국가에 종속되지 않고 자국의 데이터·문화·가치관을 반영한 독자 AI 모델을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그동안 ‘AI 3대 강국’ ‘AI 100조 투자’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와 같은 대형 어젠다를 잇따라 발표했는데 그 중심엔 하정우가 있었다. 정부가 AI를 강조할수록 하정우의 체급은 점점 더 커졌다. AI 업계에서 “생성형 AI 등장으로 가장 큰 수혜를 누린 것은 하하(하이닉스와 하정우)”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그러나 기대는 금세 물거품이 됐다. 정치인의 큰 자산 중 하나가 ‘인지도’라고는 하지만, 하정우가 그 길로 직행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AI 업계는 정치인으로 변신한 그에게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그들은 하정우가 청와대에 있을 때도 단순한 관료로 생각하지 않았다. ‘힘 있는 자리’에서 열악한 AI 생태계를 바꿔줄 ‘우리 편’으로 여겼다. AI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치 현실에서 특정 정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이 된다는 게 무슨 뜻인지 하정우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정쟁과 당론에 휩싸여 아무 일도 못 할 텐데 왜 그 자리로 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똘똘하고 신선한 인재가 구태가 만연한 정치판에서 그 빛을 잃고 기성 정치인들에게 이용만 당할 게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AI 3대 강국 정책 설계자로서 입법으로 성과를 내달라”고 요청했지만, 의원과 AI 수석이 하는 일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누구나 정치를 할 수 있고, 하정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치열한 글로벌 AI 경쟁 한복판에서 AI 백년대계보다 의원 배지 달기가 더 시급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AI 수석으로 추진한 각종 프로젝트의 성과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데, 그의 출마는 국가 AI 정책의 방향성과 실행력에 심각한 공백을 예고한다. 천생 개발자처럼 보인 사람이 권력욕에 휘둘려 정쟁의 늪으로 걸어들어가는 모습은 씁쓸하기 짝이 없다. 이러고도 AI 강국을 꿈꿀 수 있을까.

 

-김강한 기자, 조선일보(2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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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니윤이 국정농단이면 황교익·서승만은 뭔가

 

관광공사 감사 임명에
코미디, 낙하산, 국정농단
난리쳤던 민주당이
황교익에는 "문화 전문가"
자니윤 살아 있다면

 

1979년 미국의 자니 카슨의 토크쇼에 출연한 자니윤. 그는 이 프로그램에 34회 출연했고, 이는 당시 아시아인 최고 기록이었다. 그는 코미디언이면서 성악을 전공한 음악인이었다.

 

한국계 코미디언이 미국의 유명 토크쇼에 나왔다. 영어로 “한국에서 가장 웃긴 유머를 소개하겠다”더니 갑자기 한국말로 “옛날에 봉이 김선달이라는 사람이 살았는데”라고 중얼거렸고, 다시 영어로 “이 이야기 들어본 적 있나요”라고 물었다. 청중은 배꼽을 잡았다. “정치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미국에선 정치인에게 뇌물 주면 감옥 가는데, 한국은 정치인에게 뇌물을 주면 미국에 간다”고 말했다. 당시 한국 정보기관이 로비스트를 통해 미 의회에 뇌물을 줬던 ‘코리아 게이트’ 사건을 풍자한 것이다.

 

주한미군 방송으로 이를 본 청와대 인사는 심야에 전화를 걸어 “당신 그런 조크 하면 한국에 다신 못 올 줄 알라”고 협박했다. 그는 “코미디 때문에 입국 못 한다면 안 가고 말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충북 음성에서 태어나 성동고를 졸업한 ‘자니윤’으로 알려진 고(故) 윤종승 선생 이야기다. 그는 1989년 한국에서 ‘자니윤 쇼’라는 미국식 토크쇼를 시작했다. 어눌한 말투로 자신을 노(老)총각이 아닌 노(No)총각이라 소개하더니 방청석 여성들에게 “노(No)처녀들, 조심하세요”라고 했다. 방청객들은 어디서 웃어야 할지 난감해했다. 그는 남을 깎아 내리지 않고 자기를 낮춰 웃겼다.

 

미국과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뒀지만, 노년은 불운했다. 정치와 인연을 맺은 것이 화근이었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캠프 재외국민본부장을 맡았던 그는 2014년 8월 한국관광공사 감사에 임명됐다. 원래는 사장에 임명하려 했지만, 당시 문체부 장관이 강력히 반대해 감사로 낮아졌다. 코미디언에 78세 고령에 대선 캠프까지. ‘낙하산, 보은 인사’로 공격받을 요소를 다 갖췄다. 민주당은 “인사가 코미디냐” “최고위층이 관여한 문고리 인사”라며 총공세를 폈다. 국회라는 정글에 던져졌지만, 그는 기죽지 않았다. 61세의 민주당 국회 상임위원장이 “78세면 집에서 쉬라”고 면박을 주자, 윤씨는 “제가 위원장보다 팔굽혀펴기도 더 많이 하고, 옆차기에 돌려차기까지 할 수 있다”고 했다. 화를 내던 의원들까지 웃게 만들었다.

 

당시 관광공사 감사는 연봉 9000만원 수준이었다. 성공한 대중 예술인이 왜 그런 무리수를 뒀는지 지금도 납득은 되지 않는다. 임명 몇 달 뒤 좌파 언론은 ‘자니윤 인사에 문고리 권력 개입’이라는 보도를 시작했다. 문체부 장관이 자니윤 인사를 반대하다 경질됐고, 경질 이후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본격화됐다고 한다. 탄핵 이후에는 자니윤 인사가 결국 ‘국정 농단’의 시작이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윤씨는 2016년 뇌출혈로 쓰러져 2020년 3월 미국에서 외롭게 눈을 감았고, 시신은 유언에 따라 병원에 기증했다.

 

자니윤이 떠오른 건 황교익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 서승만 국립정동극장 대표, 장동직 정동극장 이사장 인사 때문이다. 민주당 성향 단체들까지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그저 그런 맛집 탐방가와 코미디언이라 해도 그 역할을 못 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권 내 일부 반발은 자신들이 구축한 먹이사슬 ‘생태계’에 이물질이 끼어들었다는 불쾌감이 더 큰 것처럼 보였다. 한국에선 대통령이 임명하거나 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가 7000곳 정도 된다고 한다. 공모 형식을 거치지만 사실은 이런 자리 태반이 정권 전리품으로 사용된다는 것을 민주당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민주당 낙하산은 착하고, 보수 낙하산은 나쁘다는 이중성과 오만함이다. 보수 정부 때 장관은 정권 실세에게 자니윤 인사를 반대하다 경질까지 됐다지만 지금 문체부 장관이 “황교익, 서승만 안 된다”며 청와대에 항의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자니윤이 국정 농단의 발단이면, 황교익·서승만 그리고 앞으로 계속될 이런 인사는 뭐라고 할 건가.

 

성남시장 시절 이재명 대통령은 자니윤 인사에 “할 사람이 없어 이런 사람을 감사로 임명해 혈세 9000만원을 주느냐. 낙하산도 좀 그럴듯한 사람으로 해야지 원…”이라고 했다. 문화관광연구원장 할 사람이 그리 없어 혈세 1억7000만원을 주는지, 이들은 그럴듯한 낙하산인지는 대통령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자니윤을 두고 “코미디 인사”라 했던 민주당은 황교익에 대해선 “음식 문화와 관광 산업 전문가”라고 방어막을 쳤다. 이런 억지보다는 미국처럼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 9000개를 ‘플럼북(Plum Book)’으로 공개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솔직할 것이다.

 

자니윤이 살아서 황교익, 서승만 인사를 봤다면 뭐라 했을까. 왜 나한테 그리 가혹했냐고 억울해할지 모른다. 아니, 자니윤이라면 “나한테 ‘낙하산 인사’라고 하던데, 황교익씨는 맛집 좋아하니 ‘청와대 배달 인사’ 아니냐”고 농담했을지도 모른다. “한국에 와 보니 정치인들이 나보다 더 웃긴다.” 자니윤이 자주 했던 유머다.

 

-정우상 논설위원, 조선일보(2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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