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街]--
[與 대표의 ‘폴더 인사’]
[대통령과 親明의 당 대표 공격, 尹 '당무 개입' 닮아간다]
[자연발화]
[합수본 수사, 선관위 어떻게 뜯어 고칠지 해답 찾는 과정 돼야]
與 대표의 ‘폴더 인사’

18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 유럽 순방을 마치고 전용기에서 내린 이재명 대통령이 다가오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이른바 ‘폴더 인사’였다. 이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수고했습니다”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대통령실이 관례상 당 대표가 참석해 온 대통령 출국 행사에 정 대표 대신 김민석 국무총리를 부르며 ‘당청 갈등설’이 일파만파로 퍼진 지 아흐레 만이었다.
▷공항서 돌아온 정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월드클래스의 세계적인 정치 지도자”,“역대급 외교 성과에 경의를 표한다” 등의 극찬을 해가며 이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이튿날 기자회견에서 “집권 여당은 더 포용적이고 개방적이어야 한다. 그것이 진짜 실력”이라고 지적했다. 검찰개혁 등에서 사사건건 강경 노선을 앞세워 온 정 대표에게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왔다. 친명(친이재명)계에선 “90도 인사는 정치적 의도가 담긴 정치 기술”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폴더 인사와 낯 뜨거운 칭송이 오히려 ‘과공비례(過恭非禮)’라는 것이다.
▷정 대표의 폴더 인사는 “정권은 짧고 국민은 영원하다”는 자신의 발언을 두고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협박 아니냐”고 격앙된 반응이 나온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 대표의 발언 이후 친명계는 6·3 지선 결과에 책임을 지고 8월 전당대회 때 당 대표 연임 도전에 나서지 말라고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주변에 도종환 시인의 시를 인용하며 “흔들리지 않는 인생이 어디 있겠나. 흔들리면서 젖으면서 가는 게 인생 아니겠느냐”고 했다. 필요하면 고개를 숙여서라도 내 갈 길을 가겠다는 것이란 해석이 많았다.
▷대통령에 대한 당 대표의 ‘폴더 인사’가 화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던 2024년 1월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그는 충남 서천시장 화재 현장에서 당시 윤석열 대통령에게 90도 인사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보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를 문제 삼은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직후였다. 당시 한 의원은 “대통령님에게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의 길로 들어선 다음이었다.
▷민주당 안팎에서 정 대표의 폴더 인사로 당청 갈등이 쉽사리 봉합될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은 별로 없다. ‘뉴이재명’으로 통하는 친명그룹과 노무현-문재인 시절부터 당의 주류로 있었던 범친문계의 세력 다툼이 쉽게 정리되기 힘든 탓이다. 2024년 한동훈 의원의 폴더 인사를 두고 “이건 미봉책으로 곧 2차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던 사람이 바로 정 대표였다. 이번 ‘폴더 인사’의 귀결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정 대표일지도 모른다.
-장원재 논설위원, 동아일보(26-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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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親明의 당 대표 공격, 尹 '당무 개입' 닮아간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유럽·G7 순방 결과 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18일 “정청래 대표가 연임 도전을 안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정 대표의 욕심” “잠시 휴식기를 가져도 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 대통령 변호인 출신인 이건태 의원도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당원 평가가 좋지 않다”며 정 대표의 연임 명분이 부족하다고 했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명계가 정 대표 불출마를 집단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정 대표는 출마 쪽으로 기울었다고 한다. 차기 당 대표는 2028년 4월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게 된다.
이 대통령도 정 대표를 여러 차례 겨냥했다. 정 대표는 지방선거를 “승리”라고 했지만 대통령은 “이겨야 하는 곳에서 졌다”고 했다. 유럽 순방 중엔 SNS에 “여당은 신념의 언어보다 ‘책임의 언어’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글도 올렸다. 순방 출국 행사에 정 대표는 오지 말라는 지시까지 했다. 대신 그 자리에 당권 도전을 앞둔 김민석 총리를 불렀다. 당권 경쟁 개입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친청계(친정청래)와 야당에서 대통령의 ‘당무 개입’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당무 불개입’을 여러 차례 공언하고도 지키지 않았다. 대선 승리에 공이 있는 당 대표를 쫓아냈고, 특정 후보를 대표로 만들려고 경쟁 후보를 압박하기도 했다. 비서실장을 보내 비대위원장 사퇴를 종용하기까지 했다. 그때마다 민주당은 “공당 자율성을 말살시키고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폭거” “당 대표도 입맛대로 고르는 독재”라고 했다. 이재명 당시 대표도 윤 전 대통령의 당무 개입이 “노골적”이라고 날을 세웠다. 정당 민주주의의 마지노선은 넘지 말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유 중 하나로 ‘당무 개입’을 들었다. 법원은 박 전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했다며 실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지방선거에 앞서 이 대통령은 정원오 당시 성동구청장에 대해 ‘일 잘한다’는 SNS 글을 올렸다. 정 구청장은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공천됐다. 대통령 권위를 이용해 당내 정치와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가 ‘당무 개입’ 아닌가.
이 대통령은 19일 여당 당권 경쟁에 대해 “원수처럼 싸워선 안 된다” “전쟁해서 되겠나”라고 했다. 대통령이 최근 당 대표를 겨냥해 한 말을 기억하고 있는 국민 입장에선 유체이탈 화법처럼 들린다.
-조선일보(26-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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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대표용으로 총리 차출한 李 대통령, “與, 원수처럼 싸워선 안 돼” 정청래 직격. 윤석열 정부 초기와 데자뷔.
○임기 11일 남긴 종로구청장 ‘세운4구역 재개발’ 허가하자 차기 구청장 “고발 검토”. 정치권서 협치는 외계어?
-팔면봉, 조선일보(26-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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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발화
나라 근간에 불났는데 책임 축소에만 급급해
거세지는 민심의 발화.. 화인 낱낱이 밝혀내야
지난 3월 경복궁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자선당 앞 삼비문(三備門) 쪽문에 불이 붙었다. 새벽에 순찰하던 안전 요원이 진화해 불은 금세 꺼졌다. 기둥 일부와 받침목이 타는 데 그쳤다. 작은 소동으로 끝났지만 사실 큰일이었다. 서울 복판,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대표 유산 아닌가. 국보 1호 숭례문도 어이없게 전소된 바 있다. 철저한 원인 규명이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날 국가유산청은 소방 당국을 인용해 “자연 발화 추정”을 거론했다. 정밀 조사가 진행되기도 전이었다. 설명이 더는 불가한 해명의 가장 마지막 순간에 내놔야 할 의견을 가장 먼저 입에 올렸다.
모두에게 속 편한 말일 것이었다. 불가항력의 핑곗거리, 우연히 갑자기 어디선가 불이 났다는데 누구를 탓할 것인가. 깊은 산속도 아니고 발길 잦은 도심 평지에서는 아무래도 이상한 일이기에 수긍하는 반응이 많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열흘 뒤 실화(失火)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기가 감지되기 20분 전 한 외국인 남성이 화재 현장 인근에 1분 정도 머문 정황을 경찰이 포착한 것이다. 신원을 특정했지만 이미 해외로 출국한 뒤였다. 이 과정에서 안일한 관리 실태도 도마에 올랐다. 감시 사각지대가 있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이다. 연기의 이유에 합리적 설명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는 것은 선진 민주 사회에서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간혹 그 대답이 “원인 불상”일 수는 있다. 자연 발화는 실제로 존재한다. 확률상 희박하지만 희박한 일이 때때로 벌어지는 게 또한 세상일이다. 그러나 소명의 불완전함을 납득시키려면 먼저 최선의 성의를 보여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 곳곳에서 거세지는 민심의 발화는 그 기대가 철저히 무시당하고 있다는 분노 때문이다.
지난 3일 서울 잠실 투표소에서 시작된 불길이 전국으로 확산할 조짐이 보이자, 선관위가 꺼내 든 것은 우연론(論)이었다. 이를테면 1·2위 후보의 관내 사전 투표 득표수가 동일한 ‘쌍둥이 득표’가 속출했을 때 선관위는 “우연의 결과”라고 했다. “우연히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을 뿐 누구의 잘못도 없다는 해명, 모두에게 속 편한 말일 것이었다. 이후 다른 지역에서 개표 오류 등의 부실이 드러났다. 후보 간 득표수가 뒤바뀐 채 입력되거나 중복 반영되기도 했다. 허점이 계속해서 탄로 났다. 불신이 불붙자 의심은 걷잡을 수 없게 됐다. 지금껏 역대 최다인 300여 건의 선거 소청(訴請)이 접수됐다.
물론 우연은 가능하다. 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명예교수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처럼 “수학적으로는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는 우연 현상”도 선거에서 있을 수 있는 것이다. 허 교수는 ‘필즈상’ 수상자 허준이 프린스턴대 수학과 교수의 부친이다. 그랬던 그가 며칠 뒤 “저도 좀 희한하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한발 물러섰다. 외국 대학의 한 젊은 교수와 이번 ‘쌍둥이 득표’를 놓고 대화해보니 자신의 추론보다 더 정교한 분석 방식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게 됐다는 것이다. 확실치 않다면 여기서도 부실 가능성을 들여다봐야 한다. 허 교수는 논란 종결을 위해 엄밀하고 투명한 검증을 선관위에 제안했다. “실검이 과학”이라고 했다.
불은 제대로 꺼야 한다. 그것은 제대로 ‘까는’ 일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화재 조사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자연 발화를 빙자한 화마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정상혁 기자, 조선일보(26-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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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수본 수사, 선관위 어떻게 뜯어 고칠지 해답 찾는 과정 돼야

조현욱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오전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원회에서 6·3 지방선거에서 벌어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선관위 진상규명위원회가 19일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을 비롯한 수뇌부 12명에 대한 수사 의뢰를 권고했다. 선관위의 총체적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이유다. 진상규명위는 선관위가 감사원 직무 감찰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선관위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외부 견제 없이 운영됐고, 수차례 문제가 드러나도 감사원 감찰 등을 거부했다. 이 때문에 조직과 시스템이 망가질 지경에 이르렀음을 진상규명위도 인정한 것이다.
선관위는 1~2년마다 치러지는 선거가 사실상 업무의 전부다. 그런 선관위가 6·3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를 적게 준비해 유권자의 참정권을 침해했다. 경기·전북 교육감 선거에선 개표 사무원이 결과를 잘못 입력하는 개표 오류도 있었다. 충북 청주에서는 선거 당일 1000여 명의 선거인 명부가 누락됐다.
선관위의 이 같은 부실 선거 관리는 조직의 총체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노태악 전 위원장은 재임 중 세 차례 해외 출장을 배우자와 함께 갔고, 그 비용은 선관위에서 댔다. 선관위는 외부에 공개되는 사후 보고서에서 이런 사실을 숨겼다. 자신들 스스로 떳떳하지 않음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부실 선거 관리로 국민적 지탄을 받을 때도 성과급은 100% 가까이 집행했다고 한다. 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수십 명 포상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적발된 채용 비리는 1000여 건이 넘는다. 선관위 전·현직 직원 자식까지 부정하게 채용됐다.
선관위가 구체적으로 왜 부패하게 됐고, 그로 인해 어떻게 부실 선거를 치렀는지는 검경 합동수사본부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수사는 단순 책임자 처벌을 넘어 선관위의 문제점이 무엇이고, 앞으로 그 문제를 어떻게 고쳐나가야 할지 실마리를 찾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관위가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며 “선관위에 대한 원포인트 개헌이라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 정확한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권이 먼저 나서서 선언적 개헌부터 나서는 건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합수본 수사는 선관위가 무엇이 잘못됐고 그 잘못을 고치려면 어떻게 뜯어 고쳐야 하는지 해답을 찾는 과정이 돼야 한다.
-조선일보(26-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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