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오 시계.. 본질로 돌아가는 시간, 손목 위 작은 타임머신]
[남자의 시계]
카시오 시계.. 본질로 돌아가는 시간, 손목 위 작은 타임머신

카시오 시계는 어떤 자리와 옷차림에도 잘 어울린다. /ditur
손목시계가 돌아왔다. 시간을 확인하는 도구로써 필요가 사라진 이후, 손목시계는 지위와 취향, 부와 명예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남자의 액세서리로 명맥을 유지했다. 그런데 최근 몇 해 전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롤렉스가 새롭게 받아들여졌고, 달리기 열풍은 기존 스마트워치의 편의성과 필요성을 증폭시켰다. 이제 손목에 시계를 차고 다니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다시 익숙해졌다.
손목시계가 일상의 도구로 돌아오면서 달라진 분위기가 있다. 원래 시계는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었다. 스마트워치처럼 수많은 정보와 업데이트, 동기화와 같은 관리도 필요하지 않았다. 점점 고도화되는 현대사회의 피로를 닮은 이런 모습 대신, 시계의 본질을 추구하는 흐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런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남자의 물건이 바로 카시오의 F-91 시리즈다. 1989년 출시 이후 37년 동안 그 모습 그대로 그 자리를 지켜온 스테디셀러이자 군인시계로 익숙한 물건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손목시계로 알려진 만큼 관련 유명인도 여럿이다. 상극의 세계를 이끌던 오바마와 빈 라덴의 애착 시계이면서,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공식 석상에 종종 차고 나와 화제가 된 바 있다.
21g에 두께 8.5㎜의 가볍고 얇으며 뛰어난 방수 능력을 자랑하는 이 시계의 가장 큰 장점은 3만원을 넘지 않는 합리적인 가격이다. 별도의 충전이나 관리 없이 배터리 한 알로 7년은 거뜬하다. 그러나 이 제품이 사랑받는 건 가성비와 편의성이 전부가 아니다. 작은 시계판 위에 빼곡하게 쓰인 글씨의 폰트와 배색, 전자시계라는 물성은 90년대의 ‘모드’를 알라딘의 요술 램프처럼 오늘날의 시간, 일상 속에 불러낸다. 누군가가 알아봐 주는 시계, 누군가와 비교되는 시계, 누군가를 부러워할 시계가 아니라 지친 하루 우연히 마주친 옛 친구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나만의 시절인연이다.
남자들은 한 번씩 뒤를 돌아볼 때가 있다. 우리네 삶은 한번 출발하면 멈출 수 없는 경주다. 동기부여는 그다음 무대에 대한 동경이다. 성취의 도파민에 취해 잠을 줄이고, 부양의 책임감에 성질도 죽이며 앞만 보고 내달린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고 지나온 시간을 되감아 볼 때 따스한 추억에서 위로를, 잊고 살았던 감각과 기억에서 소년의 순수했던 꿈을 마주한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 본질로 돌아가는 시간, 카시오의 전자시계는 초심을 마주하는 손목 위 작은 타임머신이다.

1989년 처음 선을 보인 카시오 F-91 시리즈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손목시계로 유명하다@카시오
-김교석 칼럼니스트, 조선일보(26-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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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시계
자동차·카메라·오디오가 남자의 3대 장난감이라면, 구두·벨트·시계는 남자의 3대 액세서리다. 한때 최고급 시계는 남자의 재력을 드러내는 물건이었다. 1980년대 기계식 시계 대신 배터리로 가는 시계가 인기를 끌자 판도 변화가 생겼다. 카시오와 스와치 시계가 남자 손목을 점령했다.
▶스마트폰이 시계를 대신하자 시계의 시대는 끝난 듯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몇 천만원짜리 고가 시계 시장이 굉장하다고 한다. 시간을 알려고 시계를 차는 것이 아니라 멋 부리려고 시계를 차는 남자들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소매 속에 있다가 슬쩍 드러나는 멋을 좋아하는 좀 수줍은 사람들이 시계를 좋아한다"고 했다. "과시하려는 사람들은 대개 자동차에 돈을 쓴다"고 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초고가 스위스 시계를 찼다고 해서 입길에 올랐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6000만원짜리 모델 '패트리모니'로 보였다. 정작 본인은 "2007년 캄보디아 길거리에서 산 30달러짜리 짝퉁"이라고 해명했다. 시중 반응은 다양하다. "가짜 시계까지 차면서 멋을 부려야 하나"는 말도 나왔다. 짝퉁을 줄까지 바꿔가면서 11년간 찼다는 게 정말이냐고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도 있다.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2000만원짜리 금장 롤렉스를 차고 다녔다. 좌파에서 '블링블링(반짝반짝) 대통령'이라고 비꼬았다. 그의 친구가 TV에 나와 "남자 나이 쉰에 롤렉스 하나 못 차면 실패한 인생 아니냐"고 말해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사르코지가 가죽 밴드에 모양이 얌전한 시계로 바꿔 차니 조용해졌다. 사실은 훨씬 비싼 7000만원짜리 파텍 필립이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스포티하고 젊어 보이는 태그 호이어를 차고 다녔다. 달라이 라마도 시계 마니아다. 시계를 분해했다가 재조립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한다. 선물받은 롤렉스와 파텍 필립을 포함해 15개쯤 갖고 있다고 했다.
▶1932년 4월 29일 아침 윤봉길과 김구는 의거를 앞두고 조찬을 함께했다. 상을 물린 뒤 윤봉길이 김구에게 시계를 건넸다. "조금 있으면 필요 없게 될 물건입니다. 이게 6원짜리이고 선생님 시계가 2원짜리이니 바꾸시지요." '월샘'이라는 상표의 미국 시계였다. 윤봉길은 김구의 회중시계를 품고 폭탄을 던졌다. 두 사람은 숨질 때까지 서로의 시계를 간직했다. 두 시계는 유족들이 각각 보관하고 있다가 2006년 함께 전시되면서 76년 만에 '해후'했다. 진정한 남자들의 시계였다.
-한현우 논설위원, 조선일보(1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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