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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홀대'라는 오랜 통념] [침묵과 복종 강요하는 5·18 성역화]

뚝섬 2026. 7. 11. 07:44

['호남 홀대'라는 오랜 통념] 

[침묵과 복종 강요하는 5·18 성역화]

 

 

 

'호남 홀대'라는 오랜 통념

 

[박정훈 칼럼]

왜 '호남이냐'는 질문에 대통령은 '차별론'을 꺼냈다…
홀대 당했으니 보상해야 한다는 이 오랜 통념은 어디까지 진실인가
 

 

지난달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90도로 인사하고 있다.왼쪽은 최태원 SK그룹 회장./뉴스1

 

2019년 ‘광주글로벌모터스’의 출발은 화려했다. 노사민정(勞使民政) 대타협으로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만들었다며 찬사가 쏟아졌다. 주도한 것은 문재인 정부였다. 정권 첫해 국정 과제에 넣어 드라이브를 건 끝에 ①광주광역시 등이 출자하고 ②노동계는 저임금을 수용하며 ③현대차는 일감을 준다는 합의를 이끌어 냈다. 문 대통령이 협약식과 준공식에 연속 참석할 만큼 대단한 치적으로 내세웠다.

 

애초 현대차는 소극적이었으나 정부의 팔 비틀기에 버틸 재간이 없었다. 밀고 당기기 끝에 ‘무노조·무파업’ 합의가 이뤄졌다. ‘생산량 35만대까지 노조 없이 운영한다’는 조항이 협약문에 명시됐다. 출범 초기 노조 리스크를 제거해 주는 조건으로 현대차 유치에 성공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공장 가동 2년 4개월 만에 노조가 설립됐다. 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한 노조는 지금까지 9차례 크고 작은 파업을 벌였다. 211일간 천막 농성도 했다. 작년 10월엔 광주노동청이 노동법 위반을 이유로 회사를 검찰에 송치했다. ‘저임금 무파업’의 협약문이 사실상 휴지 조각이 돼버렸다.

 

규모는 천양지차지만 800조원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 역시 같은 구조다. 내켜 하지 않는 대기업을 정부가 압박해 투자 결정을 끌어냈다. 반도체 호황 이후를 준비하자는 국민적 공감대는 컸다. 그러나 ‘왜 호남이냐’는 질문을 피해 갈 순 없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꺼내 든 대답은 ‘호남 보상론’이었다. 그는 “차별의 설움을 견뎌온 호남”에 대한 “역사적·국민적 보상”이라고 했다. 정치적 결정임을 자인한 말이었다.

 

홀대받는 호남’이라는 이 오랜 통념은 어디까지 진실일까. 호남이 정권 차원의 정치·경제적 차별에 시달렸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다만 그것은 국가 자원을 경부(京釜) 축에 집중 투입한 군사 정권 때까지의 일이었다. 민주화 이후, 특히 김대중 정부 이래 호남이 정책적 냉대를 받았다는 것은 실상과 거리가 멀다. 차별은커녕 최대 수혜자가 호남이었다. ‘균형 발전’ 예산이 우선 배정됐고 인프라 건설과 각종 국책 사업 지원이 이루어졌다. 지금 전남·북의 1인당 도로·철도 연장은 전국 최상위권이다. 광주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대구·부산을, 전남은 경남·북을 압도한다(이하 광주·전남 통합 전 통계).

 

침체된 지방이 대개 그렇지만 호남엔 세금 낭비 현장이 유난히 많다. 텅 빈 고속도로며 ‘고추 말리는 공항’ 일화가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옛 전남도청 옆엔 서울 예술의전당을 능가하는 국내 최대 ‘아시아문화전당’이 세워졌다. 국비 1조4000억원이 투입됐지만 매년 수백억 원 적자를 내는 애물단지가 됐다. 무조건 정부 예산을 따내고 보려는 경향은 어디든 마찬가지이나 호남은 유독 강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피해자 보상 심리의 작용일 것이다.

 

지역이 발전하려면 기업이 들어와야 한다. 모든 지자체가 기업 유치에 총력전을 펴지만 호남에선 정반대 일도 벌어졌다. 2015년 신세계가 광주에 특급 호텔과 복합 쇼핑몰을 지으려다 지역 반발로 좌초됐다. 무산시킨 주역이 민주당과 당시 문재인 대표였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도 “미국 아웃렛은 사막에 있다”며 반대했다. 통합 전 광주는 5성급 호텔도, 스타필드도, 코스트코도 없는 유일한 광역시였다.

 

광주는 16개 시·도 중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없는 유일한 곳이기도 했다. 전교조 출신 교육감이 수월성 교육에 반대한다며 자사고를 없앴다. 좋은 학교도, 쇼핑할 곳도 없는 도시에 인재가 몰려들 리 없다. 인재가 안 오면 기업도 안 온다. 문제의 본질은 ‘기업하기 좋지 않은 환경’이다. 국가 지원에서 차별받아서가 아니다.

 

광주에서 자란 평론가 조귀동은 ‘전라디언의 굴레’라는 호남 연구서에서 ‘지역 거버넌스(지배구조)’ 문제를 제기했다. 광주의 등록 NGO(비영리단체)는 722개에 달한다. 인구가 1.7배 많은 대구(367개)의 2배다. 광주시 예산 중 시민 단체 지원액 비중(1.85%)은 다른 시·도보다 10배쯤 많았다. 수많은 5·18 단체와 강성 노동·환경·시민 운동가들이 지역 의사 결정을 좌지우지한다.

 

정치는 민주당에 포획돼 있다. 수십 년간 지역 정치를 독점한 일당(一黨) 권력이 시민 운동권 세력과 손잡고 호남의 상층부를 지배하고 있다. 이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이념 카르텔’이 자생적 성장을 막고 중앙에 손 벌리는 의존 구조를 만들었다고 조귀동은 분석한다. 호남 침체는 내재적 요인 때문이라는 것이다.

 

호남은 사람이 우수하고 발전 잠재력이 큰 곳이다. 그러나 전력 늘리고 물 끌어오는 것만으로 호남 반도체가 성공하진 못한다. 10년 전쯤 전북 교육감이 “삼성 반도체에 학생들을 취업시키지 말라”고 지시한 일도 있었다. 기업에 우호적이지 않은 이념 과잉의 땅에 반도체 기업들이 흔쾌히 가려 할 리 없다. 왜 호남이어야 하는지는 호남 스스로 증명해야 할 몫이다. ‘호남 차별론’이 ‘호남 고립론’을 부른다면 비극이다.

 

-박정훈 논설실장, 조선일보(26-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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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과 복종 강요하는 5·18 성역화

 

전라도는 원래 이승만·박정희 지지한 곳
운동권이 철저히 이념화·성역화·사유화
다른 목소리 '이단' 취급하며 침묵 강요

호남 반도체, 배재고 야구부 징계를 보라
광주 이젠 약자 아냐… 고립될까 두려워
5·18을 악용하는 민주당 정치 꾸짖어야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담임 선생님은 검찰과 대기업에 다니는 형들이 겪은 승진 차별을 이야기해 주시며 울먹이셨다. 어린 나이였지만 호남인이 처한 정치적 현실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음악 선생님은 5·18 때 광주 시민들이 계엄군에 맞아 피 흘리는 사진, 길가에 널브러진 시체 사진들을 보여 주시며 “꽃잎처럼 금남로에 뿌려진 너의 붉은 피”라는 가사의 5·18 주제곡을 가르쳐 주셨다. 그렇게 부모님 세대의 아픔과 분노가 나에게 대물림됐다. 과거 ‘국민 여동생’ 문근영의 어머니가 “김대중이 대통령 되면 연기자를 허락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일화는 당시 호남인들에게 정치적 고립이 얼마나 두려운 일이었는지 보여준다.

 

그래도 4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만큼 내 고향도 과거의 아픔을 딛고 미래로 나아가길 바랐다. 영남에서 민주당계 후보가 당선되듯 호남에서도 보수 정당이 대안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치적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내가 마주한 벽은 생각보다 훨씬 더 공고했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지역 감정은 왜 그대로일까?

 

정치인들이 저지른 5·18에 대한 왜곡과 성역화, 그리고 사유화가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원래 전라도는 이승만과 박정희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던 보수적인 지역이었다. 1980년 오월의 광주 시민들 역시 미국이 군부 독재 정권에 개입해 주길 바랐고, ‘북괴는 오판 말라’는 현수막을 걸었으며, 간첩으로 의심되는 이들을 경찰에 넘겼던 친미·반공·민주주의자들이었다. 5·18 직후 치러진 1981년과 1985년 총선에서 전두환의 민주정의당은 호남에서 절반이 넘는 의석을 가져가기도 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은 2020년 광주(光州)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기념식이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식에서 5·18 발포 명령자 등과 관련해 “이제라도 용기를 내 진실을 고백한다면 용서와 화해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

 

이러한 시민들의 저항을 운동권 세력은 ‘반미·민중민주주의’로 왜곡했다. “전두환만 몰아낼 수 있다면 무엇이든 정당하다”는 그릇된 신념이 비극의 현장에 존재하지 않던 이념적 틀로 재해석하고 덧칠한 것이다. 김대중과 힘을 합쳐 정권을 거머쥔 운동권은 5·18을 철저히 성역화했다. 최근 최민희 민주당 의원이 SNS에서 “5·18은 성역이 맞다”고 공언한 장면은 상징적이다. 성역화는 호남인들에게 침묵과 복종을 강요한다. 신성불가침의 성역 안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이단’이 된다. 기득권은 이단 세력에게 표를 줘선 안 된다며 호남의 지역 권력을 제물 삼아 사유화한다. 그 결과 호남 지역 의석은 지역민에게 인정받은 사람이 아니라, 당에 충성한 이들이 차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6월 30일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SK하이닉스 AI반도체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뉴스1

 

50년이 다 되도록 특정 정당이 지역을 독점하는 기형적 구조는 결국 호남을 낙후되게 만들었다. 급기야 이재명 대통령은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두자, 당권을 빼앗겨 식물 대통령이 되지 않으려고 800조원 규모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광주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불과 2개월 전만 해도 “호남에 꼭 가야 하는 게 반도체인지 모르겠다”던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총수들에게 ‘행정 지도’를 내려 반도체 공장을 광주로 내려보낸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것을 ‘민주주의를 지켜온 호남에 대한 보상’이라 했다.

 

내 고향 광주에 최첨단 반도체 공장이 지어지는 것은 당연히 찬성한다. 물과 전력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포항제철소와 울산조선소 모두 당시 기술적으로는 불가능한 도전이었다. 전력과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민주당이 탈원전 기조를 철회하고, 영산강 보 해체 및 신규 댐 추진 폐기 결정을 취소하겠다고 다짐한 것은 얼마나 바람직한가. 광주 사람들이 타지로 떠나지 않고 외지인들이 유입되는 것 또한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 정책에 성적을 매긴다면 F학점을 줄 수밖에 없다. 지역마다 기업이 좋아할 만한 조건을 제시하는 ‘공정한 경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라의 미래가 달린 국가전략산업일수록 기업이 경쟁력을 판단해 공장 부지를 정하고 국가가 이를 보조해 주는 것이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이 취하는 방식이다. 당장 구미는 땅값을 평당 1000원에 제공하겠다는데, 광주는 어떤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는지 알 수 없다. 이런 식으로 국가의 중심 산업 공장을 독점했다가 향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호남이 받게 될 비난을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고교야구 경기 중 불거진 '5·18 조롱 논란'과 관련해 서울 배재고등학교 야구부 학생 선수와 지도자, 학부모 등이 7월 6일 광주 북구 광주제일고등학교를 사과 방문한 뒤 광주제일고 학생들과 함께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았다. /김영근 기자

 

게다가 최근 벌어진 배재고 야구 선수들에 대한 과도한 징계 이슈, 육군사관학교 장성 이전을 힘으로 추진하려는 모습 등이 겹치면서 이제 광주는 외부의 시선, 특히 젊은 세대의 눈에 더 이상 사회적 약자로 비치지 않는다. 오히려 호남 대 비호남의 대립 구도가 형성되며 광주는 승리자가 아닌 ‘보이지 않는 고립’이라는 패배로 나아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과거 어르신들이 겪었던 고립의 공포가 다시 찾아올까 두렵다.

 

정치가 왜곡해 놓은 호남을 이제는 시민사회가 바로잡아야 한다. 5·18 조롱 응원으로 6개월 출전 정지를 당한 배재고 선수들에게 광주일고 측이 먼저 선처를 요청한 것처럼, 호남인들이 앞장서서 육사 장성 이전 추진에 대한 의견 수렴 과정을 재고하게 만들고, 반도체 공장 설립도 다른 지역과의 공정한 경쟁을 통해 기업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1980년 광주는 절대 권력자의 독재를 비판하고 민주주의를 바랐을 뿐, 광주 스스로가 신성불가침의 종교적 성지가 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 성역화로 인해 생겨나는 권력의 제물을 원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역사란 절대적 금기와 성역을 합리성의 영역으로 해체해 온 과정이며, 이를 정치적으로 제도화한 체제가 바로 자유민주주의다. 그것이 광주 시민이 진정으로 바랐던 ‘광주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광주 시민이 5·18을 왜곡하고 성역의 골방에 가두어 권력을 독점하려는 이들을 단호히 꾸짖고, 보편적인 대한민국의 도시 광주로 당당히 나아갈 때다.

 

-박은식 내과 전문의·호남대안포럼 공동대표, 조선일보(26-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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