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거울]
[이 대통령은 왜 ‘탄핵 가능성’을 언급했을까]
[가장 위험한 소통 리더십]
민주당의 거울]
[양상훈 칼럼]
20년 집권 민주당과 호남이 피해자?
민주당 기득권 부패 반민주 갑질 성추문 비판하는 커다란 유권자층 응집
한국 정치 저변의 변화
지방선거 서울시장과 부산북갑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보낸 민주당 후보가 모두 패했다. 두 지역의 상징성은 다른 지역을 다 합친 것보다도 큰 것 같다.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은 곳곳에서 예상 밖으로 패하거나 고전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이 보낸 경고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에 국민은 병가지상사와 같은 일회성 경고가 아니라 더 근본적인 경고를 민주당에 보냈다고 본다. 계엄 사태 1년여 만에, 그것도 이상한 야당이라는 ‘야당복’까지 더해진 상태에서 이런 결과를 맞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보다 더 깊은 곳에 원인이 있다고 봐야 한다.
민주당은 지금까지 호남지역, 4050세대, 소외계층을 중심으로 한 막강한 득표 기반을 구축해 왔다. 이번 선거에서도 이 득표 기반은 여전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반대편에서도 큰 움직임이 꿈틀거리는 듯한 느낌이 있다.
민주당은 피해자와 약자들의 당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벌써 4명째 민주당 대통령이다. 20년 정권을 잡는 당이 ‘피해자’라고 할 수 없다. 20년이면 박정희 집권 기간보다 길다. 20년 권력을 배출한 호남지역이 ‘피해지역’이라는 것도 더 이상은 설득력이 없다. 어느새 ‘민주당’이라고 하면 기득권, 부패, 꼰대, 권력 갑질, 온갖 성 추문 등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2030 청년층이 그렇고 이들은 이미 투표로 민주당을 심판하기 시작했다. 과거 2030이 투표로 국힘을 심판하던 때의 판박이다.
과거 운동권이 민주당에 들어오면서 부정적 문제도 낳았지만 당내 기득권에 도전하며 개혁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됐다. 하지만 그 운동권은 이제 우리 사회의 대표적 기득권이 돼 곳곳에서 변화와 개혁을 가로막고 있다. 지금 민주당에 들어오는 정치인들은 대다수가 오로지 권력자에 잘 보인 ‘공’으로 공천을 받았다. 대통령에게 충성해 다음 공천을 받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국민은 그들의 이름도 잘 모르지만 ‘친명계’라고 하면 어떤 사람인지 금방 안다. 이것이 지금의 민주당이다.
이런 민주당 상황은 국민의힘이 쇠락하기 시작할 때와 닮아 있다. 국힘은 과거 경제·안보·건설에 작은 힘이라도 보탠 사람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었다. 이들이 노쇠하면서 기득권, 꼰대, 부자당으로 낙인찍혔다. 청년층은 국힘을 혐오했다. 이 시기부터 국힘에선 ‘대통령에게 대들지 않는 내시 같은 사람’이 공천 기준이 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난 총선까지 무려 5번의 공천을 엉망으로 했다. 국힘의 총선 연전연패와 지금의 지리멸렬은 그 결과다. 그런데 민주당 공천이 국힘의 그 망조 공천을 닮아가기 시작했다.
그동안 민주당에서 터진 각종 추문은 구조적 원인을 갖고 일관된 흐름으로 이어지면서 국민에게 각인됐다. 어느새 국힘이 있던 기득권 부패 갑질당의 자리에 민주당도 새로 입장했다. 이에 대한 유권자 평가가 이번 선거에서 표출되기 시작한 것 아닌가 한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갖고 있던 ‘민주주의 명분’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 계엄 사태로 잊혔지만 민주당이 국회에서 벌인 무도한 행태는 명백한 반민주 행위였다. 이제 권력을 잡더니 대통령이 자신의 형사 사건을 아예 없애려는 공소취소를 밀어붙이고 민주당 의원들이 거대 집단을 만들어 앞장서고 있다. 정권은 권력을 휘두르고 대통령은 선거 때 “최악 저질” 등을 언급하며 투표 똑바로 하라는 식으로 국민에게 훈계를 했다. 옛날 국힘의 모습 같다.
이제 민주당 득표 기반의 반대편에 그와 맞먹는 유권자 세력이 응집하는 것은 대통령과 민주당의 실책 한두 개 때문에 벌어지는 일회적 현상이 아니다. 이미 지난 대선에서도 민주당은 계엄, 탄핵 등 열 손가락으로도 세기 힘든 호재를 갖고도 ‘국힘+개혁신당’보다 득표에서 뒤졌다. 한국 정치의 저변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민주당은 ‘국힘의 쇄신은 불가능하다’고 자위할 테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야당 심판’과 ‘민주당 심판’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줬다.
민주당과 운명 공동체인 호남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이번 선거 호남에서 국힘 후보는 또 전멸했다. 비례 2명이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선거 직후 호남대안포럼 박은식 공동대표가 쓴 글을 보고 더 놀랐다. 전북 유권자의 44%, 전남은 37%, 광주는 34%가 민주당원이라는 것이다. 믿기지 않아서 확인해 봤더니 사실이었다. 대구·경북의 국힘 당원 비율은 15% 전후다. 민주화의 성지 호남이 민주당의 성지, 시민단체·노조의 성지가 됐다. 호남에서 민주당이 ‘마음대로’ 경선 부정을 저지르고 시민단체·노조가 갑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제 다른 사람들 눈에는 민주당과 호남이 ‘이익 공동체’가 된 것처럼 보인다. 호남으로 간다는 반도체 산업은 변치 않는 몰표에 대한 답례 차원 같다. 3군 통합사관학교를 호남으로 옮긴다는 소문도 마찬가지다. 다른 지역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고 도가 지나치다고 느끼는 국민이 많아질 것이다. 이재명 정권은 시간적으로 아직 봄이지만 민주당을 둘러싼 분위기는 마치 가을 같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다. 어쩌면 2년 뒤 총선에서 실제로 민주당의 겨울을 보게 될 수도 있다.
-양상훈 주필, 조선일보(26-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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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왜 ‘탄핵 가능성’을 언급했을까
[김순덕 칼럼]
英매체 ‘퇴임 후 재판재개 확실할 듯’ 지적에
李, 탄핵-구속 가능성 “꽤 높다” 했다고
앉으나 서나 ‘공소취소’ 집착도 그 때문인가
위헌적 특검-국정사유화로 민심이 떠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2026.6.15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은 국내 언론과 단독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 외국 언론과는 한다. 국내 기자로서 질투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즈음해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단독의 영광을 누렸다.
10일 공개된 기사의 제목은 ‘나라를 정상궤도에 다시 올려놨지만 도전과제는 산적해 있다’. 제목처럼 이코노미스트는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경제·외교 성과를 균형 있게 소개했다. ‘이 대통령 자신의 앞날 역시 매우 불확실하다’로 시작하는 마지막 문단 역시 염장 지르는 것 같지만 균형감 있다. ‘민주화 이후 한국 대통령의 절반 이상이 탄핵, 구속 또는 둘 다를 겪는다’고 적은 다음 ‘이 대통령은 이와 비슷한 것이 자신에게 닥칠 가능성이 “꽤 높다”고 인정했다’고 썼다.
물론 이 대통령은 재임 중 중단된 5개 재판이 정치적 동기에 의한 기소라고 주장했다고 잡지는 보도했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조작 기소’다. 그래서 놀랍고 궁금했다. 보통 사람 같으면 불길해서라도 입에 올리지 않을 탄핵과 구속 비슷한 가능성을 이 대통령은 왜 굳이 발설한 걸까.
청와대가 제공한 ‘비공식 번역’에 단초가 보인다. ‘이 대통령도 자신이 이러한 악순환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인정했다’고 밝힌 것이다. ‘악순환의 희생양’이란 말은 인터넷판 기사 원문에 나오지 않는다. 청와대가 배포한 PDF판에는 그 말이 등장하지만 이 대통령이 이토록 섹시한 언어를 구사했는데 인터넷판과 음성 서비스에선 왜 지금도 안 보이고 안 들리는지 희한한 일이다.
역시나 이 대통령에게 ‘방탄철갑’을 입혀줬던 송영길이 “대통령께서 ‘나도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꽤 높다’고 말씀하신 대목에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대통령 지킴이를 자처했다. 청와대가 이런 ‘송영길 효과’를 기대했다면 성공했다.
이 대통령이 탄핵과 구속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그만큼 불안하기 때문일 터다. 대통령이 조작 기소, 또는 무죄를 확신한다면 “(탄핵과 구속의) 불행한 대통령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자르면 그만이었다. 대통령 불경죄로 걸릴까 겁나지만 ‘XX이 제 발 저린다’는 속담도 있다. 앉으나 서나 재판 걱정하는 게 아니라면 그토록 공소 취소에 골몰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이 대통령의 공소 취소 집착이 산적한 국정과제 처리에 장애가 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윤석열이 누구 찍어서 당 대표 시키고 (한다고) 엄청 욕을 했는데, (이) 대통령이 지금 이걸 하시는 건가”라고 옳은 소리 했다가 하루 만에 쫓겨난 당 대변인만 불쌍할 뿐이다.
그럼에도 ‘다수의 폭정’으로 공소 취소 특검법이 통과된다면, 정국은 소용돌이에 빠질 것이다. ‘부산의 기적’을 이룬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이 대통령이) 자기 사건 공소 취소하면 탄핵에 나설 것”이라고 진작 경고했다. 야권 아니라 이른바 진보좌파 진영도 특검법의 위헌성을 지적하는 판국이다.
무엇보다 특검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소 취소 특검법은 피고인인 이 대통령이 수사 책임자를 임명한다는 점에서 상식을 벗어난다. “누구도 자기 사건의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문명사회 사법제도의 근간을 뒤흔들 뿐 아니라 수사-기소 분리를 천명한 이 정부 검찰개혁을 우습게 만든다. 대북송금 의혹 등 1심 중단 사건들은 물론이고 대법원에서 이미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까지 공소 취소 가능하게 해놨다. 개딸 뺀 다수 국민이 뛰쳐나올 일이다.
특검법안에서 공소 취소 권한을 제외한대도 이해충돌 문제는 여전하다. 민주당에선 탄핵당한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을 거부할 때 “헌법상 이해충돌 원칙에 반(反)하는 위헌적 거부권 행사”라는 비난이 나왔다. 마누라도 아닌 대통령 본인 사건에 국가기관을 총동원하는 것은 박근혜 탄핵을 연상케 하는 ‘국정 사유화’다. 야당의 탄핵 발의에 집권당 비명-반명이 합세할 경우, 이 대통령의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될지 모른다.
이 대통령이 즐겨 인용하는 막스 베버는 정치인의 ‘책임윤리’만 말한 게 아니다. 유시민의 ‘ABC론’을 비판하며 이 대통령이 언급했던 균형감각 또는 안목(Augenmaß)도 강조했다. 자기 문제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내적 평정을 통해 현실이 작동되도록 두는 판단력 또한 정치인의 주요 자질이다.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는 정청래 발언이 탄핵 협박이라며 격앙할 게 아니다. “국정기조는 바뀔 게 없다”는 대통령 기자회견에 개딸보다 훨씬 많은 국민이 격앙하고 있다.
-김순덕 칼럼니스트, 동아일보(26-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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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험한 소통 리더십

영화 ‘크림슨 타이드(Crimson Tide)’
‘위기를 헤쳐 나가는 가장 훌륭한 배는 리더십이다(The best ship in a storm is leadership).’ 촌철살인 은유이지요. 군사 스릴러 ‘크림슨 타이드(Crimson Tide·사진)’가 이를 잘 그렸습니다. 때는 보리스 옐친이 러시아 연방을 통치하던 1990년대 중반. 극단적 국수주의자 라첸코가 군사 반란을 일으켜 블라디보스토크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지를 장악합니다. 공격 표적은 미국과 일본.
빌 클린턴 대통령이 USS 앨라배마호를 급파합니다. 문제는 핵탄두를 탑재한 이 전략탄도미사일 잠수함 안에서 두 리더십이 첨예하게 충돌한다는 것. 백전노장 백인 함장은 선제적 핵 공격의 당위성을 주장합니다. 한편 젊은 흑인 부함장은 이성적 신중론을 폅니다. “핵전쟁 시대에 공격은 곧 공멸입니다. 진짜 적은 전쟁 그 자체입니다.” 함장 눈가에 냉소가 번집니다.
돌발 상황이 발생합니다. 라첸코의 아쿨라급 공격 잠수함이 USS 앨라배마호를 공격합니다. 설상가상, 상부의 ‘긴급행동지령’이 들어오다가 끊깁니다. ‘핵미사일 발사….’ 함장은 상명하복식 톱다운 소통을 불문율로 치는 보스형 리더입니다. 전문(全文)이 미확인 상황인데도 그의 의지는 강경합니다. 선제적으로 핵미사일을 쏠 것인가, 아니면 전문(電文) 전체를 받고 행동할 것인가. 두 리더가 총구를 맞대 반란을 일으킵니다.
‘가장 위험한 소통 리더십은 소통이 잘됐다는 착각이다(The only biggest problem in communication is the illusion that it has taken place).’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통찰입니다. 라첸코가 공언한 공격 시점이 임박해지자 함장은 핵미사일을 쏘겠다고 결정합니다. 이때 파괴됐던 통신실 기능이 극적으로 정상화됩니다. ‘핵미사일 발사를 전면 중단하라.’ 라첸코가 이미 옐친 정부군에 제압된 겁니다. 오판을 인정하는 함장. 그가 선내에 알립니다. “부함장이 항해 통제권을 맡는다.”
-이미도 작가·외화번역가, 조선일보(26-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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