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주기 '민주당 內戰' 관전법]
[위험한 구간에 들어선 '명·청 시대']
10년 주기 '민주당 內戰' 관전법
친노·반노 분열한 2007년 대선서 참패
2016년 총선,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대승
이번엔 적통 논쟁에 민주당 마그마 폭발
'DJ 키즈' 김민석이냐 '노사모' 정청래냐
누가 대표 되든 친명·반명 쪼개지는 결과
역경 견디긴 쉬워도 풍요 이기긴 어려워

민주당 내전이 ‘파묘’까지 동원한 ‘적통론’으로 격화됐다. 박지원 의원이 “김민석 총리가 더 적통”이라고 공격하자 정청래 대표는 “제 입으로 적통의 ‘적’ 자도 꺼낸 적이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승계의 정통성을 혈통이나 계보에서 찾는 적통론은 조선시대 ‘예송 논쟁’에서 보듯 피를 봐야 끝난다.
유시민의 ‘재건축론’이 내부에서 끓고 있던 민주당 마그마를 폭발시켰다. 유시민은 “(이재명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열렬히 ‘지켜주고’ 응원했던) 지지층이 원한 건 증축이었는데 이 대통령은 철거 용역을 동원해 다 허물고 재건축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며 “증축까지는 우리가 다 받아들인 것이기 때문에 따로 동의받는 절차가 필요 없는데 재건축하려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도발적으로 비유했다.
그는 “그들만의 힘으로 철거하기에는 너무 버거우니까 용역을 썼다. 민주개혁 진영의 정상 세포(이른바 ‘문조털래유’라는 멸칭으로 공격받고 있는 문재인·조국·김어준·정청래·유시민)를 이들(용역 평론가·촉법 평론가)이 공격한 것”이라며 “이게 자가면역질환”이라고 분노했다.

김어준도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코어 지지층이 빠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시민의 ‘정상 세포’나 김어준의 ‘코어 지지층’ 표현은 민주당 주인은 자신들이라는 뜻이다. 코어 지지층 이탈은 분석이 아니라 이탈을 유도하는 선동이다.
친여 정치 비평가 겸 작가인 유시민씨가 26일 방영된 유튜브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김어준씨와 대담하는 모습. /유튜브
분열을 봉합하기 위해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만났다. 한목소리로 ‘통합’을 강조한 건 당이 분열로 치닫고 있다는 반증이다. 국제 정치의 ‘킨들버거 함정’처럼 이재명 대통령은 분열을 막을 의지가 없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힘이 없다.
예고된 분열이다. 1년 전 이 지면 칼럼 ‘위험한 구간에 들어선 명·청 시대’에서 이렇게 썼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도 위험한 구간이다. 이재명 대통령, 정청래 민주당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모두 고난과 수난의 서사가 있다. 그 시기를 돌아보면 지금 자리에 있다는 사실에 가장 놀랄 사람이 바로 그들 자신이다. 그러나 세상일이 지나치게 술술 풀릴 때는 뭔가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다. 윤석열도 추락하기 전까지는 만사가 원하는 대로 됐다.”
민주당은 김대중 정권, 노무현 정권, 문재인 정권, 이재명 정권이라는 인식보다는 ‘민주당 정권’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역설적으로 민주당의 강점이자 치명적 약점이 바로 그것이다. ‘함께 탄압받고, 함께 싸우고, 함께 승리했다’는 동지 의식이 세상을 배타적이고 적대적인 ‘진영’으로 쉽게 가른다. ‘우리’와 ‘그들’이라는 이분법적 인식은 탄압받을 때는 무서운 힘을 내지만 권력을 잡았을 때는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역사에서 배울 것이 있다. 정권 재창출 성공과 실패는 ①선거 연합 유지 ②대선 주자 공간 허용에서 결정됐다. 노태우는 선거 연합을 유지하고 차기 대선 주자의 공간을 열어주었기에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김영삼은 3당 합당의 선거 연합을 해체하고 차기 대선 주자와 갈등했기에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김대중은 ‘DJP 연합’은 해체했지만 차기 대선 주자와 협력했다. 결과는 정권 재창출. 노무현은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호남과 결별하고 차기 대선 주자와 충돌했다. 결과는 정권 재창출 실패. 이명박은 정권 내내 차기 대선 주자 박근혜와 갈등했지만 결국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정권을 재창출했다. 박근혜는 친박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면서 선거 연합을 해체하고 김무성·유승민의 공간을 허용하지 않았다. 결과는 탄핵과 정권 재창출 실패. 문재인은 선거 연합을 유지하고 차기 대선 주자의 공간을 인정했지만 0.73%포인트 차로 정권을 내주었다. 윤석열은 이준석·안철수를 내치면서 선거 연합을 해체하고 한동훈의 공간을 허용하지 않았다. 결과는 탄핵과 정권 재창출 실패.

지난 6월 28일 경기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민주당 청년 당선인 워크숍에서 김민석(오른쪽) 국무총리와 정청래 전 대표가 자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1996년·2006년·2016년·2026년 10년 주기로 분열 화산이 폭발한다. 민주당을 가르는 X축과 Y축에 김대중과 노무현, 호남과 영남이 있다. 1995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직후 DJ의 정계 복귀를 위해 민주당을 깨고 호남이 주도하는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했다. 분열 결과 1996년 총선에서 신한국당에 승리를 헌납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이 승리한 직후 2003년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 창당 과정에서 이른바 ‘백바지’(친노)와 ‘난닝구’(반노)로 상징되는 분열 결과 2006년 지선·2007년 대선·2008년 총선에서 연속으로 참패한다. 2006년 10월 목포 방문 현장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인 천정배 의원에게 고향을 묻는 장면과 천정배의 탈당은 분열 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15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문재인과 박지원의 대결은 노무현계와 김대중계의 정면 충돌이다. 문재인 대표와 호남파의 충돌은 결국 민주당과 국민의당 분열로 이어졌고 2016년 총선에서 호남 28석 중 국민의당이 23석을 석권하는 결과를 낳았다.
2026년 전당대회에서 ‘DJ 키즈’를 자처하는 김민석과 ‘노사모’ 출신 정청래가 맞붙었다. 적통 논쟁은 민주당 주류가 누구냐는 ‘정체성 투쟁’이다. 2028년 총선 공천권을 누가 갖느냐의 싸움이라 어느 쪽도 양보할 수 없다. 1996년과 2016년 분열은 야당일 때라 정권을 찾아오기 위해 봉합할 수 있었지만 2026년 분열은 2006년 같은 여당 분열이다. 친노·반노를 닮은 친명·반명의 분열이다. 누가 대표가 되든 치유가 쉽지 않다. 민주당은 10년 만에 ‘분열병’이 또 도졌다. 역경을 견디긴 쉬워도 풍요를 이기긴 어려운 게 세상 이치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조선일보(26-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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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구간에 들어선 '명·청 시대'
민주당 '동지 의식', 강점이자 치명적 약점
이분법적 인식은 권력 잡았을 때 고립 자초
중도층 대신 김어준 쳐다보면 위험해질 것
선거 연합 유지하고 차기 주자 공간 열어둬라
이재명·정청래, 어떤 길 택할지 시험대 섰다

비행기는 이륙할 때와 착륙할 때 사고 위험이 크다. 사람도 잘나갈 때와 어려울 때 실수하기 쉽다. 정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위험한 구간에 들어섰다.
그리스신화에서 왕 미노스의 뜻을 거역한 죄로 아들 이카로스와 미로에 갇힌 다이달로스는 몸에 날개를 달아 탈출하는 기발한 계획을 세운다. 그들은 밀랍과 깃털로 만든 날개를 달고 미로를 탈출했다. 날아오르기 전 다이달로스는 아들에게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가지 말라고 당부했는데 이카로스는 너무 높이 올랐다가 밀랍이 녹는 바람에 바다에 빠져 죽었다.
날개를 잃고 바다로 급전직하하는 국민의힘은 절망적이다. 쇠렌 키르케고르 말대로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으로 비상계엄 국면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혁신의 시간은 아직 멀었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듯 국민의힘은 오지 않는 ‘혁신의 시간’을 한없이 기다리는 신세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도 위험한 구간이다. 이재명 대통령, 정청래 민주당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모두 고난과 수난의 서사가 있다. 그 시기를 돌아보면 지금 자리에 있다는 사실에 가장 놀랄 사람이 바로 그들 자신이다. 그러나 세상일이 지나치게 술술 풀릴 때는 뭔가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다. 윤석열도 추락하기 전까지는 만사가 원하는 대로 됐다.
윤석열과 국민의힘 몰락은 “윤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이다”라는 말이 모든 걸 상징한다. 대통령 권력의 힘을 맹목적으로 추종한 결과다. 박근혜 정권 몰락도 똑같다. 친박·친윤 모두 권력 앞에서 비굴하고 비루했다.
반면 민주당은 맹목적으로 대통령을 추종하지는 않지만 ‘또 다른 권력’인 강성 당원과 김어준 같은 ‘데마고그’가 정권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역경을 이기긴 쉬워도 풍요를 이기긴 어려운 게 세상 이치다. 강자에게는 엄격하고 약자에게는 관대한 것이 국민 잣대다. 이재명·정청래·김민석·조국·김어준 모두 이젠 절대 강자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달리 대통령에게 휘둘리는 당이 아니다. 민주당은 김대중 정권, 노무현 정권, 문재인 정권, 이재명 정권이라는 인식보다는 ‘민주당 정권’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반면 보수 정당은 노태우 정권, 김영삼 정권, 이명박 정권, 박근혜 정권, 윤석열 정권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민주당은 ‘함께 만든 정권’이라는 인식이 강한 반면 보수 정당은 ‘대통령이 스스로 만든 정권’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민주당의 강점이자 치명적 약점이 바로 그것이다. ‘함께 탄압받고, 함께 싸우고, 함께 승리했다’는 동지 의식이 세상을 배타적이고 적대적인 ‘진영’으로 쉽게 가른다. ‘우리’와 ‘그들’이라는 이분법적 인식은 탄압받을 때는 무서운 힘을 내지만 권력을 잡았을 때는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 정권은 권력의 힘도, 당원의 힘도 아니고 민심이 결정한다. 민심은 중도라 부르는 ‘스윙 보터’다.
최근에는 ‘중도층’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거나 인정하더라도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과거보다 강해졌다. 그러나 중도와 관련해 세 가지는 검증됐다. ①대선에서 제3당 후보는 당선되기 어렵다 ②총선에서 제3당이 1당이나 2당이 될 수 없다 ③대선·총선·지선 모두 ‘중도 스윙 보터’가 승패를 결정한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중도층을 잡기 위한 ‘실용적’ 노선을 버리고 강성 지지층만 의식한 ‘이념적’ 노선을 택한 박근혜·문재인·윤석열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이재명(오른쪽) 대통령이 20일 한남동 관저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주스로 건배하고 있다. /대통령실
최근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관계를 이른바 ‘명·청 시대’로 부른다. 아무리 원 팀을 강조해도 실존적으로 긴장할 수밖에 없는 관계를 반영한 표현이다. 여당 대표는 잠재적 대선 주자 반열에 오를 수는 있지만 대통령이 되기에는 총리 출신만큼이나 쉽지 않다. 그만큼 여당 대표는 어려운 자리다.
연일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는 정청래 대표가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대한민국의 전략 컨트롤 타워는 민주당이 아니라 대통령실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과 대통령실, 그리고 내각은 당보다는 좀 더 넓게 보고 좀 더 깊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굳이 실용이란 말을 붙이지 않아도 국정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역사에서 배울 것이 있다. 정권 재창출 성공과 실패는 ①선거 연합 유지 ②대선 주자 공간 허용에서 결정됐다. 노태우는 선거 연합을 유지하고 차기 대선 주자의 공간을 열어주었기에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김영삼은 3당 합당의 선거 연합을 해체하고 차기 대선 주자와 갈등했기에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김대중은 ‘DJP 연합’은 해체했지만 차기 대선 주자와 협력했다. 결과는 정권 재창출. 노무현은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호남과 결별하고 차기 대선 주자와도 충돌했다. 결과는 정권 재창출 실패. 이명박은 정권 내내 차기 대선 주자 박근혜와 갈등했지만 결국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정권을 재창출했다. 박근혜는 친박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면서 선거 연합을 해체하고 김무성·유승민의 공간을 허용하지 않았다. 결과는 탄핵과 정권 재창출 실패. 문재인은 선거 연합을 유지하고 차기 대선 주자의 공간을 인정했지만 0.73%포인트 차로 정권을 내주었다. 윤석열은 이준석·안철수를 내치면서 선거 연합을 해체하고 한동훈의 공간도 허용하지 않았다. 결과는 탄핵과 정권 재창출 실패.
역사가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에 주는 교훈은 ①선거 연합을 유지하고 ②대통령의 국정 주도권을 인정하고 ③차기 대선 주자들의 공간을 열어주라는 것이다. ‘명·청 시대’가 노태우·김대중·이명박의 길을 택할지, 아니면 김영삼·노무현·박근혜·윤석열의 길을 택할지 시험대에 올랐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조선일보(25-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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