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성이 멈추자 네타냐후 재판이 재개됐다]
[李 대통령 사건 8개 다 '공소 취소 특검'에 올린 민주당]
[공직선거법 파기환송 1년, 짓밟힌 한국의 사법]
포성이 멈추자 네타냐후 재판이 재개됐다
[박정훈 칼럼]
트럼프도 네타냐후도 못한 '재판 소멸'을 해내겠다는 민주당…
국민이 회초리를 들지 않으니 맘놓고 법치를 농락하는 것

민주당의 '조작기소 특검법'이 규정한 수사 대상. 대장동 백현동 비리에서 대북 송금, 법카 유용 사건까지 이 대통령이 기소된 대부분 재판에 대해 특검이 공소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40여 일 열전 끝에 미국·이란이 임시 휴전에 합의하자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지방법원이 발표문을 냈다. 문장은 짧고 간결했다. ‘네타냐후 피고에 대한 재판을 일요일 재개한다.’ 6년 전 시작된 네타냐후 총리의 뇌물·부패 재판은 이란 전쟁으로 이스라엘 전역에 비상사태가 선포되면서 한 달여 중단됐다. 그런데 휴전으로 비상 조치가 해제됐으니 재판도 다시 열겠다는 것이었다.
이 지극히 사무적이고 무미건조한 발표가 예사롭지 않았던 것은 전시(戰時)라는 특수성 때문이었다. 네타냐후는 전쟁을 책임진 최고 사령관이다. 일시 휴전했다고 하나 언제 다시 포성이 울릴지 모를 일촉즉발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뿐 아니라 북쪽의 헤즈볼라, 서쪽의 하마스에도 끊임없이 ‘군사 작전’을 벌이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전쟁 사령관을 피고석(席)에 세운다는 것이니 놀랍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법치가 멈춰선 안 된다는 이스라엘 사법부의 원칙은 추상(秋霜)과도 같았다.
권력자가 죄를 면하려 정치를 동원하는 것은 동서고금 흔한 일이다. 네타냐후도 예외가 아니었다. 2차 집권 8년 차이던 2016년, 뇌물과 뒷거래 추문이 잇따라 터지며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그는 ‘좌파 음모론’을 제기하며 맞섰다. “선거로 안 되니 수사로 나를 끌어내리려 한다”며 정치 이슈로 몰았다. 이스라엘 사법 기관은 흔들리지 않았다. 온갖 압박 속에서도 경찰은 그를 수차례 대면 조사했고, 경찰 수사를 이어받은 검찰이 3건의 부패 혐의로 기소했다. 그리고 2020년부터 재판이 시작됐다.
네타냐후는 순순히 사법 절차를 따를 생각이 없었다. 면책 특권과 재판 출석 면제를 요청하며 저항했다. 그의 요구는 의회와 법원에 의해 모두 거절당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그가 이끄는 연립 여당은 이른바 ‘사법 개혁법’을 들고나와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 판결을 의회가 뒤집을 수 있고, 법관 인사에 행정부가 관여한다는 내용이었다. 누가 봐도 네타냐후 본인의 방탄(防彈) 목적임이 분명했다.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지식인·대학생·노동계에다 예비군 단체까지 가담해 1년간 계속된 시위는 부상자가 167명에 이를 만큼 격렬했다. 네타냐후가 임명한 검찰총장·국방장관마저 반대하며 반기를 들었다. 법안을 둘러싼 내전(內戰)은 결국 대법원이 위헌 결정을 내림으로써 종결됐다. 한국으로 치면 헌법재판소가 집권당의 방탄 입법을 좌절시킨 격이었다.
네타냐후 재판은 더디고 지리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한 치도 후퇴하는 법이 없었다. 하마스가 기습 공격해 오고, 이란 핵시설 공습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도 비상사태가 선포되지 않는 한 법정은 열렸다. 4년여 재판 끝에 드디어 방대한 증거 기록 검토와 333명의 증인 신문이 완료됐다. 재판이 종착점을 바라보는 국면까지 왔다.
이스라엘을 보며 한국적 현실이 대비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네타냐후 스캔들은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과 비슷한 구조다. 양쪽 다 부패 관련 혐의를 받고, 의회·행정 권력을 동원한 사법 방해를 시도했다. 위헌성이 다분한 ‘사법 개혁법’으로 방패막이 삼으려 한 것 역시 판박이처럼 똑같다.
그러나 진행 상황은 차이가 컸다. 형사처벌을 피하려는 네타냐후의 온갖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반면 ‘침대 축구’로 비유됐던 이 대통령의 지연 전략은 대체로 효과를 보았다. 대부분 재판이 1심 선고 전 중단됐고, 사법 개혁이란 이름의 ‘방탄 3법’도 무난히 입법화했다. 대장동 비리 공범들에 대한 ‘입단속’ 성격의 항소 포기까지 강행했다. 재판 재개를 염두에 둔 듯한 사전 대비책을 착착 진행시켰다.
그것도 모자라 공소 취소를 통해 재판 자체를 없애려 한다. 여권에선 트럼프 미 대통령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듯하나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트럼프의 1기 재임 중 불법 혐의를 수사했던 스미스 특검은 트럼프 2기 출범 후 ‘직무 수행’을 이유로 공소를 취하했다. 그러면서도 ‘임기 중에만 적용’이란 단서를 명시해 퇴임 후 공소 재개의 길을 열어 두었다. 트럼프가 사인(私人) 시절 저지른 ‘성추문 입막음’ 사건은 1심 판결까지 이루어졌다. 대통령 취임식을 열흘 앞두고 맨해튼 법원이 ‘처벌이 면제되는 유죄’ 선고를 강행한 것이다. 이 역시 추후 항소심이 열릴 가능성이 남아있다.
트럼프도, 네타냐후도 못한 ‘재판 소멸’을 한국의 민주당 정권이 해내겠다고 한다. 국정조사 쇼까지 벌이며 온갖 것을 캐내도 나온 게 없는데 ‘조작’이 확인됐다고 우기며 공소 취소 수순에 돌입했다. 그런 정당이 여론 조사만 하면 높은 지지율을 받는다. 이것이 우리의 국가 수준인가 싶다.
이스라엘은 시민들이 권력의 폭주에 저항해 법치를 지켰다. 한국민은 분노하지 않는다. 계엄에 버금가는 헌법 유린 앞에서도 대부분 사람들이 남의 일인양 방관하고 있다. 국민이 “노(No)”하며 회초리를 들지 않으니 마음놓고 법치를 농락하는 것이다.
-박정훈 논설실장, 조선일보(2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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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사건 8개 다 '공소 취소 특검'에 올린 민주당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 노동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이 발의한 ‘조작 기소 특검법’엔 국정조사에서도 다루지 않은 이재명 대통령 사건 5개가 추가됐다. 특검의 수사 대상 12개 중 8개가 이 대통령 연루 사건이다. 대장동·백현동 비리, 대북 송금에서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까지 이 대통령이 피고로 기소된 모든 형사 사건이 망라됐다. 특검이 사실상 ‘공소 취소’ 권한을 갖는 만큼 이 대통령 관련 사건 전부를 뒤집거나 흔들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대북 송금 사건의 ‘조작 정황’이 드러났다고 했다. 그런데 민주당이 ‘회유·조작’의 핵심 증거라고 했던 ‘술 파티’ 의혹은 당사자인 쌍방울 전 회장이 청문회에서 공개 부인했다. 대북 송금 목적이 이 대통령 방북 대가가 아닌 주가 조작용이란 민주당 주장도 부인했다. 쌍방울 전 회장이 입맛에 맞는 진술을 하지 않자 민주당은 그를 위증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대북 송금의 본질인 ‘방북 비용 대납’을 건드리는 조작 정황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는데 공소 취소 대상에 넣어 재판 자체를 없애려 한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공소 취소는 1심이 진행 중인 사건에만 가능하다. 그런데 민주당은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선거법 위반 사건과 2심 재판 중 중단된 위증 교사 사건도 특검 대상에 넣었다. 현행법으로는 공소 취소로 이미 판결이 난 유·무죄를 없앨 수 없다. 그러나 조작 기소나 법 왜곡이 드러났다고 주장하면서 공소 취소가 가능한 사건의 범위를 넓히는 법 개정까지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 민주당의 폭주를 보면 어떤 위헌적 법률을 만들어도 이상하지 않다.
특검법은 1심 판결은 기소 6개월 이내, 2·3심은 각각 3개월 이내 끝내라고 규정했다. 검사의 공소 취소는 판사의 공소 기각 결정으로 확정된다. 수사 대상이 12개인데 대법원 판결까지 1년 안에 끝내라는 것은 대통령 무죄 만들기를 속전속결로 마무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특검법은 ‘별건 수사’를 할 수 있는 근거 조항과 수사에 협조하면 형량을 깎아주는 ‘형량 거래(플리바게닝)’ 조항도 넣었다. 회유를 위한 별건 수사와 형량 거래 등을 허용하지 않는 우리 형사 사법 체계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지난해 민주당은 대장동 일당이 중형을 선고받자 대통령 재임 중 형사 재판을 중지하는 ‘재판 중지법’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무리하게 처리하지 말라”는 뜻을 민주당에 전하면서 법안은 중단됐다. 청와대는 이번 특검법에 대해선 수사 대상 12개 중 8개가 이 대통령 사건인데도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했다.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재판 지우기 특검’에 청와대도 동의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2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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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 파기환송 1년, 짓밟힌 한국의 사법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025년 5월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한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에 착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선고를 내린 지 어제(1일)로 만 1년이었다. 이 판결을 신호탄으로 민주당의 사법 공격이 본격화되며 재판과 법관의 독립성 원칙은 붕괴 위기에 몰렸고, 형사 사법 시스템은 만신창이가 됐다. 입법 권력을 동원한 보복이 사법 질서 전체를 무너뜨리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특정 후보에게 불리한 판결을 한 데 대한 정치적 논란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법률에 따른 판결이었고, 대법관 12명 중 10명이 유죄 의견을 냈듯 판결 내용이 법리적으로 무리한 것도 아니었다. 판결이 대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도 아니다. 헌법의 불소추 조항 해석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선 후 법원은 이 대통령이 기소된 재판 5건을 모두 무기 연기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 재임 중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멈췄어야 했다.
하지만 권력을 쥔 민주당은 더 집요해졌다.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먹혀들지 않자 법왜곡죄를 만들어 판사의 판결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전락시켰다. 법원의 확정 판결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시켜 헌재가 법원 판결을 다시 판결하는 사실상 4심제를 도입했다. 대법관 정원도 대폭 늘렸다. 대법원을 친여 우위로 만들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보복한 것이다.
사법제도의 근간을 바꾸는 이런 변화는 과거엔 공청회와 여론 수렴 절차를 적어도 몇 년은 거쳐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민주당은 1년도 안 돼 모든 것을 해치웠다. 부작용에 대한 대책은 거의 없다. 모든 피해는 국민, 특히 법률 약자인 서민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보복은 삼권분립의 틀까지 넘어서고 있다. 입법부가 선택하는 특검에게 공소 취소권까지 쥐어준 것은 사실상 그들이 법원이 돼 최종 판결을 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사법 질서 문란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입법 권력의 폭거가 이어지는 데도 제동 걸 제도적 수단이 없다는 것이야말로 한국 민주주의의 제도적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조선일보(2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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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재판 몽땅 지울 수 있는 ‘조작 기소 특검법’에 靑은 “국회서 논의되는 사안”. 以心傳心이라는 얘기?
○李 대통령 관련 수사한 검사들 줄줄이 감찰 중… 법무부, 보복성 ‘검사 징계’ 요청하는 여권 민원 창구로 전락?
-팔면봉, 조선일보(2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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