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되는 나토 블록화, 기댈 곳은 한·미·일 협력]
[SMR 3국 공조… ‘韓 시공-美 기술-日 부품’으로 세계시장 주도를]
[앞으로 4년은 차기 대통령의 '외교 예습' 기간]
강화되는 나토 블록화, 기댈 곳은 한·미·일 협력

한미일 외교장관회의
한·미·일 외교장관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가 열리는 튀르키예에서 회담을 갖고 인도·태평양 국가들의 소형모듈원자로(SMR) 도입을 지원하기 위한 협력 각서(MOC)를 체결했다. 에너지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중국에 맞서기 위한 것이다. 한·미·일은 표준화된 SMR 건설 지원을 비롯해 3국 기업 간 컨소시엄 구성, 자금 조달 및 기술 지원을 하기로 했다.
3국 외교장관들은 “경제 안보 협력이 3국 간 협력의 중요한 축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3국 협력은 지역 내 협력 대상 국가들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SMR 기술활용 프로그램에 100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번 SMR 합의는 한·미·일의 안보 협력이 원전과 에너지 분야로 확대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SMR은 기존 원자로보다 출력 규모는 작지만, 설계 단순화 등을 통해 위험성을 줄인 차세대 소형 원자로다. 특히 AI에 필요한 데이터 센터의 전력 수요를 뒷받침할 전원으로,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40년 최대 3000억달러(약 450조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한·미·일이 SMR에서 협력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미국은 원자로 설계 원천 기술이 있지만 최근 원전 건설 경험이 부족하다. 반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건설 역량이 있고, 일본도 원자력 원천 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AI 시대에 전력은 산업적 차원을 넘어 그 자체로 안보 사안이다.
북·중·러의 밀착에 맞선 한·미·일의 안보 협력에서 원전 협력은 필수적이다. 한국이 최근 캐나다의 차기 잠수함 사업을 비롯해 주요 방산 수주 경쟁에서 유럽 국가에 밀린 것은 나토를 중심으로 한 군사 블록화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방산이 기술과 가성비에서 앞서더라도 안보 협력이라는 전제가 없으면 방산은 물론 산업 협력도 불가능한 시대가 되고 있다.
그래서 한·미·일의 안보와 경제 협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에서 한·미·일 협력에 공감대를 표했다고 한다. 지난 3월에는 미군이 제안한 한·미·일 공중 연합 훈련을 두고 이견이 드러나는 등 한·미·일 간 균열이 노출된 적도 있다. 안보 협력에서 중요한 것은 정권에 관계없이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조선일보(26-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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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R 3국 공조… ‘韓 시공-美 기술-日 부품’으로 세계시장 주도를

조현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가운데),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상과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를 가진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3국 외교 수장은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에 소형모듈원자로(SMR) 도입을 지원하기 위한 협력각서(MOC)를 체결했다. 앙카라=AP 뉴시스
한국 미국 일본이 차세대 전력원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보급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튀르키예 앙카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난 한미일 외교장관들은 7일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에 SMR을 도입하기 위한 협력각서(MOC)를 체결했다. 인공지능(AI) 전력난을 해결하고 원전 수출을 위한 에너지 안보 ‘삼각 공조’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SMR은 출력 규모 300MW 이하의 차세대 소형 원전을 말한다. 원자로 등 주요 부품을 공장에서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어서 대형 원전보다 짓기 쉽고 안전성과 경제성이 높다. AI 시대 전력난의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SMR 시장은 약 10조 원 규모로 성장했다. 2030년대 중반 본격적인 상업 가동이 시작되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일 삼각 공조는 개발도상국 원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에 맞서 세 나라가 SMR 기술 개발과 투자 위험을 분산하고 상업 가동과 수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외교부와 미 국무부는 “프로젝트 개발 위험을 줄이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며, 민간 투자를 촉진하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며, 공급망을 최적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그 첫 시험대로는 인태 지역에서 SMR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싱가포르 등이 우선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원자로 설계 등의 원천 기술력이 있지만 최근 원전 건설 경험이 부족하다. 미국의 기술력·외교력·자본력에 한국의 시공 능력,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을 결합한 ‘원팀’으로 뛴다면 중국과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고 유럽까지 시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조만간 발표될 한국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에서도 SMR이 비중 있게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SMR은 에너지 안보와 한미 경제 협력의 상징적 사례가 될 수 있다.
미국은 SMR 주도권을 잡기 위해 원전 규제를 완화하고 와이오밍주에 2030년 가동을 목표로 SMR 1호기 건설을 시작했다. ‘원전 강국’인 한국은 한발 늦었다. 이보다 5년 늦은 2035년 준공을 목표로 부산 기장에 SMR 1호기를 짓는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전기 먹는 산업’인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등에 대대적으로 투자하는 ‘3대 메가 투자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오락가락하는 원전 정책 탓에 신산업과 수출 시장을 개척할 기회를 놓치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
-동아일보(26-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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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4년은 차기 대통령의 '외교 예습' 기간
6·3 지방선거가 끝나자 여의도의 시선은 벌써 4년 뒤 대선을 향하고 있다. 여야 대권 주자들의 정치적 향방에 대한 관측이 이어진다.
국내 정치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져도, 외교·안보라는 의제가 정치적 후순위로 밀려나선 안 된다. 우리가 처한 험난한 지정학적 위치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치에서 외교는 늘 뒷전이다. 다른 아젠다들에 비해 당장의 가시적인 정치적 이익이 수반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인 역시 대권 주자가 아니면 국제 정세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대선 후보들조차 선거 직전 공약집에 한 줄 욱여넣고 참모에게 의존한다. 외교·안보를 ‘벼락치기 과목’으로 여겨, 본인은 잘 몰라도 훌륭한 참모만 두면 된다고 믿기도 한다.
하지만 취임 전 형성된 지도자의 세계관은 국가 전략의 큰 물줄기를 결정하며, 지도자의 외교 안목이 부족하면 노련한 참모진에게 과도하게 휘둘리기 마련이다. 성공적인 외교 안보 정책을 위해서는 대통령 본인의 취임 전 꾸준한 예습이 절실하다.
엘리자베스 손더스 컬럼비아대 교수에 따르면, 케네디 대통령은 남베트남의 취약한 제도를 위협의 뿌리로 보아 부패한 응오딘지엠 정권의 교체를 용인했다. 반면 케네디의 후임 린든 존슨은 베트남전을 외부 침략으로 보아 대규모 폭격과 재래전을 택했다. 이들의 결정을 가른 것은 참모진이 아니라 세상을 읽는 지도자의 시각이었다. 케네디의 관점은 1951년 아시아 순방 당시 목격한 대게릴라전 등 의회 시절부터 수년간 연구한 결과였다. 반면 존슨의 관점은 의회에서 재래식 전력 증강과 정규전 대비에 힘써온 결과였다. 대통령 취임 이전의 경험과 세계관이 취임 이후의 대외 전략 방향을 잡은 셈이다.
또한, 국제 정세에 통달한 지도자만이 엘리트 참모진을 통제할 수 있다. 전문성이 부족한 지도자가 취임하면, 노련한 참모들이 본인들의 믿음과 반대되는 정보를 배제하거나 당면한 이슈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정의할 위험이 있다. 이때 초짜 지도자는 명망 있는 참모와 충돌하지 않고자 가장 뻔해 보이는 해법에 동의할 수 있다. 외교 베테랑 조지 H.W. 부시는 걸프전 당시 참모들의 확전 주장을 억누르고 쿠웨이트 해방에서 작전을 멈췄다. 이라크까지 밀고 들어가 후세인을 제거하지 않았다. 참모진의 폭주가 낳을 파국을 꿰뚫어본 것이다. 반면 외교 경험이 전무했던 아들 부시는 체니와 럼즈펠드에게 권한을 헌납한 채 이라크를 침공했다. 대다수 국제정치 전문가는 2003년 이라크 전쟁이 중동의 균형을 무너뜨렸다고 냉정하게 평가한다. 화려한 참모진은 준비된 지도자를 대체할 수 없다.
차기 대권 주자들에겐 4년의 시간이 주어졌다. 이 시간을 자신만의 외교안보 노선의 뼈대를 세우는 데 쓸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양한 국제 행사 참석, 해외 귀빈 접견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철통같은 한미동맹”, “남북평화” 같은 익숙한 슬로건을 넘어 “내가 집권한다면 우리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NSS) 문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길 것인가”, “어떠한 구체적인 목적을 위해 국가 자원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등의 청사진은 미리 그릴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경제와 민생 등 당장 풀어야 할 내치의 과제 역시 매우 무겁다. 다만 외교안보를 더 이상 국내 정치의 하위 변수로 방치해선 안 된다. 벼락치기 지식으론 국제 무대의 시험대를 통과할 수 없다. 국제 행사 전날 밤 뒤적이는 참모의 요약본이 아니라, 지도자 본인이 다년간 벼려낸 내공이 중요하다.
-홍태화 미국 외교정책연구소(FPRI) 아시아 펠로, 조선일보(26-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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