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에어비앤비 '삐끗'…
베를린선 금지당하고 파리선 고발당해
홍콩 직장인
레이(여·28)씨는 지난달 프랑스 파리를 여행하면서 열흘
내내 '에어비앤비(Airbnb)'를 이용했다. 에어비앤비는 인터넷으로 집을 가진 사람과 이 집을 싼값에 빌리려는 여행객을 연결해주는 숙박 공유 서비스이다. 레이씨는 지난번 방문 땐 1박에
50만원씩 하는 시내 호텔에 머물렀지만, 이번엔 에펠탑이 보이는 아파트를 하루 11만원에 빌렸다. 그는
"파리지앵이 실제로 사는 집을 저렴하게 빌릴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반면 파리에서 정식으로 아파트 렌트 사업을 하는 마르테르(55)씨는 고객이 줄어 답답한
상황이다. 호텔과 비슷한 수준으로 집을 관리하기 때문에 유지 비용은 많이 드는데, 손님들은 저렴한 에어비앤비를 찾고 있는 것이다. 그는 "세금도 제대로 안 내고 관리도 잘 안 하는 에어비앤비와 정식 숙박 업체가 경쟁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라고 반문했다.
관광객들 사이에서 최근 몇 년 새 선풍적 인기를 끈 에어비앤비 등 숙박 공유 업체들이 정식 숙박 업체들의 반발, 세금 문제 등으로 유럽에서 잇따라 철퇴를 맞고 있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지난 5월 정식 임대업자로 등록해야 집 임대가 가능하도록 해 사실상 에어비앤비 형태의 사업을
금지한 법이 발효됐다. 프랑스에선 숙박 업체 종사자들의 모임인 '아톱(Ahtop)'이 숙박 공유 업체들을 불법 임대업 및 탈세 혐의로
검찰에 고발해 조만간 수사가 시작될 전망이다. 현지 언론들은
"독일과 프랑스의 규제가 스페인·네덜란드 등 주변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8년 미국 청년 3명이 창업한 에어비앤비는 '노는
방을 관광객에게 빌려준다'는 개념으로 전 세계에서 주목받았다. 관광객은
관광지 집에 저렴하게 머물면서 현지인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고, 집을 빌려주는 사람은 남는 방으로
부수입을 쏠쏠히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숙박 업체 운영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아톱 측은 "무등록 개인 사업자들이 관광객들을 뺏어가면서 올 1~5월
파리 관광객 수는 2% 늘어났지만 호텔 등 숙박 업체 이용객 수는
20%나 줄었다"고 주장했다.
독일 베를린에선 주거 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주거지 곳곳에서 숙박 공유업이
성행하면서 주택 임대 계약을 맺으려는 시민들이 '월세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베를린 행정법원은 최근 숙박 공유 금지법에 대한 소송에서 "에어비앤비 등으로 인해 도시 주택 수급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만큼 당국의 규제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파리=최연진 특파원, 조선일보(16-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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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bnb와 쿠바 딜레마
쿠바에 다녀왔다. 공유 경제의 아이콘처럼 된 미국 기업 에어비앤비(Airbnb)가 영국·중국 등 전 세계 8개국 기자를 초청한 자리였다. 처음엔 집주인이 에어베드와 아침식사(Airbed and breakfast) 한 끼 제공하는 소박한 취지로 2008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숙박 공유 사이트. 지금은 전 세계 191개국에서 이용 가능한 글로벌 초거대 기업이다
.
샌프란시스코가 아니라 아바나 초대가 상징하듯 흥미로운 건 쿠바의 사례였다. 미국·쿠바 국교 회복에 맞춰 2015년
4월 1000가구로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현재 5500가구가 신청·등록했다고 한다.
1년 만에 5배가 넘는 폭발적 성장. 에어비앤비는
당연히 자랑하고 싶은 수치였겠지만, 여기에 쿠바 아이러니가 있었다.
우선 폭발적 성장에 대한 이유부터. 아바나 구도심에서 스페인 식민지 시절 유산인 자기 집을
빌려주는 레이사를 만났다. "내 월급이 한 달 30CUC(약 4만원)인데, 일주일 집을
빌려주면 200CUC를 벌어요. 고마울 따름이죠." 그녀의 직업은 형사법 전문 변호사. 1959년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의 쿠바혁명 성공 이후 사회주의 쿠바는 기계적 평등을 실현했다. 특급 변호사건, 밤샘하는 외과 의사건, 쉬엄쉬엄 일하는 국영호텔 벨보이건 월급 자체에는
큰 차별을 두지 않은 것. 모두를 평등하게 만들었지만, 모두를
가난하게 만들었던 시절이었다. 폭증하는 개인의 불만과 경제 위기 탈출을 위해 카스트로 정권은
국민에게 세 가지 자유를 줬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택시, 식당
그리고 민박. 맥도널드, 스타벅스도 금지했던 쿠바가 에어비앤비에
빗장을 연 이유다.
이번에는 아이러니. 에어비앤비도 미처 몰랐던 혹은 외면한 진실이 있다. 쿠바 정부가 개인에게 허용한 소박한 식당을 현지에서는 팔라다르(Paladar)라고
부른다. 일정 마지막 날 혼자 찾았던 팔라다르의 로드리게스(가명)는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관광 산업을 개방한 뒤 이 나라에는
인종 갈등이 생겼어요. 외국 관광객은 백인이 대부분이고, 백인은
당연히 백인 택시 기사, 백인이 하는 식당, 백인이 하는
에어비앤비를 찾죠. 이제 쿠바도 백인만 잘살아요."
그는 물라토(백인과 흑인 혼혈)다. 혁명 이전에 독재로 악명 높았던 대통령 바티스타도 물라토였고, 미국보다
먼저 인종차별 금지 법안을 통과시킨 나라가 쿠바였다. 경제 위기 돌파를 위해 연 빗장이 인종 갈등과
빈부 격차를 키우는 아이러니.
전 세계 선진국의 성장 엔진이 대부분 멈춰버린 시대, 뒤늦은 자본주의를 시작하는 쿠바는
용광로처럼 끓고 있었다. 투덜거리던 로드리게스조차 "고인 물 같던 나라에서 미래를 꿈꾸게 된 건 사실"이라고 했다. 그들의 선택은 한반도에 어떤 교훈을 줄 수
있을까. 사회주의 친구를 잃고
유일한 고립국으로 남은 북한과 열정 잃은 청년이 늘고 있는 우리나라에
쿠바의 2016년은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아 보였다.
-어수웅 문화부 차장, 조선일보(16-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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