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 발전소 가보니... ]
[양수발전의 부활]
무주 발전소 가보니…
'물 배터리' 양수발전, 태양광發 정전 막는다

전북 무주군 적상산 자락에 1995년 준공된 무주양수발전소 전경. 산 정상 부근에 보이는 저수지가 상부댐인 ‘적상호’, 아래 보이는 저수지가 하부댐인 ‘무주호’다. 전기가 남아돌 때는 이 전기로 하부댐의 물을 상부로 끌어올린 뒤 전기가 필요할 때 상부의 물을 하부로 낙하시켜 전력을 생산한다. /한국수력원자력
지난달 24일 전북 무주군 적상산 굽잇길을 차로 20여 분을 오르자 거대한 인공호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무주양수발전소의 상부댐 적상호다. 능선 아래로 하부댐 무주호가 내려다보였다. 해발 고도 차이가 400m에 이르는 두 댐 사이 지하에는 300㎿(메가와트)급 발전기 2기(총 600㎿)가 숨어 있다.
하부댐과 연결된 통로를 따라 내려갔다. 하부 저수지보다도 70m 더 깊은 곳에 발전소가 있었다. 계단을 내려서는 순간 진동이 느껴졌다. “현재 발전기 2호가 하부댐 물을 상부댐으로 퍼올리는 양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안내를 맡은 전오민 한국수력원자력 차장이 발전기 격실 문을 열자 굉음이 덮쳐왔다. 눈앞에서 수차축(水車軸)이 분당 450회 회전하며 400m 위로 물을 밀어 올리고 있었다.
양수발전소는 전기가 남을 때 하부댐 물을 상부댐으로 퍼올린다. 배터리의 충전에 해당한다. 전력이 모자랄 때 그 물을 아래로 떨어뜨려 전기를 만든다. 배터리의 방전이다. 높은 곳에 담긴 물이 곧 충전된 에너지인 셈이다. 이차전지로 만드는 ESS(에너지저장장치)에 빗대 양수발전소를 WESS(Water ESS), 즉 물 배터리라고 부르는 이유다.

◇‘물 배터리’ 덕에 태양광발 대정전 차단
국내에는 무주를 포함해 청평·삼랑진·산청·양양·청송·예천 7개 양수발전소가 있다. 발전 용량 총합은 4.7GW(기가와트)다. 과거 양수발전은 원자력·화력발전소에서 남는 심야 잉여 전력을 처리하는 역할이었다. 태양광 설비가 급증한 2020년 이후 역할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는 낮 시간 태양광이 과잉 생산한 전력을 흡수해 에너지를 저장하고, 전력 수급이 흔들릴 때 즉각 공급하는 ‘전력 계통 안정화 장치’ 역할이 핵심이다.
화력발전은 출력을 100%까지 높이는 데 7시간, 원전은 3일이 걸린다. 양수발전소는 3분이면 가능하다. 특히 햇빛은 강하지만 냉난방 수요가 적은 봄·가을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하면서 전력망 불안정성이 커지는데, 이때 가장 빠르게 대응 가능한 설비가 양수발전소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전력 수급이 흔들리면 전력 당국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양수발전소”라며 “재생에너지 비중이 빠르게 늘었는데도 대규모 정전이 없는 데는 양수발전의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7개 양수발전소의 기동(정지 상태에서 발전 가능 상태로 전환) 횟수는 연간 1만회에 달한다. 무주양수발전소가 이중 12~16% 정도를 담당한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7개 양수발전소의 기동 횟수는 2023년 8456회, 2024년 1만479회, 2025년 9947회 등 총 2만8882회에 달한다. 전력 당국이 매달 약 800회씩 양수발전기의 스위치를 켰다 껐다 했다는 의미다.
◇지역 소멸 예방에도 기여
양수발전소는 건설 기간이 길지만, 내부 발전기 부품만 잘 관리하면 반영구적이다. 15~20년 주기로 교체해야 하고 열 폭주 위험도 있는 ESS와 대비되는 장점이다. 80년 사용을 가정할 경우 양수발전 투자비는 ESS의 36% 수준이다. 정부는 현재 4.7GW 수준인 양수발전 설비를 2038년까지 10.4GW 규모로 2배 이상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양수발전소는 지역 경제에도 온기를 불어넣는다. 무주양수발전소는 상·하부 저수지 사이, 적상산 중턱 450m 지점에 있던 작업 터널을 머루와인 동굴로 변모시켜 와인 시음·체험장으로 운영 중이다. 연간 20만명 이상이 찾는 명소가 됐다.
-무주=전준범 기자, 조선닷컴(26-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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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발전의 부활

요즘같이 ‘님비’ 현상이 만연한 시대에 주민들이 결의 대회까지 열며 우리 지역에 지어 달라고 하는 공공 시설이 있다. 바로 양수발전소다. 근래에만 전북 진안, 경남 합천과 거창에서 주민 수백 명이 모여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쳤다.
▶양수발전소는 높이 차가 나는 두 개의 저수지를 두고 전력이 남을 때 그 전기로 낮은 곳 물을 퍼올렸다가 전력이 필요할 때 물을 내려보내 발전하는 발전소다. 1907년 스위스에서 처음 양수발전소를 만들었다. 요즘 각국이 사활을 걸고 늘리려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의 원조인 셈이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산간 오지에 근사한 호수가 생겨 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데다 수백억 원 규모의 각종 지원책도 있으니 유치전을 벌이는 것이다. 1979년 국내 첫 가동한 청평 양수발전소의 상부 저수지인 호명호수는 한 해 수십만 명이 찾는 관광 명소다.
▶양수발전소가 생산 가능한 전력 규모도 상당하다. 중국이 재작년 허베이성에 가동하기 시작한 펑닝 양수발전소는 세계 최대인 3.6GW 규모다. 보통 원전 1기 용량이 1GW이므로 양수발전소 하나가 원전 3.6기 분량의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다. 미국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20%를 양수발전에서 얻고 있다. 현재 한수원이 운영 중인 우리나라 양수발전소는 7곳인데 4.7GW(전체 전력의 3%)를 생산하고 있다.
▶양수발전소의 장점 중 하나는 빠른 시간 내에 가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석탄 화력은 약 4시간이 걸리지만 양수발전은 3분 만에 전기를 만들 수 있다. 양수발전소 별명이 ‘3분 대기조’인 이유다. 2011년 9월 전국적인 전력 수요 폭증으로 블랙아웃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긴급 전력을 생산해 다른 발전소들을 소생시킨 것이 양수발전소였다.
▶원래 우리나라 양수발전소는 밤에 남아도는 원자력 전기를 이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런 방식이 경제성이 나오지 않자 2002년 예천 양수발전소 이후 주춤했다. 잊혀져 가던 양수발전은 태양광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데 최적이라는 판정이 나오면서 2017년 건설 재개에 들어갔다. 15년 만에 부활한 것이다. 현재 9곳을 건설 또는 계획 중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도 신규 원전 2기 추진을 발표하면서 “ESS와 양수발전을 태양광의 간헐성과 원전의 경직성을 보완하는데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도 보수·진보를 떠나 양수발전에 긍정적이다. 4대강·기후 대응 등 다른 환경 정책도 양수발전소처럼 상식적이고 납득할 수 있는 범위에서 추진했으면 좋겠다.
-김민철 논설위원, 조선일보(26-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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