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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이 살려낸 박정희] [피란수도 부산, 영도다리의 추억]

뚝섬 2026. 6. 25. 09:14

[김일성이 살려낸 박정희]

[피란수도 부산, 영도다리의 추억]

 

 

 

김일성이 살려낸 박정희

 

1950년 6월 25일 새벽, 나는 작전명 ‘폭풍 작전’에 따라 한반도 38도 선을 넘어서 기습 남침하는 북한의 소련제 탱크와 인민군 보병들을 바라보고 있다. 이 전쟁은 1953년 7월 27일 22시에 휴전이 발효돼 2026년에도 73년간 지속되고 있을 것이다. 세상이 갈아엎어지는 대란으로 천재지변 말고는 ‘전쟁’과 ‘혁명’을 손꼽는다. 이 두 가지로 인해 인간이 역사를 바꾸기도 하고, 역사가 인간을 지배하기도 한다.

 

러시아 ‘10월 대혁명’은 율리우스력으로는 10월이지만 그레고리력으로는 11월에 일어났다. 박정희는 볼셰비키가 정권을 장악한 1917년 11월 7일로부터 일주일 뒤인 14일에 태어났다. 훗날 만주군관학교, 일본 육사를 거쳐 국군이 된 박정희는 남로당 활동을 하다가 체포된다. 총살형이 당연한 상황에서 그는, 국군 내 남로당 조직도를 제공한 것과 그의 능력을 아깝게 여긴 상사들의 보증으로 목숨을 부지한다. 계급장이 없어진 처지에서도 박정희는 일개 ‘문관(일종의 사환)’으로서 군 언저리에 남는다.

 

그렇게 군인으로서는 끝장이 났고 사회인으로서도 별 희망이 없는 박정희에게 ‘역사의 아이러니’가 장난기 많은 신의 주사위놀이처럼 임한다. 김일성이 스탈린, 마오쩌둥의 허락과 도움을 받아 ‘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바로 이 덕에, 당시 수원으로 후퇴해 있던 육군본부 정보국 문관 박정희는 남로당 사건 이전의 육군 소령 계급을 회복한다. 그 현장에는 장도영 대령(훗날 육군참모총장으로 5·16쿠데타에 엮여서 참여했다가 반혁명 분자로 축출)과 김종필 중위(훗날 5·16쿠데타의 설계자)가 있었다.

 

만약 6·25전쟁이 없었다면 박정희는 저절로 시들다가 소멸해버렸을 공산이 크다. 김일성은 제 일생 최대의 적 박정희를 일으켜준 셈이 되고, 박정희의 국방과 경제발전에 가로막혀 남한을 복속시키지 못한다. 김일성은 1994년에 죽기까지, 1979년에 죽은 박정희가 남긴 것들에 시달리게 된다. 러시아 대’혁명’에 태어난 박정희가, 김일성이 부활시킨 박정희가, 휴전선 아래로 공산주의가 내려오는 것을 막았다.

 

-이응준 시인·소설가, 조선일보(26-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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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란수도 부산, 영도다리의 추억 

소정 변관식 화백이 1948년 그린 6·25전쟁 이전의 부산 영도다리 모습. 한국 최초의 도개교인 영도다리의 문이 열리고 배가 통과하는 장면을 다리 위 구경꾼들이 지켜보고 있다. /국가유산청

 

다리의 상판이 들려 있고, 그 아래로 배 한 척이 지나간다. 6·25전쟁 발발 2년 전인 1948년 변관식 화백이 부산 영도다리를 그린 작품이다. 도개 장면을 포착한 화백의 마음과 그림 속 사람들의 호기심까지 느껴진다. 영도다리는 1934년 부산 원도심과 영도를 잇기 위해 놓인 도개교였다.

 

다리가 몸을 들어 큰 배가 지나게 물길을 내어준다니, 구경꾼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한다. 사람과 물자, 일터와 생활을 이어준 바다 위 길목에는 6·25전쟁 이후 또 다른 기억이 덧대어졌다. 부산은 전쟁 당시 1023일 동안 대한민국 정부의 기능을 유지하고 실향민을 품은 피란 수도였다. 

6·25전쟁 시기 영도다리 밑에 좌판을 벌이고 피란민들의 기구한 사연을 듣고 위로해주던 점바치(점쟁이)들 /부산광역시

 

전국에서 모여든 피란민들은 산비탈과 시장, 부두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며 고향과 가족을 잃은 아픔 속에서도 일상을 이어갔다. 당시 영도다리는 헤어지더라도 누구나 쉽게 찾아갈 수 있는 만남의 장소였다.

 

“영도다리에서 다시 만나자”라는 기약 없는 약속에 기대어 다리 주변에는 고향 소식을 기다리는 사람, 점괘로 가족의 생사를 묻는 사람, 부두와 시장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으로 북적였다. 이별의 아픔과 재회의 기쁨이 교차한 곳에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새 출발의 희망을 다졌다.

 

오는 7월 세계유산위원회의 부산 개최를 앞두고,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으로서 영도다리는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전쟁의 참혹함 너머 희망을 놓지 않았던 마음이 확장·복원된 장소다. 가수 현인은 ‘굳세어라 금순아’를 노래하며 그리운 이를 만나지 못하는 아픔을 ‘난간 위에 초승달만 외로이 떴다’고 표현했다. 지금 우리에겐 영도다리가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

 

-윤주 국가유산청 국가유산위원, 조선일보(26-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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