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國內-이런저런..]

[기상망명족] [19세기까지 神의 영역이던 일기예보.. ] ....

뚝섬 2024. 7. 23. 06:26

[기상망명족]

[19세기까지 神의 영역이던 일기예보는 어떻게 과학이 되었나]

[못 말리는 일기예보]

[날씨 예보 못 하고 중계나 하는 기상청]

[12일 비 소식에 야구티켓 취소한 팬들, 맑은 하늘에 경기 열려 분통.. ]

 

 

 

기상망명족

 

1994년 5월 기상청 직원들이 대규모 체육대회 행사를 하는 날 비가 내렸다. 오후 들어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부랴부랴 행사를 끝내야 했다. 공교롭게도 그 전년 체육대회 날에도 큰비가 내렸다. 기상청은 “총무과에서 예보관실과 상의 없이 날짜를 정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기상청 야유회나 체육대회 날엔 비가 내린다’는 말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7월 들어 기상청 예보가 틀리는 지역이 많아지면서 매년 나오는 불만이 또 나오고 있다. 폭우를 예보했지만 정작 비가 내리지 않거나, 비 예보가 없었는데 폭우가 쏟아지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예보도 수시로 바뀌어 “이 정도면 중계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기상청의 올해 상반기 강수맞힘률(비가 온다는 예보가 맞은 비율)도 평균 69%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최근 장마전선 폭이 극도로 좁아지면서 같은 지역이라도 강수량 편차가 크다는 것이 기상청 설명이다. 레이더 기상 영상을 보면 강우 지역이 점점이 흩어져 있기도 하다.

 

얼마 전부터 한국 기상청 예보가 아닌 해외 날씨 앱을 본다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22일 기준 애플 앱스토어 무료 날씨 앱 부문 1위는 체코에 본사를 둔 ‘윈디닷컴’, 3위는 미국 기업인 ‘아큐웨더’이고 우리 기상청의 ‘날씨 알리미’는 6위로 처져 있다. 노르웨이 기상청이 1시간 단위로 예보하는 앱 YR은 7위에 올랐다. 해외 기상 앱을 쓰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기상 망명족’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기상청이 이들 해외 앱의 한국 기상 예보 적중률을 검증해 본 결과 우리 기상 예측이 훨씬 정확했다고 한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다. 해외 기상 앱들은 한국 기상청이 제공한 기본 자료를 바탕으로 그냥 수치 예보 모델을 돌리는 방식이다. 기상청은 다른 나라에는 제공하지 않는 기상 항공기·기상 관측선 등의 특별 관측망 자료까지 더해 예보 모델을 돌리고, 우리 기상 특성을 잘 아는 베테랑 예보관들의 경험까지 더해 예보하기 때문에 가장 정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외국 앱의 그래픽 처리 등은 배울 점이 있다고 인정한다.

 

▶올해 장마는 ‘도깨비 장마’라고 할 정도로 유별나다. 하지만 날씨가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니 기상청은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 관측망을 더 촘촘히 하고, 예측 모델을 더 정교하게 만들고, 최종 결정하는 예보관 자질을 높여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기상을 완벽히 예측할 수는 없다. 어쩌면 기상청의 숙명일 것이다.

 

-김민철 논설위원, 조선일보(24-07-23)-

_____________

 

 

19세기까지 神의 영역이던 일기예보는 어떻게 과학이 되었나

 

[민태기의 사이언스토리]

자연의 예측 불가능성에 떨던 해군, 함정에 과학자 함께 태워
비글호 선장 피츠로이, 찰스 다윈과 항해하며 기압·날씨 관계 연구
예언 아니라며 단어 ‘forecast’… 확률적 예측으로 재난 피해 줄여

 

이번 달 계속된 폭우로 날씨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태풍이나 물난리는 전에도 있었지만, 최근 피해가 급증하면서 기상 예보는 더욱 중요해졌다. 그런데 놀랍게도 19세기까지 기상 예보는 미신으로 여겨졌다. 날씨는 신의 영역이었고, 기껏 달무리나 동물에게 의존하는 것이 전부였다. 1854년 영국 의회에서는 일기예보가 가능하다는 주장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리는 일까지 있었다. 과학자들은 날씨 예측이 점성술이라며 꺼렸다. 기상 예보가 과학이 것은 어느 선장 덕분이다.

 

19세기 해군력이 중요했던 영국은 전 세계로 군함을 파견해 해도를 작성해 나갔다. 지도 없이 떠나는 이 작업은 매우 위험했고 선원들은 심리적 압박에 시달렸다. 1828년에는 해군 함정 비글호(HMS Beagle)의 선장이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마침 인근에 있던 23세 귀족 로버트 피츠로이(Robert FitzRoy)가 급히 선장으로 임명되어 비글호를 귀항시켰다. 1831년 다시 출항 명령을 받은 피츠로이는 선임자의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또래 과학자를 동승시켜 같이 자연을 연구하기로 하고, 케임브리지를 졸업한 찰스 다윈을 선택한다. 1836년까지 계속된 탐험에서 다윈은 생명을 연구했고, 피츠로이는 기상 정보를 모았다. 이 항해에서 피츠로이는 기압과 날씨의 밀접한 관계를 알게 된다.

 

이후 전신이 등장하자, 피츠로이는 날씨를 예상할 있다는 생각에 이른다. 한 지역의 날씨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데, 전보는 날씨 이동보다 빨랐다. 여러 지역의 실시간 정보를 종합하면 날씨를 미리 알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기상 전문가로 주목받은 피츠로이는 1854 설립된 영국 기상청의 초대 청장으로 임명된다. 하지만 날씨를 단순히 기록하는 업무에 제한되었다. 당시 의회의 조롱에서 보듯이, 예보는 비과학적이라며 허락되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예보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자신이 개발한 기압계를 배치하고, 전신망으로 연결했다.

 

1859년 영국의 증기선 로열 차터(Royal Charter)호 사고로 상황이 급변한다. 폭풍에 휩쓸려 탑승자 500명 중 41명만 겨우 살아남는 대형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감당할 수 없는 기상 재난에 영국 정부는 피츠로이에게 폭풍 예보를 우선 허락한다. 일상적 날씨 예보는 계속 금지되었지만, 1860년 시작된 폭풍 경보는 재난 피해를 획기적으로 줄였고, 피츠로이에 대한 신뢰가 쌓여갔다. 특히 미신이라고 거들떠보지 않았던 과학자들이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자신감을 얻은 피츠로이는 반대를 무릅쓰고 1861 영국 일간지 타임스 일상 날씨를 예보하기 시작했다. 일기 예보의 시작이다. 반응은 엄청났다. 비가 올지 안 올지, 기온이 얼마나 오르고 내릴지 매일 신문에 실리자, 사람들은 열광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맞지 않는 경우도 많았기에 불만도 만만치 않았다. 여기서 피츠로이는 처음으로 ‘forecast(예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예언이나 예측과 구별하기 위해서였다. 예보는 가능성이고, 미리 대비할 있게 한다 의미였다. 하지만 자연법칙이 미래를 결정하고, 그 법칙이 과학이라 믿던 주류 학계는 이런 확률적 접근을 비판했다. 피츠로이는 비판에 일일이 대응하며, 사재를 털어 예보 정확도를 올리려 애썼지만 지쳐갔다.

 

한편, 피츠로이가 이끈 비글호 탐험으로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하자 영국 사회가 발칵 뒤집힌다. 급기야 학회에서 이를 둘러싸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찬반 양측이 고함을 치며 아수라장이 된 순간, 갑자기 노신사 하나가 성경을 손에 들고 벌떡 일어서 ‘신을 믿어라!’라고 외친다. 폭풍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러 학회에 참석한 피츠로이였다. 폭풍 예보로 존경받던 피츠로이였지만 청중이 강제로 끌어 앉혔다. 종교적 신념이 강했던 피츠로이는 영국 사회가 분열에 빠지자, 다윈을 도왔다는 자책감에 빠진다. 여기에 일기예보 비난이 더해지며 가산까지 탕진한 그는 1865 자살했다. 비글호 선장의 번째 자살이었다.

 

피츠로이의 사망으로 예보는 한동안 중단되었다. 그 사이 영국 정부는 피츠로이의 예보 체계에 대한 대대적 점검에 나섰다. 탄탄한 과학으로 기상청을 재정비해 1879년 기상 예보가 재개되었고, 현재 영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예보 시스템을 자랑한다. 19세기 말 발전한 대기 과학의 성과는 1922년 영국의 수학자 리처드슨의 수치 기법에 반영되었다. 이러한 리처드슨의 기상 방정식 풀이법을 바탕으로 1950년대 컴퓨터를 이용한 예보가 시작되었다. 1960년 미국이 발사한 기상 위성은 예보의 신뢰도를 더욱 높였다. 이제 누구도 기상 예보를 미신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피츠로이가 도입한 ‘forecast’라는 단어는 회사의 매출이나 기술 전망과 같이 미래를 대비하는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자체 기상 위성을 도입했고, 수퍼 컴퓨터를 이용한 한국형 수치 모델은 2020년 시작했으니, 선진국에 비해 늦은 편이다. 이를 고려해도 기상 예보에 대한 실망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여기서 선진국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8년 초특급 허리케인이 다가오자, 미국 기상청의 경고에 따라 무려 400만명이 대피했지만, 곧 열대저기압이 되어 피해는 크지 않았다. 그런데도 당국은 미국 기상청에 신뢰를 표시했다. 그래야 있을지 모를 피해에 더 과감히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9년 미국 정부는 기상 예보에 지출한 58억달러(약 7조4000억원)의 6배 효과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날씨는 비선형 복잡계이기에 인공위성과 수퍼 컴퓨터로도 정확한 예측은 어렵다. 피츠로이가 굳이 ‘forecast’라는 단어로 미신과 구별한 이유는 예측보다 대비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고, 그렇게 기상 예보는 과학이 되었다.

 

-민태기 에스앤에이치연구소장·공학박사, 조선일보(23-07-31)-

_____________

 

 

못 말리는 일기예보

 

지금도 '일기예보' 하면 떠오르는 '김동완 통보관'이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 기상 예보 이만하면 잘하는 거다. 확실하면 확보(確報)라고 하지 왜 예보(豫報)라고 하겠나." 자연현상에는 아무리 해도 어쩔 수 없는 불확실성이 있다는 항변이었다. 그 무렵 김씨는 늘 가방에 우산을 갖고 다녔다. "기상청 예보관이 비 오는 날씨도 모르고 비 맞고 다닌다는 소리 듣게 될까 봐"라고 했다.

▶기상청 직원들에게 1998년 지리산 폭우와 2002년 태풍 루사는 뼈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전라남북도에 50~150㎜ 비가 올 것"이라고 예보했는데 지리산에 한 시간 사이 300㎜ 폭우가 쏟아졌다. 등산객 60여명이 숨지고 30여명이 실종됐다. 태풍 루사 때는 "최대 300㎜의 비가 올 것"이라고 했는데 강릉 지방에 870.5㎜가 내렸다. 자연재해 사상 최대인 5조1500억원의 재산 피해를 낳았다. 알려야 할 것을 제대로 알려 대처하게 하지 못한 죄였다. 

 

▶그렇다고 '만약'에 대비해 '알려야 할 것'을 넘어서는 것도 안 된다. 기상청에는 청장이 오보(誤報)로 중앙정보부에 불려가 '쪼인트 까인' 얘기가 전설처럼 내려온다. 대통령 행차를 앞두고 "눈이 올 것"이라고 보고해 헬기를 못 뜨게 했는데 눈이 안 왔던 탓이다. 아는 기상청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폭설이 내릴 거라 했는데 아무 소식이 없으면 초조하다가 하늘에서 한 송이 두 송이 눈이 떨어지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더라." 만약 눈이 안 오면 비상 대기하던 경찰·군·방송사·공무원들로부터 온갖 비난을 뒤집어써야 한다.

▶난감한 것은 새해 해맞이를 하는 1월 1일 아침 동해안 날씨를 예보할 때라고 한다. 흐리거나 눈이 올 것 같아도 곧이곧대로 예보하는 건 조심해야 한다. 그 지역 상인이나 지자체에서 "대목 장사 망칠 거냐"는 원망이 빗발친다. 그래서 예보관들은 "때에 따라 햇살이 비치기도 한다"는 말을 슬쩍 끼워넣기도 한다.

▶기상청 예보로는 폭염이 곧 끝난다고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으니 더 덥다. 이틀에 한 번꼴로 '더위 종료 선언'을 되풀이하는 기상청을 향해 '청개구리 예보'라는 비난이 쏟아진다. 더위 꺾이기를 바라는 사람들 소망을 담으려고 기상청이 일부러 갸륵한 오보를 하는 건가. 아무리 자연은 알 수 없는 것이라 해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상 장비가 아깝지 않게는 해야 할 것이다. 오늘은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處暑). 기상청 예보대로 모레가 지나면 지긋지긋한 더위가 진짜 가려나.

 

 -김태익 논설위원, 조선일보(16-08-23)-

______________

  

 

 날씨 예보 못 하고 중계나 하는 기상청

 

최근 기상청 날씨 예보가 틀려도 너무 틀려 국민 원성이 자자하다. 기상청은 지난 6~12일까지 1주일 중 5일은 "장맛비나 소나기가 내린다"고 예보했지만 단 한 번도 맞히지 못했다(서울 기준). '정확도 0%'인 최악의 예보였다. 지난 12일에는 하루 전날 예보는 물론 당일 예보도 틀렸다.

요즘처럼 대기가 불안정한 날씨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기상청 날씨 오보 문제는 10여년 전부터 지적받아온 사안이다. 그런데도 개선 기미 없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해 장마 기간 예보 정확도는 49%에 그쳤다. 올해 2월부터는 532억원을 들여 구입한 수퍼컴퓨터 4호기까지 가동했지만 연일 엉터리 예보만 하고 있다. 예보관들의 무능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기상청 예보관은 24시간 근무 체제라 힘들고 욕만 먹는다고 가기를 꺼리는 자리라고 한다. 서로 기피하다 보니 2~3년마다 다른 부서로 옮겨주는 순환 보직 시스템을 갖고 있다. 예보관으로 전문성을 키우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예보관들에게 승진 기회를 더 주고 수당을 제공해서라도 가고 싶어하는 자리로 만들어야 한다.

기상청이 동네 예보, 기업 맞춤형 정보 등 '보이는 행정'에 치중하느라 기본 업무인 예보를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태풍, 집중호우, 폭설, 황사 같은 예보는 맞느냐 틀리느냐에 따라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뒤따를 수 있다. 동네 예보 같은 서비스는 과감하게 민간 업체에 이양하더라도 기상청의 존재 이유인 예보 정확도를 높이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 정부가 잘못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직무유기를 넘어 국민 생활에 큰 불편을 끼치는 악행(惡行)이다.

 

-조선일보(16-07-15)-

_______________

 

 

12일 비 소식에 야구티켓 취소한 팬들, 맑은 하늘에 경기 열려 분통…

 

6일엔 중부 비 최대 120㎜라더니 서울 0㎜… 비 예보는 오보 투성이

 

#1. '비 예보 있어서 예매 취소했는데, 야구 경기 하나요?' 지난 12일 오후 각종 인터넷 야구 사이트에는 '날씨 질문'이 줄을 이었다. 10~12일 오후까지 전국적으로 장맛비가 내릴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와 달리 해가 쨍쨍했기 때문이다. 맑은 날씨는 저녁까지 이어져 12일 오후 6시 30분 잠실·광주 등 전국 5군데 야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프로야구 경기는 모두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이날 5곳 야구장 입장객은 3만5900명으로 평일 평균(4만4159명)의 80%에 불과했다. 서울의 경우 기상청은 "5~40㎜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를 계속 유지하다 12일 오후 5시가 돼서야 "오늘(12일) 밤까지 비가 없을 것"이라고 변경했다. 평소보다 관중석이 썰렁했던 건 기상청 예보를 끝까지 믿고 외출을 자제한 야구 팬들의 관람 자리가 비었기 때문이다.

#2. 13일엔 정반대 풍경이 빚어졌다. 13일엔 비가 오지 않는다고 기상청이 전날부터 알렸지만 '대비용'으로 우산을 들고 나온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서울 공덕동에 사는 최모(42)씨는 "요즘 기상청 비 예보가 맞는 걸 못 봤다"면서 "예보를 믿었다간 물벼락 맞을 수 있을 것 같아 우산을 챙겨 나왔다"고 말했다.

기상청 날씨 예보가 최근 연방 오보(誤報)를 내고 있다. 비 예보의 경우 지난 6~12일까지 1주일 중 닷새는 "장맛비나 소나기가 내린다"고 예보됐지만 단 한 번도 맞히지 못해 '정확도 0%'를 기록했다. 6~7일에는 서울 등 중부지방에 30~80㎜, 많게는 120㎜ 이상 장맛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됐지만 실제 강수량(서울 기준)은 0㎜였다. 오보 행진의 정점을 찍은 건 12일이다. 기상청은 11일 오후 5시 예보를 통해 "12일 서울에 5~40㎜ 장맛비가 내릴 것"이라고 알렸다. 실제로는 12일 새벽에 비가 3㎜ 내리다 이날 오전 8시엔 완전히 그쳤다. 하지만 기상청은 이날 오후 1시 50분까지도 "장맛비가 내릴 것" "지금은 비가 그쳤지만 12일 밤부터 비가 다시 내릴 것"이라고 하다, 오후 5시가 돼서야 "오늘(12일)은 비가 없을 것"이라고 알렸다. 하루 전날 예보는 물론 당일치 날씨도 못 내다본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예상과 달리 장마전선이 북상하지 않아 비가 안 내렸다"고 했다.

기상청 날씨 오보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과거 '오보청'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심각한 오보를 번번이 냈다. 오보 때문에 기상청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하고, 청와대 공직기강 감사까지 받은 적도 있었다. 이 같은 일련의 사태를 계기로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첨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장비를 줄줄이 들여놓았다.

올해 2월부터는 532억원을 들여 구입한 수퍼컴퓨터 4호기가 가동되고 있다. 약 48억명이 1년간 계산해야 할 연산 자료를 단 1초 만에 처리하는 이 고성능 수퍼컴퓨터는 현재 정부가 보유한 국유재산 물품 중 가격이 가장 높다. 한 달 전기료만 2억5000만원이 든다. 소프트웨어인 '수치예보 모델' 프로그램도 지난 2010년 영국 기상청으로부터 들여와 연간 10만파운드(약 1억5000만원) 사용료를 주고 있다. 각종 관측 장비가 부족한 것도 아니다.

-오늘은 기상예보 맞을까 - 14일엔 전국이 대체로 흐린 가운데 동해안 지역은 비가 내리겠고, 중부 내륙과 경북 내륙 지역에는 오후 한때 소나기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고 기상청이 13일 예보했다. 무더위가 이어진 13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을 걸어가고 있다. /남강호 기자

 

이처럼 갖출 건 다 갖춘 여건인데도 오보가 끊이지 않는 원인으로, 기상청 예보관들의 능력 문제와 기상청 인사 문제 등이 꼽힌다. 수퍼컴퓨터와 수치예보 프로그램이 날씨 예보 결과를 내놓으면 예보관들은 자신의 해석을 가미해 최종적으로 예보를 낸다. 국민들이 접하는 예보의 마지막 단계에 예보관의 판단 능력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기상 전문가 A씨는 "예보 정확도는 수치예보 모델 성능이 40%, 모델에 입력되는 기상 관측 자료가 32%, 예보관 능력이 28%를 차지한다고 과거 정부 연구용역에서 분석됐다"면서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장비이더라도 예보관 능력이 떨어지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잦은 보직 순환으로 한곳에 오래 근무하지 못하는 환경"이라며 "오보 비판이 있을 때마다 기상청이 '예보관 능력을 키우겠다'고 했지만 예보관들이 2~3년마다 다른 부서로 옮기는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대기가 불안정해 날씨 예측이 쉽지 않자 예보관들이 조금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으면 비 예보를 하는 경향도 최근 잦은 오보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기상청은 이에 대해 "방재 측면에서 호우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고려해야 한다는 게 기상청 입장"이라며 "예보 정확도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장훈, 조선일보(16-07-14)-

 

 

=======================