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街]--
[호남 반도체 시동 건 정권, 원전·댐 적대 정책 결별할 각오 섰나]
['천수답 반도체'란 비판 피하려면]
['홍명보 의혹' 수사, 월드컵 탈락하고 대통령 화내자 달려든 경찰]
[무거운 심정으로 바라보게 되는 '배재고 사태']
호남 반도체 시동 건 정권, 원전·댐 적대 정책 결별할 각오 섰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김성환 기후환경부 장관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관련해 “향후(전력) 수요가 더 늘어난다면 신규 원전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탈원전’을 외치던 주무 부처 장관의 입에서 ‘신규 원전 검토’가 언급된 것은 AI·반도체 시대에 원전과 수자원이 필수임을 인정한 신호탄이다.
전력 못지않게 호남 지역의 용수 부족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반도체 제조의 핵심 중 하나가 초순수의 안정적인 공급인데, 호남의 여건은 녹록지 않다. 정부는 기존 댐 수계 활용과 동복댐 높이를 올려 해결된다고 하지만 빠듯한 계산이다. 극심한 가뭄이 닥쳐 물이 부족해진다면 첨단 반도체 공장 라인이 통째로 멈춰서는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 2023년 호남 가뭄 때 호수 바닥이 갈라지고 밭에 모종 싹이 말라 비틀어지지 않았던가.
원전 건설과 수자원 인프라 구축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원전 건설만 해도 최소 7년에서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당장 결단해도 2030년대 중반에야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수자원 확충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경쟁국들이 공장 건설 기간을 단축하며 질주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인프라 골든타임’을 허비하다간 AI·반도체 시대에 도태될 뿐이다.
민주당 일부가 여전히 주장하는 ‘4대강 보 해체’는 그나마 확보한 수자원마저 스스로 내다 버려 반도체 공장과 농가를 동시에 재앙에 빠뜨리는 자해 행위다.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보 개방으로 유실된 5280만t의 물만 정상 비축했어도 2023년 호남 대가뭄 피해를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2010년 이후 대규모 댐 29곳을 신설한 미국이나 정부 주도로 댐 신·증축 사업 15건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일본 등의 글로벌 흐름과도 정반대다.
문 대통령이 재난 영화를 본 뒤 비전문가를 앞세워 탈원전을 밀어붙여 원전 생태계에 심각한 타격을 준 흑역사가 바로 몇 년 전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원전 제로화’를 주장했지만 대선 국면에서 신규 원전은 안 하되 기존 원전은 가동하는 ‘감원전’으로 입장을 바꿨다. 최근 민주당 내에서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효율적 결합”이란 현실적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다행스러운 변화다.
정부·여당은 원전과 4대강을 악마화했던 과거에서 완전히 탈피하겠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호남 반도체’ 추진을 계기로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해 국가 미래가 걸린 전력과 용수 인프라 구축에 속도전을 펼치길 기대한다.
-조선일보(26-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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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답 반도체'란 비판 피하려면

지난 2023년 3월 전남 화순군 사평면 주암댐 상류가 바닥을 드러낸 모습. 당시 장기간 가뭄이 이어지면서 주요 식수원인 주암댐의 저수율이 10%대까지 떨어졌다. /김영근 기자
2021년 대만에 대가뭄이 발생했다. 2020년은 대만 본토에 상륙한 태풍이 56년 만에 하나도 없었다. 물그릇 채워주던 태풍이 사라지자 겨울 건기를 지나며 저수지의 수위가 빠르게 내려갔다. TSMC 핵심 팹에 물을 대는 바오산 제2저수지의 저수율이 5% 아래로 떨어졌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5일 급수·2일 단수’ 조치가 시행됐다. 5월 마지막 날 극적으로 장맛비가 쏟아지며 위기를 넘겼다. 당시 ‘간천치반(看天吃飯) 반도체’라는 오명을 썼다. 기술은 첨단인데, 정작 현실은 하늘만 쳐다보는 천수답 시절로 돌아갔다는 뜻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물 공급안(案)을 공개했다. 결론적으로 ‘하루 106만t’ 공급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현재 기후부가 추산한 예상 필요량은 하루 65만t 정도. 하지만 정부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해결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기후부는 영산강·섬진강 유역 다목적댐의 ‘여유량’과 ‘과배분 미사용량’을 합쳐 하루 20만t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두 강의 유역 면적은 한강의 13~18% 수준. 체급 자체가 작아 가뭄에도 취약하다. ‘50년 만의 가뭄’이 발생한 2022년 광주·전남의 기상가뭄일은 총 281.3일이었다. 1년 중 77%가 가뭄 상태였다는 뜻이다. 이 가뭄이 이듬해 봄까지 이어지면서 동복댐과 주암댐 저수율은 10%대로 떨어졌다. 가뭄이 닥치면 이 20만t은 문서상 숫자로만 남게 된다. 농업용 저수지인 나주호(湖)에서 빼기로 한 하루 21만t의 물도, 모내기철 등 농업용수가 절실한 시기에 가뭄이 찾아올 경우 농민의 강한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기후부는 동복댐(전남 화순)을 하루 25만t 더 공급할 수 있도록 증축하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이 지역은 전임 정부가 ‘기후대응댐’을 추진하면서 동복댐과 주암댐 사이에 생활·공업·농업용수를 댈 수 있는 ‘동복천댐’(3100만t)을 만들기로 했던 곳이다. 이 계획은 김성환 기후부 장관 취임 후 백지화됐다. 당시 적은 저수용량, 환경 파괴, 주민 반대 등을 취소 이유로 들었던 그가, 막상 물이 필요하니 더 큰 규모로 댐을 증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미 수몰 피해를 크게 겪은 화순 주민들이 동의할지도 미지수다.
대만 대가뭄 이후 해법을 만든 건 정부가 아니라 TSMC였다. 수조 원의 예산을 투입해 공정수 재활용률을 90% 가까이 끌어올렸고, 세계 최초로 산업폐수 재활용 정수 센터를 직접 지으며 수자원 자립을 실현했다. 우리는 막상 물 부족 사태가 터졌을 때 정부가 책임을 기업에 전부 떠넘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가 ‘천수답 반도체’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가뭄에도 견딜 수 있는 정교한 물 관리 인프라부터 구축해야 한다. 기우제 지낼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박상현 기자, 조선일보(26-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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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초과 세수로 미래 세대 재원 조성”, 나라 빚 상환도 미래 세대 위한 일인데 ‘바보짓’ 한 번만 해주시면…
-팔면봉, 조선일보(26-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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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의혹' 수사, 월드컵 탈락하고 대통령 화내자 달려든 경찰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뉴스1
대한축구협회의 홍명보 국가대표 감독 선임 의혹과 관련한 고발 사건을 수사해왔던 서울 종로경찰서가 사건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으로 넘겼다고 한다. 2024년 7월 고발돼 2년간 수사한 사건을 처리도 하지 않고 그냥 넘긴 것이다. 서울청 광역수사단은 검찰 특수부 같은 곳이다. 경찰은 “사안의 중요도를 감안했다”고 했다. 그랬다면 애초부터 일선 경찰서에 맡기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데 2년이 지나 갑자기 사건이 중요해서 넘겼다고 하면 누가 납득하겠나.
이 사건은 홍 감독 선임 과정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등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들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는지 밝히면 되는 사건이다. 수사가 오래 걸릴 게 없다. 그런데도 2년을 뭉개다 국가대표팀이 월드컵 32강 진출에 실패해 비난 여론이 일고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 축구협회와 홍 감독을 공개 저격하자 경찰이 사건을 옮겨 본격 수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대통령은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는 조직과 인사의 실패”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한 결과”라고 했다. 대통령의 이런 언급이 적절한지도 의문이지만 그 말에 편승해 본격 수사하겠다고 나선 경찰도 한심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꼭 해야 할 수사라면 해야 하지만 이미 정 회장과 홍 감독은 사의를 표명했다. 수사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 상황에서 광역수사단까지 동원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경찰은 정작 해야 할 수사는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가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와 관련해 작년 11월 정성호 법무장관 등을 서울경찰청에 고발한 사건은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비밀 회동 의혹을 제기했다가 작년 9월 명예훼손으로 고발된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수사도 진척이 없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13가지 비위 혐의를 받는 김병기 의원 수사도 9개월 넘게 수사했지만 아직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만일 홍명보 체제로 월드컵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면 대통령 질책도 없었을 것이고 경찰 본격 수사도 없었을 것이다. 반면 이번 수사를 통해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중대한 불법이 있었다고 하면 자격 없는 감독이 우리 국가대표 팀을 이끌었던 셈이 된다. 이런 무원칙한 법 적용이 어디 있나.
-조선일보(26-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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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피해자 늘었지만, 가해자 기소는 제자리. 피해자가 범행 입증하라는 요구 받으며 2차 가해 시달리는 세상.
-팔면봉, 조선일보(26-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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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심정으로 바라보게 되는 '배재고 사태'

2일 서울 강동구 배재고등학교 앞에 배재고등학교 야구부를 비판하는 근조화환과 응원하는 화환이 놓여 있다.앞서 배재고 선수들은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상대 팀인 광주제일고를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의 구호를 외쳐 논란이 됐다. /뉴스1
경기 도중 부적절한 응원을 한 배재고 야구부가 6개월 전국 대회 출전 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아마추어 야구 단체인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내린 결정이다. 졸업 때까지 대회에 출전할 수 없는 3학년 선수들은 프로 야구 진출의 길이 사실상 막혔다. 학교 명예만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에도 돌이키기 어려운 타격을 입혔다.
선수들이 외친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는 응원 구호가 아니라 상대 선수를 겨냥한 저열한 조롱이었다. 그 상대였던 광주일고 야구부 학생들이 얼마나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지 걱정스럽다. 운동 만능 풍토에서 자라난 선수들이 상호 존중과 겸손이란 스포츠 핵심 가치를 익히지 못하고 경쟁에 내몰린 결과다. 그러나 고등학생이면 기본적인 사리 분별은 할 수 있는 나이다. 스포츠 정신을 벗어난 자신들의 비신사적인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우는 조치는 불가피하다.
다만 이번 징계 조치가 적절한 과정을 거쳐, 적절한 수위로 결정됐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학생들이 구호를 외칠 때 배재고 감독과 코치는 무엇을 했나. 광주일고 코치가 제지하기 전에 선수를 혼내고 중단시켰다면 이렇게 큰 문제가 안 됐을 것이다. 배재고 학생 전체가 책임질 행위를 했는지 협회는 충분히 확인하고 징계 결정을 내린 것인가. 혹시 억울하게 징계를 받는 학생은 없는지 협회는 자신할 수 있나.
그들에게 출전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재기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봉사 활동이나 역사 교육 이수 등 교육적 징계 방식이 없는 것도 아니다. 문제의 발단인 스타벅스조차 영업 정지를 당하지 않았다는 일부 지적이 타당하게 들린다.
5·18 민주화 운동은 그들이 태어나기 30년 전의 일이다. 그들과 5060 세대가 느끼는 감각에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기성세대가 지닌 부채 의식 그대로 고등학생 어깨 위에 얹는 것이 바른 접근 방식인지 신중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앞서 6.3 지방 선거 전 스타벅스의 부적절한 마케팅을 둘러싼 정치권 반응이 필요 이상의 국민적 갈등을 촉발했던 전례도 있다. 학생들의 미래의 기회를 완전히 박탈하지 않으면서, 반성하고 사과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제3의 방안을 지금이라도 찾아 봤으면 좋겠다.
-조선일보(26-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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