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확장된 패권경쟁… 미국의 개척 DNA를 다시 깨웠다
인류를 우주로 이끌다
냉전 초기 소련에 한 발 늦었지만 NASA 설립하며 우주개척에 박차
케네디 "우리가 먼저 달에 갈 것"
이젠 스페이스X 등 민간기업 주도.. 우주가 인류 미래의 향방 좌우한다

지난 4월 아르테미스 2호 임무에 참여한 우주 비행사인 리드 와이즈먼이 우주선 ‘오리온’ 안에서 창문 밖으로 보이는 지구를 바라보고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
세계 1위 부자인 일론 머스크가 역사상 최초로 ‘조(兆)만장자’에 오르며 부(富)의 역사를 새로 썼다. 머스크의 재산이 급증한 배경에는 그가 설립한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미국 나스닥 상장이 있다. 2018년 4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세계 첫 번째 조만장자는 ‘소행성 채굴(Asteroid mining)’에서 탄생할 것”이라고 예측한 지 8년 만에, 머스크는 소행성 채굴과 관련한 실질적인 움직임이 전혀 없는데도 스페이스X 상장만으로 조만장자가 됐다. 이로써 미국은 본격적으로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우주 시대에 진입했다. 냉전 초기 우주경쟁에서 소련에 밀려 고전하던 미국의 모습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70여 년 동안 두 강대국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소련, 우주 시대의 막을 올리다
1957년 10월 4일 소련이 무인(無人)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하면서 우주 시대가 시작됐다. 역사적 순간이었다.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 이후 54년 만에 인류가 우주로 진출한 것이다. 소련과 냉전을 벌이던 미국에겐 ‘날벼락’이었다. 미국의 과학기술이 소련보다 우위에 있다는 믿음이 산산조각 났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시장경제에 대한 자부심과 결국 냉전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이라는 낙관론에도 큰 상처가 났다. 한 달 뒤인 11월 소련은 스푸트니크 2호에 살아 있는 개 ‘라이카(Laika)’를 실어 우주로 보내며 다시 기술력을 과시했다.
‘스푸트니크 쇼크’가 강타하자 미국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1958년 7월 미 항공우주국(NASA)을 설립했고, 막대한 예산을 우주 프로그램에 배정했다. 학교에서는 과학교육의 비중을 늘렸고, 수많은 연구소가 창설됐다. 그러나 소련은 한참 앞서 있었다. 1961년 4월 12일 소련이 첫 유인 로켓을 발사했다. 여기에 탔던 유리 가가린(1934~1968)은 108분 동안 지구 궤도를 한 바퀴 돌고 무사히 귀환했다. 최초의 우주인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1962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우리는 달에 가기를 선택한다”고 연설했다. /미항공우주국(NASA)
달을 목표로 정한 케네디 대통령
1961년 초, 대통령으로 취임한 케네디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해 5월, 그는 ‘시급한 국가적 필요성’을 주제로 한 의회 특별 연설에서 “소련보다 먼저 달에 사람을 보내겠다”는 국가적 목표를 제시했다. 반대 없이 관련 사업에 막대한 예산이 배정되었으며, 성공 여부는 불확실했지만 미래를 위한 반드시 가야 할 길임을 강조했다. 이것이 국가를 책임진 리더로서 케네디의 의지였다.
케네디는 1962년 9월 다시 호소했다. “미국은 기다리고, 쉬고, 뒤돌아보기만 한 사람들에 의해 세워진 나라가 아니다. 앞으로 나아간 사람들에 의해 개척된 나라다. 우주도 그렇게 개척될 것이다.” 이 연설에서 케네디는 그 유명한 “우리는 달에 가기를 선택한다(We choose to go to the Moon)”며 “그것이 쉽기 때문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달 착륙 프로젝트는 ‘아폴로(Apollo)’로 명명됐다. 케네디의 비전과 의지에 힘입어 미국은 우주 개척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했다.
그러나 소련과의 격차를 금방 좁힐 수는 없었다. 소련의 기술적 진보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1963년 소련은 최초의 여성 우주인을 배출했다. 이듬해에는 우주인 3명을 동시에 우주로 보냈고, 이때 소련은 세계 최초로 인간의 우주 유영(遊泳)을 성공시켰다.
미국은 정파를 뛰어넘는 일관된 정책과 예산 지원 아래 착실하게 우주를 향한 자신들만의 프로그램을 추진해 나갔다. 1969년 7월 드디어 우주인 3명을 태운 아폴로 11호가 달 궤도에 진입한 후 달에 착륙했다. 7월 21일(협정표준시), 닐 암스트롱(1930~2012)은 달에 처음으로 인간의 족적을 남겼다. “이것은 인간에게는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라는 명언과 함께. 오랜 케네디의 꿈, 미국의 염원이 이루어졌다.

1969년 아폴로 11호를 타고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딘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 /미항공우주국(NASA)
우주 시대 향한 거대 기업들의 경쟁
아폴로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미국은 우주 경쟁의 판도를 단숨에 뒤집었다. 반면 소련의 우주 진출은 경제적으로 한계에 부딪히면서 좌초되기 시작했다. 소련이 도태되자 미국의 열기도 식었다. 1972년을 마지막으로 아폴로 프로젝트는 막을 내렸다.
우주가 다시 미국의 핵심 의제로 떠오른 건 2000년대부터다. 이번에는 일론 머스크(스페이스X), 제프 베이조스(블루 오리진), 리처드 브랜슨(버진 갤럭틱) 등 기업인이 주도했다. 케네디의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우주를 향한 관점은 달랐다. 그들은 우주를 더 이상 관측·과학·기술과 국가적 위상에 국한시키지 않았고, 우주를 산업과 자본의 영역으로 확장시켰다. 인류의 미래가 우주 진출에 달려 있다고 확신한 기업가들은 무자비할 정도로 경제적 효율성과 과감한 기술적 혁신을 추구했다. 그 결과 스페이스X의 팰컨과 블루 오리진의 뉴셰퍼드는 우주 탐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지난 4월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아르테미스 2호 시험비행 임무를 맡은 ‘오리온’ 우주선이 발사되고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
미국 정부도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인 2017년, 2028년까지 달에 다시 사람을 보내 영구 정착지를 건설하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며 힘을 실었다. 머스크가 우주 사업 초창기에 “2030년대까지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겠다”고 공언했을 때 많은 사람이 무시하거나 비웃었다. 그러나 이제 머스크의 비전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늦어질망정 인간이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할 날이,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서 자원을 채취해 활용할 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 그런 믿음이 스페이스X를 상장하자마자 세계 6대 기업(시가총액 기준)으로, 머스크를 조만장자로 만들었다.
우주를 향한 강대국과 거대 기업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그 속도는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15세기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등 유럽의 작은 나라들이 바다를 개척하며 지난 500년간 문명을 선도해 왔듯, 이제 무한한 우주를 누가 먼저 개척하느냐가 인류 미래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다. 현재 이 선두에는 미국과 그 기업들이 자리하고 있다. 국내적 모순과 국제적 난관에도 불구하고, 건국된 지 250년밖에 안 된 젊은 나라가 다시 프런티어의 최전선에 서서 무한한 우주 시대를 열고 있다는 사실은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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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소설의 상상력, 결국 현실이 된다

SF영화 '듄'의 한 장면. 10191년, 전 우주를 구원할 예지된 자의 운명을 타고난 폴(티모시 샬라메)이 주인공이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문명의 모든 혁명은 인식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우주시대로의 전환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의 우주 혁명은 20세기 초중반, 우주와 미래를 배경으로 한 공상과학 소설들이 출간되면서 맹아기를 맞았다. 아이작 아시모프(1920~1992)의 ‘파운데이션(Foundation)’은 1942년에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어 수백만 명의 미국인에게 상상력을 불어넣었다. 최근 영화화되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티모시 샬라메 주연의 ‘듄(Dune)’ 시리즈도, 1965년 프랭크 허버트가 발표한 베스트셀러 소설에서 시작됐다.
이들 작품은 공통적으로 몇 만 년 후 은하계를 배경으로 인류의 미래를 상상한다. 우주시대가 열리면서 미국인들의 인식 속에 우주는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그 시절 한반도에서 살던 우리에게는 어떤 화두가 있었을까? 우주로의 진출은 이미 시작된 거대한 문명의 흐름이며, 이에 늦었더라도 반드시 동참해야 한다. 이것이 지금 시대를 책임지는 정부와 국회, 그리고 전문가 세대에게 주어진 소명이다. 이 소명을 다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결국 미래 세대가 입게 될 것이다.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숙명이다.
-송동훈 문명 탐험가, 조선일보(26-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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