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자퇴생 1만 명]
[학교 떠난 아이에게 현금 20만원]
고1 자퇴생 1만 명

한국방송통신고는 원래 생업에 바빠 정규 교육의 기회를 놓친, 주로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 다니는 학교였다. 요즘 교실에 가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경기를 뛰면서 출석 관리를 해야 하는 골프, 승마, 탁구 등 운동선수들이 상당한 비율을 차지한다. 최근에는 학교를 자퇴하고 주중에는 수능 학원, 주말에는 방통고를 다니는 학생이 늘었다고 한다. 내신 따기가 비교적 쉽고, 수능 공부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처럼 이런 편법을 규제하는 지역도 있지만, 고교생 학업 중단 비율을 낮추기 위해 아예 방통고 전학을 권유하는 지역도 있다.
▷지난해 학업을 중단한 고1이 1만450명으로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었다. 전체 일반고 학업 중단 고교생(1만8661명) 중 고1 비율이 56%까지 올랐다. 자퇴나 퇴학, 제적 등으로 인한 학업 중단자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였지만 지난해 유독 고1 숫자가 튀어 오른 건 내신 5등급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내신 9등급제가 5등급제로 바뀌면서 1등급(상위 10% 이내)에 들지 못하면 상위권 대학 진학이 어렵다고 보고 전략적으로 자퇴를 선택하는 것이다.
▷요즘 자퇴는 성적이 전교권일 때 하는 것이라고 한다. 질병이나 부적응으로 어쩔 수 없이 하는 선택만은 아니다. 지난해 고1 학업 중단자가 많은 고교는 경기 소재 비평준화 지역이나 서울 강남·서초구에 몰려 있었다. 내신 경쟁이 치열해 수시로 상위권 대학에 가기 힘들고, 부모가 월 수백만 원인 재수 학원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지역이다. 자퇴하고 수능 학원을 다니다 대학 정시에 도전하는 것이 새로운 입시 전략으로 통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대입에 성공하려면 내신 성적도 완벽하고, 수행평가도 척척 해내고, 수능 점수까지 우수한 완벽한 3박자 포트폴리오를 완성해야 한다. 부모도 예전 같으면 학교가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며 자퇴를 말렸겠지만, 아이가 울면서 밤을 새우다 지쳐 수능 하나에만 집중하겠다고 하면 말릴 수가 없다고 한다. 자퇴생이 늘어나니 검정고시생도 증가했다. 지난해 수능 신청자 중 검정고시 출신은 최근 30년 동안 최다였다.
▷내신 한 번 삐끗했다고 자퇴까지 고민하는 현실은 대입을 위한 성적표 발급 기관으로 전락한 공교육과 무관하지 않다. 더욱이 대학처럼 과목을 선택해 듣는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고도 이와 맞지 않는 상대평가를 유지하면서 불협화음이 커졌다. 부모와 학생의 불안감을 포착한 사교육은 학교 자퇴와 수능 학원 입소를 부추긴다. 학생이 2, 3년 수능 학원을 다니면 수강생이 2, 3배 늘어나는 효과일 터다. 하지만 대학들이 정시 모집 인원을 줄이고 정시에 내신을 반영하는 등 입시 요강을 바꾸고 있다. ‘현실 회피성’ 자퇴가 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우경임 논설위원, 동아일보(26-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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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떠난 아이에게 현금 20만원
열여덟, 열여섯 두 여자아이가 같은 또래를 모텔로 데리고 다니며 성매매를 시켰다. 음란물도 만들었다. 성매매하고 받은 돈을 숨겼다며 변기 물을 마시게도 했다. 지난 7월 부산에서 10대 넷이 징역형을 받은 실제 사건이다. 가출한 아이들이 패밀리처럼 모여 산다고 '가출팸'이란 말도 붙었다. 걔들끼리 아빠·엄마 역할을 나눠 맡기도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가 이런 경우를 포함해 모두 28만명에 이르는 아이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국가 통계 어디에도 잡히지 않는다고 고발한 것이 2013년 8월이다. '학교 밖으로 사라진 아이들 28만명'이란 이 기획기사는 학령기 인구의 4%가 통계에서 사라졌는데 대책은커녕 현실 파악도 안 돼 있다고 폭로했다.

▶그때 '학교 밖 청소년'이란 용어가 생겼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도 만들었다. 그전까진 '자퇴생' '중도 탈락자' '학업 중단자'라고 불렀다. 여성가족부가 그 아이들을 보살피는 정책도 만들고 '꿈드림'이란 지원센터도 전국에 세웠다. 검정고시를 보게 하고 복학을 독려하고 직업 알선도 챙겼다. 그러나 '학교 밖 청소년' 숫자는 줄지 않아 이태 전 조사로 35만8000명쯤 추산됐다.
▶서울시 교육감이 이 아이들에게 다달이 현금 20만원씩을 통장에 넣어 주겠다고 했다. 시범 실시를 해보고 결과가 좋으면 해마다 1만명 넘는 규모로 확대하고, 어디 썼는지 묻지도 않겠다고 한다. 학교를 떠난 뒤 연락처를 알 수 없는 아이에게 현금을 주면 '개인정보 수집 동의서'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어이가 없다. 학교 떠난 아이가 '가출팸'이 되어 범죄자로 전락하는 걸 막으려면 대안학교를 더 세우거나 직업훈련 같은 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면 특정 용도로만 쓸 수 있게 바우처를 주면 된다. 현금을 줄 땐 사용 계획과 용처를 관리해야 한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저 현금 나눠주겠다는 그 빈곤한 상상력이 놀랍다.
▶이런 정책이 가능한 건 정부와 지자체가 돈을 주체하지 못하는 탓이다. 학생 수는 계속주는데 교육 예산은 매년 는다. 지난 5년 서울 학생 수는 14% 줄고 교육청 예산은 같은 기간 23%나 늘어 올해 9조1513억원이 됐다. 종부세·담뱃세 같은 내국세의 20.27%를 무조건 떼어내는 지방교육 재정 교부금이 크게 불어난 덕이다. 선한 뜻으로 주면 그 돈이 선하게 쓰일까. 곧 투표권이 생길 아이들을 상대로 정치를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현우 논설위원, 조선일보(18-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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