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영 의혹 해소 않고 어떻게 軍 뜯어고치겠나]
[핵탄두 옆 '기이한 평화']
탈영 의혹 해소 않고 어떻게 軍 뜯어고치겠나

안규백 국방부장관, 육사 방문
예비역 소령인 김영수 공익신고센터장이 국회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방위병 시절 탈영(군무이탈) 의혹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공개했다. “소속 부대장의 묵인 하에 7개월간 무단 군무이탈을 했고, 체포된 뒤 구금(영창) 30일과 군무 이탈 7개월을 포함해 약 8개월을 추가 복무했다”는 것이다. 당시 안 장관 체포를 위해 “헌병대 소속 DP(군탈체포조)가 투입됐다”고도 했다. 김 센터장은 “이건 탈영 의혹이 아니라 탈영 사건”이라고 자신감을 보이면서 “사실이 아니라면 모든 책임을 지겠다. 몇차례나 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달라고 했는데 안 장관은 왜 피하나”라고 했다. 김 센터장은 군납비리 공익 제보로 훈장을 받은 적이 있다.
안 장관 탈영 의혹은 지난해 인사청문회 때부터 불거졌다. 군 복무 당시 방위병 기간이 14개월인데 안 장관은 22개월을 군에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8개월 추가 복무에 대해 “병무 행정 착오”라고 해명했다. 전역 후 복학 했는데 복무 기간이 조금 모자란다고 해서 방학 중 이를 채우고 다시 전역하는 바람에 22개월로 기록됐다는 것이다. 탈영 의혹은 안 장관이 병적기록부만 공개해도 완전히 해소된다. 그러나 “사실과 다르게 돼 있는 병적기록 공개가 내키지 않는다”며 계속 비공개로 하고 있다. 병적 오류는 정정 절차를 통해 언제든 바로잡을 수 있는데도 고치지 않고 있다.
안 장관은 우리 군사·안보의 근간을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유사시 우리 군이 미군을 지휘할 역량을 갖췄는지가 중요한데 ‘이르면 내년’이라고 시간을 못 박고 밀어붙이고 있다. 군의 미래를 좌우할 사관학교 통합도 육·해·공사 총동창회가 8일 궐기 대회를 열어 “반대”를 외칠 정도로 논란이 크다. 특히 국방장관은 45만 국군의 군정과 군령권을 행사하는 자리다. 탈영 의혹을 안고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군령을 세우고 ‘군 개혁’에 앞장설 수 있나.
안 장관이 ‘병무 행정 오류’의 피해자라면 정정 절차를 통해 바로잡으면 된다. 탈영 의혹이 거짓이라면 병적기록부나 육군 인사 명령서, 헌병대 수사 보고서 등을 공개하고 허위·조작 정보를 퍼뜨린 사람을 고소해야 한다. 민감한 개인 정보가 있다면 국회 국방위원만 병적기록을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렇게 공공연하게 탈영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에서 국방장관 직무를 수행할수는 없는 일이다.
-조선일보(26-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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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탄두 옆 '기이한 평화'
1955년 7월 9일 나는 런던 웨스트민스터의 캐크스턴홀 기자회견장에 있다. 버트런드 러셀이, 핵무기 전쟁으로 인한 인류의 파멸을 경고하는 이른바 ‘러셀-아인슈타인 선언’을 낭독 중이다. 이 문서에는 4월 18일 이미 사망한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을 포함한 당대 최고 수준의 과학자 10인과 철학자 러셀의 서명이 들어가 있다. 1954년 미국이 기존 원자폭탄의 천 배 위력을 가진 수소폭탄을 실험한 게 이 선언의 결정적 계기였다. 뭐든 처음 충격이 대단한 법이니, 수소폭탄 자체도 경악스러웠고 수소폭탄에 대한 걱정도 반향이 컸다.
핵전쟁에서 승자는 있을 수 없으며 유일한 해결책은 ‘전쟁 자체를 폐기하는 것’이라는 주장, 과학기술이 인류를 파괴하는 도구가 되는 것에 관해 과학자들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점, “우리는 인류로서 인류에게 호소한다. 당신들의 인간성을 기억하라, 그리고 나머지는 잊어라”라는 문장 등, 말이야 다 예쁜 말이고 의도 또한 선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폭의 팔뚝에 문신된 ‘착하게 살자’라는 문구처럼 유치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전쟁은 정치의 수단이다.” “핵폭탄이 있는 것은 물리학보다 국제정치학이 더 복잡하고 어려워서다.” “당신은 전쟁에 관심이 없지만, 전쟁은 당신에게 관심이 많다.” “아이러니다. 냉전 시대에 강대국 간의 직접 충돌이 덜했다는 것은.” 뭐, 이런 말들이 떠올라서일까?
양과 파괴력에서 공히 1950년대 핵무기의 수천 배가 쟁여져 있는 오늘날임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대수롭지 않게 살아가고 있다. 심지어 대한민국 사람들은 북한의 핵탄두(김정은이라는 캐릭터가 발사버튼을 손에 쥔)를 머리맡에 두고서도 아무런 걱정이 없으며 어찌 된 게 이를 걱정하는 사람을 비정상으로 몰아가는 경향까지 있다. 러셀과 아인슈타인이 살아돌아와 2026년 광화문 한복판에서 ‘러셀-아인슈타인 선언’의 21세기 버전을 낭독한다고 상상해보자. 블랙코미디는커녕 ‘허무개그’에 가까울 것이다. ‘기이한 평화’에 가스라이팅 당해 있는 한국인들에게는.
-이응준 시인·소설가, 조선일보(26-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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